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웅석봉에서 달뜨기 능선으로
웅석봉에서 달뜨기 능선으로
2018.06.3005:10,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계곡에서 산들바람 올라온다. 저 멀리 천왕봉, 밤새 안녕하셨나요? 심하게 기대면 곰 신세가 될 수도.. 경호강 해가 솟는다. 매일 보는 해라도 늘 새롭다. 산청 뜨는 해를 보고 다시 잤다. 얼마나 잤을까? 앗! 뜨가.. 마빡에 내리 꽂히는 따가운 햇살에 소스라쳐 일어났다. 밤새 불던 바람은 다 어디로 가부렀을까? 바람 한 점 없다. 종혁이가 찍어줬다. 나비 어지러이 날더니 이 녀석들이었군.. 아자씨, 놀다 가셔.. 나서는 첫발부터 부여잡는다. 웅석봉 정상에서 활발한 점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살았군.. 한참을 뒤져 찾았다. 좀 더 눈여겨볼 터인데.. 나는 지금 달뜨기 능선을 걷고 있다. 능선은 온통 짙은 숲 길, 해가 들어오지 않아 좋긴 하나 조망이 터지지 ..
산청 웅석봉
산청 웅석봉
2018.06.29"동무들, 저기가 바로 달뜨기요!" 영화 '남부군', 내 기억 속에 남은 유일한 대사.. 그리고 펼쳐지는 지리산의 웅자. 그 날 이후 나는 달뜨기를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최근년에야 '달뜨기 능선'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에 얽힌 사연까지..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은 실로 장쾌하였다. 달뜨기는 웅석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칭한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던 그곳, 달뜨기 능선을 간다. 산행 기점은 밤머리재, 고갯마루 못 미쳐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다. 오랜 가뭄에도 물은 마르지 않았다. 방울방울일지언정.. 그러니 약수다. 웅석봉.. 지리산에 가렸을까? 봉우리 이름만 있을 뿐 별도의 산 이름이 없다. 지리산 웅석봉, 혹은 산청 웅석봉이라..
아.. 지리산! 섬진강!
아.. 지리산! 섬진강!
2018.03.18산을 오른다. 숙취, 해장술 발걸음이 무겁다. 배 속은 꿀렁거리고.. 섬진강을 보여준다 했다. 그러니 믿고 오른다. 한 땀 한 땀 쉬엄쉬엄 짐이 되어버린 주렁 정이 들었나? 차마 버리지 못하는데 문득 시야가 트이고 드디어 보여준다. 섬진강. 강 건너 백운산, 천리길을 에돌아온 호남정맥 백두대간을 마주한다 '산자분수령'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산에 사는 사람 지금 오면 뭘 보겠냐 타박하지만 새벽에 오라는 말이겠지만 좋기만 하다. 섬진강 아.. 섬진강 고개 돌려 힐끗 보니 세석, 남부 능선.. 그 너머 천왕봉 눈 앞, 피아골 너머 하늘로 올라간 동네 농평이로구나. 92년 대선 이후, 술을 먹다 먹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몸 만들어 내려오자 찾았던 동네 농평에서 더 들어가는 높은 터, 묵은터에..
방장산 달맞이
방장산 달맞이
2018.03.05정월 대보름, 째깐한 우리 동네는 달집도 없고 굿도 없다. 적막강산.. 집집마다 달집 태워올리던 어른들은 모다 옛사람 되야부렀고, 불깡통 돌리던 조무래기는 마을에 홀로 남아 지난 세월을 그리워한다. 그 조무래기가 50줄을 넘겨부렀으니 세월이란 참.. 헛웃음만 나누나. 산으로 가는 짐을 꾸린다. "영태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좀 서둘러 떨어지는 해도 보고 뜨는 달도 보자 했는데 이미 해 지고 달 뜨고.. 실내키만한 여명에 의지해 눈에 불을 켜고 산을 오른다. 산 밑에까지 깊숙히 파고 든 고창 신도시, 온천지구의 불빛이 휘황하다. 웰파크시티란가 뭐란가 이름 참 괴상하다. 능선에 서니 쟁반같은 보름달이 산 가득히 은은한 빛을 뿌린다. 등을 켜지 않고도 걷기에 지장이 없다. 달빛 산행 좋다. 우리는 어쩌면 ..
바람 많은 날
바람 많은 날
2018.03.023.1절, 바람이 몹시 불었다. 생각지 않게 산발을 걷게 된 건 팔할이 바람 탓이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길, 봄을 노래하기엔 아직 스산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눈도 없는 계절의 간극, 바람만 오살나게 분다. 산길은 곧장 쥐바위로 연결되었다. 쥐바위에 서서 희여재 방면을 바라본다. 파리지옥이라 일컬어지던 개띠 형님의 머리에도 세월이 내려 앉았다. 세상에 그 숱 많던 머리가 이제는 속이 보인다. 기나긴 도솔계곡 끄트머리에 경수봉이 버티고 있다. 배맨바위, 일대가 바다였던 시절 배를 매 두었던 바위라니..옛 선인들의 상상력에는 웅대한 대륙의 기상이 서려 있다. 도솔계곡 낙조대 일대의 바위들, 저 멀리 소요산 천마봉 거쳐 하산, 바람 한번 싫도록 맞았다. 얼굴 근육이 도통 통제가 안된다. 하지만 ..
한라산 해맞이
한라산 해맞이
2018.01.08새해 해맞이를 어디서 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떠오른 한라산, 해가 바뀌고 매우 이른 새벽 나는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모자라 길가에까지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차량보다 더 많은 사람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새해 새 해를 보자고 산을 오른다. 사람으로 인한 산길 정체까지 고려하면서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게 산정에 도착하는 것이 일이 되겠다. 03:30 성판악 휴게소, 사람들로 북새통. 휴게소 매점에 들어가 몇 가지 행동식과 얄포롬한 장갑을 장만하고 길을 나선다. 그놈의 장갑은 발이라도 달린건지 자꾸만 사라진다. 산길이 그리 어둡지 않다. 동짓달 보름달이 구름 속을 들락날락.. 다른 이들 불빛에 달빛까지 더하니 등은 꺼내지 않아도 되겠다. 아이젠은 진달래밭 대피소에 가..
덕유산 망봉
덕유산 망봉
2017.11.1410월, 가을을 탔던가? 저무는 가을 부는 바람에 가슴이 활랑거렸다. 산을 보면 오르고 잡고 운전대를 잡으면 마냥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섰던 길, 덕유산 망봉.. 칠연계곡을 거슬러 올라 주릉을 타고 남덕유 방향으로 진행, 무룡산 근처 망봉 능선 갈림길에서 김영승 선생님 일행과 합류했다. 망봉은 방준표 전북도당위원장이 최후를 맞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가을은 가을. 드는지도 몰랐던 단풍이 어느새 지고 있다. 일렁이는 바람에 낙엽비가 내린다. 우수수수.. 주릉이 가까워지니 숫제 겨울 분위기가 난다. 눈이라도 올 듯.. 주릉에 오르기 전 계곡물을 채운다. 물맛 참 좋다. 주릉의 가을.. 바람이 쓸쓸하다. 홀로 가는 등산객, 고독을 흩뿌리며 앞서간다. 주릉에 핀 쑥부쟁이 향적봉과 남덕유, 덕유 주릉 양 끝단의..
방장산 달마중 산행
방장산 달마중 산행
2017.10.06명절 장거리 이동은 불가한 일, 한가위 달마중은 방장산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 차례 음식 노나묵고, 얼근해진 음복 술에 한소금 시들고 일어나 성묘.. 여기까지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한가위 공식 일정. 성묘 이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친구 찾아 강남으로.. 나 홀로 산으로 간다. 산은 방장산인데 어디로 갈 것인가.. 장성 갈재(노령)에서 올라 써레봉 기슭에서 밤을 보내고 능선을 타 넘어 양고살재로 내려가는 것으로 길을 잡는다.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달마중하기엔 써레봉이 마춤이라 여겨졌다. 4시 50분 갈재를 출발한다. 갈재에서 써레봉까지는 대략 한시간 하고도 20분, 땀을 동이로 쏟았다. 날이 흐리다. 여차하면 비라도 올 듯..방장산 주릉 초입 써레봉 부근은 바위가 ..
홍도 깃대봉
홍도 깃대봉
2017.09.14처음 가보는 홍도, 섬 여행은 늘 설렌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깃대봉으로 달린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섬을 굽어보고 싶었다. 왕복 십리길, 섬 주변을 한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려면 점심밥 포기하고 두 시간 만에 다녀와야 한다. 나이 50을 갓 넘긴 고향 친구들, 한놈도 따라 나서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는 몸보다 맘이 먼저 늙어가는 모양이다. 얼마간 오른 전망대에서 섬을 굽어본다. 눈 아래 홍도 1구. 등 뒤 깃대봉 너머 홍도 2구, 사람 사는 마을은 단 두 개뿐이다. 사실상 대다수 주민들이 1구에 밀집해 산다고 보면 되겠다. 잘 닦아놓은 판데기길이 끝나고 숲길로 접어든다. 정상에 이르도록 길은 줄곧 이렇다. 홍도 1구와 2구를 잇는 유일한 육로, 상록수 울창한 어두운 숲길이 다소 ..
5월 지리산, #3. 세석~천왕봉
5월 지리산, #3. 세석~천왕봉
2017.06.09세석 대피소는 마치 한증막 같았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모포를 들고 거실(?)로 탈출해서야 편한 잠을 잤다. 오늘 아침 일출 시각은 5:18, 시간 맞춰 촛대봉에 오른다. 3~4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싶었는데.. 도착과 동시에 해가 떠오른다. 바람은 그리 심하지 않다. 해는 천왕봉 오른짝 옆구리에서 올라왔다. 넘실거리는 자욱한 구름 따라 빛도 일렁인다. 몽환적인 일출,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천왕봉을 향해 길을 잡아 나간다. 잠 깨어오는 산하.. 쿵쾅쿵쾅 가슴이 뛴다. "지리산 산자락만 봐도 가슴이 설레인다"던, 산을 타도 참으로 억세게 탄다는 이석기 의원을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다. 촛대봉 지나 연하..
5월 지리산, #2. 연하천~촛대봉
5월 지리산, #2. 연하천~촛대봉
2017.06.08새벽녘 목 축이러 나간 대피소 마당에서 은하수를 보았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은하수지.. 참으로 별 많다. 느지막이 일어나 행장을 꾸려 길을 나선다. 늦은 출발이라 하지만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다. 간밤 생각지 않았던 마가목술의 출현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나 약간의 숙취를 남겼다. 밥은 벽소령에서 먹는 걸로.. 날이 몹시 맑다. 그야말로 쾌청, 구름 한 점 없다. 아! 구름 있구나.. 좌우튼 날 좋다. 참으로 좋다. 어제와 달리 암봉이 자주 나타나고 확 트인 조망이 가는 발길을 시시때때로 부여잡는다. 어차피 오늘 세석까지만 가자 했으니 빨리 갈 이유도 없다. 휘파람새를 불러내 놀기도 하면서 느적느적 걷는다.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거북이 운행, 서늘한 바람이 같이 한다. 금강애기나리, 색감 참 오..
5월 지리산, #1. 성삼재~연하천산장
5월 지리산, #1. 성삼재~연하천산장
2017.06.075월.. 것도 하순, 지리산은 어떤 모습일까? 5월 24~26일 지리산을 탔다. 새벽 참 내린 비는 공연히 차단기만 건드렸다. 논마다 돌며 모다 다시 틀고 물꼬 단속 단단히 하고 길 떠날 채비를 한다. 명색이 농사꾼인데 내가 지금 이래도 되나 하는 망설임 따위는 접어두자. 돌아오는 날이면 논마다 물이 방방할 터이니..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고 모내기는 무난히 끝냈다. 어제오늘 기다리던 비가 촉촉이 내리고 나는 비로소 지리산에서 가져온 사진들을 들여다본다. 또 가고 잡네.. 지금쯤이면 조선의 누이 같은 함박꽃이 산길 곳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으리라. #1. 성삼재~연하천 산장 간간이 소나기의 흔적이 보일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늘엔 구름장이 두텁고 골에서 피어나 능선을 넘는 구름으로 산은 열렸다 닫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