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엄마 같은 아빠 천연기념물 호사도요의 육추.
2010.06.17호사도요의 번식을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의 발길이 한바탕 휘몰아친 개천에 풀들이 자라나 관찰이 어려워지면서 탐조객들의 발길도 잦아들었다. 둥지 짓기와 산란을 거듭하며 번식을 위해 애쓰던 호사도요들도 계속되는 실패에 어디론가 떠나버린 듯했다. 나는 나대로 농번기가 시작되어 10여 일 가까이 발길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모나 심어놓고 인근의 논을 살펴봐야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새끼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 용한 녀석 어디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었을까?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녀석들, 네 개의 알을 낳는다더니 정확히 네 마리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다. 꺼병이를 닮은 똘망똘망한 새끼들이 천진스럽기 짝이 없다. 그놈들이 다 들어가네. 아빠 품은 넓기도 하다. 위..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아니 벌써.. 새끼 딱새가.. 둥지를 박차고..
2010.05.13아직 멀었는 줄 알았다. 부산하게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딱새들을 보면서 짝짓고 집 지을 자리 찾나다니나 하였다. 하! 그런데.. 짹짹거리고 쪽쪽거리면서 먹이를 재촉하는 어린 딱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기 짝이 없다. 오매 그새? 그렇다. 둥지지을 때나 되었나보다 한 녀석들이 어느새 새끼를 키워 데리고 나온 것이다. 허! 그것 참.. 삽시간에 한 보름은 더 늙어버린 기분이다. 날각지를 쉴 새 없어 퍼덕이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요구하는 새끼딱새. 가만히 구부다보고 있자니 은근히 꼬라지난다. 에미 애비 섯빠지는 줄을 알아야지말여.. 에미 애비는 뭇 나온다. 낯선 세상 의지가 되자고 풀이라도 볼라놓은 듯 찰싹 달라붙어 있던 녀석들 갑자기 혼비백산한다. 문 일인고 하였더니.. 복돌이가 나타났다. 개노모새끼..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제주에서 쇠부리도요, 제비물떼새를 만나다.
2010.05.04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기만 하면 간다. 내가 제주도를 기를 쓰고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라산, 오름, 사람, 바람, 바다.. 다 좋다. 무엇보다도 어딘가 떠나왔다는 느낌, 당면한 세상사를 순간순간 내려놓을 수 있는 동떨어진 느낌이 좋다. 유배당하고 싶다. 다시 찾은 제주, 언제나 그렇지만 바람이 겁나게 분다. 이제는 제주도 길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바람을 뚫고 먼저 찾아간 곳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일제가 최후 거점으로 건설해놓은 군사시설 중의 하나다.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겠지만 이번에는 새를 보기 위해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머나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 단 번에 수천 키로, 심지어 1만 키로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나그네새들에게 있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다시 날기 위한 힘..
각하의 전용기
각하의 전용기
2010.04.24문득 하늘을 보다 각하를 보았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오셨더군요. 머나먼 호남까지.. 들녘의 민심이 궁금하셨을까요? 복분자 냉해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러 나오신 걸까요? 어디로 갈 지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탑승 자세가 영 의젓하지 못합니다만 떨어지거나 불시착할 염려는 없어 보였습니다.
지붕 위의 새
지붕 위의 새
2010.04.20지붕 위의 새 두마리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빈집이 되어버린, 언제 어개질 지 모를 위태로운 지붕 위에 새가 있다. 눈비를 마다 않고 희로애락을 함께 했을 새를 두고 주인만 떠나버렸다. 딸싹 못하게 시멘트로 발 묶어놓고..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게 해놓고.. 저 지붕이 어개져내리기 전에 만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산은 말이 없다.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조복 좋은 날 만난 새들 - 호사도요,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녹색비둘기..
2010.04.06새를 보러 다니다 보니 탐조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혀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말을 듣게 된다. '조복', 처복밖에 모르던 내가 조복 좋다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보기 힘든 귀한 새를 보는 운이 따른다는 것인데.. 재작년 5월, 논바닥에 앉아 있는 백로들만 봐도 사진기를 들이대며 신기해하던 시절 묘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하였다. 오리도 아니고 뭇도 아닌 묘한 생김새를 보고 '그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하고 찍어두었었다. 뒷걸음질 치던 소가 쥐를 밟은 격. 나의 범상치 않은 조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에 이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래서 눈여겨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 녀석의 산란과 주위에 있었을 수컷의 포란과 육추 등을 관찰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두달이 더 지나서야 이 녀석..
노래하는 굴뚝새
노래하는 굴뚝새
2010.03.27산지와 평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굴뚝새. 여름철에는 높은 산지로, 겨울철에는 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가을과 봄에 관찰하기 좋은 산지 계곡에 머무르는 듯하다.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 녀석이 있을법한 계곡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계곡 바위틈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이 포착된다. 적당한 위치에서 여유를 가지고 잠시 기다리니 바위 틈새에서 고개를 내밀고 나와 깡총거리며 바삐 이동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굴뚝새는 상모솔새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낀다고 한다. 짧은 꼬리를 치켜들고 쉴 새 없이 자세를 바꾸며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녀석을 보면 귀엽기 짝이 없다. 과격한 도리도리.. 째도 엄청 낸다. " 흥~! 뭘 찍고 그러셔~ 이쁜 건 알아가지고.." 저 멀..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덕유산 향적봉 갈색양진이
2010.03.23덕유산 향적봉에 새들이 몰려다닌다. 왁자지껄 몰려와서 한바탕 법석을 떨다 홀연히 사라지고, 또다시 몰려오고.. 이름도 생소한 갈색양진이. 영동에서 닭 농사짓는 수호 형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만들어 녀석들을 보고 왔다. 덕유산을 무참히 까뭉개며 건설해놓은 스키 곤돌라가 20여분이면 설천봉에, 다시 20여분이면 향적봉에 다다를 수 있게 한다.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디지게 땀 흘리고 헐떡거리면서 올라야 하는데.. 준비해 간 들깨를 뿌려두고 녀석들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향적봉 주위에 머무르고 있던 암수 한쌍이 이내 나타나 얼마간 들깨를 집어먹더니 나뭇가지에 앉아 한참을 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갈색양진이들이 몰려온다. 나뭇가지에 다소곳이 앉은 자태가 그지없이 곱다. 다람쥐 녀석도 나타나 포식을 ..
산닭? 들꿩!
산닭? 들꿩!
2010.03.22순창과 담양의 경계지점. 몇 해 전 전북도연맹 역사기행에서 찾았던 장소, 유격대의 후방기지가 있었다는 곳이다. 가파른 산길, 협곡을 차고 오르면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하고 아늑한 산자락이 느닷없이 열린다. 그 시절 비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학교도 있고 병원도 있고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복수초와 얼레지가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꽃밭이 되었다. 그 흐드러진 꽃에 취해 산길을 걷는데 뭔가 푸드덕 날아올라 나뭇가지에 앉는다. 꿩도 아니고 닭도 아닌 묘한 녀석, 꿩처럼 날기도 하지만 닭처럼 숲 바닥을 허적거리며 걷기도 한다. 녀석과의 첫 만남은 그랬다. 이번에는 꽃이 아닌 이 녀석을 목표 삼아 다시 찾았다. 예의 그 장소, 이쯤이다 싶은 곳에서 녀석들을 다시 만났다. 낙엽 사이를 거닐고 있는 녀석..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청도요와의 짧은 만남, 긴 여운.
2010.02.28꽤 빠른 속도로 언덕배기를 내려오던 나는 나를 응시하던 한마리 새를 보았다. 순간 머리 속에는 '청도요 아니면 멧도요'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차를 돌려 녀석에게 다가갔을 때 녀석은 납짝 엎드려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청도요다. 이 자세로 딸싹도 하지 않던 녀석, 20여분이 지나서야 서서히 몸을 일으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꼬리를 깝작거리거나 머리를 까딱거리는 여느 도요류와 달리 몸 전체를 위 아래로 흔드는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밤새 내린 꽤 많은 눈을 헤치고 다시 찾은 청도요. 어제보다 약 100여미터 아래에서 녀석을 발견하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녀석의 등에 소복히 쌓였다. 이틀 후 다시 찾은 계곡, 이번에는 처음 만난 곳에서 약 30여미터 위 쪽에 녀석이 있다...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봄비 내리는 날 호사도요
2010.02.26비가 내립니다. 어김 없이 봄이 오는 것이지요. 봄비 치고는 많은 양입니다. 모진 겨울을 난 호사도요들 봄을 재촉하는 빗 속에서 어찌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불어난 물을 보는 호사도요의 눈길이 심란해보입니다. 여간해서 날개를 펴지 않는 녀석들 헤엄쳐 물을 건넙니다. 이렇게.. 깃털까지 부풀리니 암수의 크기 차이가 꽤 커 보입니다. 미인의 눈썹을 아미라 하던가요? 호사도요는 감은 눈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이 녀석은 비 맞은 장닭꼴이 되어가는군요. 아마 깃털을 갈아입는 중인 모양입니다. 좀 심하네요. 추워 보입니다. 영락없는 비 맞은 장닭꼴입니다. 멀뚱해보이지요. 이쁘고 착한 눈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