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대남문에서 백운대까지 북한산 주릉길을 걷다.
대남문에서 백운대까지 북한산 주릉길을 걷다.
2013.11.1211월 9일, 보름쯤 전 비봉 능선을 타며 마음에 다진 북한산 주릉 길을 잇댈 요량으로 구기동을 다시 찾았다. 주릉을 타고 백운대에 오른 다음 우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5~6시간이 소요된다 했다. 구기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대략 한 시간 만에 대남문에 당도하였다. 가을은 이미 남녘으로 떠나버리고 없다. 산객들도 단풍 따라 남녘으로 내려갔는지 휴일임에도 산이 한산하다. 보현봉을 들러갈 생각이었는데 어느 사이 지나부렀다. 되돌아가 보았으나 길을 찾지 못하겠다. 대남문을 통과하기 전 보현봉 방향 등산로가 통제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그 길뿐인 모양이다. 하릴없이 그냥 진행한다. 형제봉 자락 넘어 남산이 보인다. 그 옛날에는 야트막한 야산일지라도 산줄기만을 타고 남산까지 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흐려 ..
고부 두승산
고부 두승산
2013.11.0711월 1일, 두승산을 오른다. 두승산은 나에게 있어 눈 뜨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산이다. 늘상 그 자리에 있으되 집을 떠나 멀리 출타할 때면 가장 멀리까지 나와 배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또 가장 먼저 마중 나와 맞이해주는 그런 어머니 같은 산이다. 들판 가운데 솟아 사면팔방 거칠 것이 없어 정읍, 고창, 부안 어지간한 곳에서는 늘 지척에 있는 것처럼 다정다감한 산. 갑오농민전쟁, 역사의 한 복판 가장 치열했던 현장을 몸소 내어주고 지켜온 산. 늘 눈으로 보아왔으나 정작 올라본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산. 그 산을 오른다. 나는 고부와 맞닿아 있는 동네에 산다. 큰길로 나갈 것도 없이 논길, 밭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부가 나오고 그 길 너머 두승산이 있다. 가을 가뭄이 오래되어 날이 뿌옇다. 고..
병풍지맥의 맹주 담양 병풍산.
병풍지맥의 맹주 담양 병풍산.
2013.11.03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 하늘이 찌뿌둥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엔 소먹이로 말아놓은 짚더미들이 하얗게 뒹굴고 있다. 너무 쓸어가 버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병풍산, 담양-고창 간 고속도로를 타고 담양 부근을 지날 때면 들판 가운데 솟아오른 당당한 풍채를 지닌 일군의 산들이 몹시 궁금했었다. 그래 오늘은 병풍산이다. 주위는 물론 멀리 있는 산들까지 막힘 없이 조망할 수 있는 그런 산이라 했다. 왼편 삼인산, 오른편 병풍산을 돌아 오른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산길, 삼인산은 덤으로 오른다. 근처에서 김밥이라도 사려 했는데 오늘도 실패다. 산 입구에도, 바로 인근에 있는 수북면 소재지에도 김밥 파는 데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밥을 먹고 오르는 것으로 하고 소재지 식당에서 백반을 먹는다. 이른 시..
데미샘과 천상데미, 선각산의 가을이 깊어간다.
데미샘과 천상데미, 선각산의 가을이 깊어간다.
2013.10.27장수 가는 길, 금남호남정맥이 지나는 진안과 장수의 접경,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는 데미샘에 간다. 익산-장수간 고속도로에서 진안 나들목으로 나와 백운면 소재지를 지나 굽이굽이 찾아든 곳은 백운면 원신암마을 위쪽에 조성된 선각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겨 길을 나서니 오후 1시정각이다. 오늘도 역시 먹을거리를 챙기지 못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사먹은 호두과자 3천원어치가 전부인데 잘 버텨줄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한번 거른 끼니는 죽드락 찾아먹을 수 없다 했거늘.. 데미샘 물로라도 배를 채울 요량으로 빈 물병을 하나 챙겼다. 데미샘으로 향하는 숲길은 편안하고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다. 시원함을 넘어 다소 쌀쌀한 가을 바람이 끊임없이 숲을 헤치고 지나간다. 매미소리가 사라진 숲,..
북한산, 향로봉에서 대남문까지..
북한산, 향로봉에서 대남문까지..
2013.10.20어디서 길을 잘못 잡았을까? 북한산을 잘 아는 친구한테 길을 물어 구파발역 2번출구를 확인하였는데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다. 박석고개에서 산길을 잡았으나 은평경찰서로 내려와버리고 길 건너 다시 산으로 붙었으나 다시 도로로.. 허 참..세번만에야 선림공원지킴터라는 곳에 당도하였다. 지도를 뒤적거려보니 아무래도 구파발역이 아니라 불광역이었던 모양이다. 잘못 말했거나, 잘못 알아들었거나.. 그리 오래지 않아 능선에 당도하였고 향로봉을 올랐는지 지나쳤는지 모르게 걷다가 바위 그늘에 앉았다. 여기가 어디메쯤일까? 멀리 백운대, 눈 앞에 비봉, 능선이 장쾌하다.쓰린 속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몇겹의 산자락 너머 남산이 아스라하다. 해가 있는 방향은 시야가 썩 좋지 못하다. 골짝 골짝 파고든 건물들, 서울은 거대한 ..
겨울 달마산
겨울 달마산
2013.10.112010.12.29일 달마산. 고창군농민회 송년 산행, 그새 3년이 흘렀다. 부도전에서 대밭 3거리로 올라 정상(불썬봉) 거쳐 능선 어디메쯤에서 어디론가 하산, 추석때 갔던 때와는 반대방향으로 산을 탔다. 꽤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록을 해 뒸어야 기억이 새로울텐데..사진을 봐도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다만 능선의 심한 기복과 암릉으로 인해 시간이 꽤 걸렸다는 것, 구제역이 창궐하던 시절이라 산 아래 축산농가들이 등산객들의 왕래를 몹시 꺼려했던 일 정도가 생각난다. 달마산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장쾌한 능선산행이 일품이다. 2013/09/23 - [산이야기] - 해남 땅끝 달마산,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2013/09/23 - [산이야기] - 해남 땅끝 달마산, 미황사에..
부석사 무량수전의 감개무량한 풍경
부석사 무량수전의 감개무량한 풍경
2013.09.27왜 태백산 부석사라 했을까? 태백산에 있지도 않으면서..부석사가 자리한 산자락은 영주 봉황산이다. 산은 어떤가 하고 살펴보았으나 그닥 신통치 않아 보여 절만 다녀오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였다. 어차피 살짝 들러가는 길이라 여유롭지 못하다. 얼른 둘러보고 서울로 갈 요량으로 절구경에 나섰다. 이러저러한 관문과 건물들을 지나 무량수전에 도착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듬직하기 짝이 없다.고색창연하거나 신비로울 것도 없이 소박하면서도 중후하다.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은 기둥 그 자체보다 '배흘림기둥'이라는 말이 더 유려하게 들린다. 옛 사람들의 안목은 참으로 탁월하다. 이런 자리를 어찌 찾아냈을까?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경탄스럽기 짝이 없다. 건물 배치가 어떻고 탑의 문양이 어떻고 ..
해남 땅끝 달마산,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해남 땅끝 달마산,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2013.09.23달마산을 목적지로 삼았다. 왜? 그냥 가고 싶었다. 나도 달마가 되고 싶었을까? 달마는 어인 일로 땅끝까지 가서 산이 되었을까? 달마산은 거대한 바위 절벽들을 일떠세워 미황사를 감싸고 있다. 아니 꼭 그런 자리에 미황사가 자리 잡았을 것이다. 이번 산행은 미황사를 출발하여 부도전 지나 능선, 대밭 삼거리까지 도솔암까지 능선길, 도솔암에서 하산길을 타고 내려와 산 중턱의 산책로를 타고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였다. 한번 가본다는디.. 미황사 입구, 일주문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나? 담벼락이 둘러쳐져 있고 달마산의 기암이 살짝 위용을 드러낸다. 객사쯤 되어 보이는 건물 뒤로 기암이 웅장하다. 대웅보전만이 유일한 옛 건물인 듯.. 미황사 본절로부터 600여 미터에 있는 부도전, 부도전 담을 끼고 본격전..
가리왕산에 가다.
가리왕산에 가다.
2013.08.31남부지방에는 큰 비가 내린다 했다. 오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곡식들이 좋아라 하겠다. 집에 가봐야 별 볼일 없겠다 싶어 발길이 산으로 향했다. 지난주 토요일 이야기다. 딱히 정해놓은 산 없이 일단 길을 나서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정선땅 가리왕산으로 향했다. 본래 산에 가기 전에 해당 산에 대한 정보를 무지하게 파악하고 가는 편인데.. 그냥 무작정 갔다. 가리왕산은 큰 산이다. 대여섯시간이면 오르락 내리락하지 않겠는가 하고 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덤볐다가 꽤 고생하였다. 허기와 갈증 속에서 매우 느릿하게 걷다보니 11시간을 산에 머물러야 했다. 다행히 물은 임도 주변에서 구해 마실 수 있었다. 넉넉하고 품이 큰 산이라고 하나 출발지에서 상봉까지 1,100여미터에 달하는 고도를 올려야 하기에 주능선에 도..
금강의 물뿌랑구 뜬봉샘을 찾아서
금강의 물뿌랑구 뜬봉샘을 찾아서
2013.08.08장수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귀농인들이 일군 하늘소 마을에서 하룻밤 머무르고 떠나는 길, 다음 행선지로 바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많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온전히 산 하나를 오르기에는 적절치 않은 날씨다. 경로 인근 뜬봉샘이 잡힌다.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로 신무산에 자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장안산을 기점으로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이름으로 섬진강 수역과 금강 수역을 가르는 첫들머리 부근에 신무산이 있고 그곳에 뜬봉샘이 있다. 장수군에서 꽤 공을 들여 개발해놓은 탓에 찾기도 쉽고 오르내리기도 어렵지 않다. 다만 너무 부자연스러운 콘크리트 범벅의 인공 구조물들과 사리에 맞지 않는 안내판들이 눈에 많이 거슬린다. 탱크 몰고 갈 일 있나? 길 참 잘 닦아놨다. 이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오월, 무등산에 오르다.
2013.06.13오월 무등산에 올랐다. 어느새 한달이 되어간다. 5월 17일 석가탄신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인지라 한적한 길을 찾아 원효사길을 골랐다. 원효사에서 서석대에 이르는 4km 남짓한 길은 무등산 옛길이라 이름붙여져 잘 닦여 있다. 계곡을 끼고 흐르는 호젓한 산길을 시간 반 가량 오르면 중봉 부근 능선에 이르러 무등산의 웅장한 산세가 드러나고 광주시내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무등산에 올라 오월 광주를 생각한다. 80년대의 '오월' 광주'에 담겨 있던 역동성과 비장함을 되새겨본다. 복사에 복사를 거듭하여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오월영령들의 사진집을 보며 느꼈던 비분강개, 피가 거꾸로 흐르는 분노에 피를 떨던 시절이다. 역사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학살자가 애국자가 되고 학살의 배후가 여전히 은인 행세를 하고..
백운산 동강할미꽃
백운산 동강할미꽃
2013.04.01몇 년을 별러왔던가? 정선 땅 동강변 바위 절벽에 피어나는 동강할미꽃, 그 존재를 안 이후 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곳에 가는 꿈을 키워왔다. 그 꿈은 농민운동을 통해 실현되었다. 정선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회원들과 연줄이 닿은 지난겨울 막바지, 돼지 잡는다는 핑계로 몇 차례 오며 가며 동강할미꽃이 피기만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귀한 꽃 귀하게 보고 싶어 산에 올라 보기로 하였다. 오며 가며 눈에 익혀 두었던 백운산, 백운산은 동강이 크게 휘돌아 치는 곳에 수직의 절벽을 일으켜 세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산이다. 점재마을로 올라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고 제장마을로 내려서기로 한다. 몇 채 안 되는 마을을 지나 산기슭 밭을 지나니 산으로 드는 길이 열린다. 곧게 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