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댕기흰죽지
댕기흰죽지
2009.02.19차들이 쌩쌩 달리는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오리들이 앉아 있다. 흰뺨검둥오리가 꽤 큰 무리를 이뤄 몰려다니고 있는 한 켠에 아직 본 적이 없는 오리 한쌍이 다정스레 유유자적하고 있다. '오리'로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더니 머리 뒷꽁지에 길게 삐져나온 깃이 있어 '댕기'로 찾아보니 나온다. 가슴과 배 부위의 흰색과 꽁지머리, 노란 눈이 골고루 매력적이다. 댕기흰죽지 기러기목(―目 Anseriformes) 오리과(―科 Anatidae)의 한 종(種). 겨울철새로서 한국 전역의 호수·하천·해안, 특히 강원도의 청초호와 경남의 낙동강 하구 등지에 많이 도래하여 월동한다. 중형종(中型種)으로서 유라시아 대륙의 아한대 지역에서 널리 번식한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 생활하며, 잠수하여 채식하는 경우도 있다. 연체동물, ..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다.
눈은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다.
2009.02.15손님이 오신다는 전화를 1주일 전쯤 제주도에서 받았다. 매우 어려운 손님이 더구나 사위, 며느리와 함께 오신다 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크나큰 우리 집 터는 풀밭이 되기 일쑤였다. "나 죽으면 사방 간디 풀밭 될 거이다" 하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이다. 작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일찍 들었던 추석이 지나고 나서 방치한 가을 풀들이 새봄을 맞이하는 지금까지 어지럽게 너울거리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집안 풀 단속을 하셨고 그 호미질로도 다스려지지 않는 풀들은 가차 없이 그라목손으로 처단하시었다. 반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한 번도 약통을 짊어진 바가 없다. ..
족은대비오름(족은대비악)을 오르다.
족은대비오름(족은대비악)을 오르다.
2009.02.14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오지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농민회 수익사업으로 기획한 감귤구매를 목적으로 간 제주도에서 술 한잔 하다 난데없이 오른 오름. 이리 갈까 거리 갈까 고민하던 중에 찻길 가까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무작정 올랐다. 이름을 알 수 없어 답답하던 차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도 기능을 이용해 드디어 찾아내었다. '족은대비오름', 오름의 생김새나 특이성을 두고 붙인 이름이 아닌 전설에 따라 붙은 이름이라서일까? 오름 이름 치고는 다소 생뚱맞다. '대비'라는 선녀가 놀러 내려오던 오름이라 한다. 대비.. 별로 예뻤을 것 같진 않다. 별 특성 없이 펑퍼짐한 모양새가 한달음이면 꼭대기에 올라설 듯 하다. 그래도 막상 오르니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아무리 만만해보이는 오름도 보기와는 영판 다르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석불
선운사 도솔암 마애석불
2009.02.11홍규형으로부터 최근 창작한 판화를 선물 받았다. 선운사 도솔암 마애 미륵불의 배꼽에서 비결을 꺼내는 동학도들의 이야기를 판화로 형상화하였다. 소나무판에 그림을 새기고 찍어낸 첫 번째 작품을 나에게 주는 거라 했다.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없다. 마애석불을 바라보는 인간군상의 태도와 표정이 다양하다. 그중에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구성진 해설이 있다. 각자 상상해보시라. 선운사 도솔암 마애석불은 거금 삼천 년 전 검단선사의 진상이라고 하며 그 석불의 배꼽 속에는 신기한 비결이 들어 있어 그 비결이 나오는 날은 한양이 다 된다는 말이 자자하였다. 임진년 8월 무장 대접주 손화중이 교도들을 동원해 청죽 수백 개와 마른 동아줄 수천 발을 구하여 부계를 만들어 석불의 전면에 ..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2009.02.10복수초(福壽草).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니라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의미라 한다.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한다. 2월 8일 한라산 자락 절물휴양림 옆 숲에는 복수초가 꽃망울을 올리고 있었다. 조만간 1주일 가량이면 꽃밭이 되겠다. 변산바람꽃을 찾았으나 촉박한 일정으로 포기하였다. 이튿날 오른 한라산. 하 여기는 아직 겨울의 기세가 맹렬하다. 한라산 정상부는 여전히 동장군이 다스리고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한라산 정상부는 상고대만 없을 뿐 지난 1월과 다름없었다. 2009/01/06 - [산이야기] - 2009년 1월 2일 한라산
현 정세와 농민운동의 과제
현 정세와 농민운동의 과제
2009.02.07- 미국을 근원지로 하는 세계적 경제위기는 미국이 주도해온 신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자본의 세계화, 규제철폐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대별되는 각종 규제의 강화, 국유화 정책 등으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이는 곧 미국의 몰락과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는 ‘수출입국’을 부르짖으며, 수출확대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논리나 주장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짓밟아온 대한민국 경제체제에 대한 사형선고와도 같은 암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미국의 몰락은 비단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분야 등 모든 영역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북미간의 관계에..
가창오리의 습격
가창오리의 습격
2009.02.05가창오리들이 쉬어가는 동네 앞 저수지. 요즘 많이들 오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가늠하기 힘들어 짐작만 할 뿐 그것이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그저 팔자려니 해야 한다. 그런데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지난 2일의 일이다. 빨갛게 지던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려 석양도 없는 상황, 때가 되어 날아오른 녀석들이 저수지 상공을 선회하며 회전반경을 넓혀가며 저공비행으로 머리 위를 휘몰아치기를 여러차례. 그것은 습격이었다. 마음만 고쳐먹는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섬멸해버릴 것 같은 섬뜩한 공포감마저 들게 하는 새들의 습격. 수면에는 물결이 일렁이고, 녀석들의 날개짓이 만든 바람은 폭풍을 연상케 했고 몸에서 쏟아지는 물방울은 그 폭풍을 폭풍우로 완성시켰다. 환호성을 질러대던 딸래미들이 무섭다며 차 속으로 달아나..
꽃 피는 봄이 오면..
꽃 피는 봄이 오면..
2009.02.04한국의 야생화 - 이유미 지음/다른세상 입춘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꽃구경 갈 일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같은 매우 이른 봄부터 꽃대를 올리는 야생화 탐사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풀꽃도 이름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제각기 귀한 이름을 하나씩은 달고 있고 때가 되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일에 어김이 없다. 이처럼 누가 보건 말건 제 할일을 다하는 풀꽃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꽃 피는 시기부터 모양새, 이름, 쓰임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탐구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야생화'는 야생화 탐구에 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꼭 곁에 두고 읽기를 반복하면서 참고할 만한 책이다. 저자는 꽃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전농전북도연맹 성명서] 나락적재투쟁을 정리하며...
[전농전북도연맹 성명서] 나락적재투쟁을 정리하며...
2009.02.042009년은 이명박 정권과 농민, 노동자, 서민의 한판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2008년 한 해는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농정에 맞선 한해였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인한 촛불항쟁은 이명박 정권의 반민중성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살인적인 비료값 사료값 면세유값 인상등 각종 영농자재값의 폭등은 농민들을 힘들게 했으며 정권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또한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직불금 불법수령은 농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2008년의 마지막은 한미FTA국회비준저지와 농산물 생산비보장을 위한 나락적재투쟁으로 막을 내렸다. 나락적재투쟁을 정리하는 지금, 2008년의 성과를 안고 2009년을 맞이할 때다. 2008 하반기 농민들의 공공비축제 거부와 야적투쟁은 정부의..
제주도 여행, 못다 올린 사진들.
제주도 여행, 못다 올린 사진들.
2009.01.30지난 연말과 연초 가족을 뿌리치고 향했던 제주도. 많은것을 생각케 하고, 또 모든 것을 잊고 즐겁기도 했던 유익한 여행으로 평가하였다. 같이 갔던 사람끼리 소주 먹으면서 주고받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3박4일간 우리는 니돈내돈 안가리고 니가 내라 내가 낸다 할 것도 없이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여행을 잘 마무리하였다. 마지막 남은 땡전 한닢까지 다 털어버리고 정읍행 기차에 탔을 때는 모다 완벽한 개터럭이 되어 있었다.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날이 풀려 봄기운이 완연한 오늘 언 땅을 뚫고 두꺼운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밀 들꽃을 찾아나서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제주도 여행을 되새김질해본다. 아침 7시 30분경 출발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2009.01.30제주 4.3항쟁 - 양정심 지음/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미국은 군사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제주도 모슬포에다가 비행기지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은 제주도가 필요하지 제주도민은 필요치 않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는 확보해야 한다" 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가 경무부장 조병옥과 국방경비대사령관 송호성을 불러놓고 지시한 내용이다. ... 4월 29일 미군정 장관인 딘 소장이 직접 제주도를 방문하고 제주도에 체류하던 부양 가족을을 철수시킨다. 5월 5일 미군정 최고 수뇌부를 이끌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온 딘 소장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중령을 해임하고 박진경 중령을 임명함으로써 강력한 토벌작전을 시작한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129쪽) 제주 4.3 항쟁의 본질에 접근할 수 ..
다랑쉬굴 발굴과 그 뒷 이야기
다랑쉬굴 발굴과 그 뒷 이야기
2009.01.29다랑쉬굴의 슬픈노래 - 제주민예총4.3문화예술제사업단 지음/각 다랑쉬굴 발굴 10년을 기념하여 제주 민예총 4.3사업단에서 발간한 책. 2002년에 발간하였으니 그로부터 다시 7년이 흘렀다. 발굴 당시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혹상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련자들의 육성 증언이 이어졌다. 다랑쉬굴 학살은 '중산간지역을 완전히 불살라 없애고 마을주민들을 집단학살하는 초토화작전'시기에 자행되었다. 다랑쉬굴은 4.3항쟁 과정에서 자행된 토벌과 학살만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랑쉬굴의 희생자들은 어린이, 부녀자 등이 포함된 가족단위 민간 피난민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기관 일부 언론은 군경토벌대에 의한 무차별 학살정황이 드러나자 '발각되자 집단자살' '무장 유격대의 비밀아지트'라는 등의 색깔 공세로 일관하다 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