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계방산 해맞이 산행
계방산 해맞이 산행
2020.01.02새해 해 구경, 결과는 눈 구경. 이 짝으로 가야 한다 싶었는데 잘못짚었다. 그래도 뭐 귀한 눈 봤으니, 해는 또 뜨는 것이고.. 먼 길 달려 좋은 술 먹고 새벽길 헤쳐 산을 오른다. 운두령, 무엇인가 어둠 속에서 칼바람과 맞서고 있다. 거대한 바람개비, 소리가 쎄다. 분분이 눈발이 날린다. 정상까지 십리길, 날이 밝아온다. 온통 하얗다. 눈이 부시게.. 정상, 정시에 도착했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같이 찍자 한다. 강원일보에 실린다네. 나는 사진을 찍었다. 해를 기다린다. 거짓말같이 운무가 걷히길 기대한다. 바람이 씽씽, 걷힐 듯 말 듯, 애를 태운다. 창졸간에 해가 나왔다 사라진다. 입맛이나 다시라는 듯.. 얼마나 기다렸을까? 에잇! 해고 지랄이고.. 얼어버린 몸이 나무토막 같다. 삐그덕 삐그덕.. 감..
지리산 달맞이
지리산 달맞이
2019.09.15달 보러 간다. 이북 출신 빨치산들의 비원이 서린 달뜨기 능선, 나에게는 그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겠다는 약간 오래된 바람이 있다. 달뜨기 능선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자면 '조개골과 쑥밭재 언저리에 마련한 비트'를 찾아야 되겠는데 그럴 수는 없겠고 쑥밭재 부근 혹은 쑥밭재 지나 두류봉에 이르는 능선 어디 조망 터지는 곳에 시간 맞춰 당도하는 것이 일이 되겠다. 열사흗날 뜨는 달을 봤더니 정동쪽에서 남쪽으로 한참 치우쳐 동남쪽에서 떠올랐다. 하니 쑥밭재 부근이면 달은 과연 달뜨기 능선 위로 떠오르겠더라. 이짝 길은 하봉, 영랑대 지나 한번 내려와 본 적이 있으나 짙은 운무 속에서 길을 여러 차례 놓치기도 하였고 청이당터니 쑥밭재니 하는 곳을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나쳐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다. 이래저래..
묘봉에 올라 대간을 본다.
묘봉에 올라 대간을 본다.
2019.08.2730년 되야가는 고향 친구들 모임 1박 2일. 올해는 속리산 인근으로.. 농민회 일 핑계 삼아 밤 늦게사 합류했으나 술도 안 묵고 맨숭맨숭. 인자들 늙어가는가? 밤새 푸고 아침에 또 푸던 술 푸대들이 찔끔찔끔 몸을 사린다. 하긴 아예 입에도 안대는 내가 젤로 문제다. 나는 지금 금주중, 섣달 초하룻날에나 다시 잇대기로 작정해 뒀다. 한번 작정하면 천하 없어도 안 먹는지 아는지라 술 먹으라 권하는 놈도 없다. 월남뽕 치다 순식간에 판이 커져 판돈이 100을 넘으니 돈 다 돌려주고 판을 아예 접어버린다. 진짜 늙었군.. 재미 하나도 없다. 이렇듯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으나 할 일 없기는 매 한 가지.. 또랑 가상 나비나 새 둘러볼 요량으로 사진기 챙겨 들고 할랑할랑 길을 나선다. 그러고 보니 몽골 다녀와서..
덕유산 토옥동 골짝
덕유산 토옥동 골짝
2019.06.23어디로 튈까를 고민하다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를 예약해 두었다. 올해 새로 심은 잔디밭 하나 시기를 놓쳐 풀 매느라 한 이틀 적잖이 고생했다. 논 둘러보고 스프링클러 옮겨주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러부렀다. 산 아래 도착하니 오후 다섯 시, 올라갈 수 없다네.. 사정이 통하지 않는다. 멀리서 왔다 하니 다 멀리서 온단다. 이래 저래 고민하다 장계로 가서 방을 잡았다. 계남 사는 동갑내 불러내 술을 붓는다. 돼야지 꼬랑지가 아주 맛나다. 역시나 술은 지역 토종과 묵어야 된다. 밤이 이슥해 술자리 파할 무렵 던져놓은 미끼를 물고 사람 하나 달려왔다. 술벵이 추가되었을 뿐.. 토옥동 골짝에서 서봉으로, 주릉을 타다 월성재에서 다시 토옥동 골짝으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숲이 짙어 어두컴컴, 서늘하기 짝이 없다. ..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2
2019.05.18가던 길 못다 가고 도중(고모치)에 내려온 곳은 괴산군 청천면, 나를 데리러 오는 청주 미원 사람 "지금 청천면 소재진데 40분 더 가야 한다" 말한다. 면 내에서 40분을 달린단 말인가? 알고 보니 청천면이 무지하게 크더라. 증평군보다 크다던가, 맞먹는다던가.. 집으로 가자는 것 마다하고 면 소재지 근처 여관에 짐을 풀었다. 오늘은 뱃구레 든든한 산행을 해야지. 평소 먹지 않는 아침을 먹는다. 올갱이국 좋다. 김밥도 세줄 사고.. 출발이 사뭇 좋다. 다시 고모치로 오르는 길, 영업을 중단한 거대한 석산을 지난다. 포크레인이야 덤프차야 각종 중장비들이 방치된 체 고철이 돼가고 있다. 그래도 얼추 복구는 마친 듯 바위를 파먹던 산이 그리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 꽃도 보고 새도 보며 할랑할랑 산길을 간다. ..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봄날의 백두대간(늘재-버리미기재) 1
2019.04.25요사이 제법 빡세게 살았다. 겨우내 제껴두었던 일 이제야 손에 잡은 것이니 자초한 어려움이다. 그 일이 얼추 마무리되어간다. 거듭되는 술자리로 몸은 무거운데 가슴속 응어리는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때는 바야흐로 꽃 피고 새 우는 따스한 봄날, 백두대간이 나를 부른다. 그래 씻고 와야지.. 가야겠다.. 길을 잡아 나선다. 늦은 밤 홀로 기울인 막걸리 석잔에 출발이 늦어졌다. 고속도로 타고 오르던 길, 화서IC에서 내린다. 낯익은 지명들이 나타난다. 길은 화령 지나 비재, 갈령으로..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왼짝에 두고 늘재로 이어진다. 녹색으로 표시된 도로가 화령에서부터 이어진다 보면 무방하다. 늘재에 차를 두고 청화산을 오르는 것이 이번 대간길의 들머리가 되겠다. 늘재에는 성황당이 있다. 그럴듯하게 개축해..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백두대간 9차 : 속리산 구간
2019.03.06농성장의 밤이 깊어간다. 노회한 군의원의 정치적 야심과 술수에 농락당한 농민수당, 일시적 곡절에 불과하지만 치욕스럽다. 농민의 이름으로 되갚아주마.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막급하게 만들어주겠노라 다짐한다. 간만에 맞는 고요한 밤, 엊그제 다녀온 백두대간을 되돌아본다. 대간 가는 길, 북접 농민군 최후 항전지 북실전투 현장에 조성된 동학 농민혁명 기념공원을 지난다. 렌즈가 없다. 차 속을 발칵 뒤집어도 없다. 사진기만 가져오고 렌즈를 놓고 왔다. 렌즈 찾는다고 정신이 사나워져 술 한잔 올리지 못앴다. 옥천, 보은을 경유하여 오후 네시경 비재를 출발, 지나온 봉황산을 돌아본다. 나는 오늘 피앗재 산장까지 간다. 피앗재 산장은 대간을 뛰던 형이 추풍령에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와 잠을 청한 곳이다. 바람처럼 비호처럼 ..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백두대간 8차 : 상주 구간(큰재~비재) 1박2일
2019.02.03인생 반백년을 맞아 야심 차게 내디뎠던 백두대간 종주, 달포 가량 나름 쾌속 질주하다 상주 구간에 이르러 4년 동안이나 발이 묶여 있었다. 산줄기가 약해져 그 옛날부터 온통 신라 땅이었던, 오늘날에도 겨우 면단위나 가르는 곳.. 나는 여기를 백두대간의 수랑이라 일컬으며 절반도 못 가고 중단된 내 결심의 박약함을 은폐해왔다. 그간 상주 땅을 벗어나기 위한 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때로는 하루를 잡아 쏜살같이 통과해버릴까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더랬다. 그러는 사이 4년이라는 세월이 덧없이 지나가 버렸다. 그러니 계획과 구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대간길을 개척했던 초기 답사자들에게 상주 구간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별다른 특징없는 나지막한 칙칙한 잡목 ..
사량도 지리산
사량도 지리산
2019.01.20오래 전 어느 해 겨울 통영에서 석달살기를 했더랬다. 손 꼽아 헤아려보니 무려 16년 전.. 통영에서 하룻밤, 이런 저런 옛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분에 넘치는 잠자리 박차고 어둔 새벽길 달려 사량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장엄한 아침 노을, 뜨는 해를 보며 사량도에 도착.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곧바로 출발한다. 섬의 서쪽 돈지에서 내려 산줄기를 밟아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된다.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 주먹 불끈 쥔 이승복 어린이 의연한, 사량초 돈지분교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폐교된 지 무려 7년, 절반 나마 찢겨 너덜너덜해진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매화가 방긋, 객을 반긴다. 높지 않은 산, 금새 능선에 당도한다.남해 방면 능가도, 수우도..이리 보니 산중, 횡간성령측성봉 원근..
지리산에서 새해를..
지리산에서 새해를..
2019.01.07해를 보러 갔다, 지리산으로.. 날마다 뜨고 지는 해 뭐가 다를까만 해가 바뀌는 시점이니.. 해가 진다. 담박질쳐 부여잡았다. 허나 어쩌랴.. 한 해가 저문다. 새해가 밝아온다. 구름짱 속에서 조각달 빛난다. 촛대봉 동트는 산하 새해가 밝았다. 반야봉 백운산 대성골 남부능선 칠선남릉에 들다. 눈발이 날린다. 서설이라 본다. 새해를 축하함
눈 나리는 선운사, 숫눈길 헤쳐 오른 소요산
눈 나리는 선운사, 숫눈길 헤쳐 오른 소요산
2018.12.29밤사이 눈이 내렸네눈 없는 겨울은 삭막하니..그러니 내렸겠지. 선운사 가는 길은눈 내리는 중 선운사 스님은눈 치우는 중 눈 쓰는 중 선운사는 눈 내리는 중 선운사에 눈이 나린다.... 눈 나리던 하루가 가고간 밤에도 눈이 살째기 내렸네 다시 선운사 가는 길소요산이 끌어 당긴다.알 수 없는 힘, 그 힘에 이끌려소요산으로.. 실은..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숫눈길을 밟고 싶었다. 딱히 길이랄 것도.. 그렇다고 아니랄 수도 없는.. 숫눈길을 헤쳐간다. 정상에서 세상을 본다. 어디까지 바다였을까? 그 옛날에는.. 강 건너 선운산,소요산과 자웅을 겨루는경수봉을 본다....여기 저기 전화를 돌려봐도올 사람이 없네하릴없이올라온 길 되짚어 간다. 하산 신발이..눈강아지 집에 돌아와 소요산을 본다. 삼각으로 솟은 장한..
입암산성~청류암 1박2일
입암산성~청류암 1박2일
2018.12.27녹두장군 일행이 입암산성에 든 날은 1894년 음력 11월 29일, 양력으로 바꾸면 12월 25일이다. 분명 25일로 새겨두고 있었는데.. 하루를 앞당겨 24일 입암산에 들었다. 내 이번에는 장군이 가실 길 이상이 없겠는지 적정을 살피는 척후병 노릇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함께 하는 길동무들도 있다. 만화제에서 길을 잡아 오른다. 갓바위 조망대에 이르니 이윽고 해가 넘어간다. 시간을 잘 맞촤 올랐다. 사람 사는 동네에 불이 들어오고.. 해 넘어가고 한참만에야 달이 솟았다. 늦장 부리며 올라온 것 말고는 아직 보름달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밤 지나 새벽, 어둠을 찢고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색이 변한다. 저 멀리 지리산은 거대한 성채.. 해가 솟고.. 온누리에 빛이 번진다. 산성 안길을 지나 청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