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어이 힘들 내세!
어이 힘들 내세!
2009.03.27지난해 8월 순창에서 열린 통일노래 한마당에서 받아온 홍규형 판화. 받을 때는 감사하면서 금방 표구해서 걸어놓겠다 해놓고 이런 판화를 받아놓은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느닷없이 생각나서 판화 소재를 탐색하니 차 트렁크 바닥에서 납짝캥이가 된 채 방치되어 있다. 얼마나 눌려 있었던지 작품을 싼 신문지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뒤집힌 채로 찍어서 포토샵으로 조화를 부려 겨우 복원해놓았다. 농민들의 역동적인 표정과 단단한 팔뚝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을 본다. 북녘 동포들이 고난의 행군 시절 난관을 극복하면서 되뇌었을 북녘 구호를 떠올린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어려울 때일수록 힘들 내자구요 . 지금보다 훨씬 힘들고 엄혹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얼레지 꽃밭에서 한숨 시들다.
얼레지 꽃밭에서 한숨 시들다.
2009.03.24얼레지와 복수초가 흐드러지는 그곳. 엊그제 내린 비로 이미 끝물인 복수초는 많이 망가지고 추워진 날씨 탓인지 얼레지는 꽃잎을 닫고 있다. 그냥 내려오자니 아쉽다. 꽃밭에 누워 한숨 시들고 나니 햇살도 제법 따땃해지고 얼레지는 꽃잎을 뒤로 팍팍 제끼고 있는 중이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상모솔새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상모솔새
2009.03.24처음 보는 녀석인데 이 녀석도 나를 처음 보는 녀석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도무지 사람 무서운 줄을 모른다. 겁도 없이 렌즈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다. 오해하지 마시라. 검불 속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아주 작은 녀석이다. 상모솔새 수컷, 머리 깃이 화려하다. 누가 새대가리라 하였는가? 호기심 어린 눈망울, 진지한 표정, 우수에 젖은 듯한 눈매.. 정말 영리해보이는 녀석이다. 꽤 보기 힘들 뿐더러 보더라도 이렇게 차분히 사진에 찍히는 녀석이 아닌 모양인데 좀 별나다. 상모솔샛과의 텃새. 몸의 길이는 9cm, 편 날개의 길이는 5~5.7cm, 꽁지의 길이는 3.6~4.2cm이다. 등 쪽은 누런빛을 띤 녹색, 허리는 노란색, 아래쪽은 엷은 황색이다. 뿔털은 암수 모두 황색으로, 수컷의 뿔털은 금빛 상모..
복수초
복수초
2009.03.22우리동네에도 복수초가 있을텐데.. 이산일까? 저산일까? 드디어 찾았다. 우리동네 복수초. 정확히 말하면 가지복수초. 복수초와 꿩의바람꽃, 현호색이 섞여 흐드러졌다. 때가 약간 늦었다. 그래도 실컷 보았다.
현호색
현호색
2009.03.22나를 들꽃세상으로 이끌어준 꽃. 어느날 우연히, 농민회원 가족 몇몇이 선운사에 놀러 갔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꽃, 현호색이다. 거 참 희한하게 생겼다 하고 사진기에 박은 것이 나의 첫번째 들꽃사진이 되었다. 지금처럼 들꽃탐사가 무지막지하게 대중화되기 전이었던 터라 꽤 어렵게 꽃이름을 알아내었다. 당시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방문한 '야사모'에 가입하게 되었고 들꽃세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보는 꽃마다 희한하고 희귀종같았던 때 하나 하나 꽃이름 알아가며 새로운 꽃과 조우하는 맛이 삼삼한 시절이었다. 농사일이나 업무상 발길이 뜸해지기도 하고, 때론 몰입하기도 하는 사이 그새 8년이 흘렀다. 아직도 보지 못한 꽃이 수두룩하다. 나는 앞으로 몇번이나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될까? 아무 말없이, 내세우거나 뽐내..
풍년농사 생산비보장 天中符
풍년농사 생산비보장 天中符
2009.03.21고창군농민회 영농발대식에서 박홍규 화백을 초빙하여 판화를 직접 찍어 나눠주는 행사를 기획하였다. 판화 찍기 체험은 통일노래자랑 등 한마당 잔치로 벌이는 전북지역 행사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박홍규 화백이 도맡아하고 있다. 이번에는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영농발대식에 맞게 굳이 표구하지 않고 집안 어디에 붙여놓아도 좋을 부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였다. 해서 창작된 것이 '풍년농사 생산비보장 천중부'이다. '천중부'는 조선시대 단오날 관상감에서 천중부 또는 단오부라 하여 악귀를 쫓는 부적을 만들어 나누어주고 대궐 문에 붙이기도 한 것이라 한다. 시기상으로는 다소 어긋나나 풍년농사와 생산비보장에 대한 염원을 담은 부적이니 우리 농민들한테는 더없이 좋은 부적이라 할 것이다. 부적에는 쟁기질하는 소와 농부가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09.03.20만주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바람꽃, 그래서 이름도 만주바람꽃이다. 그런데 전국 각지에서 자생지가 발견되는 모양이다. 이 녀석을 꼭 보고야 말겠노라고 몇 번 걸음을 했는지 모르겠다. 생뚱맞게도 술 좋아하고 사람 좋던 만주형이 불현듯 생각난다.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이름들이 왜 그럴까?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이름들이 왜 그럴까?
2009.03.20왜 꿩의바람꽃일까? 어딘가가 꿩의 발톱을 닮아서 그렇다고 한다. 꿩 발톱 닮은 구석을 찾아보시라. 중의무릇. 이것은 또 어인 이름일까? 무릇, 꽃무릇, 까치무릇.. 물기가 많은 곳이나 담장 구석에서 잘 자란다 하여 '물웃' '물굿' '묵구'라 부르던 이름이 '무릇이 되었다 한다. 우리 동네 말로 물 우그서 잘 자란다는 말이렸다. 그러고 보니 무릇, 까치무릇, 중의무릇이 꽃모양은 제각각이어도 잎모양은 유사하다. 같은 백합과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하필 중의무릇일까? 모를 일이다. 괭이눈이 물기 질퍽한 계곡 바위에 붙어 피어나고 있다. 이 녀석이 왜 괭이눈인지는 그냥 보면 안다. 들꽃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이 녀석을 보는 순간 이게 '괭이눈'인갑다 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꽃보다 원앙
꽃보다 원앙
2009.03.20들꽃을 찾아나선 길, 바라던 꽃을 보지 못할 때 깜짝 나타나는 새들이 있어 즐겁다.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3월 초 바람꽃을 보러 갔다 부는 바람만 디지게 맞고 돌아오던 길 혼자 놀던 원앙 한마리를 보았다. 총각인지 홀아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람 센 저수지에서 부는 바람 맞받아 헤엄쳐 나가던 원앙의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비로소 보았다, 청노루귀.
비로소 보았다, 청노루귀.
2009.03.15우리 동네에는 왜 청노루귀가 없을까를 한탄하던 끝에 꽤 먼길을 달려 보고 왔다. 모진 비바람에 이어진 꽃샘추위, 무엇보다도 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에 지친 듯한 꽃들이 애처롭다. 이미 피었던 꽃들은 활력을 잃고 새로 올라오는 녀석들은 너무 어린 어정쩡한 상황이다. 봤으니 되었다. 그 자리에서 무탈하게 오래도록 자손들을 퍼뜨리길 기원한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어 가본 곳에 복수초 군락이 있다. 집에 돌아오니 비로소 만개한 산수유가 반긴다.
불명산 화암사
불명산 화암사
2009.03.14불명산도 그렇고 화암사도 그렇고 모두가 낯이 설다. 내가 이 절을 알게 된 것은 화암사와 연동된 들꽃을 포착하면서부터이다. 화암사에 가면 그 꽃이 있겠거니 하고 나선 길에서 꽃은 찾지 못하고 절을 먼저 찾았으되 그 절이 화암사니 꽃을 찾아나선 걸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불명산 또한 한번도 내 귀에 걸린 적이 없었으나 '불명산 화암사'라는 편액으로 접하게 되었다. 화암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에서 절로 오르는 길, 오를수록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어라' 절이 대체 어디에 있는것이여? 내를 두어차례 건너고 우람한 철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이런데 절이 있을까 싶은 그곳에 고색창연한 절이 들어앉아 있다. 철계단이 없으면 오를 곳이 없지 않을까 싶었은데 내려오면서 보니 옛길이 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그 길로 오르..
사방천지 변산바람꽃
사방천지 변산바람꽃
2009.03.11이런 꽃밭을 지척에 두고.. 골짜기 전체가 꽃밭이다. 노쇠하여 지쳐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정정한 모습이 의젓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