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향적봉에서 육십령까지 덕유산 종주기
향적봉에서 육십령까지 덕유산 종주기
2012.08.11곤돌라를 타고 올랐다. 향적봉까지 함께 간 일행들과 헤어져 남덕유 거쳐 육십령까지 먼 길을 나선 시각은 오후 1시경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하룻 저녁을 묵을 계획이다. 총 산행거리 24km가량. 꽃도 보고 새도 보고 풍경도 담고 할 욕심으로 챙겨 넣은 렌즈가 3개. 300mm 망원으로 인한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대신 싸드락싸드락 천천히 가기로 작정한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컵라면 하나 사 묵고 자유시간 세 개 사 넣었다. 등산로 주변의 숱한 들꽃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기대했던 두견이 소리는 들리지 않고 휘파람새 소리만 낭자하다. 낮게 드리운 구름 밑으로 보이는 남덕유와 장수덕유가 아스라하다. 삿갓골재 대피소는 어드메쯤일까? 6시 무룡산 정상. 향적봉 8.4km, 대피소 2.1km 꽤 걸어왔고 얼마 안 남았..
우격다짐으로 오른 진안 구봉산.
우격다짐으로 오른 진안 구봉산.
2011.12.15구봉산은 장수와 함양 경계 영취산에서 분기한 금남호남정맥이 진안에서 온전히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뉜 후 일으킨 금남정맥의 맏형 격인 운장산과 연줄을 대고 있다. 운장산을 몇 차례 오르고 지도를 훑으며 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의 종주를 꿈꿔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윗양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산에 붙었다. 고만고만한 8개의 봉우리와 왼켠에 우뚝 솟은 주봉을 합하여 구봉산이다. 1봉에서 8봉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암릉길을 쉼 없이 오르내려야 하며 등산로가 꽤나 험악하다. 더욱이 살포기 내려 쌓인 눈을 대비하지 못하고 아이젠 없이 오르내리자니 한 발 한 발 옮기기가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1봉 지나 3봉, 2봉이 어디 가부렀을까? 에라 1.3.5.7.9 다. 아버지께서는 늘 싸나이 ..
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2011.12.09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총을 메어라 출진이다. 눈보라는 밀림에 우나 마음 속엔 피 끓는다. 높은 산을 넘어넘어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빨치산이 영을 내린다 원쑤를 찾아 영을 내린다. 참고 견디는 고향마을 만나러 가자 출진이다. 고난에 찬 산중에서도 승리의 날을 믿었노라. 높은 산을 넘어넘어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빨치산이 영을 내린다 원쑤를 찾아 영을 내린다. 눈 나리는 산하를 밟고 싶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2011.10.08장수에 갈 일이 생겼다. 방장산이라도 가야겠다고 맘 먹고 있던 차에 산행지를 장수로 변경하였다. 때는 가을인지라 억새 좋은 산을 고르니 장안산이 걸려든다. 장수 IC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간이 어중간한지라 무룡고개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길을 잡았다. 산행 출발지로 잡은 무룡고개가 이미 1,000m가 넘는 고지인지라 정상(1,237m)까지는 불과 200여미터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동네 뒷산 오솔길같은 산길은 편안하기 짝이 없다. 거리 3km, 한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주변 햇빛 밝은 곳에 핀 정영엉겅퀴, 꽃등에들이 바쁘다. 정상까지 1.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자 전망이 툭 터지는 억새능선이 나타난다. 멀리 지리 주릉이 한 눈에 잡히고 지리산에서 달려온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겹겹이..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2011.09.10한라산을 오를라치면 늘 고민이 밀려온다. 짜장면 묵으까, 짬뽕 묵으까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러나 고민도 잠시 몸은 이내 백록담에 직접 오르는 것보다는 백록담 화구벽을 바라보는 것이 더 멋진 산행이 될 것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한라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다른 볼일을 마친 이후의 약간의 틈을 타 오르는 산행인지라 시간이 넉넉지 않을뿐더러 백록담을 오르내리는 고된 발품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영실로 오르기로 하였다. 영실은 해발 1280m로 1700m가 되는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400여 m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 다소 가파른 길을 40~50분가량 올라 채고 나면 편안한 고산 평지가 이어진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한라산, 그나마 짙은 운무에 휩싸여 있다. 가파른 오름..
지리산에서 1박2일
지리산에서 1박2일
2011.09.07지리산에 다녀왔다. 실로 오랫만에.. 1박2일. 산은 그대로인데 나도 그대로일까? 세상만물은 변한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을 때가 있다. 지리산이 주는 장엄한 기운과 그 산을 내가 땀흘려 오를 수 있는 건강과 패기. 삼신봉을 올라 남부능선을 거슬러 주릉에 당도하고자 하였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대성골로 들머리를 변경하였다. 주릉에 이르는 내내 비는 그치지 않고.. 멀게만 느껴지던 남부능선의 짧은 구간이 팍팍하기도 하였다. 세석을 지나 촛대봉을 넘자 비가 그치고 잠시나마 산줄기를 언뜻언뜻 보여주었다. 눙선에는 여름꽃과 가을꽃이 뒤섞여 피어 있다. 구절초가 벌써 피었다. 며느리밥풀꽃, 산오이풀, 난장이바위솔, 쑥부쟁이, 송이풀, 모싯대 등의 꽃들이 보인다. 장터목 산장에 도달하였다. 산장 예약도 없이 비박을..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새해맞이 방장산 심설산행 1박2일.
2011.01.03해가 바뀌는 시점에 몰아닥친 폭설에 강추위, 좋지 않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스산하고 걱정스러운 소식이 넘쳐난다. 이것저것 덮어버리고 해가 바뀌는 며칠간이라도 잊고 가자고 내린 눈일까? 하여튼 우리는 산에 올랐다. 새벽에 오르기 걱정스럽지 않겠냐며 텐트 싸짊어지고 1박을 감행하였다. 저녁 9시 40분경 양고살재를 출발한다. 추위도 잠시 몸은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인다. 능선에 오르니 세찬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길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벽오봉, 고창읍내의 불빛이 휘황하다. 허리까지 차는 폭설과 매서운 칼바람 속, 눈이 낮은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쉽지 않다, 악전고투. 몸이 다시 얼어붙고 이빨이 부딪힐 지경이 되어서야 텐트가 쳐졌다. 11시 30분. 여기까지 두시간가량이 걸렸다. 눈과 바람이 ..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박5일 울릉도 여행 결산.
2010.10.30울릉도 다녀온 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왜 2박 5일인가? 울릉도에 오며 가며 길에다 버린 시간이 이틀은 된다. 그만큼 멀고 외진 곳, 꽤나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울릉도이다. 아쉬움이라는 것. 간고분투했을 개척민들의 숨결, 울릉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한, 이를테면 옛길을 걷는 것. 그리하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딴집과 텅텅 비어가는 오지 마을을 지키는 진짜배기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울릉도의 빼어난 외관에만 감탄하다 다시 떠나오니 뭔가 무지 허전하더라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심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풍치수려한 해안길을 벗어나 숨 할딱거리며 땀 한바탕 쓰겄게 쏟아야 넘을 수 있는 옛 고갯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 이는 울릉도 개척기 각 지역과 마..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울릉도]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2010.10.28학포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남양천이 흐르는 서면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까지 이동하였다. 굳이 남양을 들른 이유는 그곳 남양천에 작은도요가 도래하였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도요류 이동의 절정기가 지나서인지 도요새는 보이지 않고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속뿐이다. 어제 갔던 태하천만 못하다. 도동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향한다. 울릉도의 어업전진기지라 하는 저동항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과 달리 해안을 따라 넓게 포구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싱싱한 생선과 오징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어판장이나 포구나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징어를 수소문하니 요즘 통 나오지 않아서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다가 한바탕 왈칵 ..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울릉도 해안 절경과 학포 일몰에 취하다.
2010.10.13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보았던 거대한 와불을 알현한다. 구름이 다소 낀 싱그러운 가을 하늘을 인 나리분지는 한적하기 이를 데 없다. 또르륵 또륵 방울 굴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방울새들만 분주하다. 밭에는 대부분 더덕이 심어져 있고 군데군데 참고비를 심어놓은 밭이 보인다. 이미 가을이 완연하여 묵은 밭처럼 보이고 쓸쓸하다 못해 황량한 감마저 든다. 할레 할레 걷다 보니 울릉도 전통가옥인 너와집이 보인다.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을 보전하고 있는 듯 하나 관리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 많이 쌓이면 굳이 집 밖에 나오지 않고도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물 외벽을 다시 한번 견고하게 감싸는 '우데기'가 그것이다. 지붕에는 바람에 대비하여 굵은 돌들이 너와를 하나하나 세심..
나리분지의 밤.
나리분지의 밤.
2010.10.05울릉도에서의 첫밤을 보낼 곳은 나리분지의 산마을 식당이다. 먼저 도착해 있던 해안파와 합류하여 여장을 푸니 7시가 넘었다. 우리는 곧바로 저녁식사를 겸하여 막걸리 잔치에 돌입하였다. 해안을 돌아 험준한 고개를 넘어 나리분지에 입성한 해안파는 도처에 즐비한 기암절벽이 마치 정과 마치로 깎아 세운 것 같다며 감탄해마지 않는다. 산줄기를 타고 넘어온 우리 역시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가며 성인봉에서 내려다본 울릉도를 이야기한다. 과장법은 기본이다. 그러나 울릉도 풍광에 대한 감탄과 찬사도 잠시 우리는 울릉도의 막걸리와 산나물 맛에 그만 취해버렸다. 씨껍데기술, 나리분지 특산 막걸리라 한다. 조껍데기술과 마찬가지로 발음에 매우 유의해야 하겠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꽤 많은 막걸리를 마셔보았지만 이만한 막걸리를..
성인봉을 오르다 - 도동항에서 성인봉 거쳐 나리분지까지.
성인봉을 오르다 - 도동항에서 성인봉 거쳐 나리분지까지.
2010.10.04성인봉을 경유하여 나리분지로 가기로 한 산중파는 영태와 나 둘 뿐이다. KBS중계소를 산행 들머리로 하여 성인봉을 경유하여 나리분지까지 가는 산행시간은 약 4시간 30분으로 안내되어 있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택시를 잡아타고 서둘러 산행 들머리로 이동하였다. 두어 시간 전까지만 해도 보였다는 독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좁은 협곡을 비집고 들어앉은 도동항과 독도를 바라보는 독도전망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시 40분 산행을 시작한다. 성인봉을 오르는 산길은 평범하기 짝이 없다. 시야가 툭툭 터지는 날망도 아니고 물 흐르는 계곡도 아닌 평범한 산길을 하염없이 걷는 인내가 필요하다. 성인봉 인근의 숲은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은 말 그대로의 원시림이라고 한다. 하여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