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 시원한 숲 속에서 만난 긴꼬리딱새.
무더운 날 시원한 숲 속에서 만난 긴꼬리딱새.
2014.06.30무더운 한낮 더위를 피해들어간 숲 속에서 긴꼬리딱새를 보았다. 흔히 부르는 이름 삼광조는 일본 것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이라 왜색이 짙다. 한국조류협회에서 토론을 거쳐'긴꼬리딱새'로 개칭했다 하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2009년의 일이니 꽤 오래 되었음에도 지금도 삼광조라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 듯.. 이런데라면 예의 긴꼬리딱새가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던 곳. 짧은 순간이지만 작년에는 소리도 들었던 터다. 사실은 나비를 찾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리고 짚푸른 녹음 사이로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긴꼬리딱새 특유의 경쾌한 휘파람 소리는 아니지만 느낌이 온다. 이런 느낌은 어디서 오는건지 참 이상하다. 육안으로 녀석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자 사진기를 만지는 손이 허둥대기 시작한다. 침착해야 하..
방장산 수풀꼬마팔랑나비
방장산 수풀꼬마팔랑나비
2014.06.28마른장마, 비는 오지 않고 한낮에는 일하기가 힘들게 덥다. 고창읍내에서 돌아오는 길, 방장산 임도를 탔다. 화려한 발색, 보지 못했던 녀석이 눈에 띄었다. 부전나비류가 아닌가 싶었는데 팔랑나비다. 수풀꼬마팔랑나비,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다. 개중에는 왕이니, 왕자니 지어 대왕이라는 수식이 붙은 나비가 있는가 하면 이 녀석처럼 꼬마를 붙인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있다. 글안해도 작은 팔랑나비 중에 꼬마둥이라 이름붙였으니 참 작은 녀석이다. 하지만 팔랑나비 중에서는 발색이 화려하다.
작지만 당찬 바둑돌부전나비
작지만 당찬 바둑돌부전나비
2014.06.23예기치 않게 집안에서 보았던 바둑돌부전나비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았다. 이 녀석들은 멀리 이동하지 않고 국지적으로 서식한다 했다. 멀리서 이동해오지는 않았을 터, 짚이는 곳에 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개체의 바둑돌이 보인다. 뒷낭깥, 우리 동네에서는 유일하게 신우대(신이대)가 자라고 있는 곳이다. 부전나비류들은 매우 작은 나비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그리 크기 않은 바둑돌부전나비, 그런데 앉아 있는 자세가 너무도 당당해보인다. 두툼한 털에 둘러싸인 앞발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호랭이 앞발마냥 단단해서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게 한다. 뭔가 있을것 같지 않은가? ㅎㅎ아닌가? 진짜 그래보이는데.. 알을 낳는것 같지는 않고 밥 먹는중인 모양이다. 기실 이 녀석들은 나비들 중에서 유일하게 육식성이다. ..
등 뒤에서 쏙독새가 울었다.
등 뒤에서 쏙독새가 울었다.
2014.06.22모판 반납하고 돌아서는 길, 유리창에 빗방울이 비친다. 임도를 타고 올랐다. 임도 주변으로 빨갛게 익은 나무딸기가 유혹한다. 야생딸기 중에서 맛으로는 으뜸이겠다. 한참을 따먹는데 문득 쏙독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쏙쏙쏙쏙쏙쏙쏙.. 전설의 고향 밤중 숲 속 음향에 올빼미 우는 소리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소리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어둑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나 찾아보라는 신호인지.. 소리 나는 곳을 가늠하니 그리 멀지 않으나 접근하기가 만만하지 않겠다. 한번 가봐? 그냥 가? 간다고 볼 수 있을까? 모르는 척 앉아 있거나 훌쩍 날아가버리면.. 이러저러한 갈등을 떨치고 산을 오른다. 주변을 에돌아 산 위쪽에서 치고 내려와 접근한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짐작한 지점에 이르니 이따금 외마디 기척이 들린다..
바둑돌부전나비
바둑돌부전나비
2014.06.21이런 녀석은 어딜 가야 볼 수 있나 했다. 그런데 다른데도 아닌 우리집 텃밭에서 보았다. 님부지방의 이대, 신이대, 조릿대 자생지에 서식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집 텃밭에는 다른건 몰라도 대나무는 없는데..이 녀석 애벌레는 신이대에 기생하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먹고 자라고, 성충이 되어서는 이 짓딧물의 분비물을 받아 먹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육식성, 친일파가 듫끓는 세상에 대견한 놈이다. 문창극이같은 벌거지는 안잡아묵나?아무튼 귀한 녀석을 보았다. 이 녀석은 날개 모양으로 보아 수컷이다.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2014.06.19정선에서 전화가 왔다. 까막인지 까마귄지 아직 안갔는데.."까마귀가 왜 딱다구리 흉내를 내지?" 했던 정선 사람들이다. 새로 두시, 네시간 반가량을 밤을 새워 달렸다. 정선에 도착하니 예초기 싣고 막 밭일 하러 갈 찰라.. 길을 막아서고 길안내를 재촉한다. 이 차가 갈 수 있나? 좌우튼 앞장서라 하고 차로 따른다. 가파른 언덕길을 하염없이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들어온것만 해도 얼마나 산 속인데 또 산 속으로 들어가나 싶다. 정상부에 거의 다다랐다 싶은 산 속에 거짓말처럼 밭이 나타난다. 밭을 에워싼 건너편 산 능선에 소나무 고사목들이 보인다. 왼편에 보이는 고사목에 둥지가 있다고 일러준다. 홀로 사진기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른다. 따로 뚜렷한 길은 없다. 숲 바닥에는 자생하는 야생복분자가 지..
오랫만에 찍어본 새사진, 알락꼬리마도요
오랫만에 찍어본 새사진, 알락꼬리마도요
2014.06.16어느새 유월도 중순이다. 아직까지 모내기를 하지 못한지라 마음이 바쁘다 바뻐..지난 13일 트렉타 논고랑창에 빠뜨리고 잠시 짬이 났다. 저수지 아래 들판을 지나는데 논두렁에 우두거니 서 있는 녀석..내심 뜸부기를 기대했던 터라 뜸부기 암컷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건 오리도 아니고.. 알락꼬리마도요, 도요새류 중 가장 크고 부리도 가장 길다. 어라, 논에서 녀석을 보는건 처음이다. 저 긴 부리는 때론 편리하기도 하겠지만 또 얼마나 불편할까?이동시기도 다 지난 지금 녀석의 출현이 쌩뚱맞다. 벌써 남하할리는 없고 아마도 북상이 늦은 모양이다. 도감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위기근접종으로 분류되어있는 국제보호조라 명시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희귀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보기 쉬운 새라 한다. 중백로인지 ..
귀여운 화마
귀여운 화마
2014.03.25관리되지 않은 탱자 울타리를 제거하였다. 관리되지 않은 탱자 울타리를 다루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기탱천한 탱자가시의 공격을 감수해야 하며, 지치지 않는 완력이 필요하다. 좌우튼 탱자나무를 잔뜩 쌓아놓고 불을 당겼다. 탱자나무는 생나무일지라도 한번 불이 당기면 맹렬하게 타오른다. 불꽃이 얼마나 맹렬하던지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사진 속에서 화마를 발견했다. 아.. 화마가 진짜로 있는거로구나. 좀 우스꽝스럽기는 하다. 보기에 따라 이거이 무슨 화마냐싶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분명 화마다. ㅎㅎ 그런데 이 화마.. 화들짝 놀란다. 뭘 본걸까?
춘삼월, 눈이 나리다.
춘삼월, 눈이 나리다.
2014.03.14분명 비가 오고 있었다. 그런데 눈이 온단다. 개띠 각시가 신이 났다. 문을 열고 밖을 보니 대처 눈이 펄펄 나린다. 전화기로 우선 한방 박아놓고 사진기를 들고 나선다. 우리집 댕갱이, 아랫집 방울이 신이 나서 까불고 있다. 꽃그늘 아래 개들이 다정하다. 꽃이라고는 아직 산수유 뿐이다. 산수유꽃에 내리는 눈, 그리 귀한 광경은 아니다. 그래도 볼 때마다. 운치 있다. 꽃피는 춘삼월, 오늘 아침..눈이 한바탕 내렸다.
선운산 골짝 변산바람꽃
선운산 골짝 변산바람꽃
2014.03.06바람이 몹시 불었다.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한다. 갓 학교에 들어간 코흘리개들 세상 쓴맛 보여줄라나보다. 선운산 어느 골짝에 무리 지어 피는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간다. 부는 바람에 뒹구는 낙엽, 스산하기 짝이 없다. 손이 시리다. 능선 안부 고라당 볕 잘 드는 곳은 따스하다. 하지만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펑퍼짐한 산길을 싸드락싸드락 걷는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외진 골짝을 거슬러 오른다. 그 옛날 산사람들의 거처, 비트. 세월의 흐름 속에 흔적은 희미해지고 치고 들어온 나무 등걸은 해가 다르게 굵어간다. 비트에 들어앉아 산을 바라본다. 당시의 산은 어떠했을까? 그때도 이렇게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을까? 알 길이 없다. 선운산 지역은 고창지역 유격대가 마지막까지 웅거 하며 활동한 지역으로 ..
복수초
복수초
2014.03.04선운사 앞을 지나고 있었다. 전화가 온다. "형님 선운사 갔더니 만개했습디다" "그려? 나도 마침 지나는 길잉게 한번 가봐야 쓰겄다 " 곧장 선운사 경내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사진기를 챙기니 암자에 있던 검둥이 한마리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 앞장서더니 언덕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거그 아녀 임마.. 암자 지붕 용머리에 올라앉아 암컷을 부르는 딱새의 노랫가락이 흐드러진다. 바야흐로 봄, 생명력 충만한 번식의 계절이다. 이내 복수초 꽃밭에 당도하였다. 북사면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햇볕 잘 받는 남사면에 흐드러졌다. 금잔, 술 한잔 따라먹고 싶다. 문득 어사또 이몽롱이 떠오른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나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는 듯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 후드득 날짐승 튀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고라..
아침 풍경
아침 풍경
2014.02.28날이 흐리다. 동짝으로 난 방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풀이 우거진 텃밭에서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야는 되새, 흔한 겨울철새.무엇이 되자 하는걸까? 풀에 매달려 열심히 먹어대고 있다. 이동을 준비하는 듯, 이제 곧 안보이겠군. 짜식 아련하게 앉아 있기는..폼 잡아봐야 참새다. 아랫집 방울이 등장풀밭에서 참새떼 날아오르고 일순 사방이 고요해진다.새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나대다 사진기를 바라본다. 우리집 댕갱이랑 몹시 친하게 지낸다. 산수유 꽃망울이 마구 터지고 있다. 여기저기 어지러이 널린 전깃줄에 앉은 녀석들..까치보다 많은 물까치들이 어디론가 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