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백두대간
저수령~죽령, 굽이쳐라 백두대간이여..
저수령~죽령, 굽이쳐라 백두대간이여..
2020.10.20저수령에서의 하룻밤, 참으로 잘 잤다. 그런데 늦잠, 산에서도 늦잠이라니.. 주섬주섬 짐 챙기고 누룽지 한 사발 끓여먹고 나니 6시 20분, 길을 나선다. 저수령은 해발 850m, 낮지 않은 고개다. 그 옛날 길이 험해 길손들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침략자들은 목이 달아났다 하여 저수령이라네. 안내판에 그리 쓰여 있더라. 죽령까지 20여 km, 해발 고도 1천 미터를 넘는 고봉 준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대간꾼을 맞아 힘차게 뻗어나간다. 곳곳에서 터지는 장쾌한 조망은 대간 산행길의 묘미를 더해가다 도솔봉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죽령 너머 육중한 소백산 주릉은 다음 산행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하니 백두대간 종주 구간 중 참으로 빼어난 구간이 아닐까 싶다. 약간의 어둠만이 남은 숲길에 상쾌한 첫발을 내딛는..
작은차갓재~저수령, 백두대간에 가을이 깊어간다.
작은차갓재~저수령, 백두대간에 가을이 깊어간다.
2020.10.19자꾸만 집에서 멀어져 가는 백두대간, 차갓재에서 죽령까지 이틀 일정을 잡았다. 저수령에 차를 두고 지난 구간 이용했던 동로 개인택시를 불러 안생달 마을로 이동, 택시요금 3만 원. 오후 1시, 안생달 마을 최상단에서 작은 차갓재를 향해 출발.. 많이 늦었다. 30여 분 오르니 첫 조망이 터진다. 안생달 마을과 지나온 대간길이 보인다. 한 주만에 다시 찾은 백두대간, 가을색이 깊어졌다. 날은 흐려도 단풍은 빛난다. 고도가 올라가니 지나온 길이 좀 더 선명해진다. 대간길은 늘 갈 지자 혹은 말발굽 형태.. 월악산이 아스라하다. 바위 투성이 도락산, 땡겨보고 밀어보고.. 사진 복판 벌재 올라오는 길, 오른짝 끝 저수령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고갯길 너머 황정산, 그 너머 산들은 아마도 내일 걷게 될 다음 구간..
가을날 백두대간(하늘재-작은 차갓재)
가을날 백두대간(하늘재-작은 차갓재)
2020.10.14정선 귤암리, 먼 길을 달려 갖은 버섯에 멧돼지 머릿고기와 소주 여러 병을 해치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늦잠을 잤다. 2시 반에 알람을 맞췄더랬는데 4시, 버섯 국물에 밥 말아먹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하늘재, 네비의 도착시간을 마구 경신해가며 새벽길을 달린다. 평창, 영월 지나 제천 거쳐 단양, 백두대간 벌재 넘어 문경 땅에 들어서니 동로면.. 왠지 귀에 익은 지명, 지도를 들여다보니 이번 구간 도착지 차갓재 아래 안생달 마을이 지척이다. 산행이 끝난 후 이동 문제, 차량 회수 문제로 겁나 고심했더랬는데 한방에 정리가 된다. 안생달 마을 깊숙이 차를 두고 적어둔 동로개인택시(010-433-3103) 불러 하늘재로, 택시요금 3만 원. 07시 45분, 하늘재 출발. 포암산 베바위가 힐끗 보인다...
걸어서 하늘까지(백두대간 새재~하늘재)
걸어서 하늘까지(백두대간 새재~하늘재)
2020.10.07지리산 달구경 마치고 대간으로 간다. 새재에서 새재로, 백두대간 종주의 첫발을 내디뎠던 윗새재 마을에서 문경새재로.. 세 시간 반가량 소요되었다. 13시 15분, 조령산 휴양림에 차를 두고 새재 옛길을 거슬러 오른다. 한 번에 끝냈어야 할 구간을 두 번에 나눠서 가는지라 널널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소 늦었다. 우선 밥부터 먹자고.. 조령 3 관문에서 시작된 대간길을 추어올라 마패봉을 지척에 두고 조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지나온 산줄기와 봉우리들, 가야 할 산줄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대간이 삥 돌아가네. 이번에도 동행이 있다. 강원도에서 달려온 곰돌이.. 대간 길이 강원도에 접어들면 신세를 많이 지게 될 것이다. 오른편의 조령산과 신선암봉, 외약짝의 부봉과 주흘산. 외약짝 뒤편의 주흘산을 탄항산이..
이화령~조령 3관문, 백두대간에 비 나린다.
이화령~조령 3관문, 백두대간에 비 나린다.
2020.09.15남도에 내리던 비가 밤 사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이건 예보와 다르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망설이다 에라 가자 하고 어렵게 이화령에 다시 섰다. 오늘은 동행이 있다. 속리산 구간을 지나면서 신세 졌던 충북의 농사형제.. 이화령, 부슬부슬 나리는 비를 무릅쓰고 길을 나선다. 오르고 또 올라 조령산, 함께 오른 충북 사람 늑대 미소가 싱그럽다. 비가 그치고 날이 깨어난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고 탄성도 함께 터진다. 눈 앞에 신선암봉, 저 건너 부봉. 신선암봉 직전 조망대에서 다리 쉼을 한다. 부봉 지나 탄항산으로 달려가는 장쾌한 마루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밥을 묵세.. 늑대 딸래미표 주먹밥이 아주 맛나다. 가야 할 길, 저~기 외약짝 하얀 봉우리를 넘어서야 새재가 나온다네. 외약짝에 우뚝 솟은 조령..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2020.09.08잠에서 깨니 새벽 두 시,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빨아놓은 옷들이 다 마르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든 탓이다. 다시 잠들기 어렵겠다 싶어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네 시, 미리 받아놓은 만 원짜리 비싼 밥 챙겨 먹고 행장 챙겨 길을 나선다. 04시 40분, 달빛 교교한 산골 동네 고샅을 더듬어 산으로 향한다. 집집마다 문 개들이 이리 많은지.. 오사허게도 짖어싼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길 가의 돌탑, 내려올 때도 부처로 보이더니 오를 때도 부처로 보인다. 봉암사에서 설치한 가시철망 삼엄한 은티고개 거쳐 조망 없는 주치봉, 매우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산행 초반이라 쉽게 올랐다. 봉암사는 무슨 경계가 그리 삼엄한 지.. 막 파놓은 듯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오소리 똥굴이라 하더라. 여기에 똥을 퍼..
백두대간 버리미지개~이화령 1(버리미기재-은티고개)
백두대간 버리미지개~이화령 1(버리미기재-은티고개)
2020.09.08도상거리 33km, 구간 안에 산을 넘는 도로가 없다. 하여 단박에 돌파해버릴 것인지, 산중에서 1박 할 것인지, 아니면 두 번에 나눠서 할 것인지 이모저모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머리만 굴리다 1년이 훌쩍, 속절 없다. 태풍과 태풍 사이 길을 나선다. 일단 괴산군 송면, 점심을 먹으며 현지 사정을 종합한다. 재 넘어 가은읍에 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 산행 기점에 서니 오후 1시 50분, 늦었다. 고갯마루 감시 초소는 굳게 잠겨 있더라. 순식간에 산으로 스며든다. 고개 건너 눈 앞에 곰넘이봉, 대야산을 가리고 있다. 장성봉 오르는 동안 군데군데 바위가 나타나 조망이 터진다. 장성봉 부근, 곰넘이봉이 한참 눈 아래로 깔리고 대야산이 면모를 드러낸다. 그 너머 아스라히 속리산 능선. 바위 지..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2019.05.18가던 길 못다 가고 도중(고모치)에 내려온 곳은 괴산군 청천면, 나를 데리러 오는 청주 미원 사람 "지금 청천면 소재진데 40분 더 가야 한다" 말한다. 면 내에서 40분을 달린단 말인가? 알고 보니 청천면이 무지하게 크더라. 증평군보다 크다던가, 맞먹는다던가.. 집으로 가자는 것 마다하고 면 소재지 근처 여관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뱃구레 든든한 산행을 해야지. 평소 먹지 않는 아침을 먹는다. 올갱이국 좋다. 김밥도 세줄 사고.. 출발이 사뭇 좋다. 다시 고모치로 오르는 길, 영업을 중단한 거대한 석산을 지난다. 포크레인이야 덤프차야 각종 중장비들이 방치된 체 고철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얼추 복구는 마친 듯 바위를 파먹던 산이 그리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 꽃도 보고 새도 보며 할랑할랑 산길을 간다. ..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2019.04.25요사이 제법 빡세게 살았다. 겨우내 제껴두었던 일 이제야 손에 잡은 것이니 자초한 어려움이다. 그 일이 얼추 마무리되어간다. 거듭되는 술자리로 몸은 무거운데 가슴속 응어리는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때는 바야흐로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날, 백두대간이 나를 부른다. 그래 씻고 와야지.. 가야겠다.. 길을 잡아 나선다. 늦은 밤 홀로 기울인 막걸리 석잔에 출발이 늦어졌다. 고속도로 타고 오르던 길, 화서IC에서 내린다. 낯익은 지명들이 나타난다. 길은 화령 지나 비재, 갈령으로..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왼짝에 두고 늘재로 이어진다. 녹색으로 표시된 도로가 화령에서부터 이어진다 보면 무방하다. 늘재에 차를 두고 청화산을 오르는 것이 이번 대간길의 들머리가 되겠다. 늘재에는 성황당이 있다. 그럴듯하게 개축해..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2019.03.06농성장의 밤이 깊어간다. 노회한 군의원의 정치적 야심과 술수에 농락당한 농민수당, 일시적 곡절에 불과하지만 치욕스럽다. 농민의 이름으로 되갚아주마.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막급하게 만들어주겠노라 다짐한다. 간만에 맞는 고요한 밤, 엊그제 다녀온 백두대간을 되돌아본다. 대간 가는 길, 북접 농민군 최후 항전지 북실전투 현장에 조성된 동학 농민혁명 기념공원을 지난다. 렌즈가 없다. 차 속을 발칵 뒤집어도 없다. 사진기만 가져오고 렌즈를 놓고 왔다. 렌즈 찾는다고 정신이 사나워져 술 한잔 올리지 못앴다. 옥천, 보은을 경유하여 오후 네시경 비재를 출발, 지나온 봉황산을 돌아본다. 나는 오늘 피앗재 산장까지 간다. 피앗재 산장은 대간을 뛰던 형이 추풍령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와 잠을 청한 곳이다. 바람처럼 비호처럼 ..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2019.02.03인생 반백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디뎠던 백두대간 종주, 달포 가량 나름 쾌속 질주하다 상주 구간에 이르러 4년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 산줄기가 약해져 그 옛날부터 온통 신라 땅이었던, 오늘날에도 겨우 면단위나 가르는 곳.. 나는 여기를 백두대간의 수랑이라 일컬으며 절반도 못 가고 중단된 내 결심의 박약함을 은폐해왔다. 그간 상주 땅을 벗어나기 위한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때로는 하루를 잡아 쏜살같이 통과해버릴까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더랬다. 그러는 사이 4년이라는 세월이 덧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러니 계획과 구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대간길을 개척했던 초기 답사자들에게 상주 구간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별다른 특징없는 나지막한 칙칙한 잡목 ..
7차 : 추풍령-큰재, 백두대간 지루박 구간
7차 : 추풍령-큰재, 백두대간 지루박 구간
2015.03.14영동에서 닭을 많이 키우는 수호 형이 부탁한 청미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청미는 덜 익은 푸른 나락이 도정 과정에서 색체선별기에 의해 걸러진 것이다. 일종의 싸레기라 할 수 있겠는데 좀 다르다. 보조 닭 모이로 쓰려나 보다. 좌우튼 잘 되얐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더라고 청미 2톤가량을 싣고 영동으로 달려간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팔팔에 곰배팔 구구 닭 모시.. 3월 12일, 수호 형 댁에서 자고 이른 아침 추풍령으로.. 추풍령에 관한 이러저러한 얘기를 듣는다. 수호 형은 돌아가고 금세 금산에 올랐다. 꽃샘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추풍령면 소재지를 내려다본다. 추풍령면은 옛 황금면을 91년도 개명해서 오늘에 이른다. 과거 번성했던 추풍령을 그려본다. 그 옛날 일본과 조선을 왕래하는 사신이 추풍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