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화가 박홍규
제목이 뭘까? 그림의 내력이 궁금하다.
제목이 뭘까? 그림의 내력이 궁금하다.
2013.06.06전농이 식당으로 이용하는 한국농정신문사에 걸려 있는 박홍규 화백의 그림. 야산을 밀어 만든 붉은 황토밭에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하였다. 그닥 높지 않은 야트막한 고갯길을 넘는 여성농민 하나 뒤를 돌아다본다. 새파란 하늘이 배경지가 되었다. 현실세계가 아닌 듯한 뭔가 몽롱한 분위기. 고개를 넘으며 뒤를 돌아보는 그녀가 이승의 경계를 넘는 망자로 보이는 것은 자정을 넘은 야심한 시각에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는 탓일 터이다. 자야겠다. 나중에 홍규형 만나면 그림의 제목과 내력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박홍규展 '新농가월령도'
박홍규展 '新농가월령도'
2013.01.08농민화가 박홍규 화백께서 작년('겨울 여의도' 전)에 이어 개인전을 다시 열었다. 해가 바뀌었으니 작년 것은 재작년 일이 되고 올해 것은 작년 일이 되었겠다. 12월 12일부터 18일까지 대선투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던 시기, 대선과 무관하게.. 모든 그림은 누르면 커진다. 그림 '무제' 앞에서 열심히 그림을 해설하고 있는 작가 왜 제목을 달지 못했을까? 이정희 대통령 후보가 보낸 축하 팩스를 전시장 복판 기둥에 붙여두었다. 너무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 않게.. 그냥 농민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2012 농가월령도입니다. 황혼 무렵 땅에 흠뻑 절어 집으로 향하는 농민의 뒷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저려옵니다. 성자의 뒷모습입니다. 해탈한 부처의 모습이 이럴 겁니다. 자본의 탐욕스..
녹두장군
녹두장군
2012.10.29국내 유일의 진정한 농민화가 박홍규의 손 끝을 통해 부활하신 녹두장군. 오랫만에 만나 술 한잔 마시러 들어간 홍규형 작업실 한켠 벽에 기대 세워둔 목판 속에 녹두장군 계신다. 고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자네, 각오는 단단히 섰나?" 하고 물으시는 듯.. 고창 사는 후배, 장군님 눈매가 서글퍼보이신다 한다. 마주하는 눈빛마다 다른 말씀을 하시는 모양이다. 그대에게는 뭐라 하시는가?
혹세무민하는 모든 세력을 척결하라!
혹세무민하는 모든 세력을 척결하라!
2012.05.15혹세무민 서생조두박멸 흑룡도 나는 民이요 民은 곧 天이라내 큰 울음으로 뇌성벽력 폭풍우몰아쳐 民을 현혹 늑탈하는무리들을 타파하고 民이 주인되는통일세상 새 세상을 열어가리라. 혹세무민하는 모든 세력을 척결하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12.04.22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로다! 금년에 꽃이 지면 그만큼 얼굴빛 변하리니내년에 꽃이 피면 누가 남아 있으리지금 사람들은 다시 꽃보라 속에 서 있네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해마다 그것을 보는 사람은 같지 않다네 임진년 사일구날 홍규 그리다.
농민화가 박홍규
농민화가 박홍규
2011.10.14붓을 꺾고 농민운동에 투신한 한 예술가가 있었다. 농민회 결성을 앞두고 선전물을 만들기 위해 창작의 붓을 다시 든다. 목판화이니 붓이 아니라 조각칼이겠다. 벽보를 만들자 하였으나 아무래도 적당한 소재를 찾지 못하고 직접 창작해버리고 만 것이다. 소주 한병(두병?) 먹고 밤새 칼질하여 하루저녁 사이에 생산해냈다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말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을 보라.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농민 자신의 조직, 농민회 건설을 앞둔 벅찬 흥분과 감동. 농민들이 행진을 한다. 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이 행진, 오랜 질곡을 깨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각성된 농민들의 행렬이다. 승전고 울리며.. 농민해방 깃발을 앞세우고.. 이제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이 되어 삼천리 ..
농민화가 박홍규展 '겨울 여의도'
농민화가 박홍규展 '겨울 여의도'
2011.09.07농민화가 박홍규 화백이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12년만의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특히 개막 첫날에는 경찰추산 150여명이 모여들어 사람들간의 훈훈한 정이 넘치는 개막식 행사를 치뤘습니다. 8월 10일부터 16일 엿새간 박홍규 화백은 막걸리 독아지에서 헤엄치며 살았습니다. 전주의 유명한 막걸리집 '막걸리 1번지'를 바로 지척에 두고 전시장을 구한 속내가 없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전시회는 마무리되었지만 전시회를 다녀간 많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는 박홍규 화백의 그림이 안겨준 진한 감동이 물결치고 있을 겁니다. 농민화가 박홍규,
농민화가 박홍규 -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 섬진강
농민화가 박홍규 - 굽이굽이 아름다운 강, 섬진강
2010.10.25구비구비 흐르는 아름다운 강 섬진강 쌀밥 같은 백사장은 이 놈 저놈 다 파먹어 자갈밭이 되었고 야속한 강바람만 철교 탑에 부딪혀 어두운 식민지 굴 속을 지나 텅 빈 대가리 들녘을 지나네. 사람들아 지발 좀 섬진강을 꽃내음 풀내음 싣고 유구 장창 흐르게 냅두게 - 향가에서 홍규 다섯 번째 열리는 순창 섬진 문화제 중 판화 찍기 행사를 위해 창작된 박홍규 화백의 최근작. 섬진 문화제는 섬진강 적성댐 반대 싸움 과정에서 열리기 시작한 순창 사람들의 행사이다. 능수버들 늘어진 강가에서 다슬기 잡는 사람들, 낚시질하는 태공, 삿대질하는 사공, 강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강변의 곡선.. 나무랄 데 없는 강변 풍경 속 흉물스러운 직각 기둥은 무엇인가? 일제가 만들어놓은 식민의 잔재, 기찻길을 놓기 위한 다릿발이..
전농련의 깃발, 그리고 전농 20년
전농련의 깃발, 그리고 전농 20년
2010.09.14지난 토요일, 술을 마시고 홍규형 작업실에서 잠을 잤다. 작업대 위에 뒹굴고 있는 옛날 판화 한점, 전농련 깃발을 앞세운 농민들의 경운기 시위 행렬을 '아스팔트 농사'라는 이름으로 형상한 작품이다. '90이라는 연도표기로 보아 90년도 초반 전농이 창립되기 직전에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이면 나는 89년 가을 농사짓는다고 고창에 내려와 상하면 병길이 형하고 겨울을 나고 막 집으로 들어갔을 때이다. 본래 1년 정도를 더 상하에 머물면서 농사일을 손에 익힐 작정이었으나 성내면에 농민회 창립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는 분에 넘치게 총무직을 수임하였다. 전농련은 89년 3월 1일 농민운동의 단일조직 건설을 목표로 결성된 과도기적 조직으로 약 1년간 활동하였다. 고추투쟁,..
박홍규 농민판화 - 지고 매고 이고 갈란다.
박홍규 농민판화 - 지고 매고 이고 갈란다.
2010.09.12지고 매고 이고 갈란다. 철조망 맓고 갈란다. 한핏줄 우리 동포 배곯아 죽어가도 쌀대란 우리 농민 못살겄다 아우성쳐도 개사료 소사료 개소리하는 놈덜 니들이 막아도 우리는 갈란다. 내년에 또 농사 지어 쌀푸대 지고 매고 이고 끝끝네 갈란다. - 소래(박홍규)
다시 타오르는 갑오농민의 횃불, 통일농업의 시대로
다시 타오르는 갑오농민의 횃불, 통일농업의 시대로
2010.08.24전북도연맹 민족농업 전진대회 포스터 제작을 위해 창작된 박홍규 화백의 작품. 이런 작품을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림 속에서 녹두장군과 농민들이 함께 횃불을 움켜쥐고 있다. 그 횃불은 세상을 온통 밝힐 신성한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타오르는 갑오농민의 횃불, 통일농업의 시대로!"라는 제목을 달아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작 포스터에서는 횃불이 사라졌다. 횃불만이 아니라 횃불을 맞잡은 녹두장군과 농민의 손도 사라지고 말았다. 녹두장군과 농민은 서로 격리되어 배치되었다. 다만 구호만이 본래 그림의 의도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원작에 보다 충실하게 포스터를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전봉준 장군의 모습에 작가의 얼굴이 들어있다 하여 한참 들여다보니 대처 그런 것도 같다...
필승불패, 삼두일족응호부
필승불패, 삼두일족응호부
2010.03.19호랑이등에 올라탄 용맹스런 삼두매. 부적이 이 정도는 되어야 능히 악귀를 몰아내고 삼재를 소멸시킬 만하다 할 것이다. 작가는 '필승불패'라는 말까지 더하여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 이 부적은 세상을 바꾸는 부적이다. 우리 선조들은 죽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를 덩치만 크고 멍청한 새로 생각했던 반면 날렵하고 용맹한 매에게서 영웅의 투지를 배웠다. 이렇듯 영웅의 투지와 기상을 나타내는 매를 그림으로 그릴 때는 보통 한 마리의 매가 파도치는 해안의 바위 위에 내려앉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또한 하늘에 떠 있다가 날쌔게 들짐승을 잡아 낚아채는 매를 보며 들짐승을 낚아채듯 질병이나 재난을 일으키는 역신도 퇴치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믿었다. 그래서 매는 종종 부적에 쓰였는데 삼재부, 소원성취부, 잡귀퇴치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