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새 이야기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호사도요, 5년 만의 만남
2022.05.12문득 소리가 들렸다. 호사도요!! 엔진 정지, 고요한 논벌에 호사도요 울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도무지 찾을 길이 없어 나도 소리를 튼다. 몸 가까이 날아와 앉았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윽고 녀석의 눈과 부리가 보인다. 녀석도 나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제 동료 소리에 반응을 보이던 녀석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5년 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나 5년 전 그 논배미다. 살짝 몸을 뺐다가 다시 돌아와 시동을 끄고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시 울음소리 들리고 나는 눈알이 빠지도록 녀석을 찾는다. 2017 호사도요(Greater painted-snipe) 관찰기 바닷가 옆 간척지 논에 도요새들이 가득하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
만돌 갯벌 민물도요
만돌 갯벌 민물도요
2022.05.07여름옷으로 갈아입은 민물도요, 녀석들은 만조 때가 되면 갯벌을 떼 지어 날아다니며 세력을 과시한다. 가창오리 군무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은빛 번쩍이는 녀석들의 춤사위도 꽤 볼 만하다. 갯벌을 뒤지는 녀석들, 분주하기 짝이 없다. 조개류, 갑각류, 갯지렁이를 잡아먹는다 했다. 갯벌에 물이 차오르면 녀석들은 만조에도 가라앉지 않는 땅을 찾아 모여든다. 유라시아와 북미의 북극해 연안에서 번식하고, 중국 남부, 한국, 일본, 중동, 지중해 연안, 북미 동부, 서부 해안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일부는 해안 사구, 하구에서 월동한다. 7월 초순에 도래하며 5월 하순까지 관찰된다. -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저) 그러니 녀석들은 단 두 달, 길게 잡아도 세 달 사이에 번식지로 이동해..
붉은양진이(적원자), 노랑허리솔새
붉은양진이(적원자), 노랑허리솔새
2022.05.054월 말 5월 초 철새 이동 성수기, 봄날이 간다. 한껏 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섬을 찾았다. 늘 가보고 싶었던 외연도, 낚싯대 펴는 동안만 가슴 부푸는 서툰 낚시꾼처럼 되지 않기를.. 이 시기 섬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새들을 만나게 되기를.. 이런 마음이었던 것이다. 허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개미잡이를 봤더라면 여한이 없었겠으나 연이 닿질 못했다. 수컷이 아니어서 다소 아쉬웠던 붉은양진이, 여심의 여지없이 또렷한 자태로 사진기에 자욱을 남긴 노랑허리솔새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럽과 아시아의 아한대, 남쪽으로 발칸반도에서 히말라야까지, 중국 중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인도, 인도차이나 북부, 중국 나부에서 월동한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
독특한 녀석들
독특한 녀석들
2022.04.27여름옷으로 갈아입은 학도요, 여름옷과 겨울옷이 이처럼 극적으로 다른 녀석 드물다. 겨우내 연탄 배달이라도 하셨나.. 니가 봐도 시커멓지? ㅎㅎㅎㅎ 은밀하게 행동하지만 긴 부리와 독특한 행동거지 때문에 오히려 눈에 잘 띈다. 우리가 보여? 다 보여 이 놈들아~ 이 녀석은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다. 왜 이런 이름을 얻었을까? 알 수 없다. 멍 때리기를 좋아해서 꿩이라 했을까? 날이 저문다.
솔부엉이 2022.04.24
솔부엉이 2022.04.24
2022.04.27솔부엉이가 왔다. 작년에 봤던 녀석인지 처음 보는 녀석인지는 알 수 없다. 다 똑같이 생겼으니.. 뿐더러 이렇게 마주하는 일이 썩 유쾌한 일도 아닐 터, 조용히 쉬고 있을 녀석 불러냈으니 나는 침입자인 셈이다. 하물며 낮이 아닌가? 행여 직박구리, 까치 눈에라도 띄게 될 양이면 몹시도 귀찮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은 보자. 1년에 한 번인데, 너무 인상 쓰지 말고.. 다시 불러내지 않으마.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날까? 그럴 수 있을까? 그러길 바래..
새들의 시선
새들의 시선
2022.04.23흰물떼새, 아련한 녀석들.. 어디를 보고 있을까? 하늘의 적정을 살피는 흰물떼새의 눈을 보라. 이들의 아련한 시선은 실상 천적의 동태를 살피는 것일 게다, 대부분.. 세상에 천적이라고는 사람 말고는 없는 배부른 사람의 눈이 그저 그렇게 보는 것일 뿐.. 그래도 나는 새들의 시선이 좋다. 아련하고 때로는 퀭한..
북상하는 도요물떼새
북상하는 도요물떼새
2022.04.20집에서 30분, 갯등에 다시 들어간다. 어제가 사리, 정작 물이 가장 높은 때를 놓쳤다. 그래도 그제보다는 물이 많이 들어왔다. 민물도요들이 몰려다니며 군무를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것은 흰물떼새, 여긴 또 뭘 하러 왔냐고 불편하게 바라본다. 마땅치 않은 게지.. 하지만 이내 제 볼 일을 본다. 나도 내 볼 일을 본다. 부리 길이가 어중간하여 한참을 들여다보았으나 역시 중부리도요, 머리 중앙의 흰 선이 결정적 증거 되겠다. 좀 접근하려 하니 거리를 주지 않고 날아가 버린다. 비싸게 구네.. 민물도요들이 은빛 찬란한 집단 군무를 펼친다. 나는 집단이 좋아.. 민물도요 무리 속에 세가락도요가 간간이 섞여 있다. 세가락도요들은 물과 뻘의 경계지점에서 활발한 먹이활동을 벌인다. 깔끔한 녀석들.. ..
D500 + 500mm 5.6 pf 탐조
D500 + 500mm 5.6 pf 탐조
2022.04.17만돌 갯벌 갯등에 들어간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내일이 사리, 생각보다 물이 높지 않네..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이르게 왔나? 갯등이 한산하다. 이것들이.. 좋을 때다. 거~ 같은 물떼새끼리.. 한 번 붙어볼텨? 야, 니가 참어.. 두고 온 짝이라도 있으신가.. 서쪽 바다 저 멀리.. 아~나.. 갯등에서 나와 염전 주변 갈대밭을 지난다. 누가 봐요.. 모른찌키 혀~ 개개비사촌 영역에 들어간다. 소리로 불러내니 이윽고 한 녀석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반응한다. 불렀소? 불렀냐고~ 너 말고 개개비.. ㅋㅋ 이 씨.. 나 이 씨 맞는데.. ㅎㅎ 아~ 짱 나.. 그 이후로 녀석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로 또 같이..
날아라 호사비오리
날아라 호사비오리
2022.02.27네 이름은 호사비오리, 너를 처음 만난 건 12년 전이었어. 영산강 지류, 화순 지석강이었다. 다소 아쉬운 만남이었지만 "봤으니 되얐다" 하고 내내 잊고 살았더랬다. 그러기를 10년, 함양과 산청의 경계 지리산 자락 엄천강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리고 얼마 전 세 번째 만남, 그런데 2020년도 녀석은 왜 짝퉁이랑 놀고 있을까? 미안하다 그냥 비오리, 아무리 들여다봐도 너는 그냥 비오리다. 이렇게 암수 서로 정다워야지.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미안하다 그냥 비오리, 호사비오리는 워낙 귀하신 몸이란다. 호사비오리는 잠수성 오리다.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암수 서로 정다운 녀석들.. 힘차게 날아라 호사비오리, 오래오래 살아남아라.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아무르강, ..
검은이마직박구리
검은이마직박구리
2022.02.18낯선 새소리 들린다 망원경, 사진기 챙겨 들고 소리를 따라간다. 어렵지 않게 발견한 녀석들, 검은이마직박구리다. 지난해 흑산도, 군산, 정읍에 이어 이번엔 장흥. 그런데 한두 마리가 아니다. 참새보다 많다. 일대를 장악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법석을 떤다. 직박구리도 때까치도 그저 침묵 속에 지켜볼 뿐.. 귀한 참새 한 마리 녀석들 틈에 위장하고 섞여 있다. 눈이 올랑가.. 긍게이.. 온다. 눈이다. 와~ 눈이다~ 눈이 나린다~ 족히 50여 마리는 돼 보이던 녀석들.. 2002년 어청도 첫 관찰 기록 이래 20년, 이러다 텃새 되겄다. 기후 변화의 뚜렷한 증좌 되시겄다. 해 넘어간다.
설날 새 보기 2, 흑두루미
설날 새 보기 2, 흑두루미
2022.02.02노랑부리저어새를 보고 나니 좀이 쑤신다. 하여 좀 더 나가보는디.. 갈곡천 하구와 인근 간척지는 고창에서 새가 가장 많은 곳이다. 여름과 겨울을 나는 철새들 하며 이동 시기 나그네새, 운대가 맞으면 진귀한 녀석들도 볼 수 있다. 오늘은 황새를 볼 요량으로 간다. 논 가운데 시커먼 게 있어 뭔가 했더니 독수리 한 마리, 아직 어린 녀석인 듯 멍청하고 추와 보인다. 창공을 날던 흰꼬리수리, 까마귀에 쫓겨 낭깥 소나무 그늘로 숨어든다. 맹금 체면이고 뭐고 까마귀, 까치 녀석들은 정말 성가시기 짝이 없다. 처음엔 가마우지 떼로 봤다. 그런데.. 오~ 흑두루미, 예서 겨울을 나는 녀석들이 있었군.. 그런데 이 녀석들 내려올 줄을 모르고 창공을 배회한다. 기류를 타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리 힘들어 보이진 않..
설날 새 보기 1, 노랑부리저어새
설날 새 보기 1, 노랑부리저어새
2022.02.02설날 아침 동박새 한 마리 날아와 놀다 갔다. 그래 마음이 동하여 새 보자 길을 나섰다. 동림 저수지 아래 들판, 노랑부리저어새를 찾는다. 엊그제 집에 오는 길에 논에 내려앉은 기러기 무리 속 녀석들 몇 마리 봤더랬다. 간간이 눈발 날린다. 논바닥을 뒤지며 먹이를 찾는 기러기들, 날마다 그리 뒤져도 먹을 게 있을까 싶다. 기계가 좋아져 갈수록 낙곡도 줄고 소 먹인다고 짚조차 싹싹 긁어가니.. 짖지 마라, 너 보러 온 것 아니다. 역시 있다. 예상한 대로 한창 공사 중인 여수로에 노랑부리저어새들이 모여 있다. 귀한 녀석들, 제법 평화로워 보인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있다 가거라. 돌아 나오다 다시 만난 녀석들, 수로 바닥을 휘휘 저저가며 먹이활동 중이다. 날 보고 욕 하는 듯, 쟈는 뭐여? 정월 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