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금빛어리표범나비
금빛어리표범나비
2023.05.20나비 찾아 나선 길에서 35년 전 농활 갔던 마을 앞을 스쳐 지난다. 정확히 쌍팔년도였네. "덕산면 신현 1구 농민회에서 뀌는 방구 지서장 새끼 난리 났다 소리 지르네~" 손뼉 치며 노래 부르던 게 어제일 같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어댔던지 젊은 농민회원들이 나를 피해 다녔더랬다. 들어가 볼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다 옛 일이니.. 30년 전 일은 이리 선명한데 작년에 와 본 길이 헷갈린다. 작년에는 봄처녀나비를 보러 왔더랬다. 그때는 어림짐작으로도 잘도 찾았는데.. 아무튼 도착해서 보니 딱 예상대로다. 예상했던 장소에서 예상했던 녀석들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다. 더구나 첫 만남이다. 많다. 그리고 딱 이 나비 뿐이다. 표범나비 치고는 작은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왔다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어딜..
남색초원하늘소
남색초원하늘소
2023.05.16더듬이 특이하고 샘김새보다 이름이 더 예쁜 녀석, 드넓게 펼쳐진 몽골 초원이 그려지는.. 볕이 잘 드는 초지에 살며 봄부터 엉겅퀴, 개망초, 쑥에 날아든다. 기주식물의 줄기를 빙 돌아 갉아 시들게 한 뒤 산란, 유충은 줄기에 터널을 뚫고 살며 9월에 줄기를 자르고 구멍을 톱밥으로 막은 뒤 뿌리 부근에서 월동한다. 남한 전역에 분포. - 한국의 하늘소(황상환)
무늬소주홍하늘소
무늬소주홍하늘소
2023.05.14하늘소 한 마리 별안간 날아들다 애벌레 손에 맞고 떨어졌다. 애벌레 선생 '먹주홍'이라 소리지르며 다소 흥분했지만 알고보니 먹주홍하늘소와는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곤충을 봐온 사람도 이처럼 늘 헷갈리는데 나같은 사람이야 도감을 펼쳐들고도 앞뒤로 한참을 뒤적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녀석의 정체는 '무늬소주홍하늘소'였다. 산지에 서식하며 5월부터 나타나 신나무 꽃에 많이 모인다. 남한 전역에 분포하며 기주 식물은 단풍나무, 신나무, 노각나무.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홈페이지에 "기후 변동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서식범위가 좁아진다는 건지, 넓어진다는 건지, 남하한다는 건지, 북상한다는 건지 아무런 추가 설명이 없다. 굼금증을 자아낼 목적으로 써놨는갑다. 거 참 궁금하네..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2023.05.14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남바람, 나도바람, 바다 건너 세바람. 이 정도 헤아리고 나면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은 더 이상 없다. 하여 나는 소망해 왔다, 언젠가 먼 길 떠나 새로운 바람을 만나리라. 그러기를 몇 해였던가? 길 떠나는 일이야 일상이지만 꽃을 바라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았으니 세월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러던 차 하늘소 보자고 나선 길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으니 이것은 횡재인 것이고. 고운산, 너는 보지 못했으나 고맙다 니 덕이다. 산이 온통 홀아비 천지, 단아하고 곱다. 홀엄씨바람꽃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온 산을 차지한 홀아비들 사이 곳곳에 다소 드물게 피어 있던 회리바람꽃. 전체 바람꽃을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
넉점각시하늘소
넉점각시하늘소
2023.05.11이쁘고 귀한 하늘소가 있다고, 그걸 봐야 한다고, 10년도 더 묵은 오랜 숙원이라고.. 강원도 심심산골에 산작약이 꽃을 피우면 그 꽃에 날아든다고.. 이름하여 '고운산하늘소'. 하여 길을 나섰네. 머나먼 길이었네. 산작약만 찾으면 되는 줄 알았다. 늘 가는 정선 귤암리에 짐을 부리고 찾아간 태백산 두문동재, 산작약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 돌아와 귤암리 숙소 주변, 여기라면 있겠다 하고 들어간 숲 속에서 숫제 작약밭을 찾아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시기도 잘 맞았다. 되얐다 싶었다. 그러나 정작 고운산은 보이지 않았다. 네 시간을 산에 머물며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게발딱주에, 우산나물에, 산나물만 한 보따리.. 같이 간 애벌레 선생, 강원남도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2023.05.08아직은 나비가 많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비 없소~?" 하고 들어간 작은 산골짝, "예 있소" 하고 보란 듯 앉아 있다. 어라, 거꾸로여덟팔? 저 녀석이 벌써 나오나? 북방일까? 기대를 가지고 이래저래 검토했으나 결론은 그냥 거꾸로여덟팔. 새로 산 나비도감에서 유사한 나비들에 대한 새로운 동정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하여 그간 찍었던 거꾸로여덟팔나비들을 새로 샅샅이 들여다보니 과연 그중에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가 섞여 있다. 같은 날 오대산과 가리왕산에서 찍은 거꾸로여덟팔 중에 북방이 있었다. 각각 한 마리씩.. 여름에 만난 것이니 여름형이겠다. 위 두 사진에는 북방과 그냥 거꾸로여덟팔나비를 구분하는 결정적 동정 열쇠가 잘 드러나 있다. 찾아보시라, 장담컨대 설명을 듣지 않고 찾아낸다면 정말 엄청..
갈고리흰나비
갈고리흰나비
2023.04.17봄이다. 새 봄이 오고 나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뭔가 새로운 나비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일렁이곤 한다. 정선 가는 길, 이른 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놓치지 말아야 할 나비를 점검한다. 한 번 지나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갈고리흰나비가 1순위로 떠올랐다. 귀한가 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봤는가, 그러지 못했는가가 중요하다. 사진기 들고 맘 먹고 나서니 생각보다 쉽게 포착되었다.다른 흰나비들보다 눈에 띄게 작아 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인내심을 가지고 앉기를 기다린다. 맞다, 갈고리흰나비. 새 봄, 내 이렇게 새로운 녀석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그간 너를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게로구나. 그러니 사람 만나면 잘 앉아주고 그러려무나. 한없이 나팔나팔 날아다니지만 말고....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바람이 불고 새가 날면..
2023.01.01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황새 떼, 황새 수십 마리 하늘 높이 떠서 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가히 장관이었다. 사진기를 집어 들었으나 메모리카드가 없다. 차속을 다 뒤졌지만 한 개가 없다.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발 달렸는갑다. 아쉬운 대로 전화기를 꺼내든다. 이 억센 가슴 어디에 쓰랴.. 황새 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https://youtu.be/j_T-QoeXEnw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챙겨 다시 황새 떼를 찾아 나선다. 황새 떼는 간 데 없고, 뜬금 없는 쇠부엉이를 만났다. 몸땡이 구석구석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고 잊힌 줄 알았던 탐조 본능이 되살아온다. 그리하여 나는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을 새와 함께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쟁기촌 논배미 아래 온통 얼어붙은 저수지, 아직 얼지 않..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만돌 갯벌 도요물떼새
2022.11.23심원 만돌 갯벌은 고창에서 새가 가장 많이 모이고 거쳐가는 곳이다. 찍어만 두고 들여다보지 못한 네 개의 폴더가 있다. 속사로 난사해놓은 수많은 사진들이 부담스러워 팽개쳐두었던 것이다. 비로소 들여다본다. 싸움 속 여유, 이것은 역설이다. 올라가는 녀석들, 내려가는 녀석들, 월동하는 녀석들, 눌러사는 녀석들, 번식하는 녀석들.. 가장 많은 것은 도요물떼새. 4월 18일, 여름 깃, 겨울 깃이 혼재된 민물도요들이 날아다니고 좀도요가 드물게 보인다. 이곳에서 번식하는 쇠제비갈매기, 흰물떼새도 보이고.. 북상하는 넓적부리도요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겠는데 너무 일찍 갔다. 민물도요들이 어느새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민물도요의 군무, 많은 수의 민물도요들이 여기서 겨울을 난다. 번식을 위해 잠시 북상하는 시기를 빼..
뾰족부전나비
뾰족부전나비
2022.09.16선운사 절 마당, 나비 한 마리 훌쩍 날아 처마 끝에 앉았다. 뾰족부전나비, 부전나비 치고는 좀 크다. 절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나비는 과거 미접으로 분류되었으나 이제 한반도에 정착하여 산다. 나는 이 나비를 위도에서 처음 보고 광주 지산동에서 두 번째,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이따금.. 하지만 오늘처럼 한 곳에서 여러 마리를 본 적은 없다. 기후 변화의 뚜렷한 징표, 이 나비는 환경부에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삼아 서식분포를 조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이 나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19년 전남 광주에서였다 한다. 이후 오랫동안 관찰 기록이 없다가 2006년부터 거제도를 중심으로 관찰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이 녀석은 수컷이다. 암컷은 청회색을 띠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수컷만을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2022.09.09구레나룻제비갈매기를 흰죽지제비갈매기로 잘못 알아봤다. 유사하게 생긴 녀석들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대강 훑어보고 지레짐작해버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 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고 뜯어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겨울깃) 머리는 흰색이며 정수리 뒤쪽으로 검은 줄무늬(흰색 바탕의 검은 무늬)가 뚜렷하다. 흰죽지제비갈매기보다 뚜렷하고 뒷머리까지 이어진다. 꼬리는 짧고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다. 눈 뒤쪽으로 큰 검은색 반점이 있다. 겨울깃으로 깃털 갈이 중인 개체는 몸 아랫면에 검은색이 남아 있다. 날개와 등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인다. 어린 새는 일부 날개덮깃과 셋째날개깃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깃 끝에 엷은 황갈색 무늬가 있다. 날 때 꼬리 끝에 가늘고 어두운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022.09.09동림지 뚝방을 걷는다. 대략 1km, 뚝방길 걷기에는 더없이 좋을 때다. 태풍 힌남노 조용히 지나가 들판은 무사하다. 홀연 갈매기 한 무리 나를 스치고 날아간다. 대략 20여 마리,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날갯짓이 황홀하다.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가 사진기를 챙긴다. 갈빗대가 다 낫지 않아 자세가 나올까 염려했으나 큰 지장은 없다. 얼마 만인가? 사진기가 낯설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비갈매기다. 녀석들은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고 또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넓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녀석들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겠다. 도감을 뒤져보니 '흰죽지제비갈매기'라고 생각했으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구레나룻제비갈매기'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