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수두리보말 칼국수
수두리보말 칼국수
2020.12.12여기는 제주도, 사람 맛으로 술을 마신다. 밤사이 적잖이 달렸다. 해장이 필요해.. 나는 밀가리것으로 속을 푼다. 수두리보말 칼국수, 수두리 보말이 어디냐 묻지 마시라. 지명이 아니다. 그러니 띄어 쓰면 안된다. 곶자왈에 속고, 수두리에 속고.. 수두리나 보말이나 그것이 그것, 나의 무지를 탓할 일이다. 제주 섬 사람들이야 어찌 구분하겠지만 나한테는 내나 갯고동일 따름이다. 중문에서 제일 잘 한다는 원조 집에서 먹었다. 속이 확 풀린다. 아침부터 손님이 줄을 잇더라.
미역국
미역국
2020.12.10미역국을 몇 차례 끓여봤는데 이렇게 끓이는 게 젤로 맛나더라. 쇠고기 적당량 썰어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한 숟갈 넣고 간장 쳐가면서.. 반 나마 익었다 생각되면 물에 불린 미역을 넣고 좀 더 볶다가 물을 붓는다. 소금으로 부족한 간 맞추면 끝, 팔팔 끓인다. 매운 거 좋아하니 청양고추 좀 썰어 넣었다. 추석 무렵 한우협회에서 보내준 쇠고기, 땡땡 얼었더도 결을 찾아 칼질하니 잘 썰어지더라. 조도에서 가져온 자연산 돌미역, 물에 담가 잠시 불리면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생생해지더라. 깊은 맛이 난다. 하도 맛이 좋아 두 끼니 연속 끓여 먹었다. 한 번은 밥상, 또 한 번은 술상..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장흥 도깨비방망이 닭도리탕
2020.12.06고2 때쯤이었던지.. 형과 함께 장흥에 갔더랬다. 그것도 정초에.. 난생처음이었는데 딱 세 가지 기억이 남아 있다. 읍내를 관통해 흐르던 탐진강, 강 건너 산 중턱 며느리바위와 그에 얽힌 전설, 멋모르고 떠먹었다 곤욕을 치른 매생이 떡국. 그 후 30여 년의 간극을 뛰어넘어 최근 몇 년 사이 이래저래 꽤 자주 오가는 고장이 되었으니.. 어제는 산에 못 가는 대신 "장흥이나 가자" 하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산에는 왜 가지 못했는가? 발 병이 났다. 틀림없는 족저근막염, 적절한 치료대책이 필요하다. 장흥에서는 뭘 했을까? 몇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음식과 다량의 술을 마셨다. 그중에 하나 기억에 남길만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닭도리탕'이다. 맛을 잘 아는 냥반..
우럭젓국
우럭젓국
2020.07.09왠지 속이 허하여 뭔가 보가 될만한 묵직하고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다. 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우럭포가 생각났다. 지난 설 무렵 보성 율포에서 사다 둔 것이다. 서산 특급 요리사로부터 전수받은 대로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애호박과 자그마한 배추 한 포기 사 왔다. 현미 박박 문질러 어거지로 쌀뜨물 받아 날카로운 지느러미 제거한 우럭포 넣고 호박, 배춧잎,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어가며 끓인다 팔팔.. 대가리를 꼭 넣으라는 말 잊지 않았다. 새우젓 넣어 간을 맞추고 불을 살짝 줄여 진득하게 끓였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길 기다리지만 썩 우러나지 않는다. 파 썰어넣고 끝.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대략 만족.. 국물이 시원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묵직한 맛은 우러나지 않았다. 우럭포에 문제가 있나? 우럭포가 아..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2020.07.06한밤중에 배가 고파, 난데없는 떡볶이에 꽂혀..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에 착수한다. 재료는 충분하다. 냉장고에서 늙어가는 떡국 떡을 한 주먹, 두 주먹.. 물 낙낙히 붓고 불을 켠다. 고추장, 조청, 고춧가루, 간장을 취향과 입맛에 맞게 투여한다. 마늘, 대파, 청양고추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인지라 요리에도 거침이 없다. 잘 되얐다. 실패하는 것은 늘 양 조절이다. 문제는 식탐, 나이와 식탐은 반비례하는가 비례하는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표고버섯 들깨 파스타
2020.06.14장 본지가 언젠지.. 있는 걸로 해 먹기, 오늘은 파스타. 표고버섯 세 개, 청양고추 한 개, 들깻가루 다량, 올리브기름이 없어 들기름으로.. 1. 면을 삶는다. 2. 후라이팬에 들기름 두르고 표고버섯 먼저 3. 면을 투여하고 뒤적거리다 면 삶은 물을 적당량 붓고 들깻가루 4. 베트남 쌀국수 소스 적당량 5. 청양고추 썰어 넣고 끝 맛 죻타!
우렁이 된장볶음
우렁이 된장볶음
2020.01.23얼마 전 공력 높은 호래비 집에서 하루를 묵고 받은 아침밥상. 그 밥상에 볶은 된장이 있었다. 어찌 만드는가 물었다. 우렁이, 멸치, 청양고추, 들기름.. 물 쩨까 넣고 볶으면 된다 했다. 그처럼 간편한데 이런 맛이 나온단 말인가? '나도 해 먹어야겠다', 가슴에 새겼다. 우렁이살 사놓고 집에서 밥 먹을 날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나도 된장을 볶았다. 물이 약간 많아 지졌다 말해도 별반 그르지 않겠다. 멸치 다듬어 우렁이살, 다진 마늘, 달군 뚝배기에 들기름 쳐 살짝 볶다 물 자작하게 붓고, 된장 퍽퍽 퍼 넣고 달달 볶는다. 적당한 시기에 대파, 청양고추 댓 개 썰어넣고 들들 볶는다. 들기름 좀 더 치고 끝, 맛을 봤다. '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 오늘 이걸 끝내 다 먹고 말지.. 반주 한..
가을 호박
가을 호박
2019.10.11뙤밭에 호박이 넝쿨째.. 내 진즉 걷어낼까 했으나 밤톨만이나 한 애호박 키워 묵자 하고 내비뒀다. 제법 컸다. 오늘 점심은 호박이다. 호박에는 새우가 잘 어울린다. 새우, 마늘, 양파, 엊그제 따온 노루궁뎅이버섯 넣고 팔팔 끓인다. 아쉽게도 청양고추가 없다. 오직 새우젓, 간을 맞춘다. 강된장을 만든다. 넣는 것은 내나 같다. 마늘, 양파, 된장, 노루궁데이, 물, 거기에 쇠고기 , 북어 약간.. 어지간히 넣을만한 것 다 넣고 졸인다. 뚝딱 한 상 잘 처려졌다. 깊어가는 가을 애호박에 호박잎으로 한 끼를 잇댄다.
능이, 송이, 버섯 산행
능이, 송이, 버섯 산행
2019.10.10버섯 따러 가자는 친구 성화에 길을 나섰다. 모후산과 백아산이 앞뒤에 있는 곳, 화순 사람한테 물어서 갔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순전 못 먹는 버섯뿐, 발길은 그저 능선으로만 향한다. 버섯 산행 체질이 아닌 모양이다. 태풍 뒤끝 하늘이 몹시 어둡다. 주둥패기 노란 해서 새낀가 했더니 살모사 중에 가장 흔한 쇠살모사라네. 여기서 '쇠'는 작다는 의미가 되겠다. 가을은 독사의 계절,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친구가 딴 능이를 전리품으로 나눈다. 나는 세 송이.. 이번에는 걸음을 멀리 잡았다. 강원도 정선, 정선에서도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한참을 이동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데 강원 영동, 그중에서도 북쪽, 여기만 비가 안 온다. 난생처음 땅에 박힌 송이도 보고.. 구절초 흐드러졌더라. 노루궁뎅이는..
황태호박국
황태호박국
2019.09.08"아이 후타리 호박 좀 따다 히 먹으란 말이.." 시시때때로 실가린나 뭇나 후타리 너머로 챙겨주시는 웃집 아짐 애원하다시피 신신당부한다. 차마 외면할 수 없어 태풍을 무릅쓰고 어덕을 기어올라 하나 따왔다. 무엇을 해 먹을꼬 하니.. 뚝배기에 물 받아 멸치, 마른 새우, 황태 넣고 뚝배기 달구다가 애호박 나박나박 썰어 넣고 팔팔 끓인다. 다진 마늘 양껏, 간은 오로지 곰삭은 새우젓으로.. 양파 반쪽 썰어 넣고 다 끓였다 싶을 때 청양고추, 대파 투척하고 마무리. 황태 호박국 되시겄다. 시원하고 좋다. 애호박찌개는 저리 가라 하네.
베트남 메밀국수
베트남 메밀국수
2019.07.09여름은 국수의 계절, 요건 무슨 국수일까? 메밀 생면에 베트남 쌀국수 국물, 청양고추에 고추냉이. 메밀 생면을 팔더라. 그런데 딸려오는 소바 국물이 형편없다. 직접 제조하자니 번거롭고 실력이 안되고.. 베트남 쌀국수도 팔더라. 딸려오는 소스가 제법 훌륭하다. 그런데 쌀국수는 삶는 과정이 번거로워.. 해서 이 국수가 만들어졌다. 라면보다 빨리 삶아지는 메밀 생면, 고수 향 은은한 베트남 국물이 궁합이 잘 맞는다. 맛나다. 그리고 간편하다. 그래서 좋다.
꼴뚜기볶음
꼴뚜기볶음
2019.06.04나는 꼴뚜기를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멸치에 섞인 꼴뚜기를 골라먹자고 상자 채로 엎어놓고 뒤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정작 꼴뚜기를 한 번도 양껏 먹어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꼬록젓은 상에 자주 올렸으나 단 한 번도 꼴뚜기 반찬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 망둥이 따라 뛰는 꼴뚜기처럼 살지 말라는 가르치심이었을까? 하지만 어머니는 친구들 도시락 반찬 속 꼴뚜기를 내 얼마나 탐했던 지 모르셨을 것이다. 엊그제 장 보러 갔다 눈에 띈 꼴뚜기를 한 봉다리 사 왔다. 어떻게 해 먹는 건가 살펴보니 물에 불려 깨끗이 한 후 양념장 치고 볶아 먹으면 되겠더라. 하라는 대로 했다. 다만 번거로운 공정을 보다 단순화했다. 불린 꼴뚜기 건져 물기 대충 짜내고 기름 두르고 다진 마늘 넣어 볶다가 간장 알맞게 치고 다진 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