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비, 풀, 꽃
운봉 산덕 임도
운봉 산덕 임도
2021.07.03산덕 임도, 작년 이 길에서 어리세줄나비를 만났더랬다. 6월 초였다. 보기 힘든 녀석을 얼떨결에 보고 나니 이 길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지금은 7월 초, 내일부터 늦은 장맛비가 내린다 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산덕 임도, 하늘엔 구름이 많다. 해가 들락날락하는 무더운 날씨지만 숲길은 청량하다. 오늘은 어떤 녀석을 만나게 될까.. 부푼 마음을 안고 타박타박 산길을 걷는다. 압도적으로 많았던 나비. 급하지 않게 나분 나분 날아다니는 흔하지만 품위가 있는.. 길 가엔 산수국이 만발하였다. 절로 노래가 나온다. 흥얼흥얼~ 산국은 피고 당신은 가고 돌아서다가 돌아보았네 아아~ 임이시여 아아~ 임이여~ 산수국 핀 이 길에서 당신을 그린다. 편편흑접 자웅쌍의.. 암컷일까, 수컷일까? 수컷은 오전 중에 길바닥에 ..
오가며 만난 나비
오가며 만난 나비
2021.06.21동강할미꽃 피었던 자리 돌단풍도 이미 지고 없고 참나리가 꽃대를 올렸다. 동강할미꽃은 아무래도 농업전선에서 은퇴해야 다시 보게 될 모양이다. 내 정선에서 참나리를 본 기억이 없다. 이 시기 첫걸음이라는 게지.. 참나리꽃에서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나더라. 처음 알았다. 이렇게 흐드러진 쪽동백꽃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얼핏 때죽나무와 혼동하기 쉬운데 잎사귀도 다르고 송이송이 피는 꽃도 다르다. 결정적으로 향이 많이 다르다. 향기론 때죽에 비해 쪽동백은 향이 구리다. 쪽동백이건 때죽나무건 농사꾼들이 이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말할 나위 없이 단아하고 곱다. 강원도나 되니 이 시기 싱싱한 꽃을 본다. 이 꽃이 북의 국화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북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더라. 흰색 꽃들은 단아하고 고결..
솔부엉이와 소쩍새
솔부엉이와 소쩍새
2021.05.164월 말에서 5월 초면 어김없이 이들이 온다. 생김새는 다르나 같은 올빼미목인지라 닮은 점이 많다. 올해는 솔부엉이 소리가 먼저 들리고 사나흘 후에 소쩍새가 울었다. 5월 초 낮은 기온 탓이었는지 소쩍새 소리 과히 우렁차지 않았다. 벌써 번식에 들어갔을까? 날이 갈수록 소쩍새 소리 뜸하다. 번식이 시작되기 전 이들은 동료들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무래도 침입자로 간주하는 듯하다.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다니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가만히 노려보기도 한다. 야행성인 데다 움직임이 은밀해서 보기 어려운 녀석들과 대면하기 좋을 때다. 이것들이 와서 인사하지 않으니 내가 인사드리러 간다. 소리를 틀어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와 앉았다. 누구 많이 닮았는데 모르겠다. 눈싸움 한 판을 벌인다. ..
총각 황새 B93
총각 황새 B93
2021.05.16모판 가지러 가는 길 갈곡천 하구 수앙 들판을 지난다. 곰소만 깊숙이 자리한 너른 간척지인 이 곳은 철새 이동시기 많은 나그네새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나는 이 곳에서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긴부리도요, 호사도요 등의 귀한 녀석들을 만난 바 있다. 하여 이 곳을 지날 때면 귀한 녀석들 없는지 눈을 밝힌다. 메추라기도요, 학도요, 청다리도요, 흑꼬리도요 등이 보인다. 귀한 녀석 없다. 저 멀리 황새 한 마리 보인다. 압도적인 크기와 허리 아래 검은 깃털로 백로 무리와 쉽게 구분이 된다. 예전 같으면 "와~ 황새다" 했겠으나 지금은 "음 저기 황새가 있군"이라 반응한다. 황새 많이 늘었다. 지난겨울 고창 일대에서 최대 80여 마리까지 일시에 관찰되었다 하니 늘어도 많이 늘었다. 그래도 황샌데 보고는 가야지.. ..
맨 처음 흑산 탐조
맨 처음 흑산 탐조
2021.05.15내 흑산에 처음 갔던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그 해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장흥 사는 어떤 내외와 동행했더랬다. 아마 그들 내외간은 이른 봄부터 쎄 빠지게 일 하다가 숨 좀 돌리자고 갔을 것이고, 나는 놀던 걸음 내쳐 놀아불자는 심산이었을 게다. 진보당 당원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그의 안내로 섬을 한 바퀴 돌고 밤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술 싹싹 긁어 마셨다. 이튿날 아침부터 배에 오르기 직전까지 새를 보러 싸돌아다녔다. 5월 10일이었다. 멋진 구레나룻에 과묵한 인상, 너 왔냐? 실컷 봐라 하는 듯.. 깃털 모양새가 달라 잠시 헷갈렸으나 꼬까참새 수컷의 1회 겨울 깃과 가장 흡사해 보인다. 흔한 나그네새였으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철새연구센터 박종길 박사님이 직접 안내하고 ..
검은이마직박구리
검은이마직박구리
2021.05.13이상스러울 정도로 이 녀석이 보고 싶었다. 봄철 철새 이동시기에 이따금 올라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녀석을 볼 날이 있겠다 싶었다. 그 사이 10여 년이 흐른 듯.. 그러던 녀석을 안면 트고 나니 연달아 다시 보게 된다.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라 하는 이 녀석을 한반도에서 보기 쉬워진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뚜렷한 증거로 된다. 2003년 처음 관찰된 이래 2007년 가거도, 소청도 등 서해 도서 지역에서 번식이 확인되었고 이제 가거도에서는 1년 내내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내륙으로까지 번식지가 확대될 전망이라 하니 이 녀석의 출현을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허나 어쩌랴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또 그렇게 적응하며 ..
흑산 탐조 2
흑산 탐조 2
2021.05.06나이가 들면서 자기 전에 세워둔 계획을 아침에 일어나 쉽게 포기해 버리곤 한다. 산에 올라 해 뜨는 것을 보겠다 다짐해놓고 그냥 잤다. 산에 가겠다는 계획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할까 고민 중에 동행키로 한 사람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하여 산으로 갔다. 그러니 흑산도에서의 산행은 순전히 그 냥반 덕이다. 마리재에서 올라 큰재 거쳐 샘골, 약 5km 능선 산행길이다. 얼마간 산을 오르니 조망이 툭툭 터진다. 눈 아래 진리 마을의 두 팽나무, 새 잡는 렌즈로 당긴다. 위쪽 가지가 붙은 연리목이라는데 실상은 붙었다 떨어졌다 비바람에 상처가 심하다고.. 좌우튼 두 나무, 자세는 참 사랑스럽다. 능선에서는 새를 보기가 어렵다. 다만 공중 높이 나는 맹금이 이따금 스쳐 지날 따름이다. 이 녀석의 정체는..
흑산 탐조 1
흑산 탐조 1
2021.05.05문득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잔디밭에 매달려 살았으니 한 번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섬에 가고 싶었다. 외연도에 가고 싶었으나 표가 없다. 하여 흑산도, 냉큼 달려온 애벌레가 함께 한다. 목포에 내리던 비는 온 데 간 데 없고 흑산은 쾌청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밥이고 뭇이고 새부터 보러 간다. 가장 먼저 만난 녀석들은 왕눈물떼새, 주댕이가 좀 더 길었으면 좋으련만.. 좌우튼 반갑다 왕눈아~ 음.. 이것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처음 본다. 흰 눈썹이 약하긴 하나 틀림없다. 여러 개체가 풀밭을 뒤지고 있었다. 해안가 절벽에 도요 한 마리, 꺅일까? 뭔가 달라 보였다. 그냥 꺅은 아닐 것이라는.. 접근에 접근을 거듭하여 남긴 가장 근접한 사진, 도요는 풀밭으로 날아갔다. 전문가는 바늘꼬리도요로 동정해..
탐조
탐조
2021.04.30새 보러 나선 길, 섬으로 간다. 때는 4월 4일, 바야흐로 봄이었다. 비안도, 새만금 방조제 바로 옆 고군산군도에 속한 작은 섬. 가력도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섬에 들었다. 벚꽃 흐드러졌더라. 한 달 요량이나 지난 사진을 왜 이제야 들추는가? 그날 이후 종적을 감췄던 메모리카드가 나타났던 것이다. 어제 일이다. 너무 일찍 길을 나섰을까? 새가 없다. 검은머리물떼새, 좀 외로워 보인다. 음.. 제비 수 없이 날아다니더라. 여기서 처음 봤던 것인지 확실치 않다. 쑥새, 가만있자 이 친구도 이동 중인 겐가? 아.. 곧 번식지로 가겠군. 이미 떠났으려나? 거의 만리길을 간다 하네. 먼 길 무탈하길.. 다시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뿐인가 했더니 여기저기 꽤 있더라. 굴 까먹는 검은머리물떼새. 서양 아..
초록에 물들다.
초록에 물들다.
2021.04.26뙤 농사짓는 나, 연중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물 주랴, 풀 잡으랴.. 산벚 피고 연두색으로 물드는 산을 멀거니 보기만 했다. 이러다 봄 다 가고 말겄다. 하여.. 숲에 들었다. 숲이 언제 이렇게 시푸레졌다냐? 봄꽃 보자 왔건만.. 인자 꽃은 능선에나 가야 있겄다. 허나.. 산에 어디 꽃뿐이더냐? 나비도 있고 새도 있고.. 애기세줄나비, 전국에 널리 분포한다. 솔새류는 감별이 어려워.. 그냥 솔새라 해 두자. 특징적인 사진 서너 개 골라 감별사에게 보냈으니 혹 답이 오면.. 큰오색딱따구리, 이 숲에서는 처음 본다. 곤줄박이, 암수 서로 정답게 소리로 교신하던 녀석.. 낯선 선율로 울어서 어떤 녀석인가 하고 한참을 수색했더랬다. 숲새, 풀벌레 울음소리를 낸다.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흰배지빠귀,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2021.03.27만주바람꽃을 보러 갔었네, 12년 만에.. 실로 오랜만이라 마음이 둥실거렸어. 발걸음도 가볍게 골짝에 들어섰지. 능선에 걸린 해가 빛을 뿌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꽃들이 반짝이고 있었지. 오늘은 개짜 띠고 그냥 별꽃이라 부르자 마음먹었네, 이쁭게.. 해는 설핏 넘어가 버리고 골짝에는 돌연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 꽤나 차가운 바람이었어. 허나 만발한 꽃들이 있어 나는 춥지 않았네. 금괭이눈과 하얀 (개)별꽃, 종도 깔도 다르지만 나란히 피어 어우러졌네. 골짝을 거슬러 올라 만주바람꽃을 만났어. 아~ 그란디 내 한 발 늦었군.. 이미 지고 있었어, 때를 맞촤 온다는 것이.. 미안하다 꽃들아. 혹 게으름뱅이라도 있을까 샅샅이 뒤졌어. 일제히 피었다 한결같이 지고 있네. 부지런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12년..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1.02.28바람이 분다. 봄바람인 듯 아닌 듯 경계가 모호한 때에 봄보다 앞서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 바야흐로 바람꽃 피는 시절이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 나서는 곱게 늙은 할매들 같다. 생각나네, 어머니와 그 동서들 지금은 모다 고인이 되신.. 하그비~ 바글바글허네.. 허나 소란스럽거나 요란하지 않다. 왁자하게 모여 핀 녀석들이나 고요히 홀로 피어 있는 녀석들이나 곱기는 매 한 가지.. 그 누구 봐달라 피는 것 아니요, 봐주는 이 없다 한들 속절없다 할 것 없으니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일 뿐, 누가 보건 말건 제 할 일 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