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2011.01.09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
원앙의 사생활
원앙의 사생활
2010.12.17눈내린 아침, 날이 몹시 차다. 작년 이맘때 청도요를 본 딱 그 날씨에 그 분위기인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청도요를 찾아 나선 길, 그 길목 어귀에서 떼 지어 쉬고 있는 원앙 무리를 발견하였다. 수컷은 화려한 번식깃을 하고 있다. 암컷보다는 수컷의 수가 월등히 많아보인다. 대략 50여마리는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차소리를 듣고 슬금슬금 저수지 중앙으로 헤엄쳐간다. 한쌍의 원앙이 갑자기 짝짓기를 한다. 하 이놈을 내가 보는 걸 빤히 알면서.. 번식기도 아닌데.. 엉겁결에 원앙의 사생활을 엿보고 말았다.
외톨이 황새
외톨이 황새
2010.12.15어렸을 적 우리 동네 동림저수지에도 황새가 왔었다. 중학교 때였던가 황새 덕에 면장님이 테레비에 나왔다. "방장산 맑은 물과.."로 시작되는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림 저수지에 황새가 온 것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보다 더 오랜 이전에는 좀 더 자주 황새가 도래하였을 것이고 더 오래된 과거에는 텃새로 흔히 살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백로류였을 새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황새라 부르며 컸다. 과거 황새가 흔했던 시절의 반영일 것이다. 지금은 백로를 보고 황새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황새는 기억 저편의 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황새가 왔다. 물론 동림 저수지는 아니다. 약간은 먼 거리를 달려가서 보고 왔다. 벌써 한달이 지난 일이다. 이처럼 근거리에서 제대로 본 것은 난생 처음이..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2010.12.03숲 속 덤불 속을 누비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잔가지 사이로 몸을 은신해가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새들이 인기척을 느끼면 더욱 깊이 은신하기 마련이어서 나같은 초보 탐조객은 산새를 본다고 산에 들었다가 새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헛걸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산새들이라 해서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면 잘못이다. 들꽃이 사람들 발 밑에서 피어나듯 새들 또한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숲 가장자리와 논밭의 경계, 볕 잘 들고 먹이 풍부하며 마시고 목욕할 물이 있는 곳이 새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만 들면 자꾸 안창으로만 들어가려 하니 초보 딱지를 떼지 못..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산 꼭대기 바위에 사는 바위종다리
2010.12.02텃새가 아닌 철새를 해가 바뀐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매우 감동적이다. 홀연히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듯 하지만 새들은 계절의 변화와 운행의 질서를 정확히 파악하여 어김없이 제 때에 이동한다. 텃새로 사는 새들보다 이동을 숙명으로 하는 철새에게 더욱 끌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서해안 갯벌을 중간 기착지 삼아 상상하기 힘든 장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 무리, 전세계 생존 개체의 대다수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가창오리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규모 방문객들 외에도 많은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거나 여름을 난다.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져가는 갯벌, 사라져가는 서식처, 사라져가는 먹이.. 이런 변화들은 모두 사람 세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울릉도] 흑비둘기와 한국동박새를 만나다.
2010.10.26학포의 아침. 울릉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이다. 눈을 뜨니 하늘이 발그레하다. 해는 동짝에서 뜨는데 서짝 하늘은 왜 달아오르는가? 사진기를 챙겨 밖으로 나선다. 학포는 고종 임금의 명을 받아 조사 임무를 띠고 울릉도를 방문한 이규원 검찰사 일행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라 한다. 이규원 검찰사는 10여 일간 울릉도 구석구석을 답사한 내용을 왕에게 상세히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조정은 개척령을 내려 개척민들을 섬으로 이주시킨다. 불과 13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학포에서 하룻밤을 묵고도 흑비둘기를 제대로 보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이규원 일행이 남긴 자취를 온전히 느끼고 기록하지 못하였다. 여기저기서 흑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대부분 나를 먼저 본 녀석들이 날아오른 다음에야 녀석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
호사도요의 귀환
호사도요의 귀환
2010.09.20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고 어제 다시 만났으니 백여일만의 대면이다. 허실 삼아 가본건데 직감이 어긋나지 않았다. 올망졸망한 새끼들을 거느린 수컷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때는 다시 한달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정말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갔다 왔을까? 갔다 온 것은 나인가.. 녀석들인가.. 좌우튼 반갑다. 지난 6월 5일 마지막으로 보았던 외로운 암컷의 모습. 두 녀석을 보았다. 올해 새로 성장한 녀석들로 생각되지만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귀한 녀석들이 이런 깨골창에서 살아가리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워낙 타고난 은신술 덕에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 본래부터 텃새였거나 텃새화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역광 속에 그대가 있다. 언제 봐도 단아한 눈매..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도요새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다.
2010.08.30심원 만돌 갯벌에 갔다. 만조가 되어도 물 위에 남아 작은 모래섬이 되는 갯등이 거기에 있다. 여름에는 흰물떼새, 쇠제비갈매기들의 번식처가 되고 도요새들의 이동시기에는 갯벌은 먹이터, 갯등은 휴식처가 된다. 그리고 겨울에는 민물도요, 흰물떼새 등이 월동을 한다. 그 뿐인가? 넓은 갯벌은 어민들의 밭이다. 바지락, 동죽, 백합 등이 무지하게 들어 있다. 4시 10분경 만조 시각을 10여분 앞두고 도착하였으나 갯등으로 들어가는 길이 닫히고 말았다. 첨벙거리고 들어갈만도 하겠으나 그러지 못하였다. 그러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대기가 맑아 위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중부리도요 한마리 갯등을 바라본다. 날개 단 놈이 사람 흉내를 낸다. 백로도 덩달아.. 왕눈물떼새. 갯벌을 팔짝거리고 뛰어다니는 ..
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삼복더위 속 새홀리기 가족
2010.08.13소나무 가지에 앉은 새홀리기를 보았다. 꽤 가까이 다가가도록 날아가지 않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새홀리기가 앉아 있는 나무 꼭대기 부근에 둥지가 보이고 둥지 속에서는 새 꼬랑지가 보일락 말락.. 새 집을 장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있다. 아마도 비둘기집이었던 듯 싶다.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수컷, 알을 품고 있던 녀석을 암컷이라고 생각하였다. 편의상. 7월 19일의 일이다. 7월 23일, 열심히 알을 품고 있다. 오늘은 낯바닥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을 암컷이라 생각해본다. 여전히 보초 서고 있는 것일까? 둥지에서 다소 떨어진 나무가지에 앉아 여전한 눈초리로 나를 감시하고 있다. 위협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별볼일 없다 생각 했을까? 훌쩍 날아 거너편 전봇대 뽕아리에 앉는다. 새홀리기는..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
2010.07.04뜸부기 한마리 외롭게 외롭게 논을 헤집고 다닌다. 뭐 그다지 먹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 듯 하고 그저 이 논 저 논 옮겨다니며 울고만 있다. 아마도 짝을 찾는 듯..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논두렁에 오른 뜸부기 혼신의 힘을 다해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뜸부기 소리는 너른 들판에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이 모습을 보는 내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80년대 에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 뒤적거려보니 몸으로 운 것은 뜸부기가 아니라 앵무새였다. 다만 뜸부기는 새벽에 날았을 뿐이다. "고향도 못간 뜸부기가 이 도시의 처마에서 지금 슬피 울고 있다" "이 슬픈 뜸북새를 ..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광고 문구도 애틋한 ..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덕유 주릉의 휘파람새
2010.06.27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앞에 두고 덕유산에 올랐다. 곤돌라를 타고 중봉까지만 다녀왔으니 올랐다 할 것도 없다. 봄은 가고 여름은 아직 일러 모든 것이 어정쩡하다. 재작년 7월엔가 나무 그루그루마다 터를 잡고 울어대던 두견이를 꼭 한번 보고야 말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두견이 소리 딱 한번, 휘파람새 역시 많은 개체가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몇 안되는 휘파람새 녀석들이 마치 따라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숲 속 가까운데서, 혹은 바로 옆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댄다. 마치 "나 찾아봐~라" 하고 늘리는 듯 하다. 좀체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녀석, 대피소 부근 소나무 가지에 높이 올라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인지, 짝을 찾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는 단 한군데에서 확보된다. 다가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2010.06.17이른 아침, 뒷낭깥에서 '꾹꾹꾹' '꾹꾹' 하는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부터 각시가 이야기하던 가슴 답답하게 간신히 소리를 낸다던 그 소리.. 혹 벙어리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 둘러메고 자징게 타고 살살 가본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살짝 낀 좋지 않은 날씨, 전봇대에 앉아 울고 있는 그 녀석은 후투티다. 아~ 후투티가 저리 우는구나.. 물까치 한마리 옆에 날아와 앉는다. 후투티 훌쩍 날아가버리고 동네 앞낭깥 쪽으로 가본다. 청아하고 복잡스럽게 울어대는 꾀꼬리들이 있다. 얼마나 낭자하게 울어대는지 온 산이 다 울린다. 바로 지척에서 울어대건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못찾겠다. 꾀꼬리'다. 갑자기 날아든 오색딱따구리, 수컷이다. 삑! 삑! 삑! 울어내며 열심히 나무를 오르내리더니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