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나비 이야기
외눈이지옥사촌나비
외눈이지옥사촌나비
2020.05.20외눈이지옥나비로 알았다. 이름 참 무시무시하다. 헌데 외눈이지옥사촌나비와 매우 닮았다.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외눈이지옥사촌나비가 맞다. 두 나비를 구분하는 결정적 단서는 뒷날개 아랫면 아외연부에 찍힌 흰 점이 되겠다. 맨 아랫사진이 그 증거다. 그 사진이 없었더라면 몹시 고민할뻔 했다. 지리산 이북지역 산지 관목림 숲에 국지적으로 분포, 암수 모두 조팝나무, 얇은잎고광나무 등의 꽃에서 흡밀 한다. 4월 말에서 6월에 걸쳐 연 1회 발생, 외눈이지옥나비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편이다. 이 나비의 생활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쇳빛부전나비
쇳빛부전나비
2020.05.17회문산 바람꽃 보러 간 날 찻길에 나와 나를 맞이한 기특한 녀석.. 내 어찌 너를 잊을소냐? 번데기로 겨울을 나고 한 해 한 번, 4월에서 5월까지.. 조팝, 꼬리조팝, 진달래, 철쭉을 먹이식물로 한다. 활엽수림 주변 관목지대에서 살며 수컷은 빈터의 풀잎 위에 앉아 점유 활동(텃세 행동)을 강하게 한다. 이른 봄 차가운 날 해를 향해 날개를 접어 수평으로 누인 다음 볕을 쬔다. 그러니 이 녀석도 볕 쬐러 나왔던 모양이다.
각시멧노랑나비
각시멧노랑나비
2020.05.03이른 봄, 숲 속은 온통 뿔나비 세상.. 낙엽과 더불어 겨울을 난 뿔나비들이 발에 걸린다. 그란디 이상한 놈 하나 아무 히마데기 없이 바람에 실려간다. 열심히 따라가 보는디 금방 앉은자리를 확인했는데도 븨들 안 헌다. 그러기를 몇 차례.. 비로소 보인다. 보호색이 장난이 아니다. 도감 첫들머리에 나오는 녀석, 각시멧노랑나비. 한 해에 한 번 6월 말에 나타나 이듬해 4월까지 활동한다 하니 이 녀석은 겨울을 나고 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셈이다. 낙엽 색에 맞춰 보호색을 띠려고 날개에 갈색 점이 생긴다 한다. 청춘 시절에는 연노랑이었던 모양이라.. 찬바람 부는 적상산, "나도 바람꽃이다" 여봐란듯이 피어 있을 줄 알았드만 너무 일렀어.. 바람꽃 대신 너를 보고 간다.
애호랑나비
애호랑나비
2020.04.23내가 나비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운곡습지에서 한국뜸부기 소리를 채록한 이후 여름내 틈만 나면 그곳에 갔다. 가뭇없이 사라져 버린 한국뜸부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무더위 끝 가을이 시작될 무렵 팔랑거리는 나비들한테 사진기를 들이댔던 것이다. 나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하여 애호랑나비를 알게 되었고 봄이 오면 별렀다. 이번에야말로 너를 보고야 말리라. 봄날이 가는 건 순간이더라. 덧 없이 세월은 흐르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을 내 과연 몇 번이나 맞을 수 있단 말이더냐? 때 이른 절박함을 가슴에 품고 길을 나섰다. 무등산 중봉에 가면 너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세워 두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중봉으로 가는 능선은 몹시 추웠다. 키 작은 관목림 속 자태를 뽐내는 진달래들도 추위..
신선나비, 상제나비, 왕붉은점모시나비, 쐐기풀나비
신선나비, 상제나비, 왕붉은점모시나비, 쐐기풀나비
2019.08.23제목에 열거한 것들은 한랭한 지역에 사는 북방계 나비들이다. 하여 한반도 남녘땅에서는 거의 혹은 아주 보기 어렵다. 과거 관찰되었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녀석들도 있고, 국지적으로 분포하던 집단이 절멸된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 사람의 간섭 혹은 환경파괴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몽골 초원과 산지에서 이런 나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을 조선 땅에서 만났더라면 훨씬 값지고 감동 또한 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선나비, 늑대 찾아 온 산을 뒤지다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자작나무 숲에서 만났다. 늑대를 만나지 못한 보상 치고는 몹시도 반갑고 값진 만남, 가슴이 뛰었다. 도포자락 유유히 휘날리며 자작나무 숲 속을 나풀나풀 날아다니고 있었다. 왕붉은점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보다 덜 우아..
귤암리 나비탐사
귤암리 나비탐사
2019.07.08상원사를 떠나 정선 귤암리로 간다. 귤암리에는 정선 농민회장이 살고 있는데 고창과 정선 농민회는 자매지간이다. 연을 맺은 지 얼마 안 되고 너무나 멀어 자매간의 정이 돈독하지 않다. 정은 쌓아가면 되는 것이고.. 간밤, 소나기라 하기에는 다소 긴 비가 내렸다. 밤새 마신 술이 약간의 숙취로 남았다. 자매간에 마주 앉아 오소리 중탕 한잔씩 마시며 속을 달랜다. 농민회장은 읍 지회 공동경작한 콩밭 맨다 나가고 홀로 남아 할랑할랑 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강원 남부 험악한 산중인지라 특별한 나비들이 적지 않다. 매년 많은 나비를 만난다. 점차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오자 나비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깊은산녹색부전인가, 산녹색부전인가를 놓고 검토를 거듭했다. 앞, 뒷날개 중앙부의 짤막한 막대 무늬가 미..
오대산 나비 여행
오대산 나비 여행
2019.07.08홍줄나비 출현 시기가 됐다. 올해로 3년째, 올해는 꼭 볼 수 있으리라는 느낌에 가슴이 뛴다. 올해도 달린다. 오대산으로.. 하지만 또 못 봤다. 그러니 내년에 다시 가야 한다. 좋지 아니한가.. 나비가 어찌 홍줄 뿐이더냐? 나는 아직 못 본 나비가 한둘이 아니다. 상원사에서 북대암 방면 산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는다. 산네발나비는 그냥 네발나비와 무엇이 다른가? 결정적인 차이가 있더라. 이른바 동정 포인트.. 이제는 한눈에 알아보겠다. 작년 이맘때 이 나비 빼다 박은 나방 녀석한테 깜빡 속았더랬다. 전국적으로 흔한 나비라는데 나는 왜 이제야 보는 걸까? 암컷은 알을 낳고, 한 녀석은 쉬고.. 수컷한테서는 사향 냄새가 난다네. 제일, 제이, 제삼. 다 같이 흔한 나비라 생각했다. 그런데 제삼은 매우 귀한 ..
두줄제비나비붙이
두줄제비나비붙이
2018.07.24"앗! 사향제비나비다" 아직 보지 못한 나비는 훨 귀하게 여겨진다. 귀한 녀석을 본다 하고 열심히 사진기를 들이댄다. 잠시 짬을 내 전화기 검색을 해봐도 역시 사향제비나비 맞다. 그런데 이 녀석, 왜 이리 뒤뚱거리나? 잘 날지도 못하고.. 어디 다쳤나? 이리저리 살펴봐도 몸뚱이는 멀쩡한데 하는 짓은 영 석연치 않다. 다소 징그럽기도 하고.. 집에 와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보면 볼수록 좀 수상하다. 정밀검색을 시행한다. '두줄제비나비붙이', 나비도 아닌 것이 나비를 닮아 '붙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독이 있는 사향제비나비를 닮아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하려 한 '의태진화'[각주:1]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겠다. 그러고 보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 쪽 붉은 점도 그렇고.. 끝이 뽀족한 더듬이는 피할 ..
담흑부전나비의 독특한 생활사
담흑부전나비의 독특한 생활사
2018.07.1538번 국도 정선-영월 구간 강원 남로 상의 동강 대피소. 휴게소 뒤편, 산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길은 임도와 농로를 겸하고 있다. 아마도 내외간이겄지.. 콩을 때우고 있는 모양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비를 찾는다. 오래된 무덤가 풀밭에서 담흑부전나비를 본다. 처음 보는 녀석, 화려하지 않다. 생긴 건 수수하고 칙칙해도 생활사는 매우 독특하다. 먹이 나눔을 기본으로 하는 적극적인 비호, 심지어 양육.. 자연계에는 신기한 일도 많다. 담흑부전나비는 일본왕개미와 공생한다. 담흑부전나비 암컷은 일본왕개미의 집 근처에 알을 낳는데, 알 낳는 장소는 새순에 진딧물이 있고 그 둘레에 일본왕개미가 모여드는 곳이다. 부화한 애벌레는 진딧물에게서 단물을 받아먹는다. 이후 3령 애벌레가 ..
귤암리 금강산귤빛부전나비
귤암리 금강산귤빛부전나비
2018.07.11종자가 고르게 들어가지 않은 것인지, 장맛비 탓인지.. 콩대 올라오는 것이 영 시원찬허다. 메꽃만 엄청나게 퍼올라온다. 약통 짊어지고 나섰으나 땅은 질고 콩은 너무 어려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예보를 보니 한 이틀 더 지짐거리겄다. 하던 일 작파하고 길 떠날 궁리를 한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 느적느적 길을 나선다. 내 오늘 가겠노라 전화는 이미 걸어놓았다. 강원도 땅에 들어서자 비가 내린다. 갈수락 굵어지던 비 작살나게 퍼붓는다. 집주인 비 몰고 왔다 타박한다. 이짝은 비 없을까 하고 온 건데 일이 영판 잘못 돼얐다. 쏘주 두어 병 깠을까? 내린 비가 급류가 되었다. 이날 밤 나는 격류 속에서 바위 우는 소리를 들었다. 바위 구르는 소리라 했다. 날이 밝았다. 비는 그쳤으나 산골짝 가득 우당탕 물소리..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흰뱀눈나비와 조흰뱀눈나비, 제주산 왕자팔랑나비
2017.07.17무더운 여름 다랑쉬오름을 오르며 나비를 본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는 오름길, 땀이 줄줄 흐른다. 매실을 상상케 하여 갈증을 이겨냈다는 조조를 생각하며 등성이에서 맞을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털어낸다. 이 꽃 저 꽃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겁나 부럽다. 전혀 더위를 안타는 듯 날각지가 뽀송뽀송하다. 흰뱀눈나비는 주로 엉겅퀴에 앉아 꿀을 빨고 있다. 날개에 박힌 둥근 무늬가 뱀눈, 뱀눈을 가진 나비를 '뱀눈나비아과'로 분류한다. 조흰뱀눈나비를 고창에서 본 적이 있어 조흰뱀눈나비겠거니 생각해 두었는데 틀렸다. 운곡습지에서 보았던 조흰뱀눈나비, 다랑쉬 흰뱀눈나비와 어디가 다른지 찾아보시라. 이름에 들어간 '조'는 나비연구가 조복성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그 양반하고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나비 찾아 떠난 길에서..
2017.07.05정말로 나비가 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어디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좌우튼.. 먼 길 다녀왔다. 강원도 정선 늘 가는 그 집.. 정선에서 다시 200여 리 오대산 상원사, 홍줄나비를 보러 갔으나 보지 못했다. 상원사 뜨락을 서성이며 한나절을 기다리다 그냥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귤암리, 골짝 묵정밭, 무덤가 풀밭을 뒤져 나비를 본다. 별박이세줄나비 튀어나오고 물 없는 골짝 돌팍 위에는 황줄나비 내려앉아 쉬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부전나비들을 본다. 처음 튀어나온 녀석 범부전나비려니 했고 다 같은 녀석들이라 생각했다. 범부전나비도 아니려니와 같은 듯 다른 녀석들이 사진 속에 있다. 찍을 때는 몰랐다. 어째 그 차이가 안보였을까. 참 내.. 앗! 범부전나비, 열심히 쫓아다녔다. 까칠한 녀석 곁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