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나도 날 수 있다고..
나도 날 수 있다고..
2009.07.05논병아리가 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나는것보다는 잠수가 전문이다. 주로 밤에 장소를 옮긴다 하니 밤에만 날아다니는 모양이다. 연잎 사이을 유유히 헤엄치며 짧은 잠수 실력으로 어미를 따라다니던 새끼 논병아리. 느닷없이 연잎 위로 뛰어오르더니 앙상한 날개를 퍼덕이며 힘차게 날개짓을 한다. "자 보라구! 이것이 나으 날개다" "자! 폈다. 이제 날거다" "이얍!" "봤지! 왼발 떴다"
연방죽에 쇠물닭이 산다.
연방죽에 쇠물닭이 산다.
2009.07.03연방죽에 꽃이 피고 있다. 길을 가다 연꽃이 핀 방죽이 있거든 잘 들여다보시라. 십중팔구 쇠물닭이 있다. 운이 좋으면 새끼들도 볼 수 있다. 쇠물닭이 연잎 위를 걸어다니고 있다. 물갈퀴가 없는 커다란 발이 연잎을 밟고 걸어다니기 좋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헤엄치는 속도는 되게 느리다. 방죽 가에 나와 있던 녀석 나를 보고는 열심히 방죽 안으로 도망치는데 마음만 급하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쇠물닭은 잠수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한번도 보지 못했다. 늘 재빠르고 잠수 잘하는 논병아리와는 대조적이다. 야들은 아직 번식 전인 모양이다. 서로 떨어져 있다가도 이따금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이다. 근처에 있는 다른 방죽, 여기는 연꽃이 피어 있고 쇠물닭도 이미 새끼를 거느리고 있다. 사람이 나타나자 어미는 어디론..
우리가 아니면 세상 누구도 볼 수 없는 노랑부리백로.
우리가 아니면 세상 누구도 볼 수 없는 노랑부리백로.
2009.06.17겨울이면 동네 앞 저수지에 날아와 석양이 물든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면서 저놈들은 얼마나 많길래 여기까지 날아와서 저 야단일까 싶었다. 그런데 가창오리의 그 군무를 전세계 오직 우리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 내가 보는 가창오리떼가 전세계 가창오리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노랑부리백로도 그렇다. 전세계 생존 개체 2천여마리 뿐이라 한다. 그 대부분이 한반도 서해안에 서식하고 있다 하니 우리가 보지 못하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하는 새가 되고 말 것이다. 비교적 흔한 백로 종류 중에 왜 유독 노랑부리백로만이 얼마 남지 않은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논이나 하천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야산 소나무 숲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여타 백로무리와 ..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
2009.06.05날지 못하는 네발 짐승의 분풀이일까? 우리집 고양이 새만 보면 매복에, 잠복에, 기습까지 갖은 기술을 동원한다. 주로 어린 딱새가 주요 공격대상이 되는데 간혹 사냥에 성공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날개나 내장을 문지방 앞에 가져다 바친다. 허걱! 냥이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다 보이거든~! 아자씨! 내 목아지. 심기 불편한 아빠 딱새 한마디 한다. "어이 냥이! 쥐쉐끼냐 잡어~"
5월 해변, 모래언덕에 피는 꽃.
5월 해변, 모래언덕에 피는 꽃.
2009.05.305월 23일, 고창의 바닷가 심원 만돌 갯벌에서 해리 명사십리 해변까지 더듬고 다녔다. 물이 들어오니 바다 같다. 만돌 갯벌, 모래지치 너머로 갯벌과 죽도가 보인다. 물이 쪽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 무슨 팔자를 타고났을까? 척박한 모래땅에서 잘도 자란다. 갯씀바귀, 몸의 대부분을 모래에 파묻고 꽃을 피웠다.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해안에 자생한다고 한다. 왜 울릉도는 빼먹었을까? 줄기만 보아 오다 때 맞춰 꽃을 보기는 처음이다. 잎모양만 다를 뿐 꽃은 메꽃과 다를 바 없다. 척박한 환경에서 물을 많이 간직하기 위함인지 바닷가 모래 언덕의 식물들은 잎이 다들 두툼하다. 역시 모래에 대부분 묻혀버렸다. '해애애당화 피고 지이이는~' 지금도 섬마을에 총각 선생이 있을까? 있다 해도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없..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슬퍼보이는 빨간 눈망울 '검은머리물떼새".
2009.05.20농민회 청년들 단합 등산하던 날, 선운사 앞을 흘러 바다로 가는 인천강 하구 갯벌에 잠시 들렀다. 뭐 좀 특이한 새 없나 하고 허실 삼아 간 것인데 거기에서 검은머리물떼새를 만났다. 물이 빠지는 중인지 바닷물은 십리나 밖에 있고 인천강 물줄기는 실개천이나 다름 없다. 도요새도 별반 없고 괭이갈매기들만 시끄럽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경쾌한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날아오는 녀석이 있다. 한눈에 알아보겠다. 빨간 눈이 슬퍼보이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나타났다. 예민해서 사람을 잘 붙여주지 않는다는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멀리 있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향해 날아온 양 머지 않은 곳에 착륙한다. 살금살금 다가가니 왠걸 달아나지도 않고 제법 거리를 준다. 이 녀석이 먼저 날아오고.. 한마리가 더 날아왔다. 내외간일까?..
솔부엉이가 싸운다.
솔부엉이가 싸운다.
2009.05.16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솔부엉이가 움직일 시간이 얼추 되었다. 아무래도 한번 앉았던 나무를 먼저 쳐다보게 되는데 바로 그 자리에 솔부엉이가 앉아 있다. 하! 그런데 오늘은 두마리가 한 나무에 앉아 있다. 나무 밑에서 아무리 왔다 갔다 해도 "우리 오늘은 여그서 딸싹도 안할라요" 하듯이 그냥 앉아 있다. "그럼 나도 일 좀 더 해야 쓰겄다" 하고 낭깥에 뻗어들어온 대나무를 한바탕 베어내고 다시 가보는데.. 솔부엉이 두마리 공중에서부터 엎치락 뒤치락하더니 할아버지 산소 앞 잔디밭으로 떨어진다. 이 녀석들 싸우느라 뽀짝 다가가도 달아날 생각이 없다. 달아날 생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다. 나더러 쩌리 가라고 위협하는 듯 하다. "부엉이 쌈 하는거 첨 보슈" "신경 끄시고.." "사람은 가라!" "이걸 그냥 칵.."..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보신 적 있나요? 자생지의 석곡.
2009.05.15자생지의 석곡. 한 시간가량 산길을 타고 가서 나무에 오르고 바위 끝에 매달리는 등 대단히 어려운 자세를 잡아가며 찍었습니다. 하지만 편안히 보셔도 되겠습니다. 환경부에는 멸종위기 식물로 되어 있지는 않고 희귀 식물로 등재되어 있군요. 하지만 찾아다니는 사람 눈에 띄면 보는 족족 뜯어가 버릴 것이 분명하기에 조만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대단히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는 것이기에 한번 훼손된 자생지가 다시 복구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자생지의 석곡을 뜯어다가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왓장에도 얹어놓고 갖은 기교를 부려놓았지만 자생지의 석곡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야생화나 자생난이나 제가 나서 자란 그 자리에서 가장 큰 아름다움과 향기를 발하지 ..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뒷낭깥에 솔부엉이가 산다.
2009.05.11지금도 낭깥에서 솔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소리를 들어보실 분은 눌러보시라. 낮에는 정말 찾기 어렵다. 분명 어딘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졸고 있을 것인데.. 이 녀석들은 "내가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사람을 내려다본다. 과히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빤히 내려다보는 모습이 능청스럽다. 딸싹도 않고 앉아 있던 녀석들 어스름 황혼녘이 되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신호로 암컷인지 수컷인지 그 근방 어디에선가 짝이 날아들고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조폭까치도 가볍게 몰아내고 온전한 부엉이 세상을 준비한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사람의 눈으로는 솔부엉이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그래 니 시간은 니가 지배해라" 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솔..
고양이를 물리친 용감한 참새
고양이를 물리친 용감한 참새
2009.05.10둥지에서 갓나온 새끼 딱새들은 보니 곧바로 고양이가 생각났다. 이것들을 고양이가 가만 놔둘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가 나타났다. 우리집에는 막둥이 수연이가 귀애하는 '양이'라는 고양이가 산다. 처갓집에서 홀대받던 고양이를 성화에 못이겨 줏어다 기르고 있다. 요즘은 제법 고양이 꼴이 난다. 자랑하려는 것인지 무슨 욕구불만을 시위하는 것인지 가끔 쥐 토막시체를 방문 앞에 물어다놓아 우리집 여자식구들을 놀래키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새끼 딱새들을 따라다니면서 왜 이 녀석이 안보이나 했더니 참새 소리 요란한 곳에 이 녀석이 이러고 있다. 아 ~ 이 참새 대단한 녀석이다. 제 새끼도 아닌데 새끼 딱새를 노리는 고양이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엄청난 지저귐으로 혼을 쏙 빼버린다. 참새의 요란한 지저귐..
갓 이소한 딱새가족
갓 이소한 딱새가족
2009.05.07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낮에 딱새 둥지에서 듣던 낯익은 소리가 요란스럽다. 갓 이소한 새끼 딱새들이 감나무 가지 위에 오부대대하니 모여 앉아 둥지 밖에서의 첫밤을 맞고 있다. 둥지가 어디에 있었을까? 전혀 알지 못했는데 우리집 어디에선가 새끼를 길러온 모양이다. 하! 이것들이 밤을 잘 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달빛이 환하게 지켜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아침이 되었다. 나무가지에 앉았던 녀석들이 흔적도 없고 어미와 새깨들간의 교신하는 소리만이 요란스럽다. 내가 나타나서일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목련나무 가지 사이로 다시 오부대대하니 모여든다. 한바탕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제 제법 대범해진 녀석들 서로들 각자 떨어져서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다. 지붕 위에 있는 놈, 대밭 속으로 들..
딱새도 안다, '가화만사성'
딱새도 안다, '가화만사성'
2009.05.06'가화만사성', 언제부터 여기에 걸려 있었을까? 짐작하기에 이 집 주인 여동생들 중고 시절에 걸어놓지 않았을까 싶다. 줄잡아 20년 이짝 저짝의 일일 것이다. 세대가 바뀌었어도 변함없이 걸려 있는 '가화만사성' 뒤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 먹잇감을 물고 부지런히도 드나드는 딱새 내외간을 보고 있자니 야들이 '가화만사성'을 알기는 아는 놈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지극정성이다. 먹잇감을 물어나르는 횟수나 양은 암컷이 수컷의 다섯배 이상은 되는듯 하다. 수컷은 그저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날 뿐만 아니라 먹이만 물어다주고 부리나케 달아나버린다. 반면 암컷은 먹잇감을 잔뜩 물고 와서 골고루 나누어주고 잠시나마 새끼들을 지켜보고, 응가 마려운 놈 응가도 시켜준다. 새끼들을 기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