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먹는 가장 맛있는 방법
땅콩을 먹는 가장 맛있는 방법
2010.09.10가을이다. 땅콩 거둘 때가 되었다. 땅콩은 가물어야 밑이 잘 든다 했는데 비 내린 날이 많았음에도 어지간히 밑이 들었다. 땅콩 캘 놉을 얻자 하니 사람이 없다. 계속된 비로 제때 밭 닦달을 하지 못한 김장채소들을 심느라 인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고 인건비는 부르는 게 값인 모양이다. 동네 할매들은 추석 안에 고추밭 설거지하랴, 고춧가루 빵구랴 손 날 틈이 없다 하신다. 문제가 붙었다. 고창 땅콩은 맛이 매우 좋다. 고창 황토가 그 맛을 좌우하지 않나 싶다. 고창 대성농협은 대규모 땅콩 가공 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시중에서 유통되는 고창 땅콩은 대부분 여기서 가공되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중국산과의 가격차이가 커서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 맛은 가격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잡솨보시면 알 수 ..
매콤 새콤 시원한 라면 끓이기.
매콤 새콤 시원한 라면 끓이기.
2010.08.17칠월 하고도 칠석, 우리동네 할메들은 칠성날이라 부른다. 이름값 하느라 그랬을까?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견우 직녀가 흘리는 눈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새삼스레 무신 눈물이 얼마나 남았다고 폭포수같은 강한 비를 뿌렸겠는가? 군데군데 논이 침수되고 논두렁이 물러났다. 날씨야 어쨌건 칠석날은 노는 날이다. 오월 단오, 유월 유두,칠월 칠석, 팔월이라 한가위.. 다 농사꾼들 쉬는 날 아니던가? 동네 사람 모다 나와 둘러 앉아 모정에서 하루 점드락 놀았다. 무려 8시간을 앉아 술만 마셨다. 한 30분 성내 농민회장과 함께 한 좌담회를 제하면 나머지 7시간 반은 오롯이 술을 마셨다. 어제 일이다. 간간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구름 속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제법 선선하다. 삼복도 지나고.. 더위가 남았으면 얼..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5월의 밥상, 가는 봄이 아쉽다.
2010.05.16며칠간 집을 치워야 했다. 봄 제사와 가을 추석, 1년에 두차례 뿐인 집안 대청소. 각시는 집안을 맡고 나는 외부 집터를 맡는다. 내 임무의 핵심은 잡초 제거이다. "나 죽으먼 쩌그도 풀 나고 사방간디 풀밭 될거이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 온 병길이성은 황성옛터에 온 기분이라며 운치 있어 좋다 하였다. 어머니하고 죽이 잘 맞아 늘 드나들었던 터라 어머니가 집을 어찌 관리해왔는지 잘 아는 양반이다. 좌우튼 사방간디 쳐올라오는 풀을 맸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풀이 트럭으로 두대를 치우고도 뿌리째 캐낸 억새 한트럭이 아직 남았다. 한 사날 서대고 나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집 안도 마찬가지, 무지하게 버리고 나니 좀 말끔해졌다. 뭘 그리 끼리고 살았던 건..
섣달 그믐밤 벌교 꼬막맛.
섣달 그믐밤 벌교 꼬막맛.
2010.02.17전라도 사람들은 꼬막을 참 좋아라 한다. 그 중에서도 벌교 참꼬막이라 하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전라북도의 산골마을 순창 사람들이 꼬막장사를 하였다. 고창이 팔고 있는 폰깡(제주밀감)과 교환하여 떨어진 할당량 중 한차데기를 집에 가져와 섣달 그믐밤 식구들과 둘러 앉아 삶아먹었다. 꼬막을 닥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가지에 꼬막을 담아 적당히 물을 붓고 빡빡 문질러 서너번 행궈낸 다음 소금물에 담궜다 꺼내면 된다. 내가 하였다. 너무 과하게 삶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긋함이 살아있는 꼬막맛을 볼 수 있다. 물을 끓인 후 찬물을 살짝 부어 온도를 낮춘 다음 꼬막을 투입하고, 꼬막이 한두개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건져내서 찬물을 두르면 된다 했다. 그대로 했더니 잘..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 꿩 한마리 먹기.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 꿩 한마리 먹기.
2010.02.13아끈다랑쉬에서 내려오니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제 오름은 그만 오르라는 한라산의 뜻인 듯.. 다소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멀지 않은 교래리로 향한다. 지나다니면서 봐두기만 했던 꿩요리를 먹어보기 위함이다. 제주도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격식있게 먹어본 고급요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정과 절차에 따라 먹는 이른바 꿩 한마리 코스 요리. 홍합, 꽃게, 쏙, 양애, 꿩뼈다귀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국물을 끓인다. 생으로 먹는 가슴살과 모래집 가슴살 육회에 소주 한잔 하며 국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살짝 데쳐먹을 꿩고기를 얄포롬하게 썰어놓았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각종 야채를 넣고 휘휘 젓는다. 이제 샤브샤브를 먹을 시간이다. 약 1초간 두번 담갔다 먹으니 가장 알맞게..
삼겹살의 진수, 가시리 삼겹살
삼겹살의 진수, 가시리 삼겹살
2009.09.07따라비오름에서 내려오니 가시리 사람 석대가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손 한번 잡아보고 바로 술 한잔 하러 간다. 석대를 만나면 늘 가는 가시리 나목도 식당. 돼지갈비를 주문하였으나 이미 떨어지고 없단다. 한동네 사는 친분과 인척관계를 내세워 은근히 청을 넣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몰차기 그지 없다. "없수다게" 여러차례 이 집에 와봤지만 갈비는 한대도 뜯어보지 못하였다. 삼겹살을 시켰다. "이것이 삼겹살이다"라고 과시라도 하듯 두툼하게 썰어놓은 삼겹살이 위풍도 당당해보인다. 고기를 썰고 접시에 담는 손길에 그 어떤 기교도 포함되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삼겹살이다. 굽는 것 역시 아무런 기교가 필요없다. 그저 적당히 익으면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면 된다. 다만 먹는데에는 기교가 필요하다. 가시리 사람..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2009.04.13요즘 방장산에는 두릅순을 따러 다니는 사람들로 임도가 빡빡할 정도라고 한다. 여간 부지런하거나 자기만 아는 비밀스런 창고가 있지 않는 한 자연산 두릅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른 새벽 이슬을 털며 올라간 두릅밭이 이미 다른 사람이 지나간 다음일 때의 허탈한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두릅을 따러 갈 때면 행여 다른 사람 손을 타지는 않았을까 하고 가슴이 뛴다. 가시 사나운 두릅나무 사이를 헤집어 순을 따 돌아오는 길은 향긋 쌉싸름한 맛도 맛이지만 남 먼저 부지런내서 따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 봄, 그간 때를 맞추지 못하거나 덜 부지런하거나 하여 한번을 제대로 따먹어보지 못하던 두릅을 연이틀 따다 데쳐먹고 구워먹고 복이 터졌다. 처가집 장모님 손끝을 거쳐 알맞게 데쳐내고....
취중에 찍어놓은 부침개, 날이 흐리니 다시 생각난다.
취중에 찍어놓은 부침개, 날이 흐리니 다시 생각난다.
2009.03.31늘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하는 농촌의 여성농민들은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도 재빨리 음식을 빚어내는 마법사같은 손들을 가지고 있다. 석양녘에 만난 친구 집에 들어가 술추렴이 시작되었다. 수박 심을 비닐하우스에 갔다는 친구 각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대충 라면 끓여 시작한 술이 제법 거나해질 무렵 친구 각시가 들어온다. 안주도 없이 무슨 술을 먹느냐더니 손만 대강 씯고 불과 10여분만에 만들어낸 안주가 근사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색감이 죽인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색깔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취한 눈에도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진기를 챙겨 박아두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냉장고에 있던 솔(부추)을 꺼내는 순간 친구가 한마디 하였다. "어이 그거 믹서기에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