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겨울잠, 봄꿈
겨울잠, 봄꿈
2015.03.24"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컴컴한 적굴 속에서 암연히 죽이느냐" 소설은 처형 직전 전봉준 장군이 남긴 마지막 말씀을 종자 삼아 죽음으로 가는 전봉준 장군의 처절한 노정을 그리고 있다. 농민군을 해산하고 잠행에 들어간 전봉준 장군 일행이 피노리를 향하는 장면, 전봉준 장군은 잠행을 마칠 방도를 구상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곧이어 김경천의 밀고와 피체, 서울로의 압송.. 압송길에서 겪는 인간 전봉준의 고초와 고뇌. 피체 과정에서 상한 다리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이로 인해 겪는 인간적 치욕, 사람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었을 내적 갈등에 대한 사실적 서술이 두드러진다. 대처나 그랬겠구나.. 실상은 더 했을수도 있겠지 하다가도 때..
'신불산',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
'신불산',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
2015.03.19실로 오랜만에 책 이야기를 한다. 갈수록 책 읽기가 어려워지지만 그렇다고 아예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닌데.. 가끔 책 이야기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린 책, '신불산'. '빨치산 구연철 생애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발간된 지 그리 오래된 책은 아닌데 새책을 살 수 없고 중고서점을 뒤져도 잘 나오지 않더니 근 한 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귀하게 얻었다. 이 책을 어찌 알게 되었는가? 이야기는 백두대간 산행 도중 자그마한 암봉에서 발견한 녹슨 탄피에서 시작된다. 탄피를 발견한 곳은 함양 백운산이었다. 백운산은 덕유산과 지리산 사이에 솟은 큰 산이다. 인근 영취산에서 호남정맥이 갈라져나가고 함양 방면으로는 괘관산과 연결되는 백두대간상 요충지이다. 궁금증이 밀려왔다. 누가..
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2009.04.21아름다운 우리 자생란 - 이경서 지음/신구문화사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 땅에 자생하는 100여종의 난초들이 깔끔한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책. 사진뿐만 아니라 각각의 자생란이 지니는 특성과 꽃피는 시기 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자생란의 2/3이 분포한다는 제주 출신인 저자는 백두산까지 수시로 오가며 북녘의 자생란까지도 조사 연구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자생란'은 배낭에 넣고 다니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이다. '난' 하면 꽃의 변이, 줄무늬의 변이 등으로 호사가들의 입맛을 돋구어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거래된다는 보춘화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고창지방은 값비싼 변이종의 주요산지로 꽤 오랜 기간 남채의 대상지가 되어왔다. 그 바람이 얼마..
혼이 담긴 새 사진
혼이 담긴 새 사진
2009.04.17사라져가는 한국의 새를 찾아서 - 김연수 글.사진/당대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하였다. 글보다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는 순간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먼저 쭉 들여다본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진을.. 사진만 들여다보고도 받은 감동이 쉬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잘 읽혀지지 않는다. 책을 펴면 사진만 한참 들여다보다가 덮고, 덮고..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마음에 드는 새, 좋아하는 새 하나씩 잡아서 읽어나가면 된다. 하나 하나 읽어나가면서 비로소 어떻게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는지, 사진에 담긴 저자의 땀과 정성,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어떠한지를 알게 된다...
흙으로 만든 책, 땀과 노동으로 빚은 '오래된 책'
흙으로 만든 책, 땀과 노동으로 빚은 '오래된 책'
2009.04.16진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 진짜 농사란 무엇인가? 땅에 모든 것을 걸어 땅이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람이라야 진짜 농사꾼이요, 그런 사람이 짓는 농사라야 진짜 농사라 할 만하다. 더하여 땅에 쏟은 농사꾼의 정성, 땅의 결실이 온당한 처우를 받지 못할 때 더불어 함께 소리쳐 싸울 수 있는 아스팔트 농사꾼이라면 진짜 훌륭한 농사꾼이라 할 것이다. 갑오년 죽창 든 농민군이 있었다면, 이 시대에는 아스팔트 농사꾼이 있다. 직접 책을 만든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시인으로부터 책을 받기는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감격도 잠시, 어디론가 사라진 책을 석 달도 더 지난 오늘에야 트럭 의자 뒤, 먼지 구덩이에서 찾아내 밤을 도와 뒤적거렸다. '오래된 책' 그것은 흙으로 만든 책이라 했다. 엄청 ..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2009.04.11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 서재철 지음/일진사 김영갑 선생은 외지인이면서도 제주도에 반하여 아예 제주도에 들어가 살았다. 제주도의 무엇에 반했을까? 아마 오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밟히면서도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하는 것, 오름이다. 오름은 제주도의 역사 그 자체이다. 얼마나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섬 생성의 역사가 거기에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선 섬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제주 사람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가 거기에 있다. 3년전 한미FTA 반대투쟁단의 일원으로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 나름 수시로 제주에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보고 또 봐도 오르고 싶은 것이 오름이다. 그래서 오름인 모양이다. 그리고 오름과 오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굴뚝새가 왕이 된 사연을 아시나요?
굴뚝새가 왕이 된 사연을 아시나요?
2009.04.07재잘재잘 새가 들려주는 동화 - 유영소 지음, 한창수 그림, 김홍렬 세밀화, 윤무부 감수/문공사 새들의 왕은 굴뚝새랍니다. 어찌된 일인지 궁궁하지요? 참새는 왜 걷지 못하고 통통 튀어다니기만 하는지, 메추리 꽁지털이 몽땅 빠져버린 사연, 배고파 죽은 며느리가 뻐꾸기가 된 이야기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 처음 듣는 이야기 등 새에 얽힌 옛날 이야기 열한가지가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이라는데 다 커버린 제가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옛날이야기답게 교훈적이기도 하구요. 동화작가와 화가, 새박사 윤무부 교수 등이 합심하여 만들어낸 좋은 책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받아서 제가 먼저 읽었는데 이 책을 받아본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집니다. 초등생을 둔 부모님, 옛날이야기, 새를 ..
소설 녹두장군
소설 녹두장군
2009.04.01녹두장군 세트 - 전12권 - 송기숙 지음/시대의창 소설 [녹두장군] 지난해 11월 말 지나던 길에 우연히 들른 김개남 장군 묘역에서 느낀 바 있어 녹두장군 한 질을 주문해 받아놓고 읽기 시작했으니 날수로는 거의 세 달이 걸린 셈이다. 물론 집중해서 읽은 시간을 헤아린다면 이보다는 짧은 기간일 것이다. 마지막 12권에서는 애써 속도를 늦춰가며 책을 잡았다 놓기를 여러 차례, 온 산하를 흰 옷과 붉은 피로 물들이며 쓰러져간 갑오 농민군 영령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송구함 때문이었다. 나라를 송두리째 말아먹고 팔아먹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 배때기를 불려 온 놈들은 오늘날까지도 세습된 권세를 누리며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외세의 침탈과 지배자의 수탈에 맞서 봉기하였던 농민군의 후예들은 지금도 항..
꽃 피는 봄이 오면..
꽃 피는 봄이 오면..
2009.02.04한국의 야생화 - 이유미 지음/다른세상 입춘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꽃구경 갈 일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같은 매우 이른 봄부터 꽃대를 올리는 야생화 탐사에 벌써부터 나서고 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풀꽃도 이름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제각기 귀한 이름을 하나씩은 달고 있고 때가 되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일에 어김이 없다. 이처럼 누가 보건 말건 제 할일을 다하는 풀꽃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은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꽃 피는 시기부터 모양새, 이름, 쓰임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탐구의 대상이 된다. '한국의 야생화'는 야생화 탐구에 발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꼭 곁에 두고 읽기를 반복하면서 참고할 만한 책이다. 저자는 꽃의 이름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2009.01.30제주 4.3항쟁 - 양정심 지음/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미국은 군사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제주도 모슬포에다가 비행기지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은 제주도가 필요하지 제주도민은 필요치 않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는 확보해야 한다" 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가 경무부장 조병옥과 국방경비대사령관 송호성을 불러놓고 지시한 내용이다. ... 4월 29일 미군정 장관인 딘 소장이 직접 제주도를 방문하고 제주도에 체류하던 부양 가족을을 철수시킨다. 5월 5일 미군정 최고 수뇌부를 이끌고 다시 제주도에 내려온 딘 소장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중령을 해임하고 박진경 중령을 임명함으로써 강력한 토벌작전을 시작한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129쪽) 제주 4.3 항쟁의 본질에 접근할 수 ..
다랑쉬굴 발굴과 그 뒷 이야기
다랑쉬굴 발굴과 그 뒷 이야기
2009.01.29다랑쉬굴의 슬픈노래 - 제주민예총4.3문화예술제사업단 지음/각 다랑쉬굴 발굴 10년을 기념하여 제주 민예총 4.3사업단에서 발간한 책. 2002년에 발간하였으니 그로부터 다시 7년이 흘렀다. 발굴 당시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혹상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련자들의 육성 증언이 이어졌다. 다랑쉬굴 학살은 '중산간지역을 완전히 불살라 없애고 마을주민들을 집단학살하는 초토화작전'시기에 자행되었다. 다랑쉬굴은 4.3항쟁 과정에서 자행된 토벌과 학살만행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랑쉬굴의 희생자들은 어린이, 부녀자 등이 포함된 가족단위 민간 피난민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기관 일부 언론은 군경토벌대에 의한 무차별 학살정황이 드러나자 '발각되자 집단자살' '무장 유격대의 비밀아지트'라는 등의 색깔 공세로 일관하다 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