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새로 변신한 토끼, 부엉이 4종 꾸러미
2010.02.25어릴적, 솔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다. 이따금 커다란 날개로 소리없이 미끄러지듯 활강하는 녀석들을 보아왔다. 놀랄 겨를도 없이 솔숲 어디론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녀석들이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롭기 짝이 없었다. 부엉이 아니면 올빼미라 생각했을 뿐 정확히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들은 이제 깊은 산중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잊고 살아왔다. 새를 보는 눈이 새삼 커지고 있는 요즈음.. 녀석들이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강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작년 여름과 올 겨울을 지나며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부엉이라 이름 붙은 녀석들을 모두 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토끼가 수리수리마수리 하고 새로 변신하였으나 내공이 부족하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가장..
바위종다리
바위종다리
2010.02.12이 녀석의 유전자에는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가 박혀 있는걸까? 사람한테 이토록 들이대는 녀석을 보지 못하였다. 뭐라도 나누어먹을 것 좀 없느냐는 듯 사람 주위를 서성이고 사진기 렌즈를 향해 서슴없이 다가서는 녀석이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겨울이면 이 녀석들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고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선운산을 찾았을 때는 부러 사람없고 호젓한 사자바위 능선으로 올랐더랬다. 개미새끼 한마리 보지 못하였고.. 녀석의 존재가 머리 속에서 흐려질 즈음 선운산 천마봉에 녀석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로지 녀석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른 천마봉, 등산객의 발길이 조금은 덜한 한쪽 귀퉁이에 앉아 녀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던 차, "어머 얘는 무슨 새야?" "내가 아는 새는 딱 두종류야! 먹는 새..
유쾌한 고니들
유쾌한 고니들
2010.01.24줄포 가는 길,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방죽을 꽉 채울 듯이 고니들이 앉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큰고니, 나는 아직 그냥 고니는 보지 못하였다. 차를 돌려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녀석들이 경계하지 않는다. 어인 일일까?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섰는데도 경계는 커녕 왔으면 같이 놀자는 듯한 분위기이다. 깃털을 다듬거나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녀석, 열심히 자맥질하는 녀석.. 제각기 제 할 일 하며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 때 멀리서부터 꽥꽥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고니 두마리가 새로이 방죽에 내려앉는다. 일순 방죽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새로 합류한 녀석들 날개를 퍼덕이며 고개를 연신 꺼떡거리며 인사를 한다. 꽥꽥거리는 소리는 물론이다. 방죽에 앉아 쉬고 있던 녀석들 달려나가 반기며 환대를 한다. ..
눈 속의 호사도요
눈 속의 호사도요
2010.01.1012월 중순, 고창에 큰 눈이 내렸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다. 눈 많은 고창에 터를 잡고 사는 호사도요들일진대 눈 속에서 생활하는 사진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사흘간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는 호사도요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추위와 눈 속에서도 전혀 움추리지 않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들이 볼수록 재미있고 예쁘기 그지 없다. 호사도요들에게는 시련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삶의 한 여정일 것이고 시련이 클수록 봄을 맞이하는 희열도 클 것이다. 845 이날 여섯마리의 호사도요들이 관찰되었다. 암컷 두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한참 아래쪽에서 관찰된 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은 이후 이 곳의 서식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눌려 납짝해져..
순천만 흑두루미
순천만 흑두루미
2010.01.10지난해 12월 초 고흥 가던 길, 순천만에 들렀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순천만을 즐기고 있었다. 천문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살피니 육지 깊숙이 들어온 갯벌 끝부분과 인근 논에 흑두루미들이 모여 있고 이따금 흑두루미 떼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먼 거리에서도 '끼루룩 끼룩'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녀석들 꽤나 시끄럽다. 새들이 있던 방향을 짐작하고 농로를 통해 가깝게 접근해본다. 무성한 갈대가 배경이 된 갯벌 근처 논에 많은 수의 흑두루미들이 내려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흑두루미들이 연신 내려와 앉는다. 사진으로 보니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나 실상은 꽤 다르다. 이날 초겨울임에도 상당히 추웠다.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살을 에이고 가까이서 듣는 흑두루미들의 울음..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호사도요 목욕하던 날
2009.12.18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고 비로소 겨울답다. 그런데 불과 1주 전만 해도 봄날같은 따스한 날씨였으니.. 봄을 부르는 듯한 비가 촉촉히 내린 어느날 호사도요들이 사는 냇갈이 부산스럽다. 자그마한 냇갈에 호사도요들이 바글거리며 목욕하고 몸단장하고.. 마치 봄맞이 꽃단장이라도 하는 듯 하다. 지그시 감은 눈이 예쁜 호사도요, 몸단장하는 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최소 30분. 날개도 한번 쭉 펴보고.. 깃털은 소중한 것이여. 확실한 암컷. 눈테가 하얗고 목 부위가 붉으며 부리가 붉은 특징을 보인다. 가장 확실한 특징은 하얀 눈테이다. 완전히 성장하여야 눈테가 하얗게 되는 듯 하다. 황금색 깃털은 유조의 특징. 성장하면서 황금색 깃털이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어린 녀석들은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다. 아니면 다 수컷..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09.12.17절대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다. 집 앞 저수지에 오는 오리들을 찍으면서 시작한 새찍기가 호사도요를 만나면서 탐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하였다. 그저 집 주변 고창의 새들이나 관찰할 요량으로 카메라를 품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오로지 새를 보겠다는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기까지 하였다. 새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탐조여행..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니다. 불러주니 다녀온 것일 뿐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을 보러 간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여 불원천리하고 다녀온 것이다. 색다른 경험, 좋은 여행이었다. 동해바다에 오는 겨울 철새, 그 중에서도 여간해서는 해안에 접근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이번 탐조의 목적이라 했..
우리집에 동박새가 왔어요.
우리집에 동박새가 왔어요.
2009.12.05동박새는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만 볼 수 있는 새로 알았다. 선운사 동백숲에도 가보고 꽃 피는 봄날 매화가지도 살펴보았으나 허사였다. 남도의 바닷가나 제주도에서 먼 발치로 한두번 본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동박새가 우리집에 왔다. 집을 나서는 길 들릴 듯 말 듯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동박새 두마리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금평할매네 동백나무에 앉았다. 미처 촛점 맞출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뾰로롱 날아가버린다. 행방이 묘연하다. 찾기를 포기할 즈음 어디 갔었냐는 듯 다시 날아온다. 탱자울타리 밑 감이 탐난 모양이다. 한참 감을 파먹던 녀석 울타리 옆에 선 산수유나무를 올려다보더니 나무에 올라앉는다. 내년에 필 꽃봉오리를 미리 파먹는다. 두마리가 함께 다닌다. 이 녀석들도 가시버시일까? ..
가창오리의 오묘한 태극무늬
가창오리의 오묘한 태극무늬
2009.11.25가창오리 수컷의 얼굴에는 오묘한 태극무늬가 있다. 어찌해서 이렇게 묘한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그것이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면 필시 가창오리의 생존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얼굴의 이 오묘한 태극무늬 때문에 북에서는 태극오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명품과 짝퉁. 쇠오리의 얼굴 무늬와는 품격이 다르다. 고개를 박고 쉬고 있어도 정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고 있어도 깨어 있는 듯.. 머리 부위의 오묘한 무늬는 천적의 눈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눈을 감으면 더 흡뜬 것처럼 보이는 가창오리의 눈. 암수가 공히 그렇다. "다 보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 또한 생존과 직결된 오랜 진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무리 한가운데 한떼의 가창오리가 흘러간다..
가창오리의 황홀한 군무
가창오리의 황홀한 군무
2009.11.25제 블로그에서 '가창오리'를 검색하니 꽤 많은 사진과 글들이 보입니다. 제가 새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동림저수지 가창오리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요즘 가창오리가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과 언론으로부터 '웬수것'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에서는 '철새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놓아습니다. 고병원성 AI는 일반적으로 집단사육되는 가금류에서 발생되었으며 지금까지 한번도 야생조류에서 발생되었다고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철새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릴 때입니다. 제 블로그 속 가창오리에 대한 사진과 글을 틈날때마다 소개할까 합니다. 2009년 것이니 5년전 사진입니다. 전세계 가창오리의 절대다수..
뿔논병아리 - 정말 아까운 사진
뿔논병아리 - 정말 아까운 사진
2009.11.24동네 앞 저수지에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면서 저수지 가상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목적지를 오가다 들르기도 하고 때로는 저수지 가상이 목적지가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요즘 저수지 풍경의 압권은 가창오리 떼가 보여주는 군무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드물게 와 있는 여러 종의 새들을 구분하고 확인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일이다. 그중의 하나, 늘 먼 거리에서 잡힐 듯 말 듯 약 올리듯이 돌아다니는 녀석이 있으니 뿔논병아리가 그 놈이다. 늘상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올 듯 말 듯하다 멀리 가버리는 얄미운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정도 거리만 해도 꽤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녀석이 잠수하는 틈에 방향을 짐작하며 거리를 좁히던 중.. 잠수한 사..
우아한 녀석들.
우아한 녀석들.
2009.11.21동네 앞 저수지에 우아한 녀석들이 모여들고 있다. 저수지 이짝 저짝 한적한 곳에 내려앉아 쉬고 있는 녀석들. 11월 12일 처음 눈에 띈 이후 겨울이 깊어가면서 그 수가 차츰 늘어 100여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다 큰 녀석들은 흰색, 어린이들은 검은색이 도는 회색이다. 우아해보인다. 이 녀석들 날 때는 꽤나 시끄럽게 꽥꽥거리면서 난다. 때문에 다른 일에 몰두해있다가도 고니 날아가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속의 비행은 역시 우아해보인다. 구름 많이 낀 날 역광으로 잡힌 비행 모습이 다소 환상적이다. 마치 하늘에서 강림하는 듯한.. 두 무리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꽥꽥거리면서 두 무리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정말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보인다. 꽤나 시끄럽다. 날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