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세상
금빛어리표범나비
금빛어리표범나비
2023.05.20나비 찾아 나선 길에서 35년 전 농활 갔던 마을 앞을 스쳐 지난다. 정확히 쌍팔년도였네. "덕산면 신현 1구 농민회에서 뀌는 방구 지서장 새끼 난리 났다 소리 지르네~" 손뼉 치며 노래 부르던 게 어제일 같다. 술을 어찌나 많이 먹어댔던지 젊은 농민회원들이 나를 피해 다녔더랬다. 들어가 볼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다 옛 일이니.. 30년 전 일은 이리 선명한데 작년에 와 본 길이 헷갈린다. 작년에는 봄처녀나비를 보러 왔더랬다. 그때는 어림짐작으로도 잘도 찾았는데.. 아무튼 도착해서 보니 딱 예상대로다. 예상했던 장소에서 예상했던 녀석들을 만나니 반갑기 짝이 없다. 더구나 첫 만남이다. 많다. 그리고 딱 이 나비 뿐이다. 표범나비 치고는 작은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왔다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어딜..
별빛 따라..
별빛 따라..
2023.05.17갑오년, 조선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들의 싸움은 조선 말기 '민란의 시대' 100년을 결산하는 것이었으며, 다른 한편 새롭게 등장한 제국주의 침략세력과의 첫 대결이었다. 조선의 운명을 가르는 판갈이 싸움에서 농민군은 크게 패했고 그들의 패배는 조선의 패망으로 귀착되었다. 세기의 투쟁, 그들은 무엇을 남겼는가? 누천년 역사의 뒤안길에서 감당해온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농민들의 투쟁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들은 꼬박 1년을 싸웠으며 조선 봉건 지배체제에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균열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제국주의와의 첫 대결에서 그들은 크게 패배했다. 청나라를 격파한 최첨단 제국주의 침략군과 죽창과 화승총으로 무장한 농민군은 애당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허..
남색초원하늘소
남색초원하늘소
2023.05.16더듬이 특이하고 샘김새보다 이름이 더 예쁜 녀석, 드넓게 펼쳐진 몽골 초원이 그려지는.. 볕이 잘 드는 초지에 살며 봄부터 엉겅퀴, 개망초, 쑥에 날아든다. 기주식물의 줄기를 빙 돌아 갉아 시들게 한 뒤 산란, 유충은 줄기에 터널을 뚫고 살며 9월에 줄기를 자르고 구멍을 톱밥으로 막은 뒤 뿌리 부근에서 월동한다. 남한 전역에 분포. - 한국의 하늘소(황상환)
무늬소주홍하늘소
무늬소주홍하늘소
2023.05.14하늘소 한 마리 별안간 날아들다 애벌레 손에 맞고 떨어졌다. 애벌레 선생 '먹주홍'이라 소리지르며 다소 흥분했지만 알고보니 먹주홍하늘소와는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곤충을 봐온 사람도 이처럼 늘 헷갈리는데 나같은 사람이야 도감을 펼쳐들고도 앞뒤로 한참을 뒤적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녀석의 정체는 '무늬소주홍하늘소'였다. 산지에 서식하며 5월부터 나타나 신나무 꽃에 많이 모인다. 남한 전역에 분포하며 기주 식물은 단풍나무, 신나무, 노각나무.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홈페이지에 "기후 변동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서식범위가 좁아진다는 건지, 넓어진다는 건지, 남하한다는 건지, 북상한다는 건지 아무런 추가 설명이 없다. 굼금증을 자아낼 목적으로 써놨는갑다. 거 참 궁금하네..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2023.05.14변산바람, 너도바람, 꿩의바람, 만주바람, 남바람, 나도바람, 바다 건너 세바람. 이 정도 헤아리고 나면 남쪽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바람은 더 이상 없다. 하여 나는 소망해 왔다, 언젠가 먼 길 떠나 새로운 바람을 만나리라. 그러기를 몇 해였던가? 길 떠나는 일이야 일상이지만 꽃을 바라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았으니 세월이 갈수록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러던 차 하늘소 보자고 나선 길에서 새로운 바람을 만났으니 이것은 횡재인 것이고. 고운산, 너는 보지 못했으나 고맙다 니 덕이다. 산이 온통 홀아비 천지, 단아하고 곱다. 홀엄씨바람꽃이라 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자손만대 번성하여라. 온 산을 차지한 홀아비들 사이 곳곳에 다소 드물게 피어 있던 회리바람꽃. 전체 바람꽃을 통틀어 가장 특이하고 ..
모내는 풍경
모내는 풍경
2023.05.11천왕봉 아래, 바래봉 아래 지리산 자락 높은 들 모내기 한창이더라. 실상사 옆 손바닥만 한 들판 너 말 가웃지기 반듯한 논 팔십을 바라보는 내외간 모를 내고 있다. 태국 청년을 조수로 달고 온 이앙기 논바닥을 누비고 바깥냥반은 모쟁이 안사람은 갓모를 심고 있다. 풍경은 그림인데 공연한 짜증이 몽골몽골 술기운이겄지.. 짜증이 왈칵 눈물로 솟구쳤다. 셈속 없는 이런 농사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래 따지고 저래 따져도 회기 안 닿는 농사 몇 번이나 더 지을까, 언제 그만둘까 늘어지느니 한숨인데 아흔닷 마지기 농사, 손꼽히는 살래 대농 이앙기 기사는 백 마지기 채울 요량에 꿈이 부푼다. 아짐, 모내기고 지랄이고 꽃구경이나 갑시다 바래봉 철쭉 흐드러졌단디 기다리다 지쳐 지고 있단디. 수입쌀 허벌나게 사쟁여놓고 ..
넉점각시하늘소
넉점각시하늘소
2023.05.11이쁘고 귀한 하늘소가 있다고, 그걸 봐야 한다고, 10년도 더 묵은 오랜 숙원이라고.. 강원도 심심산골에 산작약이 꽃을 피우면 그 꽃에 날아든다고.. 이름하여 '고운산하늘소'. 하여 길을 나섰네. 머나먼 길이었네. 산작약만 찾으면 되는 줄 알았다. 늘 가는 정선 귤암리에 짐을 부리고 찾아간 태백산 두문동재, 산작약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다. 돌아와 귤암리 숙소 주변, 여기라면 있겠다 하고 들어간 숲 속에서 숫제 작약밭을 찾아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네 송이.. 시기도 잘 맞았다. 되얐다 싶었다. 그러나 정작 고운산은 보이지 않았다. 네 시간을 산에 머물며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게발딱주에, 우산나물에, 산나물만 한 보따리.. 같이 간 애벌레 선생, 강원남도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
윤석열 심판, 농민기본법 제정
윤석열 심판, 농민기본법 제정
2023.05.10농업 포기, 농민 말살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농민기본법 제정하여 국가책임농정 실현하자! 윤 정권 출범 1년,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농업과 농민은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생존의 벼랑 끝에서 아우성치고 있다. 하지만 윤 정권은 철저한 무시와 외면으로 가격 파괴, 농업 파괴의 한길로 거침없이 폭주하고 있다. 쌀값 폭락은 농민생존과 직결돼 있으며, 농산물 전반의 가격 폭락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되기에 정부의 쌀 정책은 모든 농정의 근본이 되는 지렛대와 같다. 쌀을 지키는 것이 농업과 농민을 지키는 출발선임에도 불구하고 쌀값 폭락을 수수방관하고 조장한 윤 정권은 자주적인 민족농업을 이 나라에서 완전히 말살하고 농민을 등외국민 취급하며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일련..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
2023.05.08아직은 나비가 많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나비 없소~?" 하고 들어간 작은 산골짝, "예 있소" 하고 보란 듯 앉아 있다. 어라, 거꾸로여덟팔? 저 녀석이 벌써 나오나? 북방일까? 기대를 가지고 이래저래 검토했으나 결론은 그냥 거꾸로여덟팔. 새로 산 나비도감에서 유사한 나비들에 대한 새로운 동정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하여 그간 찍었던 거꾸로여덟팔나비들을 새로 샅샅이 들여다보니 과연 그중에 북방거꾸로여덟팔나비가 섞여 있다. 같은 날 오대산과 가리왕산에서 찍은 거꾸로여덟팔 중에 북방이 있었다. 각각 한 마리씩.. 여름에 만난 것이니 여름형이겠다. 위 두 사진에는 북방과 그냥 거꾸로여덟팔나비를 구분하는 결정적 동정 열쇠가 잘 드러나 있다. 찾아보시라, 장담컨대 설명을 듣지 않고 찾아낸다면 정말 엄청..
갈고리흰나비
갈고리흰나비
2023.04.17봄이다. 새 봄이 오고 나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뭔가 새로운 나비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일렁이곤 한다. 정선 가는 길, 이른 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놓치지 말아야 할 나비를 점검한다. 한 번 지나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갈고리흰나비가 1순위로 떠올랐다. 귀한가 흔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봤는가, 그러지 못했는가가 중요하다. 사진기 들고 맘 먹고 나서니 생각보다 쉽게 포착되었다.다른 흰나비들보다 눈에 띄게 작아 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인내심을 가지고 앉기를 기다린다. 맞다, 갈고리흰나비. 새 봄, 내 이렇게 새로운 녀석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그간 너를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게로구나. 그러니 사람 만나면 잘 앉아주고 그러려무나. 한없이 나팔나팔 날아다니지만 말고....
1895년 4월 24일, 1990년 4월 24일
1895년 4월 24일, 1990년 4월 24일
2023.04.17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환. 1895년 4월 24일(음력 3월 30일) 새벽, 컴컴한 적굴에서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이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불과 하루 전 법무아문 권설 재판소에서였다. 판결은 그날로 국왕의 재가를 받아 날이 바뀌자마자 형이 집행되었다(속전속결, 훗날 이날의 모범을 충실히 따른 자가 있었으니 박정희다. 이 자는 인혁당 재건위 관련 피고인 8명을 형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시켰다. 세상에는 역사를 이렇게 계승하는 자도 있다). 1894년 4월 백산대회에서 이름을 올린 대장 전봉준, 총관령 손화중, 총참모 김덕명, 영솔장 최경선, 전주에서 이미 즉결 처형된 총관령 김개남 장군을 제외한 농민군 최고 지도자들이 한날한시에 명을 달리했다. 함께 처형된 성두환, 이분만이 낯이..
쌀쌀한 봄바람 타고, 가는 봄인지 오는 봄인지..
쌀쌀한 봄바람 타고, 가는 봄인지 오는 봄인지..
2023.04.11고창 바닷가 심원면은 부안에서 해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경계로 아래로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펼쳐놓고, 위로는 선운산 경수봉에서 개이빨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래 골짜기를 파고든 깊숙한 산중 마을을 숨겨 놓았다. 그 길을 지나다 산이 당기는 힘에 이끌려 핸들이 자동으로 돌아갔다. 작은 골짝 적당한 지점에 차를 세우고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있으나마나 딱히 길이랄 것도, 그렇다고 아니랄 수도 없는 그런 길이다. 이런 길은 때론 쪼꼿하게, 때론 갈 지자로 우왕좌왕하며 걷는 맛이 좋다. 산에 접어들아마자 이미 꽃은 지고 없지만 풍성한 잎이 돋아난 변산바람꽃이 나를 반긴다. 새로운 군락지를 추가한다. 규모가 꽤 크다. 족두리풀, 노루귀가 지천이다. 내년 봄 다시 만나세~ 인사를 남기고 할랑할랑 발길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