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작은차갓재~저수령, 백두대간에 가을이 깊어간다.
작은차갓재~저수령, 백두대간에 가을이 깊어간다.
2020.10.19자꾸만 집에서 멀어져 가는 백두대간, 차갓재에서 죽령까지 이틀 일정을 잡았다. 저수령에 차를 두고 지난 구간 이용했던 동로 개인택시를 불러 안생달 마을로 이동, 택시요금 3만 원. 오후 1시, 안생달 마을 최상단에서 작은 차갓재를 향해 출발.. 많이 늦었다. 30여 분 오르니 첫 조망이 터진다. 안생달 마을과 지나온 대간길이 보인다. 한 주만에 다시 찾은 백두대간, 가을색이 깊어졌다. 날은 흐려도 단풍은 빛난다. 고도가 올라가니 지나온 길이 좀 더 선명해진다. 대간길은 늘 갈 지자 혹은 말발굽 형태.. 월악산이 아스라하다. 바위 투성이 도락산, 땡겨보고 밀어보고.. 사진 복판 벌재 올라오는 길, 오른짝 끝 저수령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고갯길 너머 황정산, 그 너머 산들은 아마도 내일 걷게 될 다음 구간..
가을날 백두대간(하늘재-작은 차갓재)
가을날 백두대간(하늘재-작은 차갓재)
2020.10.14정선 귤암리, 먼 길을 달려 갖은 버섯에 멧돼지 머릿고기와 소주 여러 병을 해치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늦잠을 잤다. 2시 반에 알람을 맞췄더랬는데 4시, 버섯 국물에 밥 말아먹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하늘재, 네비의 도착시간을 마구 경신해가며 새벽길을 달린다. 평창, 영월 지나 제천 거쳐 단양, 백두대간 벌재 넘어 문경 땅에 들어서니 동로면.. 왠지 귀에 익은 지명, 지도를 들여다보니 이번 구간 도착지 차갓재 아래 안생달 마을이 지척이다. 산행이 끝난 후 이동 문제, 차량 회수 문제로 겁나 고심했더랬는데 한방에 정리가 된다. 안생달 마을 깊숙이 차를 두고 적어둔 동로개인택시(010-433-3103) 불러 하늘재로, 택시요금 3만 원. 07시 45분, 하늘재 출발. 포암산 베바위가 힐끗 보인다...
걸어서 하늘까지(백두대간 새재~하늘재)
걸어서 하늘까지(백두대간 새재~하늘재)
2020.10.07지리산 달구경 마치고 대간으로 간다. 새재에서 새재로, 백두대간 종주의 첫발을 내디뎠던 윗새재 마을에서 문경새재로.. 세 시간 반가량 소요되었다. 13시 15분, 조령산 휴양림에 차를 두고 새재 옛길을 거슬러 오른다. 한 번에 끝냈어야 할 구간을 두 번에 나눠서 가는지라 널널하지만 그렇다 해도 다소 늦었다. 우선 밥부터 먹자고.. 조령 3 관문에서 시작된 대간길을 추어올라 마패봉을 지척에 두고 조망 좋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지나온 산줄기와 봉우리들, 가야 할 산줄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대간이 삥 돌아가네. 이번에도 동행이 있다. 강원도에서 달려온 곰돌이.. 대간 길이 강원도에 접어들면 신세를 많이 지게 될 것이다. 오른편의 조령산과 신선암봉, 외약짝의 부봉과 주흘산. 외약짝 뒤편의 주흘산을 탄항산이..
지리산 달맞이
지리산 달맞이
2020.10.04새끼들이 오지 않으니 추석이라고 할 일이 없다. 이게 그런 것이로군.. 정성을 다해 공 들여 벌초한 것으로 모든 것을 가름하고 이것저것 다 작파해 버렸다. 그런 줄 아시겄지 뭐, 코로나 세상인데.. 배낭과 침낭을 챙긴다. 여기저기 곰팡이가 펴 있다. 빨랫줄에 널어놓고 이리저리 뒤적이며 한참을 말렸다. 주섬주섬 챙겨 길을 나선다. 조개골과 쑥밭재 언저리에서 달뜨기재 너머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겠다는 나의 일념은 꽤 집요하다. 작년에 봐 둔 곳이 있다. 16시 30분, 윗새재 마을에서 산으로 든다. 잠시 길을 잃었다. 작년에도 그랬던 자리, 유념하면서 길을 살폈는데도 같은 자리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빨리 제 길을 찾았다. 급경사 오름길 칙칙한 산죽밭을 헤쳐 오른다. 다 왔다. 해발고도가 ..
이화령~조령 3관문, 백두대간에 비 나린다.
이화령~조령 3관문, 백두대간에 비 나린다.
2020.09.15남도에 내리던 비가 밤 사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이건 예보와 다르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망설이다 에라 가자 하고 어렵게 이화령에 다시 섰다. 오늘은 동행이 있다. 속리산 구간을 지나면서 신세 졌던 충북의 농사형제.. 이화령, 부슬부슬 나리는 비를 무릅쓰고 길을 나선다. 오르고 또 올라 조령산, 함께 오른 충북 사람 늑대 미소가 싱그럽다. 비가 그치고 날이 깨어난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고 탄성도 함께 터진다. 눈 앞에 신선암봉, 저 건너 부봉. 신선암봉 직전 조망대에서 다리 쉼을 한다. 부봉 지나 탄항산으로 달려가는 장쾌한 마루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밥을 묵세.. 늑대 딸래미표 주먹밥이 아주 맛나다. 가야 할 길, 저~기 외약짝 하얀 봉우리를 넘어서야 새재가 나온다네. 외약짝에 우뚝 솟은 조령..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이화령 2(은티고개-이화령)
2020.09.08잠에서 깨니 새벽 두 시,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빨아놓은 옷들이 다 마르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든 탓이다. 다시 잠들기 어렵겠다 싶어 몇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네 시, 미리 받아놓은 만 원짜리 비싼 밥 챙겨 먹고 행장 챙겨 길을 나선다. 04시 40분, 달빛 교교한 산골 동네 고샅을 더듬어 산으로 향한다. 집집마다 문 개들이 이리 많은지.. 오사허게도 짖어싼다.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길 가의 돌탑, 내려올 때도 부처로 보이더니 오를 때도 부처로 보인다. 봉암사에서 설치한 가시철망 삼엄한 은티고개 거쳐 조망 없는 주치봉, 매우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산행 초반이라 쉽게 올랐다. 봉암사는 무슨 경계가 그리 삼엄한 지.. 막 파놓은 듯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오소리 똥굴이라 하더라. 여기에 똥을 퍼..
백두대간 버리미지개~이화령 1(버리미기재-은티고개)
백두대간 버리미지개~이화령 1(버리미기재-은티고개)
2020.09.08도상거리 33km, 구간 안에 산을 넘는 도로가 없다. 하여 단박에 돌파해버릴 것인지, 산중에서 1박 할 것인지, 아니면 두 번에 나눠서 할 것인지 이모저모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머리만 굴리다 1년이 훌쩍, 속절 없다. 태풍과 태풍 사이 길을 나선다. 일단 괴산군 송면, 점심을 먹으며 현지 사정을 종합한다. 재 넘어 가은읍에 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 산행 기점에 서니 오후 1시 50분, 늦었다. 고갯마루 감시 초소는 굳게 잠겨 있더라. 순식간에 산으로 스며든다. 고개 건너 눈 앞에 곰넘이봉, 대야산을 가리고 있다. 장성봉 오르는 동안 군데군데 바위가 나타나 조망이 터진다. 장성봉 부근, 곰넘이봉이 한참 눈 아래로 깔리고 대야산이 면모를 드러낸다. 그 너머 아스라히 속리산 능선. 바위 지..
암태도 승봉산
암태도 승봉산
2020.09.01열흘 전쯤 갑작스레 찾아온 가슴 통증. 정황상으로는 과도한 음주, 증상을 놓고 보면 심장 문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당히 부하를 걸어가며 몸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다. 틈틈이 산을 찾아 가벼운 산행을 반복했다. 서서히 완화되던 가슴 통증이 이내 사라졌다. 최종 검토를 위한 산행을 계획한다. 남방의 나비도 볼 겸 남쪽으로.. 하여 찾았다. 암태도 승봉산.. 산행 기점은 노만사, 물이 좋은지 물 뜨러 온 사람들이 있다.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 한다. 대웅전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미적지근하지만 단 맛이 나는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오리바위에 오른다. 하늘엔 구름, 바다엔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도 다 제 이름이 있다. 다리 건너 추포도 앞에는 시어머니..
지리산 만복대
지리산 만복대
2020.08.26징한 장마를 보내고 정령치에서 만복대 구간을 여러 차례 찾았다. 섣부른 탓이었을까? 만복대는 매번 비구름 속에 자신을 감추고 나를 박대했다. 내 지리산에 크게 잘못한 게 없다 생각했는데 그리 살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차, 드디어.. 내가 만복대에 처음 이른 것은 5년 전이었다. 인생 반백년을 돌아본답시고 나섰던 백두대간 북상길, 때는 2월이었으니 지리산은 아직 겨울이었다. 짙은 운무에 싸인 만복대에서 20여분 개기고 버텨 반야봉을 영접하고 다시 길을 나섰더랬다. 얼마나 추웠던지, 지금 생각해도 뼈가 시리다. 이 날 이후 만복대는 내 머릿속 중요한 곳에 영롱하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세월 참 속절 없이 빠르다. 나의 대간 북상길은 충북과 경북 어간 문경 부근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일까?..
구름 좋은 날, 계룡산에서..
구름 좋은 날, 계룡산에서..
2020.07.23딸내집에서 하룻밤, 차를 끌고 서울에 올라온 게 얼마만인지 참 낯설고 두렵다. 행여나 차 막힐세라 이른 새벽 탈출을 감행한다. 5시 반, 이른 새벽이라 하나 날은 이미 밝았고 차들은 벌써부터 꼬리를 문다. 나는 지금 계룡산으로 간다. 기나긴 장마 통에 잠시 볕이 난다 하니 그 짬에 산도 오르고 예정된 회의도 치를 요량이다. 동학사 입구, 대략 두 시간가량이 소요되었다. 네댓 시간 정도의 짬을 확보했다. 어느 길로 올라 어떤 능선을 탈 것인가? 주릉을 조망할 수 있는 황적봉을 골랐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찾아 대강의 산행 계획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들머리를 잡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김밥 두 줄, 생수 1리터를 챙겼다. 20여분쯤 올랐을까, 바위가 나타나고 조망이 터진다. 구름 좋고 바람 시원하다. 용용하..
무등산 심춘산행
무등산 심춘산행
2020.04.224월도 하순으로 달린다. 신록은 산을 뒤덮고.. 봄을 찾아 떠나온 산행, 나는 무등산을 오른다. 나비도 보고, 새도 보고, 나도 보고.. 날 선 봄바람이 징하게도 불었다. 평일이지만 사람이 없지 않다. 수많은 산길 속에서 호젓한 산길을 골라 잡는다. 늘 그렇듯 능선에 오르자 산길이 편해진다. 휘파람 나오는 오솔길.. 서석대에 이르기까지 몇 번의 오르막이 반복되지만 전반적으로 개비에 손 넣고 할랑할랑 걷는 길이다. 철쭉 능선을 지나.. 오래된 무덤에 핀 제비꽃(호제비꽃) 볕 쬐는 멧팔랑나비 가을밤 풀벌레 소리를 내며 우는 '숲새'를 만난다. 중봉 가는 길, 고도가 높아지고 높아져 제법 고산 분위기가 난다. 중봉 아래 이르니 거짓말처럼 애호랑나비가 보인다. 내 너를 보러 예까지 왔노라. 애호랑나비의 존재를 ..
못 다 오른 바래봉
못 다 오른 바래봉
2020.01.31겨우내 눈 기다리다 눈 빠지겄다. 아직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나 내 사는 곳에 눈이 안 오니 눈 내린 곳으로 내가 간다. 아뿔싸 늦잠을 자고 말았네. 6시로 맞촤논 알람 소리는 듣도 못했다. 팔랑 마을, 나는 오늘 바래봉으로 간다. 사진기 밧데리를 빼놓고 왔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라.. 하나가 더 있을 텐데.. 차속을 발칵 뒤집어도 없다. 공연한 시간낭비, 8시 다 되어간다. 정읍까지 시간 반 잡고 12시까지는 내려와야 한다. 산을 오른다. 적설량이 많지는 않지만 좋다. 귀한 눈 아닌가. 너무 서댔나? 오늘따라 숨이 좀 가쁘다 싶었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는데.. 어느 순간 아 이게 통증이구나 하는 자각이.. 가슴 복판이 답답하고 아프다.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