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집에서 먹는 곤드레밥
2016.05.18제사 때 사놓은 곤드레나물이 하릴 없이 늙어간다. 먹어 치워야지.. 그래서 작심했다. 곤드레밥을 해먹겠노라.. 그런데 그 준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래 걸렸다. 곤드레나물을 물에 불린 후 삶아 알맞은 크기로 잘랐다. 여기까지 2박3일, 한 삼십분 물에 불리면 되겠지 했다가 "아 그게 아니구나" 하고 하룻 저녁 재우고.. 그러고는 곤드레밥을 까맣게 잊었다가 그 이틑날에야 물에 담긴 곤드레나물을 발견하고 "아 곤드레밥.." ㅎㅎ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다. 좌우튼 오랜 기간 물에 불렸으니 삶는 시간은 좀 짧게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를 더 재웠다. 곤드레나물을 꺼내 볶는다. 들기름 아까라 말고 볶다가 음식 싱거운 건 참지 못하는 성미대로 소금..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어머니가 해주시던 부추계란탕
2016.05.17어릴 적 나는 약골이었다.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 사이면 여지없이 독감을 앓아야 했고 배앓이도 자주 했으며, 하도 넘어지기를 잘해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어쩌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한 건강 체질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 옛날 심하게 앓고 나 기력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것이 있었으니 부추 계란탕이다. 원기를 북돋는데 좋은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부추를 솔이라 한다. 텃밭 한켠 은행나무 아래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관리하던 두세 평쯤 되는 솔밭이 있었다. 그야말로 솔잎처럼 가는 조선 솔이었는데 우리 식구는 물론 동네 아짐들까지 다 나눠먹기에도 충분해서 바구니 들고 와서 잘라가곤 했다. 어머니는 솔밭에 늘 재를 뿌려주시곤 했는데 이제는 ..
목이버섯볶음
목이버섯볶음
2016.05.10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버린 사진기 기억장치를 찾느라 온 방안을 다 뒤졌다. 도저히 찾을 길이 없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대신 먹을거리를 찾았다. ,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3월 백두산 기행 때 조선족 가이드가 선물로 준 것을 잊고 있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인가..기억장치가 내 기억을 앗아 작심하고 영영 숨어버린 모양이다. 포장을 뜯으니 소포장 10개가 들어 있다. 사림 귀를 닮아 '목이'라 했다지.. 나무귀인 셈이다. 말려서 압착시켰다. 압착시켜서 말린건가?물에 불리면 원형으로 복구된다 하는데 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혼자 한끼 먹을 양이 아닐까 싶다. 반신반의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물에 담근지 30여분 지나니 이렇게 몸집이 불어났다. 잘 행궈 채에 걸러 물끼를 뺀다. 다진마늘 먼저 ..
5분완성 양상추샐러드
5분완성 양상추샐러드
2016.05.09딸래미가 사놓고 간 양상추와 토마토가 눈에 띈다. 지금 먹지 않으면 필연코 버리게 될 것이다. 샐러드를 해 먹어야 되겠는데..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있는 재료로 내 입맛대로 하면 된다'는 요리의 기초에 충실하면 되겠다. 얼렁뚱땅 만들어 막둥이한테 먹어보라 하니 "맛있어!"를 연발한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다. 내 입맛이나 막둥이 입맛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양상추 한통, 토마토 2개 조선간장, 산야초 효소, 올리브기름, 들기름, 칠리소스, 다진 마늘, 들깨 가루, 통들깨, 먹다 남은 햄 조각 약간. 각각의 양과 배합은 간 봐가면서 적절하게.. 요리가 뭐 별거 있나? 자신의 입맛과 손맛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팍팍..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매움하면서 약간 새콤한 감자 양파 파스타
2015.12.26내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될 줄이야.. 몇 년 전 '파스타'라는 드라마를 꽤 재미나게 보고는 호기심에 두어 번 먹어봤을 뿐 그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음식인데 말이다. 며칠 전 다녀간 딸래미가 장을 봐와서 새우 하고 바지락 넣고 해물 파스타를 해 먹고 갔다. 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붓고 볶아먹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해두었다. 딸래미가 해준 해물 파스타, 딸래미는 실패했다고 말했지만 맛있게 싹싹 긁어가며 먹어주었다. 면이고 뭐고 좀 뻣뻣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었다. 장작 한 트럭 뽀개고 가창오리 날려 보내고 들어오니 밥해먹기는 다소 늦은 시각이 되고 말았다. 술 한잔 하자던 양반은 전화도 안 받고.. 파스타 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걸 먹어 없애자. 쓸만한 재료라고는 감자, 양파뿐인지라 '..
무쟈게 맛있는 고추장 멸치무침
무쟈게 맛있는 고추장 멸치무침
2015.06.16딸래미들이 집에 다녀가면서 잘 손질된 멸치를 놓고 갔다. 술안주하라고 놓고 간 모양이다.날름날름 집어먹다 보니 손질한 공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장으로 버무린 멸치반찬이 생각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추장에 양념 좀 넣고 그저 버무리면 된다는 것을 금새 알겠다. 그러니까 이 멸치가 요리다 생각하고 의지를 모으면 인터넷이 나서서 도와준다. 기본에 충실하되 내 입맛과 취향대로 있는 재료 가지고 만들어본다. 웃집 아짐이 준 고추장 적당량에 청양고추와 양파, 마늘을 다져넣고 장흥에서 가져온 산야초 효소를 적당히 부어가며 다소 묽게 장을 만든다. 고추가 양이 많아보이는데 그게 내 입맛이다. 그리고 멸치 넣고 마구 버물러주니 끝이다. 들기름 좀 쳤다. 음식을 만들어먹다 보니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더 쓰게 되더라는..
애호박찌개
애호박찌개
2014.08.24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은 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몸소 실감해보기는 처음이다. 그저께 지녁에 해묵을라다 말았던 호박이 이틀 사이에 큰애기 머리통만해져부렀다. 그대로 늙은호박 되야부러라 하고 놔놓고 풀숲을 뒤져 주먹댕이보다 약간 큰 놈 하나를 땄다. 칼을 받는 호박의 감촉이 좋다. 나박나박 잘도 썰어진다. 절반만 잘랐는데도 한냄비 가득하다. 파, 마늘, 양파, 고추 각기 적당량 다지고 썰고..냉동실 뒤져 하릴없이 매물라가던 돼야지고기 썰어 고추장에 버물러 먼저 익힌다. 물 부어 끓이다가 맨 먼저 호박 넣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나머지 몽땅 몰아넣고 자갈자갈 끓인다. 고춧가루 좀 더 넣고 조선간장에 소금에 멜치, 새우 가루낸 것으로 간을 맞촸다. 전라도식이라고 소개된 애호박찌개 끓이는 법을 ..
까지너물
까지너물
2014.08.21며칠 집을 비운 사이 늦여름인지 초가실인지 때아닌 장마가 닥쳐 그 사이 가지만 쭉 늘어나부렀다. 저놈 크면 너물 한번 해묵겄다 눈여겨오던 판이다. 전라도닷컴 말바우장 할매의 요리강좌를 따라해 보는디.. 까지 쪼개서 찜솥에다 넣고 짐이 폭폭 들게 쪄. 다 쪄지문 식어라 허고 있다가 손으로 쪽쪽 찢어. 칼로 썰문 안맛나! 인자 주먹 안에 넣고 살째기 짜. 너무 뽈깡 짜문 물켜져부네 잉! 글고 팽야 조선장 넣고.. 조선장 넣야 맛납제. 마늘 넣고 찬지름 치고 조물조물 무쳐.. 나는 거기다 꼬칫가리, 풋꼬치를 더 넣었다. 그런 것은 이녁 취미대로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옴마.. 그럴싸허네. 호박잎은 씻그기 전에 살망살망 비벼야 보들보들허니 좋네이.. 할매 나는 아직 젊은갑소, 그냥 까슬헌것이 좋네. 까지너물은 ..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2013.08.09매콤하고 시원한 라면, 이름하여 .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감방 특식 화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뜨거운 물로 불린 컵라면이 주재료가 된다. 언젠가 구치소에 다녀와 선보인 것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아이들이 찾는다. 이번에는 며칠 후 있을 학교 캠프 요리 경연대회에 출품하겠다고.. 감방 음식 괜찮겠나 했더니 지네 학교 감방 다녀온 학부모 많아 흉 될 일 없단다. 날도 덥고 하니 한번 해 보는디.. 초장, 훈제 닭 혹은 오리, 묵은지는 필수 재료. 초장은 봉지 고추장에 사이다, 레모나 등을 섞어가며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바깥세상이니 알아서 정성껏 만들면 되겠다. 훈제오리는 뜨거운 물에 봉지째 넣어서 덥힌 후 잘게 찢으면 된다. 여기야 뭐 칼도 있고 도마도 있으니.. 묵은지도 잘게 찢..
옻순 쌈밥
옻순 쌈밥
2013.05.09옻순 먹을 때가 되었다. 변덕스런 날씨, 맵찬 꽃샘추위가 영향을 미친 듯 작년에 비하면 1주일가량 늦었다. 고창 기준이니 중부 지방, 강원도 산간까지 감안하면 향후 열흘 정도가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09년도 첫맛을 본 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옻순을 먹고 있는 바 해가 거듭될수록 옻에 대한 면역능력이 증강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1주일가량은 이래저래 고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니 첫손가락으로 꼽자면 독특한 식감과 뛰어난 맛이다. 식감을 표현하자면 '사각사각', 맛을 표현하자면 '달콤 살벌'이라 할 것이다. 옻이 지닌 독성에 비하면 맛은 매우 순하고 달다. 하지만 어지간한 사람은 옻 오를 것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에..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2013.04.30정선 사람들과 인연을 튼지 불과 수개월, 멧돼지사냥에 동강할미꽃에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저게 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지의 돌밭만이 즐비할 뿐 아직까지 논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골사람 특유의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먹는 음식 맛은 어떨까?콧등치기에 곤드레밥에 늘상 밤새 술을 푸고 속풀이로 먹어온 터라 맛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아~ 좋다!" 감탄사와 이마와 콧등의 땀을 훔쳐가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이번이라고 다르진 않다. 밤새 마신 술이 강력한 속풀이를 요구한다. 정선사람 늘 가는 식당에 전화하더니 "해줄 수 있느냐?"며 뭔가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듯 하다. 정선사람 덕에 메뉴판에는 ..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봄밥을 묵자, 쓱싹쓱싹 봄을 비벼불자.
2013.03.23한 2주만인가? 오랫만에 집에 와보니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산수유나무 밑에 서니 부지런한 벌들 붕붕거리며 부산하다. 꽃샘추위 맵다 하나 봄은 봄이다. 각시는 울타리밑 마당 가상을 더듬어 봄나물 한양판에 양념고추장을 장만해놓고 나갔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머웃대에 돌미나리에 약간의 쑥, 참나물, 돌나물 등이다. 갓 올라오는 머웃대는 쌩으로 그냥 무쳐먹기 좋을 때다. 양념장 두어숟가락 넣고 버무리 버무리 내가 했지만 참 맛나보인다. 밥 두어주걱 얹어서 쓱싹쓱싹 비볐다. 내 너를 '봄밥'이라 명명하노라. 알싸하면서 쌉쏘롬한 머웃대의 향이 기가 막히다. 아삭아삭 씹히는 돌미나리는 또 어떻고..이렇게 한 댓끼니 잇대면 몸 말고 맘이 살지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