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백두대간
6차 세째날 : 백두대간의 굴욕, 추풍령은 어디에..
6차 세째날 : 백두대간의 굴욕, 추풍령은 어디에..
2015.03.11이제 가성산, 눌의산 넘어 추풍령까지 가면 이번 판 대간 일정이 마무리되겠다. 괘방령과 추풍령이 몹시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둘 다 매우 낮은 고개들이고 가성산, 눌의산 역시 지금껏 지나온 산들에 비하면 야트막하고 순하게 생겼다. 거리 또한 짧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대보름달만 아직 남아 텅 빈 고갯길을 휘영청 밝히고 있다. 밤중에 들었다 새벽에 나왔으니 괘방령이 어찌 생겼는지는 알 길이 없다. 두 길에 실린 세월과 그로 인해 덧쌓였을 이러저러한 무게를 빼면 지방도, 국도 지나가는 산모탱이 돌아가면 나오는 그냥 그런 고갯길일 따름이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조무래기들은 영판 귀할 것이고 이따금 딸네집 가는 할매들이나 보따리 끼고 앉아 시내버스 기다릴 그런 길. 좌우튼 나는 다시 길을 나선다. 산길..
6차 둘째날 : 대보름 달빛 안고 괘방령으로.,
6차 둘째날 : 대보름 달빛 안고 괘방령으로.,
2015.03.10참으로 잘 잤다. 대략 9시간을 죽은듯이.. 네시 반, 라면 하나 끓여 엊지녁 얻어놓은 식은밥 말아 후루룩 먹어치운다. 주섬주섬 채비하고 길을 나서니 다섯시 반. 산 너머 하늘이 왜이리 밝나 했더니 서짝 하늘에 달 걸린 모양이다. 한시간은 넘게 걸어야 다시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어두운 산길, 올빼미가 운다. 어지간하면 등골이 오싹할 소린데.. 무척 반갑다. 지난번 남원 교룡산성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서도 등 뒤에서 올빼미가 울었더랬다.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약수터에서 물 받고 나니 동짝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마음이 급해지지만 차분히 오를 일이다. 아뿔싸! 해가 떠오른다. 삼도봉 100미터 전방.. 그래도 과히 늦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오늘은 혼비백산하지 않는 차분한 산..
6차 첫째날 : 대덕산 넘어 삼도봉 가는 길, 백두대간에 바람이 분다.
6차 첫째날 : 대덕산 넘어 삼도봉 가는 길, 백두대간에 바람이 분다.
2015.03.093월 3일 밤늦게 도착한 소사고개 아래 하늘땅 정보화마을,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 정도화 농민과 접선한다. 든든한 빽을 둔 덕에 공짜라 좋긴 한데 겨우내 한 번도 손님이 들지 않았다는 방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다. 보일러에 문제가 있는 듯.. 방바닥을 지나는 호스에 공기가 들어간 모양이다. 데워진 물이 기름보일러와 전기보일러 사이에서만 맴도느라 방바닥을 데우지 못한다. 그저 미적지근한 정도. 보일러실을 몇 번 들락거렸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내리던 눈이 그치고 보름을 앞둔 달은 휘영청 밝은데 산줄기를 훑어내리는 매서운 바람이 밤을 새워 불었다. 새벽녘에야 눈을 붙여 늦잠을 자고 말았다. 서둘러 소사고개 탑선 슈퍼로 간다.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다. 길가에 세우고 앞바퀴 위에 열쇠를 올려두고 길을 나선다..
5차 둘째날 : 덕유산 지나 삼봉산, 삿갓골재에서 소사고개까지
5차 둘째날 : 덕유산 지나 삼봉산, 삿갓골재에서 소사고개까지
2015.03.03풍력발전기 쌩쌩 돌아가는 삿갓골재 대피소, 산장의 밤은 따뜻했다. 거의 찜질방 수준이다. 진짜로.. 산에 온 것인지 술집에 온 것인지 모를 정도로 취해버린 일군의 산객들로 인한 다소간의 소란을 빼고는 모든 것이 쾌적했다. 무룡산에서 일출을 볼 요량으로 6시가 살짝 넘어 길을 나선다. 아직 어두운 시각 오늘은 다시 혼자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잔잔하고 푸근한 날씨 구름이 많이 낀다 했다. 장수덕유에서 남덕유를 거쳐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기세가 날카롭다. 지나온 길과 달리 무룡산에 이르는 구간에서 대간은 부드럽고 넉넉해진다. 그래 그리하여 덕유산이로구나.. 삿갓봉에서 뻗어내린 두툼한 산줄기가 호랭이 등껍닥같다. 대간과 정맥 사이에 낀 장수 방면의 자잘한 산들이 낮게 깔려 있다. 무룡산에서 일출을 본..
백두대간 5차 첫째날 : 덕유주릉(육십령~삿갓골재)을 밟다.
백두대간 5차 첫째날 : 덕유주릉(육십령~삿갓골재)을 밟다.
2015.03.01생사를 넘나드는 병상을 박차고 나선 형은 2008년 5월 대간 종주를 시작하여 3박 4일 만에 육십령에 도달하였고, 일주일 후 한걸음에 덕유산을 벗어나는 괴력을 발휘했다. 나는 날수로 닷새, 기간으로는 한 달이 걸렸고 이제 이틀간 덕유 주릉을 밟아 무풍(소사고개)까지 갈 계획을 세웠다. 형은 대간 종주 이후 온 나라 산줄기를 부리나케 답파하고 마라톤에 심취하는가 싶더니 홀연 세상을 뜨고 말았다. 철인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여 제일 오래 살겠다 싶었는데 순서고 예의고 싹 다 무시해버리고 형제 간들 중에 가장 먼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작년 8월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형이다. 형은 거종이고 나는 대종이다. 지나오는 대간길에서 행여나 형의 흔적이 있나 더듬거렸으나 부질없는 일...
4차 : 남원 지나 함양, 지리산 그늘에서 벗어나다.
4차 : 남원 지나 함양, 지리산 그늘에서 벗어나다.
2015.02.23새벽 네시 집을 나서 복성이재 도착하니 다섯시 반, 집에서 점점 멀어진다. 오늘은 육십령까지 간다. 정월 초이틀, 쪽달조차 없는 밤하늘엔 별만 가득. 쏟아지는 별빛을 담을 재간 없어 한참을 바라만 보다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에 접어들자 무덤이 보이고 으스스한 기운이 일어난다. 이런때는 그저 걷는 수밖에.. 소나무 숲길을 지나 매봉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간 양쪽 장닭들 앞다퉈 새벽을 알리니 아영고원 불빛 너머 여명이 비치기 시작한다. 봉화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기 위해 부지런히 걷는다. 늘 그렇지만 일출시각을 알고 가면서도 밝아오는 동짝 하늘에 마음이 과도하게 앞선다. 너무 서둘렀을까? 오른짝 장딴지가 뜨끔하더니 통증이 온다. 대간길에 나선 이래 가장 길게 잡은 구간인데.. 백운산 깔끄막 오..
3차 : 갑오년 농민군의 한이 서린 백두대간 남원구간(여원재-복성이재)
3차 : 갑오년 농민군의 한이 서린 백두대간 남원구간(여원재-복성이재)
2015.02.144시 반에 집을 나서 복성이재에 차를 두고 여원재에 도착하니 6시 반. 남원 보절 사는 농민회원의 도움을 받았다.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여원재 고갯마루, 조각달이 중천에 떠 있다. 여원재에서 고남산에 이르는 구간은 120년전 운봉을 공략하려던 농민군과 운봉의 박봉양 민보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장이다. 가장 큰 전투는 방아치에서 벌어졌다. 고남산으로 가파르게 치고 오르기 전의 나지막한 구릉형의 산지가 이어지는 지역이다. 김개남포의 농민군은 이 전투에서 패해 예기가 꺾이고 영남지방으로의 진출이 좌절되었다. 당시 박봉양 민보군은 영남지역 민관의 지원을 받아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구간은 해 뜨기 전 어둠 속에서 빠르게 통과하였다. 그날의 농민항쟁을 기억하는 양 동짝 하늘이 핏빛으로 밝아온다...
백두대간 2차 :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
백두대간 2차 : 성삼재에서 여원재까지.
2015.02.08국립공원에 속한 산길은 봄, 가을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이 통제되는 구간이 있다. 지리산은 2월 16일부터, 덕유산은 3월 2일부터..때문에 설 안에 남은 지리산 구간, 설 이후 덕유산 구간까지 통과하지 않으면 3~4월 내내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될 형편이다.기왕지사 시작한 일 속도를 높여 빠르게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2월 7일 새벽 네시 반 집을 출발하여 다섯시 반 순창 대가리, 여섯시 반 성삼재에 당도했다. 성삼재에 나를 내려주고 순창사람 정룡이는 바로 돌아가고 이따 다시 마중나오기로 했다. 해발 1,100미터가 넘는 고갯마루임에도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날씨가 의외로 푹하다. 남방 하나 걸치고 달빛 은은한 산길로 접어든다. 고리봉 부근에 이르니 동녘이 희뿌연하게 밝아오고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반야봉..
백두대간
백두대간
2015.02.04東史曰 朝鮮音潮仙 因仙水爲名 又云鮮明也 地在東表日先明 故曰朝鮮 《동사》에 이르기를 조선(潮仙)이라 소리나는 ‘朝鮮’은 선수(仙水)로 말미암아 이름을 삼음이요 또한 이르기를 선명(鮮明)한 것이라,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뜰 때 먼저 밝아오므로 조선이라 한다 하였다. 山經云 崑崙一枝 行大漠之南東 爲醫巫閭山 自此大斷 爲遼東之野 《산해경》에 이르기를 곤륜의 한 갈래가 대막(넓은 사막)의 남동으로 가 의무려산이 되고 이로부터 크게 끊어져 요동 벌판이 되었다. 漉野起爲白頭山 爲朝鮮山脈之祖 山有三層 高二百里 橫亘千里 其巓有潭 名謂達門 周八百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 마른 벌이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조선산맥의 시조다. 산은 셋으로 층졌는데 높이는 200리, 가로는 1000리에 걸쳐 있으며, 그 산꼭대기에는 못이 있어 이..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1차 둘째날 : 노고단에서 용의 눈알을 찍다.
2015.02.03치밭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쉬 녹지 않는 몸을 밤새 뒤척이다 새로 두시가 넘어서야 편안해졌다. 새벽 5시,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어젯밤 남겨놓은 밥을 끓여 훌훌 넘기고 길을 나선다. 그럭저럭 6시가 다 되었으나 아직 어둠 속, 하동 쯤으로 생각되는 도시의 불빛이 한치잡이 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룬 제주 밤바다같다. 바람은 없으나 몹시 추워 출발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선답자들에 의해 잘 다져진 눈길이 수월하다. 한시간쯤 걸으니 어둠이 물러나고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천왕봉 일출은 그지 없이 장관이겠다. 천왕봉 그만 쳐다보고 이젠 나를 보란듯 반야봉이 지척에서 손짓한다. 덕평봉 지나 벽소령 사이 중간, 어느 골짝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지..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1차 첫째날 : 백두대간에 내딛는 첫발, 지리산 종주.
2015.02.02백두대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인다. 대간의 기원과 의미가 회자되기 시작하던 80년대 말부터 줄곧 흠모해왔다. 그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나이 50, 뭔가 기념비적인 일 한가지는 하고자 함이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되새김질도 하고 새날을 그리며 사색도 하고, 몸 튼튼 마음 튼튼 두루두루.. 서울에 살던 시절 저전거 타고 집에 내려오는 계획을 무수히 세웠더랬다. 이제 더 이상 계획으로만 머무르지 않으리라. 시작을 해야 끝을 볼 수 있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내딛는 첫걸음에 하룻밤 재워주고 새복길 달려 산청땅까지 실어다준 구례 사람 내외간과 지리산 종주길에 함께 한 순창 사람에게 감사디린다. 대원사 골짜기를 거슬러 윗새재 마을까지 차로 올라가려 했으나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가 언덕을 못이겨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