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풀,꽃이야기
석곡
석곡
2016.07.04석곡은 왜 이토록 위태로운 환경에서 자생하는가? 제아무리 바위를 기본으로 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다 하지만 사람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만 자생 석곡이 발견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약용으로, 드물게는 식용으로, 근래에는 호사가의 관상용으로 자생지에서 뜯겨져나간 석곡. 날이 갈수록 보기 힘들어짐에 따라 귀한 것을 더욱 탐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더욱 흉포해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리 되었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람의 손길을 피해, 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꼭꼭 숨은 석곡.자생지 석곡의 환경을 보면 한번 훼손되면 회복 불가능할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석곡의 운명은 다름 아닌 우리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겨 우리..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요정같은 녀석들 : 설앵초, 앵초, 큰앵초
2016.05.27산길에서 앵초를 만나게 되면 눈이 크게 떠지고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익히 경험해보셨을 것이다. 요정같은 녀석들, 앵초 무리를 소개한다. 좀설앵초가 아닌가 하고 나를 흥분케 했던 한라산 1100고지 습지의 설앵초.대단히 작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좀설앵초를 볼 수 있는 곳은 백두산 뿐이라 한다. 그 외 북한 지역은 들어갈 수 없겠고..좀설앵초와 설앵초의 구별은 꽃 중앙의 노란색을 둘러싼 흰색 테두리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 있으면 설앵초, 없으면 좀설앵초. 한라산 윗세오름 주변의 설앵초, 온통 조릿대가 뒤덮고 있어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다녀온 이스렁 오름과 어스렁 오름 사이 습지에도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었다. 방장산에서 봤던 앵초, ..
선운사 나도수정초
선운사 나도수정초
2016.05.12선운사 골짜기로 매사촌을 보러 갔더니 매사촌은 아직 일러 오지 안했고 숲 바닥 깊은 곳 나도수정초 올라왔습디다. 조용히 우리를 훔쳐보고 있습디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만가실 구절초
만가실 구절초
2015.10.23여름이 가나 싶었는데 가을이 깊어간다.눈 한번 깜작 했을 따름인데..만가실 구절초.. 풍성한 꽃차례를 보며 쓸쓸한 가을 심사를 밀어낸다.타조하고 나면 가을도 끝이다 싶어 저만치 밀어놨는데낼 모래 비 온다 하네..어찌야 옳아?
설악산 바람꽃
설악산 바람꽃
2015.07.23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중청 대피소를 지나 대청봉 목전에 이르니 바람꽃 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만개한 바람꽃 군락이 흐르는 땀과 거친 숨을 위로한다. 태풍과 장마의 와중에 절묘하게 날이 좋은 하루. 단군왕검, 조상님을 잘 만나 이렇게 좋은 날씨에 수려한 산천을 굽어본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 공룡능선 너머 황철봉으로 북진하는 대간길을 가늠해본다. 황철봉 너머에는 미시령길이 산을 넘고 있을 터이고.. 적지 않은 바람꽃 종류 중 아무런 수식어를 달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바람꽃'.청초함과 단아함, 설악의 세찬 바람을 이겨낸 강인함까지..섬천리 방방골골 조선의 누이를 닮아 사무치게 곱고도 곱다.
석곡
석곡
2015.05.18석곡이 피었구나. 사람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벼랑 끝, 울창한 수림을 방패 삼아 너희끼리 그렇게 꽃을 피웠구나. 향기조차 전해지지 않는 먼 거리, 향기는 그저 느낌으로 음미할 뿐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석곡(석란) 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상록성 착생종, 근경에서 굵은 뿌리가 많이 돋는다. 줄기는 높이 5~25cm로 직립하고 원기둥 모양이며 오래된 것은 잎이 없고 마디만 있으며 마디 사이는 1.5~3cm로 녹갈색이다. 잎은 2~3년생으로 수개가 호생하고 길이 3~7cm, 너비 0.5~1.2cm로 피침형이며 혁질이고 윤기 있는 짙은 녹색이며 끝이 다소 둔하다. 꽃은 백색으로 5월 중순~6월 상순에 오래된 줄기 상부 마디에 1~2개가 달리며 향기가 있다. -아름다운 우..
봄바람 타니 나도바람꽃
봄바람 타니 나도바람꽃
2015.04.24집으로 돌아가는 길, 본시 구천동을 갈까 했다.제아무리 봄바람이 분다 하나 시간이 넉넉치 않다.차로 접근하기 쉬운 적상산으로 간다. 고도 높은 능선에 진달래가 한창이다. 개별꽃이 이렇게 이뻤던 말이지.. 드디어 나도바람꽃을 본다. 귀한 꽃도 군락지에 가면 발에 채인다.좀 늦었다. 싱싱한 꽃을 찾기가 쉽지 않다. 봄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나도바람꽃.열댓가지는 되는 바람꽃 일당 중의 하나..간만에 바람꽃 하나 추가한다. 피나물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노란 피나물꽃 흐드러지면 장관이겠다.
봄비 내리는 날
봄비 내리는 날
2015.04.21봄비가 잦다.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든다 하나 제때에 일을 굴리지 못하는 농민들은 애가 탄다. 허나 어쩔 것인가 내리는 비 손바닥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고..만만한게 술타작이라 술을 먹다 먹다 지쳐 비가 꺼끔한 틈을 타 산으로 간다. 연록색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산길이 청량하기 그지없다. 녹음이 우거지기 전에 볼일을 다 봐야 하는 숲 바닥의 야생화들은 이미 지고 없거나 끝물이다. 이 골짝에 특별히 많은 족도리풀만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흉악한 사람의 손을 타 사라질뻔 했던 황록선운족도리풀이 보인다. 누군가 보고 간 흔적은 있지만 손을 타지는 않았다.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자생지가 겨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걸 캐다 뭐할건가? 그 양반..
한라산 좀민들레
한라산 좀민들레
2015.04.16영실, 한라산 오름길에 좀민들레 꽃을 피웠다. 좀만한 것이 단아한 꽃대를 올렸다.
만첩홍매
만첩홍매
2015.03.26만첩홍매.큰딸 수명이 두어살 때 심었을까?수명이나무라고.. 수명이는 올해 열여덟이다. 꽃이 딸을 닮았을까.. 딸이 꽃을 닮았을까? 둘 다 이쁘다. 눈도 맞고 비도 맞고 서리도 맞고.. 이슬을 머금으니 화려하면서도 청초한 역설을 발산한다.
동강에 핀 포천구절초
동강에 핀 포천구절초
2014.10.10정선 귤암리에서 운치리에 이르는 동갈길은 언제 가봐도 좋다. 무지 좋다. 초여름, 6월에 찜해놓은 강아지를 깊어가는 가을에 가지러 간다. 멀리도 가지러 간다. 동강변 뼝대에 구절초가 흐드러졌다. 그 중에서도 가수리에서 운치리에 이르는 구간에는 포천구절초가 자생하고 있다. 한탄강 유역에 자생하여 포천구절초라 이름하였다 한다. 가는 잎이 특징이다. 이 길은 달리는 그 자체로 뭔가가 이루어진다.댐 건설을 막아내고 동강을 지켜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린다.동강이여 영원하라! 뼝대에 자리잡은 포천구절초동강 사람들은 강변의 깎아지른 절벽을 뼝대라 한다. 강가의 너럭바위에 피어 있는 포천구절초를 발견했다. 뼝대에 핀 구절초는 강과 함께 잡기 어렵다. 산그림자와 포천구절초가 어우러졌다.
큰개불알풀
큰개불알풀
2014.04.09아직 갈지 않은 텃밭이 온통 꽃밭이 되었다. 큰개불알풀, 흔히 개불알풀꽃이라 부른다. 꽃이름이 영 부르기 껄쩍지근한 젊잖으신 분들은 봄까치꽃이라 따로 이름지어 부른다. 하지만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게 되면 얼마나 직관적이고 해학적으로 잘 지은 이름인지 알 수 있다. 개불알풀꽃은 좋은 이름이다. 개불알풀꽃의 학명은 'Veronica Persica'라고 한다. 베로니카는 성경에 이름이 나오는 여성의 이름인데 십자가를 지고 형장을 향해 걷던 예수의 얼굴에 흐르던 땀을 닦아주었던 여인이다. 이후 그 여인의 손수건에 예수의 얼굴이 비치게 되었다는..개불알풀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수 형상의 사람 얼굴이 보인다 한다. 그래서 붙여진 히름이라 하네..관심 있으신 분 잘 들여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