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풀,꽃이야기
선운산 골짝 변산바람꽃
선운산 골짝 변산바람꽃
2014.03.06바람이 몹시 불었다.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한다. 갓 학교에 들어간 코흘리개들 세상 쓴맛 보여줄라나보다. 선운산 어느 골짝에 무리 지어 피는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간다. 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 스산하기 짝이 없다. 손이 시리다. 능선 안부 고라당 볕 잘 드는 곳은 따스하다. 하지만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펑퍼짐한 산길을 싸드락싸드락 걷는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외진 골짝을 거슬러 오른다. 그 옛날 산사람들의 거처, 비트. 세월의 흐름 속에 흔적은 희미해지고 치고 들어온 나무 등걸은 해가 다르게 굵어간다. 비트에 들어앉아 산을 바라본다. 당시의 산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이렇게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을까? 알 길이 없다. 선운산 지역은 고창지역 유격대가 마지막까지 웅거 하며 활동한 지역으로 ..
복수초
복수초
2014.03.04선운사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전화가 온다. "형님 선운사 갔더니 만개했습디다" "그려? 나도 마침 지나는 길잉게 한번 가봐야 쓰겄다 " 곧장 선운사 경내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기니 암자에 있던 검둥이 한마리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 앞장서더니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거그 아녀 임마.. 암자 지붕 용머리에 올라앉아 암컷을 부르는 딱새의 노랫가락이 흐드러진다. 바야흐로 봄, 생명력 충만한 번식의 계절이다. 이내 복수초 꽃밭에 당도하였다. 북사면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햇볕 잘 받는 남사면에 흐드러졌다. 금잔, 술 한잔 따라먹고 싶다. 문득 어사또 이몽롱이 떠오른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나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는 듯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 후드득 날짐승 튀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고라..
바닷가 모래밭 까마중
바닷가 모래밭 까마중
2013.10.14바닷가 모래밭 까마중척박한 모래밭에 뿌리내리기도 어려웠을 터에 꽃 달고 열매까지 맺었다.마치 호위라도 하듯 돌들이 까마중을 시위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먹때왈이라 부른다. 까마중 까마종이 또는 깜뚜라지라고도 함.가지과(―科 Solanaceae)에 속하는 1년생초.곧추서는 줄기에서 가지가 옆으로 많이 나오며 키는 20~90㎝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고 잎가장자리는 거의 밋밋하다. 꽃은 하얀색이며 5~7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몇 송이씩 무리져 피고 꽃부리는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진한 검은색 장과(漿果)로 익는다. 밭이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고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단맛이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먹기도 하지만 독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식물 전체를 캐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용규(..
바닷가 염전자리 함초밭 단풍
바닷가 염전자리 함초밭 단풍
2013.10.14바닷가 염전자리 함초밭에 단풍이 들었다. 야들은 가을이 빠른 모양이다. 함초는 이름 그대로 짠풀이다. 소금기를 머금어 줄기를 씹으면 짭잘한 맛이 난다. 제대로된 이름은 '퉁퉁마디', 퉁퉁한 다육질 몸매에 걸맞는 이름이다. 바닷물 속 해로운 성분들은 걸러내고 이로운 것들만 함유하여 우리 사람들에게도 매우 이로운 식물이라 한다. 주요성분과 약성 등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글들이 널려 있다. 숙변제거 등에 탁월하다 하니 관심을 가져볼만 하겠다. 명아주과, 대처 명아주의 품세를 닮기도 하였다. 존가 낮은가는 직접 묵어봐야 아는 법, 내년 봄 한가한 틈이 나면 뜯어다가 이렇게 저렇게 해먹어봐야겄다.
돌콩
돌콩
2013.10.09돌콩은 우리 땅 어디에서고 흔하게 자라는 야생콩이다.식물 이름의 접두어로 붙는 '돌'이나 '개'는 원종에 비해 작거나 볼품 없고 질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개다래, 돌배, 개살구, 돌미나리..이들은 여전히 사람의 도움 없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 손에서 재배되고 개량되어 야생성을 상실한 작물들과 대별된다. 최근에는 이런 식물들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고조되고 있는듯하다. 탁월한 약성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웰빙바람과 연관이 깊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진 하지만 돌콩도 다르지는 않은 듯..돌콩은 덩굴식물이어서 다른 풀들을 지주 삼아 풀밭에서 오히려 잘 자랄 수 있겠다. 잡초밭에 파종하면 풀도 잡고 공기중의 질소도 고정하여 땅을 비옥하게 하는 효과가 있겠다. 돌콩은..
구절초 흐드러진 동강의 가을.
구절초 흐드러진 동강의 가을.
2013.09.30동강할미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연을 맺은 이후로 이런저런 핑곗거리, 일거리 만들어가며 참 많이도 드나든다. 그렇다고 늘 거는 건 아니고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거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경북지역 고추 주산지 농민들을 만나고 올라가는 길 강원도의 고추 주산지인 정선으로 향했다. 영월에는 불행히도 농민회가 없다. 언제나처럼 예미 3거리에서 고재 넘어 동강길, 운치리에서 귤암리 거쳐 읍으로 가는 길을 달린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비낀 짙푸른 동강을 끼고 달리는 매우 아름다운 길이다. 여름에 보았던 그 자리에서 그 소가 여전히 풀을 뜯고 있다. 여러 차례 다녔으나 보지 못하던 정선의 논을 보았다. 읍에서 20여분, 화암면 방향 강가에 많지 않은 논들이 있다. 역시 가을, 벼들이 누렇게 익어간다. 광각렌..
무릇
무릇
2013.09.22무릇, 선운사 꽃무릇보다 이 꽃이 더 이쁘다.무릇 꽃은 이처럼 수더분하고 텁텁한 맛이 있어야..
선운사 꽃무릇이 한창이다.
선운사 꽃무릇이 한창이다.
2013.09.17선운사는 지금 꽃무릇 천지발디딜 틈조차 없이 온통 꽃무릇이 차지해버렸다. 거의 절정 꽃무릇밭을 호랑나비가 비행하고 있다.
담에 기댄 꽃무릇이 가을비를 맞고 있다.
담에 기댄 꽃무릇이 가을비를 맞고 있다.
2013.09.14밤을 도와 집에 내려왔다. 여름 휴가보다도 긴 추석 연휴. 새로 두시, 마당에 들어설 무렵 마른 번개 요란하더니이 아침 가을비가 철철 내리고 있다.그래도 별이 총총 박혀 있었는데.. 담에 기댄 꽃무릇이 가을비를 맞고 있다. 이건 뭐 울 밑에 선 봉선화도 아니고..워낙 요란스런 꽃이라 과히 좋아하지 않는데그래도 비 맞고 있는걸 보니 째까 짠허다. 꽃무릇은 상사화라 통칭되는 꽃들 중에 가장 늦게 꽃대를 올린다. 상사화, 개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백양꽃, 위도상사화..나머지 상사화들이 지닌 은은하거나 청초하거나 새초롬한..그런 맛 없이 너무나 노골적인 꽃무릇은 토박이가 아니다. 그래서 도발적인가?이 녀석들을 절간의 스님들이 즐겨 심어온 까닭은 무엇일까? 비는 철철 내리고.. 선운산 꼴짝 뭉치네집 가서 막걸리나..
잡초(쇠무릎)의 생존전략
잡초(쇠무릎)의 생존전략
2013.06.27토방, 갈라진 틈 사이마다 풀들이 뚫고 올라온다. 살펴보니 죄다 쇠무릎(우슬)이다. 어렸을 때는 흔히 도깨비풀이라 불렀고, 우리동네 어른들은 쇠물팍이라 발음한다. 아마도 내 바짓가랭이 아니면 풀밭, 가시밭길 마다 않고 쏘아댕기는 개 터럭에 묻어와 정착했을 것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 길들여지고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쪽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풀들하고는 생명력과 생존전략 자체가 다르다. 쇠무릎은 다년생 풀인 탓에 씨앗을 키울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뿌리를 단단히 박는게 중요할 것이며 종자 전파 방식도 사람이나 동물이 먹어주길 기대하는 대신 찰싹 달라붙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오죽하면 도깨비풀이라 했을까? 이 녀석은 그새 꽤 자랐다. 나 죽으면 사방간디 풀 날것이라고 예언하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뽑아내자고..
석곡
석곡
2013.05.28사람의 손을 피해 달아난 석곡. 새 잡는 망원렌즈로도 아스라히 보이는 절벽, 감히 오르려 하지 말라. 새 되는 수가 있느니..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2013.05.09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는 영실-윗세오름길은 한라산 산길 중에서 가장 짧다. 짧기도 하거니와 제주 남서부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광활한 주위 조망과 백록담 화구벽을 보며 걷는 선작지왓의 이국적 정취는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 틈을 주지 않는다. 어리목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돈내코로 내려갈 수도 있겠으며 영 시간이 촉박하다면 되짚어내려가는 것도 문제 없으니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등산객들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겠다. 영실입구, 산객을 반기는 까마귀가 신령스럽게 느껴진다. 털진달래가 피었다. 화구벽이 보이는 고산평원, 선작지왓에는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 철쭉이 만개하는 모양이다. 한라산 특산 좀민들레. 일반 민들레에 비해 매우 작다. 노랑제비꽃이 지천이다. 오른짝 쳇망오름과 외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