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눈 덮인 겨울산으로 떠나요.
눈 덮인 겨울산으로 떠나요.
2014.12.07이번 주 내내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아들 녀석과 방장산을 오른다. 황량한 겨울산이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겨울산은 역시 눈이 내려야 제맛이다. 12시가 넘었다. 좀 더 일찍 서둘렀더라면 좋았겠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눈이 부시다. 가파른 산길을 톺아올라 능선에 당도했다. 능선에는 눈이 많다. 방장산 능선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벽오봉 지나 억새봉에 도착했다. 눈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로 방장산 주봉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를 낸답시고 억새봉 턱 밑까지 산을 많이도 절단 냈다. 몇 년은 지나야 흉한 꼴이 좀 사라지겠다. 억새봉에는 더 이상 억새가 없다. 페러글라이딩 한다고 잡목을 싹 제거해 민둥산을 만들어버리더니 억새조차 제거하고 잔디를 깔아놓았다. 바람이 몰아붙인 봉우리 안부는 눈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무..
강천산에서 산성산까지 호남정맥 밟기
강천산에서 산성산까지 호남정맥 밟기
2014.10.24산성산을 목표로 강천산을 오른다.추석을 지낸 많은 귀성객들이 가족 단위로 강천산을 찾아 산아래 주차장이 만원이다. 호남정맥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곳, 우리집에서 강천산을 가기 위해서는 호남정맥 고갯길을 세번이나 넘어야 한다. 내장 갈재, 추월산 부근 천치재, 구림면 오정자재. 이 구간의 산들은 하늘을 찌르는 기세는 없지만 산세가 중첩되어 몹시 치열하다.내장산을 지난 호남정맥이 백암산을 경유하여 거침없이 남하하다가 추월산을 타고 북상, 가마골을 거쳐 다시 산성산으로 심하게 요동치며 매우 전형적인 갈지자 행보를 하는 탓이다. 깃대봉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산성산으로 가는 길은 능선까지 치고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몹시 편안한 산길의 극치를 보여준다.깃대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금강교를 지나..
북악산 성곽길
북악산 성곽길
2014.10.06와룡공원에서 창의문까지 북악산 성곽길을 걸었다. 한양도성 구간 중에서는 가장 험준한 산악구간이라 한다. 북악산은 경복궁의 진산이다. 그런 북악산과 경복궁 사이에 청와대가 끼어들어 이제는 청와대 뒷산으로 더 친숙하다.청와대가 들어서고 1.21 사태 등을 거치면서 군사지역으로 봉인되었다가 일반에 개방된 것이 채 10년이 안되었다. 안국동에서 성대 윗쪽 와룡공원까지 가는 마을버스로 이동하였다. 와룡공원에서 약 20분가량을 걸어올라 말바우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교부받는다.말바우 안내소에서 숙정문까지는 잠깐이다. 숙정문은 사대문 중 북대문에 해당한다. 실제 통행보다는 상징적 문이라 한다. 숙정문을 통해 성밖길로 나가면 삼청각으로 갈 수 있다. 삼청각 하니 곧바로 박정희가 연상된다. 어린 시절을 고..
방장산에서 비박을..
방장산에서 비박을..
2014.09.14추석을 이틀 앞둔 8월 열 사흗날 밤, 야음을 틈타 방장산에 올랐다. 정상 바로 못 미쳐 전망대로 만들어놓은 망루를 안성맞춤의 야영터로 눈여겨왔다. 구름이 다소 많고 아직 다 차지 않았으나 달빛은 교교하였다. 한바탕 비 오듯 땀을 쏟아내어 능선에 오르고 능선길을 걸어 대략 두 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당도하였다. 자정이 넘어부렀다. 너무나 늦게 출발했군.. 그래도 술은 묵어야지. 땀에 젖은 옷을 할랑할랑 벗어던지고 소주 시병을 금세 볼라버린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상쾌하기 그지없다. 텐트를 쳤으나 텐트 속에 들지 않고 하늘을 지붕 삼아 잠이 든다. 비박하기 딱 좋다. 구절초 피면 텐트 없이 한번 더 와야겠다 생각하다 살짝 눈 감았는데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장성 쪽은 구..
장흥 천관산 달팽이 산행
장흥 천관산 달팽이 산행
2014.08.12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였다. 천관산을 오른다. 천관산은 이래저래 장흥 위씨들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위씨 집에서 자고 나서는 길이라 각별하게 느껴진다.천관산 기슭의 방촌 마을은 위씨들이 모여 살고 산으로 드는 입구에 '장천재'라는 위씨들의 재각이 있다. 장천재를 들머리로 삼아 산행을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시나브로 거칠어진 빗줄기가 우산을 꺼내게 만든다. 장천재 입구 청뢰문에 서서 우뢰 소리를 기다려보지만 들리지 않는다. 장천재를 지키다 늙어 죽은 소나무가 애처롭다. 팔색조 어린 녀석을 보았다. 최소한 세마리 이상은 되어보이는 녀석들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다 땅벌집을 건드려 벌 두방 쏘이고 퇴각. 10여분가량 몸의 반응을 살폈으나 이상 없어 금강굴을 지나 환희대에 이르는 길을 잡아 산을 오르기 ..
남해 금산 보리암
남해 금산 보리암
2014.08.08중천에 뜬 해, 뿌연 시야가 감흥을 반감시킨다. 더욱이 산의 대부분을 차로 올라버리니 애써 걸어오른 사람만이 맞이할 수 있는 벅찬 감동이 없다. 금산은 숲이 정말 좋았다. 해발고도 700여미터의 산이니 걸어오르는 산길을 찾아 싸드락싸드락 오를 일이다. 두모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이 좋아보인다. 여유가 있다면 안날 오후쯤 여유있게 올라 산중에 있는 부산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 일찍 일출을 보는 것이 좋겠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풍경들 정상에서 내려다본 보리암과 그 아래 사람 사는 동네, 저 멀리 바닷가 상주 해수욕장이 보인다. 부산산장의 손바닥만한 텃밭과 막걸리터밥 한상 시켜놓고 막걸리잔 기울이면 더 없이 좋겠다. 직접 담갔다는 막걸리는 시큼하니 그닥 좋지 않았다. 살다 또 올 일 있을까? 부산산장에서 하룻..
정읍 입암산
정읍 입암산
2014.01.05요사이 동네 앞 저수지에서 해돋이와 석양 노을을 보는 재미가 좋다. 코도배기에 가면 한 장소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내장산, 입암산, 방장산이 연이어 늘어서 있고 해는 내장산과 입암산 사이 순창새재 근방에서 떠올랐다. 왼쪽부터 내장산, 입암산, 방장산이다. 오늘은 성내 사는 동갑내기들이 함께 하는 성주회 친구들과 입암산으로 신년 산행을 가기로 했다. 만든 지 20년쯤 되었는데 주름살 늘어가고 술 양 줄어드는 것 말고는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함이 없다. 좌우튼 나는 오늘 입암산에 든다. 약속 장소인 입암면 소재지 천원리에서 입암산을 올려다보았다. 아홉 시가 다 되었는데 해는 아직 산 뒤에 있고 산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아무리 바빠도 랜즈 좀 닦아야 되겠다. 먼지 낀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 같다..
눈 내린 방장산
눈 내린 방장산
2014.01.03눈 없는 겨울산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가? 눈만 내리면 내 마음은 산으로 달린다. 눈 많은 고창, 겨울 방장산은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 해가 바뀌기 전인 지난 주말 많은 양은 아니지만 눈이 내렸다. 허리까지 차는 눈을 헤치고 아무도 지나지 않은 능선길을 걷는 묘미를 나는 오직 방장산에서만 제대로 느껴보았다. 달리 할 일이 없다. 장작 몇조각 쪼개놓고 방장산으로 향한다. 가평마을에서 보는 방장산이 웅장하다. 이번에는 오랫만에 용추골에서 직등하여 주릉을 타다 파릿재에서 하산하여 다시 용추골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였다. 양고살재에 새 도로가 뚫리기 전에 많이 타던 산길이다. 용추골에서 오르는 길은 주릉에 도달하기까지 한치 에누리 없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대신 가장 빠르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고도가..
갑오년 첫날 천마봉 해맞이
갑오년 첫날 천마봉 해맞이
2014.01.01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농민들에게 갑오년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갑오농민전쟁 120주년, 60 갑자를 두 번 지나 다시 찾아온 갑오년. 갑오년 농민군이 들었던 '척양척왜' '보국안민' '제세창생' 등의 기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할뿐더러 긴요하다. 다시 찾아온 갑오년은 우금치를 넘어 한양을 도모하고 미일 외세를 완전히 몰아내는 투쟁을 제대로 벌여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갑오년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어디에서 맞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천마봉을 찾았다. 미명 속 천마봉, 아직 잠에서 덜 깬 도솔계곡, 다만 도솔암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만이 계곡을 울린다. 지장보살을 모신 도솔암답게 오로지 '지장보살'만 고아댄다.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된장 고추장'..
눈 내린 내장산 서래 불출 구간
눈 내린 내장산 서래 불출 구간
2013.12.22눈 쌓인 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만 내리면 마음은 산으로 달린다. 이번 주말에도 눈이 내려 맘은 벌써 서너개의 산을 오르내렸지만 정작 몸은 산 아래 묶여 있다. 앞으로도 눈 올날 많겠지.. 올해는 작년보다 더 멋진 송년산행을 준비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니 지붕 위에 눈이 살포시 덮혀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이야기다. 맘은 설레고 예정에 없던 산행에 나선다. 어디로 갈까? 오른 자리로 되돌아오기 용이하고 서울 가는 교통 다양한 곳, 정읍 내장산으로 간다. 내장산, 그 중에서도 서래봉은 우리집 마루에서 잘 바라다보인다. 집을 지으면서 좌향을 그리 잡은 것이다. 서래봉이 바위가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암릉으로 된 풍수상 '화산'에 속하고 집은 보통 화산을 바라보게 짓는다 들었다. 내장산 일주문에 당도하였다. 내..
전주 중바우산(치명자산), 기린봉
전주 중바우산(치명자산), 기린봉
2013.11.27치명자는 순교자의 옛말이다. 전주 치명자산은 순교자산이라는 말이 되겠다. 신유박해 당시 남문 밖에서 처형된 전라도 지역 최초의 천주교도 일가족이 이 산에 묻혀 있다 한다. 치명자산 성지라는 이름으로 성역화되어 있다. 본래 이름은 중바위산, 산봉우리에 있는 중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래서인가? 자잘하긴 하나 꽤 많은 절을 산자락에 품고 있다. 중이 고깔을 쓴 형상이라 하는데 어디서 봤을때 그리 되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여튼 중바우산이라는 이름이 더 정감이 간다. 생태박물관 주차장에서 한벽당 터널을 지나 능선을 타고 중바위에 올랐다. 도심을 가르는 전주천이 흐르고 왼편에 완산칠봉, 정면에 황방산이 보인다. 완산칠봉 일대는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과 관군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곳이다. 완산칠봉 어딘..
관악산(과천종합청사~서울대)
관악산(과천종합청사~서울대)
2013.11.17사흘 밤낮을 시청광장 농성장에서 지냈다. 마당이 넓어 화장실이 너무 먼 것을 제하고는 부족한 것이 없는 농성장이다. 노숙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진보당원들, 지금도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에 비하면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토요일 새벽, 농성장을 나서 관악산으로 향하였다. 오늘 하루는 땡땡이다. 4호선 지하철에 몸을 싣고 관악산을 검색한다. 어디로 오를 것인가..6봉능선이 눈에 띈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구미를 당긴다. 하산길은 시간을 봐가며 정하기로 하되 입산길은 결정되었다. 과천종합청사 7번 출구, 계단이 꽤 길다. 계단 밖 늦은 단풍 아래 등산객 하나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다. 종합청사에서 왼쪽으로 꺾어 청사를 끼고 관악산 쪽으로 걷는다. 국사편찬위원회 앞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