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나그네새 도요.
나그네새 도요.
2009.05.04모내기를 준비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물 잡은 논마다 도요새 한두마리 여지없이 내려앉아 바쁜 걸음으로 종종거리고 다닌다.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븍으로 이동중에 들리는 것이라 한다. 가을에는 반대일 것이다. 장거리 이동 중에 잠깐 들러 먹이를 먹고 체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라 하니 어디서라도 마주치면 노고를 치하해주고 잘 대해줄 일이다. 방장산 물이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구 갯벌에 가보았다. 개체수가 크게 많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도요 무리들이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갯벌은 도요새들의 노랫소리로 시끌덤벙하다. 도요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조류도감(BirdDB.com) 사이트를 열심히 뒤적거려 이름표를 달아보았으나 서로 엇비슷한 것들이 많아 정확도는 보장할 수 없다..
'아름다운 주머니' 금낭화.
'아름다운 주머니' 금낭화.
2009.05.03이런 꽃이 산야에 자생한다는 것이 믿기 어려워서였을까? 금낭화는 한때 중국에서 들어와 사찰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생각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아름답고 귀해보이는 금낭화도 자생지에 가니 발에 밟힌다. 길 복판에까지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워 생명력 강한 자생식물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자생지의 금낭화를 처음 보았던 몇해 전 5월 1일, 그 날짜만 기억한 탓이었을까? 좀 늦었다. 무수히 무리지어 있는 꽃들 사이에서 싱싱한 개체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도 워낙 사진발을 잘 받는 녀석들인지라 찍어놓고 보니 그럴듯 하다.
발그레한 새악시 볼테기, 남방바람꽃.
발그레한 새악시 볼테기, 남방바람꽃.
2009.04.24새로운 꽃을 보고자 하는 부푼 마음으로 새벽길을 달려 가본 자생지의 꽃들이 아침햇살을 받고 있다. 꽃들은 이제 막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좀 이른 시기에 왔다. 생각해보면 사진은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개중에 이쁜 놈을 골라 꽃만을 부각시켜놓으니 그럴듯해보이지만 자생지의 형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수선하다. 잘 알려진 자생지인 탓에 이미 많은 분들이 걸음을 하였고 일찍 꽃대를 올린 개체를 찍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은 아직 준비되지 못한 다른 개체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자생지의 훼손이 심각해보인다. 나 또한 훼손의 행렬에 동참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꽃들이 만개할 때까지 출입을 자제한다면 자생지의 훼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 꽃이 ..
선운족도리풀을 아시나요?
선운족도리풀을 아시나요?
2009.04.20다양한 무늬와 색의 잎사귀와 꽃색깔을 가진 족도리풀이 한데 엉켜 큰 군락을 이룬 골짜기가 있었다. 이 중 노란 꽃을 피우는 족도리풀을 야생화 동호회 사이트에 게재하였고 이를 계기로 두차례 탐사 안내를 하게 되었다. 두번째는 식물학자 이영노 박사를 안내하였고 이 분이 선운족도리풀이라 이름붙였다. 그 후로 입소문을 타 탐사객들 발길이 이어져 자생지가 몸살을 다소 앓았다. 지어 이듬해에 가서 보니 노란색 꽃이 피는 개체를 누군가가 싹 훑어가버렸다. 아마도 내가 안내했거나 나중에 다녀간 사람 중에 불순분자가 잠입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인기가 시들해져 사람들 발길이 뜸한 모양이다. 많은 개체가 건강하게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웠다. 다만 선운족도리라 이름붙은 녀석들은 이제 대단히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단 두개체만..
내장산에서 만난 새
내장산에서 만난 새
2009.04.20내장산 서래봉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집은 선운사 10분, 내장사 20분 거리에 있다.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이 안되는 날씨가 계속되던 날, 땀도 식힐 겸 내장산 금선계곡을 찾았다. 지난번 보았던 굴뚝새를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가는 길목 길가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황조롱이를 보았다.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모습만 보다 비등한 높이에서 보니 색다르다. 흰배지빠귀는 처음 본다. 계곡 입구에서 목욕하는 녀석을 본 이후로 계속 눈에 띈다. 낙엽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면 다람쥐 아니면 이 녀석이다. 목욕을 마친 박새가 몸을 털고 있다. 곤줄박이가 물을 마시고 있다. 산골짜기에도 원앙이 있다. 수컷을 뒤따르는 암컷, 나들이 나선 옛날 부부를 보는듯하다. 내외지간에 2~3미터 떨어져서 꼭 이렇게 걸었다. 폭포..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린 호랑지빠귀 소리에 반하다.
노래도 버리고 울음도 버린 호랑지빠귀 소리에 반하다.
2009.04.09꼭 새벽 3~4시경이면 앞낭깥, 뒷낭깥에서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들려온 지 꽤 되었다. 이른 새벽 호랑지빠귀 소리가 귓전에 걸리기 시작하면 쉽게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음습하고 낮게 깔리는 소리가 가슴 깊은 곳에 스며 있는 슬픈 기억을 긁어대는 듯하기 때문이다. 새벽녘 가늘게 들리던 휘파람 소리가 아침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오늘은 맘먹고 소리를 추적해본다. 특이한 울음소리 때문에 몹시 궁금했던 새, 호랑지빠귀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대는데도 연신 울어댄다. 가까이에서 들으니 의외로 소리가 청아하고 맑기 그지없다. 맑고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이따금 고음의 작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짐작하기에 열심히 암컷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이 녀석이 날아가고 다른 녀석이 날아왔으나 사진 찍기에는 실패하였다. 인..
논바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
논바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
2009.04.09동진강 하구 근방이었을 것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변 보리논에 기러기가 떼로 몰려와 내려앉는다. 가창오리 등 철새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 소식을 들어왔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다. 아마 사료작물을 갈아놓은 논인 듯 하다. 총체보리가 아닐지.. 기러기들은 계속 내려와 앉고.. 왜 유독 그 논에 집중하여 앉는지 모르겠다. 그 논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많이 어작내지 말지어다.
바닷가에서 본 바다직박구리의 다양한 자태
바닷가에서 본 바다직박구리의 다양한 자태
2009.04.08시끄럽게 떠들어대며 온 산을 헤집고 다니는 직박구리와 달리 바다직박구리는 노랫소리도 들을만 하고 자태도 곱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한카리스마 한다. 제주도 바닷가,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녀석들이 해변 곳곳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깃털이 별볼일 없어 보이는 이 녀석은 암컷일 것이다. 어디를 바라보시나?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2009.04.07아무때나 꽃을 피우고 자기 혼자도 번식을 해대는 서양민들레에 비해 토종민들레는 꽤 까다로운 조건에서 번식을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주위에 갈수록 흔해지는 것은 서양민들레이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총포)이 뒤로 발라당 제껴져 있는데 반해 토종민들레는 다소곳하게 꽃잎을 받치고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자꾸 보다보면 느낌(감)으로도 구분이 된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는 노래가 있다.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그런 민들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자리에서 꽃을 피웠다. 논두렁가상, 길가.. 이런 곳이 민들레의 자리이다.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삐뚤어진 부리를 가진 솔잣새.
삐뚤어진 부리를 가진 솔잣새.
2009.04.04열흘 남짓 되었을까? 희여재 넘어 산길 걷는 중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솔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청설모인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로소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솔방울을 따고 물고 분주한 녀석들, 짹 소리도 내지 않고 솔방울 까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자고 부시럭거리고 왔다 갔다 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언제부터 솔방울을 까먹기 시작했을까? 솔방울 까먹기 좋게 진화를 거듭한 것인지, 너무 까먹어서 고장난 것인지 부리가 틀어져 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잘 까먹는 것이 고장난 부리는 아닌 듯한데 틀어진 부리가 솔방울 까는데 유리한지 어떤지는 선뜻 감이 오질 않는다. 따서물고발톱으로 꽉 붙들고 입으로 송방울을 까서 솔씨를 꺼내먹는다.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동시에 잡..
한봄, 밭에서 만난 딱돌이와 딱순이.
한봄, 밭에서 만난 딱돌이와 딱순이.
2009.04.01깨밭에 방치해놓은 비닐을 걷는다. 비닐이 묵어 잘 걷히지 않아 일이 속도가 붙지 않는다. 밭 한쪽에 심어놓은 매화가 흐드러지다 이제 시들기 시작하고 있다. 매화향이 그윽하다. 눈은 자꾸 꽃으로 가고 비닐을 걷자 새로 드러난 흙 속에 있는 먹잇감을 노리는 딱새 부부가 어지러이 날아다닌다. 때는 바야흐로 한봄이다. 집안 곳곳에 둥지를 틀기도 하는 딱새는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다. 이맘때면 번식기가 닥치는지 꼭 암수가 한쌍으로 달아다닌다. 단아하고 새초롬한 암컷에 비해 옷치장이 그럴듯한 수컷이 사진기 안으로 잘 들어온다. 포리똥나무에 박새가 앉아 그럴듯한 화조도가 되었다. 좀 있으면 숲속을 온통 헤집고 다닐 물까치들이 전기줄에 떼로 앉아 있다. 서산일락 해떨어진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굴뚝새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반하다.
굴뚝새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반하다.
2009.03.29굴뚝새를 처음 본 날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만족해야 했다. 주섬주섬 사진기 꺼내고 렌즈 갈아끼우는 동안 종적을 감춰버린 탓이다. 꽃이건 새건 처음 보기가 어렵지 한번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묘하게도 눈에 잘 뜨인다. 그날 이후로 계곡에 가면 여지없이 바위 틈에서 굴뚝새가 튀어나와 저만치 달아나 바위틈을 비집고 다니며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세상에 굴뚝새보다 부리나케 움직이는 새는 보지 못하였다. 사진기를 눈에 갔다 대면 이미 그 자리에 없다. 계곡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면서 첫날 잡은 녀석은 이렇다. 굴뚝새가 계속 눈 앞에서 어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튿날 다시 가보았으나 날이 너무 저물어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금선계곡으로 들어가보았다. 얼마를 올랐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