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강진장터 행운집
임실 강진장터 행운집
2013.11.26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옛날 방식 그대로 국수를 만든다 했다. 옛 방식으로 국수를 만드는데서 핵심은 '자연건조', 그 과정에 들이는 품이 보통이 아니라 했다. 그 고된 일을 50여 년, 내외간이 합쳐서 백 년을 국수를 뽑아왔다는 임실 백양 국수를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글의 주제는 '둘이 있는 풍경', 그 세월을 함께 해온 부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백양 국수만을 고집하여 국수를 끓여낸다는 국숫집. 그 집으로 하여 입소문을 타고 백양 국수가 유명해졌다는데 나는 거꾸로 백양 국수를 통해 국숫집을 알게 되었다. 임실 강진 장터 행운집이 그 집이다. 28년쯤 전에 내가 받았던 전주 병무청에서 신검을 받은 아들놈을 데리고 강진으로 달렸다. 강진은 섬진강 옥정호 아래 순창과 정읍, 임실 접..
예술가 국수
예술가 국수
2013.11.19술을 먹지 않은지 한달이 되었다. 집에 간 지는 또 언제인가? 가물가물하다. 한 보름은 된 모양이다. 지난번 집에 갔을 때 들렀던 홍규형 작업실, 술을 먹지 않는 관계로 자꾸 대화가 단절되고 맨숭맨숭하였다. 갑자기 홍규형이 국수를 말아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 홍규형 음식 솜씨는 그가 지닌 예술성 못지 않게 토속적이면서 깊이가 있다. 홍규형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열심히 추임새를 넣어줘야 한다. "흐미 냄시 존거~" "아~따 맛나겄네이!" 작업실 앞에 작은 밭고랑을 일구어놓은 홍규형이 이런저런 푸성귀를 따고 뜯어다 상을 차렸다. 나도 내년에는 꼭 텃밭농사 성공해야지 다짐해본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는 단 한번도 텃밭농사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파지, 무수지 다 직접 담갔다 한다. 김치 담그기가 몹시 재..
무교동 곰국시
무교동 곰국시
2013.11.18전국 농민대회 성사를 위한 서울시청 천막농성장, 사람 왕래가 많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1인 시위를 한다. 바람이 몹시 불고 날이 차다. 몸을 잔뜩 옹송거리고 지나가는 서울시민들의 발걸음이 허둥댄다. 며칠 전 햇볕 좋은 날은 말도 걸고, 응원도 보내주고 하더니 오늘은 다들 제 갈길 가기 바쁘다. 그래도 따뜻한 눈길로 피켓에 적힌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는 사람들을 보며 자리를 지킨다. 대략 40여 분간의 1인 시위를 마치고 찬바람에 얼어버린 속을 덥힐 요량으로 곰국시 집으로 간다. 곰국시는 술 많이 먹은 다음날 속풀이로도 제격일 터이다. 가격이 몹시 비싼 것과 칼국수 가닥 같은 밍밍한 굵은 면발이 다소 아쉬운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쇠고기를 우려낸 국물일까? 국물맛이 듬직하고 시원하다. 양 ..
무교동 북엇국집의 그야말로 북엇국
무교동 북엇국집의 그야말로 북엇국
2013.11.15시청 마당에 집이 한채 생겼다. 5만 정도는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마당이 몹시 넓은 집.. 11월 22일 전국 농민대회를 본때 있게 성사시키기 위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서울시청 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하였다. 쌀 목표 가격 23만 원,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쟁취를 위하여! 쌀시장 완전개방 반대와 한중 FTA 저지를 위하여! 후보 시절의 농업 공약을 완전히 파기하여 새빨간 거짓말로 만들어버린 박근혜 독재정권에 맞선 농민들의 힘찬 진군이 시작되었다. 전국 시군 지역 곳곳에서 농민들이 벼를 야적하고 천막을 치고 있다. 서울시청 천막은 오늘로 사흘째, 밤공기는 싸늘하지만 천막은 열기가 훈훈하다. 농성장에서 멀지 않은 곳, 무교동 북엇국 집엘 갔다. 단 하나의 식단,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그야..
목포 덕인집 흑산홍어.
목포 덕인집 흑산홍어.
2013.11.02제주에서 오후에 뜨는 배를 타고 목포에 내리면 9시 한 반쯤 되고 11시발 새마을호를 타기에는 뭘 하기에도 어정쩡하게 시간이 남는다. 목포항에서 역 쪽으로 타박타박 걷다 보면 역 바로 못미쳐 흑산홍어를 파는 덕인집이라는 주점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배를 타기 직전까지 술을 마셨고 배 안에서도 줄곧 술을 마시면서 왔다. 그렇게 배에서 내려 역으로 가다 취중에 들어가 홍어에 막걸리에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까지 마시다가 뛰다시피 하여 간신히 기차에 올라탔었다. 홍규 형이랑 그랬다. 그때 남은 것이라곤 "아따 되게 비싸네" 하는 가격에 대한 부담스런 기억 뿐이었다. 그 후로 또 언젠가 같은 이유로 홀로 그 길을 걷다가 어두운 밤길에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그 집을 발견하였다. 아! 저 집이구나 하는 기억..
수유리 우동집
수유리 우동집
2013.10.24늦은 밤, 아니다 새벽, 그것도 3시경 수유리에 가게 되었다. 살다보니 이런 시각에 수유리에 갈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목적지가 가까와오고 느닷없기는 하나 이유있는 공복감이 밀려올 찰라 맛난 우동집 있다는 말에 귀가 활짝 열린다. '수유리 우동집', 이름 참 간명하고 좋다.여기 맛난집 맞냐 물으니 30년 넘드락 뭐하느라 이제 오느냐고 반문하신다. 우동, 잔치국수 등 밀가루것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김밥이 있다. 우동집이니 우동을 먹기로 하고 우선 김밥 하나 먹는다. 진짜 '참'기름을 바른 듯..김밥 참 고소하니 맛나다. 이내 우동이 나오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발을 집어드는 순간 전해오는 면발의 감촉.. "뭐가 다르다"입에 넣어보니 부드러우면서 짤깃한 면발이 그지없이 좋다. 주문을 받은 후에 직접..
서산 우럭젓국
서산 우럭젓국
2013.10.11늘 술을 끼고 사는지라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국에 관심이 많다. 어느 땅에나 술꾼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술꾼들의 속을 풀어주는 그 땅의 해장국이 있을 터이다. 언젠가 테레비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서산 우럭젓국이 늘 머릿속에 떠 다녔다. 서산 간다. 토박이 요리사가 직접 끓여주는우럭젓국 먹으러, 정말로.. 그간 몇차례 날을 잡았다 연기했다 했던 터라 기대가 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오늘은 구경을 먼저 한다. 간월암에서 만나 안면도 일몰을 보고 숙소에 당도했다. 우럭젓국은 어떻게 끓이는가? 삐득삐득 말린 우럭포가 주재료, 호박, 배추, 고추 등의 부재료를 넣고 끓이는 데 새우젓만으로 간을 한다. 우럭포에 새우젓 간, 그래서 우럭젓국인 모양이다. 우리의 요리사는 반드시 쌀뜨물을 받아서 끓여야 비린내..
우정회관 게장백반
우정회관 게장백반
2013.09.30늘 술을 입에 달고 산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양재동 aT센터 앞 고추 투쟁 마치고 한 잔 걸친 것이 어중간하여 저녁을 따로 먹지 않았다. 이 시각 술기운이 가시고 허기가 찾아온다. 어쩌란 말인가? 일찍 눈을 감았어야 하는데 때를 놓쳤다. 눈요기라도 해야겄다. 고창 바닷가 심원 우정회관 게장백반. 만돌 갯벌에 새 보러 갔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을 것이다. 게장백반으로는 나름 이름 있는 집이다. 맛있다. 밴댕이젓, 요 거이 또 일품이다. 게장에 하나, 밴댕이젓에 하나, 밥 두 공기 뚝딱. 손님이 늘 끊이지 않는 집, 겨울에는 자연산 굴요리가 좋다. 다만.. 너무 비싸다. 게장백반 17,000원, 거기다 소주 한 병에 공깃밥 추가 21,000원, 내 돈 내고 먹기 쉽지 않다. 밥값 대신 내 줄 동무 ..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마포 을밀대 평양냉면
2013.09.19추석날 아침 음복 술에, 성묘 다니면서 마신 술에.. 술이 깰 무렵 시원한 평양냉면 생각이 문득 간절해진다. 남북 간의 왕래와 교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시절, 금강산에도 가보고 평양, 개성에도 가봤다. 아스라한 옛일처럼 느껴지는데 하물며 실향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살얼음판과 같다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급기야 개성공단조차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최근 다시 열렸다. 하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추석 안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당국 간의 협의가 너무 굼뜨게 진행된다. 내란음모네 뭐네 나라 안에 온통 난리 판굿을 벌여놓고 종북 마녀사..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비벼먹는 라면, 뿔면
2013.08.09매콤하고 시원한 라면, 이름하여 . 알만한 사람은 아는 감방 특식 화기가 허용되지 않는 조건에서 뜨거운 물로 불린 컵라면이 주재료가 된다. 언젠가 구치소에 다녀와 선보인 것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 아이들이 찾는다. 이번에는 며칠 후 있을 학교 캠프 요리 경연대회에 출품하겠다고.. 감방 음식 괜찮겠나 했더니 지네 학교 감방 다녀온 학부모 많아 흉 될 일 없단다. 날도 덥고 하니 한번 해 보는디.. 초장, 훈제 닭 혹은 오리, 묵은지는 필수 재료. 초장은 봉지 고추장에 사이다, 레모나 등을 섞어가며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는 바깥세상이니 알아서 정성껏 만들면 되겠다. 훈제오리는 뜨거운 물에 봉지째 넣어서 덥힌 후 잘게 찢으면 된다. 여기야 뭐 칼도 있고 도마도 있으니.. 묵은지도 잘게 찢..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여름을 이겨먹는 밑반찬의 힘
2013.08.03아들놈은 통선대 가고 나는 휴가라고 집에 내려왔다. 하늘의 구름이 두텁고 소나기가 서너 차례 왕림하였다. 주구장창 매미는 울어쌓고 하루 점드락 뺑뺑이 도는 선풍기가 안쓰랍다. 대청마루에서 앙겄다 누웠다 하루가 그렇게 갔다. 휴간께..ㅎㅎ 뉴스를 보고서야 아들놈 통선대 간 것을 알았다. 미안하기도 해서 몇차례 전화를 건네봤지만 받지도 않고, 하지도 않고.. 새끼, 이 참에 살이나 쪽 빠져부렀으먼 쓰겄다. 끈적거리는 몸뚱아리, 어리둥절한 입맛 휴가랍시고 빈둥거리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 무더위에 어리둥절해져버린 입맛을 달래주는 밑반찬 새콤함과 매움함을 기본으로 입맛을 일깨우고 곰삭은 새우젓, 칼칼한 물김치가 더위를 물리친다. 그 무슨 별미로도 충당할 수 없는 강력한 밑반찬의 힘 이 맛에 집에 온다. 논으로, ..
문배동 육칼
문배동 육칼
2013.07.31무더운 여름, 입맛을 잃기 쉬운 시기이다. 어차피 늘 집밥을 먹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떠올리며 고민할 때가 많지만 막상 밥 먹을 때가 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럭저럭 때우게 되는 것이 일상사다, 밀가리것을 좋아하는지라 막국수, 칼국수, 짭뽕, 냉면, 매밀국수 등을 선호하지만 함께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기호가 맞지 않아 의사와 달리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만에 내 의사에 따라 먹을거리를 정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삼각지에서 효창동 쪽으로 철길 넘어 고가도로 밑에 있는 '문배동 육칼'집.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간판을 봤을 뿐인데.. 간판이 뿜어내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식당은 허름하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몇개 되지 않는 탁자에 선풍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