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딱새도 안다, '가화만사성'
딱새도 안다, '가화만사성'
2009.05.06'가화만사성', 언제부터 여기에 걸려 있었을까? 짐작하기에 이 집 주인 여동생들 중고 시절에 걸어놓지 않았을까 싶다. 줄잡아 20년 이짝 저짝의 일일 것이다. 세대가 바뀌었어도 변함없이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 뒤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먹잇감을 물고 부지런히도 드나드는 딱새 내외간을 보고 있자니 야들이 '가화만사성'을 알기는 아는 놈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지극정성이다. 먹잇감을 물어나르는 횟수나 양은 암컷이 수컷의 다섯배 이상은 되는듯 하다. 수컷은 그저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날 뿐만 아니라 먹이만 물어다주고 부리나케 달아나버린다. 반면 암컷은 먹잇감을 잔뜩 물고 와서 골고루 나누어주고 잠시나마 새끼들을 지켜보고, 응가 마려운 놈 응가도 시켜준다. 새끼들을 기르는..
나그네새 도요.
나그네새 도요.
2009.05.04모내기를 준비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물 잡은 논마다 도요새 한두마리 여지없이 내려앉아 바쁜 걸음으로 종종거리고 다닌다.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븍으로 이동중에 들리는 것이라 한다. 가을에는 반대일 것이다. 장거리 이동 중에 잠깐 들러 먹이를 먹고 체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라 하니 어디서라도 마주치면 노고를 치하해주고 잘 대해줄 일이다. 방장산 물이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구 갯벌에 가보았다. 개체수가 크게 많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도요 무리들이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갯벌은 도요새들의 노랫소리로 시끌덤벙하다. 도요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조류도감(BirdDB.com) 사이트를 열심히 뒤적거려 이름표를 달아보았으나 서로 엇비슷한 것들이 많아 정확도는 보장할 수 없다..
선운사, 초록 숲길을 걷다.
선운사, 초록 숲길을 걷다.
2009.05.03초록의 향연이 싱그럽다. 산에 다니기 좋은 시절이다. 초파일, 얼마 전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한 각시를 따라 선운사에 갔다. 단풍나무 숲길에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폐 속 가득히 싱그러움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는쟁이냉이가 초록 세상에 흰 꽃대를 올렸다. 우산나물이 잎사귀를 활짝 폈다. 참꽃마리, 두가지 색으로 피었다. 애기나리, 애기나리는 익을수록 고개를 쳐든다. 분냄새 찐한 옥녀꽃대, 한때 홀아비꽃대로 알고 있었다. 무리지어 피어 있는 전성기의 옥녀꽃대를 만나면 찐한 분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 된다. 정말이다. 애기나리도 끝물이다. 외래종일까? 꽃이 크다. 알아볼 일이다. 길가에 반디지치가 피어 있다.
땅콩밭의 포식자
땅콩밭의 포식자
2009.05.03땅콩을 심은지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땅콩은 아직 딸싹도 않고 있다. 내내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케도 밤사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런 비를 어른들은 '약비'라 한다. 이 비 맞고 나면 땅콩들 싹을 팍팍 올릴 것이다. 어제 아침 순찰나간 땅콩밭, 경계하던 까치는 보이지 않고 다른 녀석이 앉아 있다. 청설모 한마리 들통난줄도 모르고 맛나게도 먹어댄다. 아조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자니 농약발라 뿌려놓은 땅콩을 주워먹고 있다. 심어놓은 땅콩 캐먹는 것이 아니니 내 상관할 바 아니다만 너 탈 날까 걱정된다. 냄새나 색깔만 고약하게 만든 것이라 하지만 농약은 농약이다. "네 이놈" 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때서야 부리나케 달아난다.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뒷태가 여간 우습지 않다. 나무 위에서나..
'아름다운 주머니' 금낭화.
'아름다운 주머니' 금낭화.
2009.05.03이런 꽃이 산야에 자생한다는 것이 믿기 어려워서였을까? 금낭화는 한때 중국에서 들어와 사찰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생각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아름답고 귀해보이는 금낭화도 자생지에 가니 발에 밟힌다. 길 복판에까지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워 생명력 강한 자생식물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자생지의 금낭화를 처음 보았던 몇해 전 5월 1일, 그 날짜만 기억한 탓이었을까? 좀 늦었다. 무수히 무리지어 있는 꽃들 사이에서 싱싱한 개체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워낙 사진발을 잘 받는 녀석들인지라 찍어놓고 보니 그럴듯 하다.
옻순 데쳐먹기
옻순 데쳐먹기
2009.05.01옻닭을 처음 먹고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얼굴을 제외한 온 몸뚱아리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댄 자리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보건소 주사를 맞고도 가라앉지 않던 증상이 밤나무 삶은 물로 목욕을 수 차례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로 나는 옻 오른 데는 밤나무 삶은 물이 좋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나는 지금 개옻이 올라 있다. 뒷낭깥에서 대나무를 베어내다 개옻나무와 수차례 접촉한 데다 쭉나무 순을 꺾다 개옻순을 함께 꺾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개옻을 거메나무라고 하고 개옻이 오른 것을 '거메올랐다'고 한다. 눈 주위, 귓불 등 얼굴의 연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올라 영락없이 술 한잔 걸친 몰골이다. 옻..
농민아 농민아 우리 농민아 ~
농민아 농민아 우리 농민아 ~
2009.04.301989년 2.13 여의도 농민항쟁을 형상한 박홍규 화백의 작품. 깃발을 든 농민들,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배경으로 죽창을 움켜쥔 농민이 있다. 죽창은 갑오 농민군, 우리 농민의 상징이다. 당시 투쟁을 형상한 예술작품이 달리 또 있는지 알 수 없으나 2.13 여의도 투쟁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작품은 폭압과 억압의 질곡을 깨고 다시금 역사의 전면에 주인으로 우뚝 선 농민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농민의 모습을 보라. 뭐라 한마디로 짚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심사가 어려 있으면서도 기본은 투쟁하는 농민, 해방된 농민의 당찬 모습이 아닌가. 농민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투쟁의 주인, 역사의 주인임을 자각한 환희의 눈물 이리라. 28일 장흥에 다녀오는 길에 홍..
4.29보선, 격전지 장흥을 가다.
4.29보선, 격전지 장흥을 가다.
2009.04.29투표일을 하루 앞둔 28일 몇번을 벼른 끝에 드디어 장흥에 다녀왔다. 장흥은 도의원 보궐선거가 취뤄지는 곳으로 민주노동당 정우태 후보와 민주당 김성 후보가 격돌하고 있는 현장이다. 정우태 후보는 장흥군농민회 출신으로 농어민을 대표하여 이번 선거에 나섰다. 민주당의 아성 호남에서 제2의 사천, 제2의 강기갑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시 고창을 출발하여 쉼없이 2시간을 달려 장흥 관산읍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 도착하여 지역과 임무를 받는다. 우리는 전북도의회 오은미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형권 최고위원이 미리 가 있는 대덕면으로 배치받았다. 대덕면은 민주당의 텃밭중의 텃밭으로 정우태 후보가 가장 열세인 지역이라 한다.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대후보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크게 앞세우고 겸손해지겠다는 구호를 자그맣..
다시 땅콩을 심다.
다시 땅콩을 심다.
2009.04.28땅콩농사 징하다고, 인건비 털고 나니 남는것 하나 없는 헛방농사라고 갖은 푸념을 다 늘어놓았었는데.. 다시 땅콩을 심었다. 밭만 바꾸어서. 작년 땅콩을 심었던 자리는 철쭉을 심기로 하고 여기는 깨와 콩을 갈았던 밭이다. 고창 하면 복분자, 수박, 고추 등이 고소득 작물로 알려져 있으나 엄청난 인력과 기술을 요하는 농사들이다. 다 그렇겠지만 일기조건, 병충해 등에 대단히 민감한 작물들이어서 늘상 옆에 붙어서 살아야 한다. 늘상 나돌아다니고 집안 손대 없는 나같은 농사꾼이 덤벼볼 만한 농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동치는 가격, 급등하는 인건비, 농자재가격 등으로 하여 명색만 고소득일 뿐 실상은 맘 편히 지어볼만한 농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땅콩은 특이한 병충해가 없고 거름타박을 하지 않아 석회만 몽땅 넣..
발그레한 새악시 볼테기, 남방바람꽃.
발그레한 새악시 볼테기, 남방바람꽃.
2009.04.24새로운 꽃을 보고자 하는 부푼 마음으로 새벽길을 달려 가본 자생지의 꽃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 꽃들은 이제 막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좀 이른 시기에 왔다. 생각해보면 사진은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개중에 이쁜 놈을 골라 꽃만을 부각시켜놓으니 그럴듯해보이지만 자생지의 형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수선하다. 잘 알려진 자생지인 탓에 이미 많은 분들이 걸음을 하였고 일찍 꽃대를 올린 개체를 찍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은 아직 준비되지 못한 다른 개체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자생지의 훼손이 심각해보인다. 나 또한 훼손의 행렬에 동참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꽃들이 만개할 때까지 출입을 자제한다면 자생지의 훼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 꽃이 ..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2009.04.22산에서 나는 약초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 작년 이맘때, 두릅 참 맛있더라고 두릅 좀 따오라 했더니 두릅보다 더 맛난 것 주겠다며 보여준 것이 땅두릅이다. 감탄사까지 늘어놓으며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집에다 심어놓고 뜯어먹으려고 모종까지 몇 포기 얻어다 집터 으슥한 곳에 심어두었었다. 땅두릅, 독활이라고도 하고 한방약재로, 민간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봄철 좋은 안주거리일 따름이다. 새싹이 씩씩하게 올라오는 것은 확인하였으나 언제, 어떻게 뜯어먹는지를 몰라 방치해두었더니 너무 자라 버렸다. 그 친구한테 전화하였다. 땅을 좀 헤작거리고 밑둥을 베어내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맵저를 한 10센티 두툼하게 덮어두라 한다. 그렇게 해두면 더 많은 순이 올라오고 연한 순을 먹을 수 있다 한..
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2009.04.21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 이경서 지음/신구문화사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 땅에 자생하는 100여종의 난초들이 깔끔한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책. 사진뿐만 아니라 각각의 자생란이 지니는 특성과 꽃피는 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자생란의 2/3이 분포한다는 제주 출신인 저자는 백두산까지 수시로 오가며 북녘의 자생란까지도 조사 연구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자생란'은 배낭에 넣고 다니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이다. '난' 하면 꽃의 변이, 줄무늬의 변이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맛을 돋구어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거래된다는 보춘화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고창지방은 값비싼 변이종의 주요산지로 꽤 오랜 기간 남채의 대상지가 되어왔다. 그 바람이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