먹고 놀고..
머웃대 짐너물
머웃대 짐너물
2021.06.10꽤 오랜만에 먹은 술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 술을 먹지 않으니 집에서 밥을 먹게 되고, 술 없는 밥상 무엇으로 채울까를 생각한다. 불쑥 잘 자란 머웃대가 눈에 들어왔다. 낫으로 쓱쓱 베어내 밥상에 올리기까지 시간 반, 요리는 속도전이다. 마술처럼 밥상을 차려내시던 그 옛날 어머니들 솜씨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삶아 다듬어 프라이팬에 올리기까지 맨손으로, 칼이 필요 없다. 15분가량을 삶았다. 질긴 껍질은 먹기 알맞은 크기로 토막 내는 동안 완전히 제거되었다. 물에 좀 담가 둬야 쓴 맛이 빠진다는데 그냥 해도 문제없더라.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양파 넣고, 물 붓고, 소금 간 하고, 들깻가루 아까라 말고 털어 넣고 달달.. 청양고추, 대파 썰어 넣고 조리를 마친다. 생각한 대로 잘 되진 않았다..
봄
봄
2021.03.21어제는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바람이 분다. 꽤 살쌀하네, 어디 눈이라도 오나? 좌우튼 봄이다. 산과 들에도 봄내음이 물씬.. 조동 아짐 교회 가시네. 귀 어두워 아무 소리도 못 듣는 냥반이.. 그냥 앙겄다 오시는갑다. 봄이 왔으되 나물 캐는 봄처녀가 없다. 그래도 꽃들은 앞다퉈 핀다. 게으른 농사꾼 트럭은 봄이 왔어도 할 일이 없네, 산수유 꽃그늘 아래.. 녹물이 튀었나? 멀리서 봐야 이쁘네. 아니 땐 귀뚝에서는 냉갈이 나지 않는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있기는 한가? 담벼락에 기대어 해바라기 하는 듯, 오누이 같다. 저런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홍매도 아니고 청매도 아니고 어중간허다. 검은 고양이, 이름이 먹물이라네. 들고양인지 알었드만.. 다시..
고창 갯벌, 동죽 예찬
고창 갯벌, 동죽 예찬
2021.03.13동죽은 바닷조개다. 보통은 00조개, **조개 하는 이름이 붙는데 그 이름이 좀 특이하다. 그리 말하고 나니 바지락, 가리비, 가무락.. 특이한 이름이 도처에 깔렸네. 헌데 바지락, 가리비는 귀에 익숙한 데 반해 동죽은 다소 생소하다. 동죽은 고창 갯벌에서 많이 난다. 고창 바닷가 사람들은 갯벌을 '갱번이'라 부르는데 갱번이 농사짓는 사람들이 캐내는 수산물이자 농산물이다. 나는 동죽에 반했다. 이렇게 생겼다. 겉은 희고 통통하며, 알맹이는 토실토실하고 탱글탱글하다. 동죽의 식감? 바지락도, 가리비도, 그 어떤 조개도 따라올 수 없는 상큼함이 있다. 물총조개라고도 부른다는 데 우리 동네에서 부르는 이름은 아니다. 거의 완벽하게 해감되어 출하되니 다시 해감할 필요가 없다.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찬물에 여러 ..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2021.02.252월 18일, 간밤 눈이 내렸다. 널 뛰는 날씨, 봄과 겨울을 순식간에 오간다. 올 마지막 눈일까? 장담할 수 없다. 간만에 부지런 내서 껄맠 눈을 쓸고 나니 과히 할 일이 없다. 눈도 내렸는데 기동을 해야지 집에 있을 수 없다. 고추 모종 돌보고 계신 아산 동현 형님을 만나 시국 방담을 나눈다. 격조 있는 대화를 방해하는 혈통 복잡해 보이는 잡종견,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낑낑대는 녀석들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했다. 얘야. 눈을 부릅뜨고 짖어야 무섭지.. 병길 형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디서 뭇 허냐? 아산이요. 우리는 선운사 간다. 하여 달려갔다. 눈 쌓인 선운사, 도솔 계곡을 거슬러 천마봉까지 가기로 약조하였다. 바람 쌩쌩, 흡사 한겨울. 절집 돌담을 지나.. 도솔천을 끼고.. 천마봉에 올라 골짝을 ..
뚝방에서 별보기
뚝방에서 별보기
2021.02.05실로 오랜만에 친구와 단 둘이 차분히 술 한 잔 마시고 뚝방을 걸었다. 날은 추운 데 별이 쏟아지더라. 쏟아지는 별 아래 한 없이 서 있고 싶더라. 몹시 춥더라. 하여 사진기에 담아두고 살아 돌아왔다. 어떤 것이 실제 눈으로 본 하늘과 가장 가까울까?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내 모니터로 봤을 때는 두 번째 사진이다. 아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 사이쯤 되겠다. 남쪽 하늘에 대고 찍었다. 아는 별자리 하나 없다. 유일하게 아는 별자리 북두칠성은 북쪽 하늘 지평선 가까이 있어 담지 못했다. 실제보다 좀 많고.. 과도하게 많다. 구름 좋았었는데.. 많이 보인다 하여 없는 별이 보이지는 않을 터다. 잡티 빼고 비행기 빼고..
반달
반달
2021.02.04해 돋는 아침, 하늘 복판에 달이 둥실 떠 있다. 그야말로 반달, 칼로 벤 듯한.. 헌데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배가 살짝 부르다. 오늘이 음력 섣달 스무사흗날, 그믐까지 딱 한 주가 남았네. 배가 고파지는 중이니 내일쯤이면 정확한 반달이 될까? 아니 살짝 들어갈 듯.. 달 보는 사이 해가 올라왔다. 아침노을 과히 장하지 않은 것이 저녁노을 좋을랑갑다. 어제가 입춘이었다지? 머지않아 설 쇠고 나면 올해도 쏜살같이 흘러가 버리겠네. 아마도..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2021.02.02어느 내공 깊은 호래비 집에서 받은 밥상 겸 술상에 봄똥 겉절이가 똭~ "오매~ 존 거.." 감탄해 마지않았는데 그 기억이 삼삼하여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밥상은 대강 이러했다. 겉절이에서 향긋한 유자향이 솔~솔.. 유자청을 넣었다네, 음.. 그럴듯해. 향도 좋거니와 유자 씹는 맛이 별스럽다. 하여 나도 무쳤다 봄똥 겉절이, 봄똥은 무지하게 싸기도 하더라. 어느 날 눈 내리던 밤이었던 것이다. 깨끗이 씻는 것이야 기본이겠고 고춧가루, 새우젓, 다진 마늘, 대파, 청양고추를 넣었다. 유자차를 찾았으나 10년 나마 묵어 시커메진 것뿐이다. 하여 오미자청을 부었다. 적당량.. 버무리는 건 손으로, 버무리고 나서 손가락 쪽쪽 빨고 손바닥 싹싹 핥는 맛이 별맛이다. 짜다. 새우젓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설익..
귀족 라면
귀족 라면
2021.01.17나는 라면을 참 잘 끓인다. 그 옛날 초딩 시절 곤로에 끓이던 라면부터 연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넣을 게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맛나게 잘 끓인다. 라면이라는 것이 물 잘 맞추고 면발 탱탱하게만 하면 나머지 맛은 제가 알아서 내준다. 그러니 라면 맛이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겠으나 의외로 맛없는 라면 또한 적지 않다. 내 라면 맛의 비결?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저 오랜 세월이 빚은 내공이라고나 할까.. 라면이 150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계란 라면 200원, 오뎅 라면 300원, 만두 라면 400원, 모든 게 다 들어가는 짬뽕 라면 500원. 열 번에 한 번이나 됐을까? 짬뽕 라면 거하게 먹는 게..
난생처음 청국장
난생처음 청국장
2021.01.17연제부터였던가? 냉장고 서랍 속, 이따금 나와 마주치던 청국장 한 덩어리.. 지난여름이었네, 너는 순창농협 꾸러미 따라 예까지 왔다. 매우 오랜만에 먹는 집밥, 드디어 내 오늘 너를 간택 하노라. 난생처음이니 요리법을 검색한다. 참 복잡하고 친절하게 써놨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끓이듯 하면 되는 것을.. 멸치 넣고 물 끓이다 냉장고 뒤져 알맞춤한 묵은 김치 듬뿍 넣고 팔팔, 두부가 제격인 듯한데 고기밖에 없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진 마늘 넣고.. 팔팔 끓이다 청국장, 대파, 청양고추 넣고 잠시 후 불을 끈다. 간은 따로 맞추지 않아도 김치, 청국장 만으로 충분하네. 청국장을 맨 나중에 넣는다는 것이 꽤 중요하다. 내 맛나게 먹던 청국장은 늘 이렇게 끓였던 듯.. 청국장 만으로 한 끼를 잇댄다.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2021.01.11퍼얼 펄~ 눈이 나린다. 눈길 헤쳐 집에 돌아오니 뒤따라온 이장님 가래떡 들고 들어온다. 마을 회관에 나온 배급 쌀을 떡으로 뽑았노라고.. 코로나로 하여 회관에 모여 밥 먹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 떡을 어찌할까. 자칫 방치했다간 두어 개 떼어먹고 버리기 일쑤다. 우선 떡볶이를 해 먹는 걸로.. 하여 만들어진 첫 번째 떡볶이, 평범하다. 료리 법이고 뭐고 그냥 하면 된다. 직관적으로.. 간을 잘 맞춘 장맛이 첫째, 설탕 대신 넣은 조청의 맛과 비율이 둘째라 본다. 나머지야 뭐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 마지막에 넣는 대파 중요하다. 전체적인 맛을 조화롭게 하고 풍미를 더하게 되니.. 가래떡은 하룻밤 말려 갈무리했다. 그질 줄 모르는 눈은 밤을 새워 내리고 또 내리고.. 눈 나리는 밤 두 번..
폭설
폭설
2020.12.31얼마만인가? 모처럼 눈다운 눈이 내렸다. 눈이라는 것이 본디 밤에 내려 남몰래 쌓이는 법이거늘.. 나가? 말어? 이불속 고민을 비웃으며 벌건 대낮에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대놓고.. 아침나절 서운하던 눈이 순식간에 폭설로 변했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함박눈 송이송이 고요히 내린다. 잠시나마 이 꼴 저 꼴 다 잊고 깨끗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라는 것일까?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나가야 된다, 약속이 있으니.. 고창 사람들은 눈길에 거침이 없다. 돌아오는 길, 눈이 그쳐 간다. 아침이 밝았다. 하늘은 파랗고, 볕을 받은 눈이 퍽으나 다소곳해졌다. 문 소린지 도통.. 중문학자한테 시적 해석을 부탁했다. 답이 왔다. "꽃을 보고 기뻐하며 볕을 향해 열고 저녁에 문 닫고 한가로이 편히 잠..
한우 불고기
한우 불고기
2020.12.28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쇠고기, 국거리용은 미역국 끓여 먹고 불고기용이 남았다. 추석 때 받은 것이니 해 넘어가기 전에 먹어 치우는 것이 죽어 고기를 남긴 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헌데 불고기라는 건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래 요리가 뭐 별 것이더냐?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까짓 것 해보는 거다. 양념장이 불고기 맛을 좌우할 것이기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그 맛을 상상해가며 양념장을 정성껏 준비한다. 꽁꽁 언 쇠고기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양념장을 만들어 보는디.. 나는 간장을 고를 때 우리콩으로 만들었는지 소금은 어떤 걸 썼는지 확인한다. 우리콩 천일염으로 만든 진간장 적당량, 이건 순전히 감이다. 쇠고기 양을 감안하여 이 정도는 되야겠다는 느낌만큼 간장을 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