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이야기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다랑쉬오름의 새끼오름, 아끈다랑쉬
2010.02.13작년 8월 결혼식 참례를 핑계 삼아 아내와 함께 갔던 제주. 그 다음날에던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들른 다랑쉬오름. 간간이 빗방울까지 뿌리던 궂은 날씨, 다랑쉬오름은 올려다만 보고 쉽고 만만해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을 올랐었다. 얼마나 걸린다 하는 시간이랄 것도 없이 그저 잠깐이면 오를 수 있다. 온통 억새밭, 가을이면 죽이겠다. 굼부리가 옴팡하다. 아끈다람쉬오름의 굼부리 너머 다랑쉬오름이 솟았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본 아끈다랑쉬오름. 2009년 1월 1일.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이라 한다. 아끈다랑쉬는 새끼다랑쉬이다. 12시 방향 성산일출봉이 바다에 떠 있다. 다랑쉬에서 익어가는 나락을 보았다. 아마도 산두찰벼인 듯..
오름 중의 오름, 다랑쉬
오름 중의 오름, 다랑쉬
2009.11.29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겠으나 그 중 으뜸을 꼽으라면 단연 '오름'이라 할 것이다. 수많은 오름들은 저마다 간직한 독특한 면면이 있다. 다만 우리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멀리 서서 보기 좋은 오름, 직접 올라 좋은 오름. 오름에서 보는 풍광이 좋은 오름 정도로 구분해볼 수 있겠다. 다랑쉬오름은 그 셋을 다 충족시키는 그런 오름이다. 거기에 더하여 4.3항쟁 도중 토벌대에 의해 사라진 다랑쉬마을, 학살의 현장이 고스란히 간직된 다랑쉬굴 등으로 하여 제주사람들의 피맺힌 역사의 기록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으니 오름 중의 오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끈하게 솟은 사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커다란 굼부리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이를 '빼어난 균제미(均..
억새천국 따라비오름의 가을
억새천국 따라비오름의 가을
2009.11.27가을걷이가 한창이던 10월 중순 제주도를 다녀왔다.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로 이루어지는 가을일이라 기계 없는 사람 백수가 되어버리는 요즘 가을이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속 없는 짓이라 컴퓨터 깊숙히 숨겨두었던 사진을 이제서야 떠들어본다. 겨울의 초입에서 돌아보는 전성기의 가을억새와 따라비오름이 기억에 새롭다. 탐스런 억새와 억새를 스치는 제주의 바람. 현장의 감동이 거의 묻어나지 않는 부족한 사진이 안타깝다. 가시리의 밤을 불사른 한라산 소주와 제주도 막걸리에 곤죽이 되어 일어나지 못하는 일행을 남겨두고 따라비오름으로 향하였다. 오름에 올라 해를 보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따라비오름에 도착하자마자 해가 떠오르고 있다. 방목장의 문을 열고 따라비오름의 영역에 들어서니 살찐 말들이 달려온다. 잘 정비된 ..
올레길 1코스, 말미오름(두산봉)
올레길 1코스, 말미오름(두산봉)
2009.09.08올레길 걷기 선풍으로 제주 여행의 풍경이 바뀐듯 하다. 어디를 가나 가벼운 행장으로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말미오름에 오르기 위해 차로 접근하는 길이 공교롭게 올레 1코스를 거꾸로 거스르는 방향이었다. 가족, 친구, 연인 등등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 좁은 포장길인지라 걷는 사람들한테 미안하였다. 말미오름은 특이하다. 지미오름에서 바라본 바다쪽은 갂은듯한 절벽이 성곽처럼 둘러쳐 있고 전체 모습은 펑퍼짐하다. 그리고 그 안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바다 속 폭발로 1차 형성된 오름이 바다 위로 올라온 이후 그 안에서 한차례 더 화산이 분출하여 생긴 '이중식화산체'라는 것이다. 송악산과 소머리오름이 같은 경우라 한다. 그래서인지 오름 내부 깊숙이까지 ..
제주 땅끝, 지미오름
제주 땅끝, 지미오름
2009.09.07가시리의 돼지고기 맛에 취해, 표선 바닷바람의 상쾌함에 취해 밤늦도록 마신 술로 늦잠을 자고 말았다. 지미오름에 올라 성산포와 우도의 미명을 보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늦었지만 간다. 제주도의 땅 꼬랑지를 아니 밟을 수 없다. 우도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지미오름은 땅끝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에는 갖가지 꽃이 피어 있다. 꽃을 찍어가며 오르니 꽤 가파른 등산로를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쉬엄쉬엄.. 오름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우도와 성산일출봉, 그리고 종달리 들판과 민가의 지붕을 바라보는 맛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 상봉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미오름은 새벽 미명에 오를 일이다. 그랬어야 했다. 새벽 미명의 불빛과..
따라비오름
따라비오름
2009.09.07화창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다소 찌그러진다. 오름을 보기 위해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당초 목적하였던 물영아리오름을 놓치고 시간은 어중간해지고.. 이대로 오늘 하루는 종쳐야 하나 할 즈음 불현듯 생각나는 오름 하나, 지난해 봄 올랐던 따라비오름이다. 가시리 사는 총각한테 길을 물어 오름 아래 당도하니 구름은 더욱 두터워져 날이 저무는 듯 하다. 울타리를 두군데 통과하고 가시덤불을 헤쳐야 하는 초입을 벗어나니 최근 조성한 듯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나무계단은 정상까지 이어진다. 두터운 구름과 시원한 바람이 땀이 흐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상에 서니 움푹 패인 3개의 굼부리가 눈에 둘어온다. 다른 오름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라고 한다. 3개의 굼부리는 어느 하나 떨어..
이중섭 미술관, 섶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 미술관, 섶섬이 보이는 풍경
2009.09.02외돌개를 지나 서귀포항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쾌청하나 몹시 무덥다. 밤새 불을 밝혔을 오징어 배들이 정박해 있다. 포구를 벗어나 시내로 접어드는 길, 이중섭 미술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올라가 본다. 폭낭(팽나무)이 지키는 이중섭 미술관으로 오르는 골목길. 이것이야말로 본래 의미의 올레길이다. 이중섭 화가가 전쟁을 피해 1년 여간 머물렀던 거주지의 방 내부. 당시 거주했던 집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화가는 이곳에서 '서귀포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을 창작하였다고 한다. 화가는 소를 참 좋아했던 모양이다. '소의 말'이라는 작가의 시가 벽에 붙어 있다. 소의 말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외돌개에서 바라본 범섬
외돌개에서 바라본 범섬
2009.09.02이번 제주도 여행의 본래 목적은 결혼식 참례에 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각시와 단 둘이 제주도에 다시 왔다. 열리 친구들과 밤 늦도록 술을 마시고 중문시내 여관에서 하루밤 자고 일어나 결혼식이 열리는 서귀포로 가는 길, 시간이 넉넉하여 여기저기 구경하며 가기로 하였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정마을을 지나 외돌개에 당도하였다. 외돌개 뒤로 범섬이 보인다. 여기도 범섬. 여기도 범섬. 파란 하늘에 비낀 바닷물이 쪽빛이다.
논짓물 노천 목욕탕
논짓물 노천 목욕탕
2009.09.02논짓물과 인연이 맺어진 것은 2006년 한미FTA저지 제주도 원정투쟁 때이다. 당시 숙소가 바로 논짓물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때 이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마다 않고 제주도 땅을 밟아왔고, 그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른 곳이 바로 논짓물 하고도 이 목묙탕이다. 무덥고 끈끈한 날씨에 쳐진 몸을 용천수에 담그는 순간 온몸 구석구석 티끌만큼의 흔적도 없이 더위가 씻겨 흘러간다. 잠시만 몸을 담그고 있어도 몸은 이내 탱글탱글 탱자가 되는 느낌이다. 똑같은 모양의 여탕이 반대편에 있다. 외부와의 경계는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이다. 보일락 말락.. 용천수의 양은 엄청나고 수온은 시리듯 차갑다. 논짓물은 8번째 올레길이 지나는 길이다. 천안에서 왔다는 올레꾼 하나 목욕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말 시원하다. 목욕탕을 ..
당오름에서 본 해돋이, 한라산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당오름에서 본 해돋이, 한라산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2009.04.08전북도연맹 동지들과 함께 농업연수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짜여진 단체 일정으로 하여 낮에는 별도의 짬을 낼 수가 없기에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숙소 인근의 오름을 올랐다. 숙소는 지난 정월대보름날 올랐던 족은대비오름 바로 옆의 아로마 리조트, 아직 잠들어 있는 제주도연맹 동지의 트럭을 타고 족은대비오름 앞을 스쳐 가까이 있는 오름들 중 만만한 대상을 물색하여 접근하였다. 사료작물이 심어진 새파란 밭에는 한라산 노루들이 어지러이 뛰어다니고 꿩들은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호별방문 잘하는 모 종교단체에서 나눠주는 책자에서 본 풍경이 떠오른다.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름 아래 차를 대고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한라산 너머로 밝아오는 여명이 발..
족은대비오름(족은대비악)을 오르다.
족은대비오름(족은대비악)을 오르다.
2009.02.14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오지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농민회 수익사업으로 기획한 감귤구매를 목적으로 간 제주도에서 술 한잔 하다 난데없이 오른 오름. 이리 갈까 거리 갈까 고민하던 중에 찻길 가까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무작정 올랐다. 이름을 알 수 없어 답답하던 차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도 기능을 이용해 드디어 찾아내었다. '족은대비오름', 오름의 생김새나 특이성을 두고 붙인 이름이 아닌 전설에 따라 붙은 이름이라서일까? 오름 이름 치고는 다소 생뚱맞다. '대비'라는 선녀가 놀러 내려오던 오름이라 한다. 대비.. 별로 예뻤을 것 같진 않다. 별 특성 없이 펑퍼짐한 모양새가 한달음이면 꼭대기에 올라설 듯 하다. 그래도 막상 오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아무리 만만해보이는 오름도 보기와는 영판 다르다..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2009.02.10복수초(福壽草).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니라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의미라 한다.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한다. 2월 8일 한라산 자락 절물휴양림 옆 숲에는 복수초가 꽃망울을 올리고 있었다. 조만간 1주일 가량이면 꽃밭이 되겠다. 변산바람꽃을 찾았으나 촉박한 일정으로 포기하였다. 이튿날 오른 한라산. 하 여기는 아직 겨울의 기세가 맹렬하다. 한라산 정상부는 여전히 동장군이 다스리고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한라산 정상부는 상고대만 없을 뿐 지난 1월과 다름없었다. 2009/01/06 - [산이야기] - 2009년 1월 2일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