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산
방장산 달맞이
방장산 달맞이
2022.02.20올 겨울 유난히 눈이 없더니 대보름날 눈이 내렸다. 눈이 쏟아지다 해가 나왔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 속 방장산이 허옇다. 하얀 산이 당기는 힘은 매우 강력해서 감히 거역할 수가 없다. 그래 오늘밤은 방장산에서 자자고, 구름 사이 흘러가는 대보름달도 볼 겸.. 주섬주섬 짐을 챙겨 산에 드니 이미 어둠이 짙다. 간간이 눈발이 날리고 커다란 보름달은 구름과 구름 사이를 담박질 친다. 눈 쌓인 능선길 걸어 벽오봉까지 한 시간 하고도 20여 분, 제법 거대해진 고창읍내의 불빛이 휘황하다. 읍내만 커졌다. 달구경도 잠시, 몸 식을세라 서둘러 천막을 치고 안으로 든다. 바람이 심하지 않다. 눈이라도 나리면 좋으련만.. 라면 하나 끼래 복분자술 한 잔, 탱자술 한 잔 번갈아 마시다가 잠을 청한다. 이미 밤이 깊었다..
방장산 밤산행
방장산 밤산행
2018.11.16문득 산에 가서 자고 싶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그저 그냥 심사도 복잡하고 요상시랍고 그럴 때.. 9시, 밤이 이미 깊었다. 목적지는 억새봉, 대략 40여분 잡는다. 억새봉, 쓰리봉.. 이 봉우리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억새봉에는 이제 억새가 없다. 봉우리 전반의 잡목과 억새를 제거하고 잔디를 심어 잔디봉으로 만들어버렸다. 페러 글 라이딩하는 사람들의 소행이다.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시나브로 파괴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산꼭대기까지 스멘트 포장길이 깔리고 최근에는 바로 옆 벽 오봉까지 할딱 벗겨졌다. 여기에 더해 산악자전거까지 가세하여 억새봉 일대를 까고 뭉개고 있다. 쓰리봉은 방장산 능선 정읍 쪽 끝자락에 있다. 이짝 능선은 바위가 많아 조망이 잘 터진다.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흐르는..
방장산 달맞이
방장산 달맞이
2018.03.05정월 대보름, 째깐한 우리 동네는 달집도 없고 굿도 없다. 적막강산.. 집집마다 달집 태워올리던 어른들은 모다 옛사람 되야부렀고, 불깡통 돌리던 조무래기는 마을에 홀로 남아 지난 세월을 그리워한다. 그 조무래기가 50줄을 넘겨부렀으니 세월이란 참.. 헛웃음만 나누나. 산으로 가는 짐을 꾸린다. "영태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좀 서둘러 떨어지는 해도 보고 뜨는 달도 보자 했는데 이미 해 지고 달 뜨고.. 실내키만한 여명에 의지해 눈에 불을 켜고 산을 오른다. 산 밑에까지 깊숙히 파고 든 고창 신도시, 온천지구의 불빛이 휘황하다. 웰파크시티란가 뭐란가 이름 참 괴상하다. 능선에 서니 쟁반같은 보름달이 산 가득히 은은한 빛을 뿌린다. 등을 켜지 않고도 걷기에 지장이 없다. 달빛 산행 좋다. 우리는 어쩌면 ..
방장산 달마중 산행
방장산 달마중 산행
2017.10.06명절 장거리 이동은 불가한 일, 한가위 달마중은 방장산에서.. 이리갈까 저리갈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 차례 음식 노나묵고, 얼근해진 음복 술에 한소금 시들고 일어나 성묘.. 여기까지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 한가위 공식 일정. 성묘 이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친구 찾아 강남으로.. 나 홀로 산으로 간다. 산은 방장산인데 어디로 갈 것인가.. 장성 갈재(노령)에서 올라 써레봉 기슭에서 밤을 보내고 능선을 타 넘어 양고살재로 내려가는 것으로 길을 잡는다.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달마중하기엔 써레봉이 마춤이라 여겨졌다. 4시 50분 갈재를 출발한다. 갈재에서 써레봉까지는 대략 한시간 하고도 20분, 땀을 동이로 쏟았다. 날이 흐리다. 여차하면 비라도 올 듯..방장산 주릉 초입 써레봉 부근은 바위가 ..
거꾸로여덟팔나비
거꾸로여덟팔나비
2017.07.04우리나라 나비 이름은 대부분 석주명 선생이 붙여준 것이다.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의 작명법은 매우 통속적이고 직관적이며 학술적이다. 그는 학명과 조선 이름, 일본 이름까지 비교해가며 나비의 형태와 무늬, 습성, 생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이름을 붙였다. 거꾸로여덟팔나비는 "거미줄이라는 의미를 지닌 학명보다는 나비의 형태를 더 잘 표현한 일본 이름에서 따왔다"고 밝히고 있다. 매우 활발하고 과격하게 날아다니며 점유활동을 벌이던 녀석은 꼭 나와 마주보고 앉아 나를 노려보느라 끝내 등을 보여주지 않았다. 날개 안쪽 기부의 무늬가 거미줄같기도 하다. 오뉴월, 칠팔월 연 2회 발생하며 번데기로 월동한다. 식초는 거북꼬리.
방장산 심설산행
방장산 심설산행
2017.02.15입춘 무렵 여지없는 봄기운에 이제는 겨울도 다 갔구나 했더랬다. 다소 뜬금없는 한파와 폭설, 겨우내 탈 없던 수도가 얼어 튀었다. 늙발에 큰 놈 앵긴다더니 겨울이 그냥 물러나진 않는도다. 호남정맥을 가자던 계획을 방장산으로 바꽜다. 급거.. 방장산 심설 산행,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다니던 행로를 뒤집어 입암에서 장성을 넘는 갈재를 들머리로 잡았다. 인근의 내장 갈재는 추령, 장성 갈재는 노령이다. 가을 고개와 갈대 고개의 차이이고 일제가 만든 노령산맥은 이 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옛사람들이 넘던 고갯길은 산중에 따로 있고 여기는 1번 국도가 넘던 새로 낸 찻길, 그러던 것이 최근 국도가 새로 확장되면서 산 아래로 굴을 뚫어 이제는 이 길조차 옛길이 되고 말았다. 망설일 ..
입암산 방장산, 영산기맥을 가다.
입암산 방장산, 영산기맥을 가다.
2016.11.01산길 한번 빡쎄게 걷고 싶었다. 빽따구가 노골노골해지드락.. 지난 겨울 눈길을 헤쳐 첫발을 내밀어놓았던 영산기맥의 첫산, 입암산과 방장산을 단숨에 타넘겠다 작정하고 나섰다. 지금은 정해리라 이름을 바꾼 시얌바대 깊숙히 장성새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장성새재는 정읍 시얌바대와 장성 남창골을 잇는 고갯길이다. 새재는 큰 고갯길 내장갈재(추령)와 장성갈재(노령) 사이의 '사잇길' 정도의 의미로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장성새재 말고 순창새재가 하나 더 있다. 순창새재는 복흥면 대가리에서 불바래기 고랑을 지나 장성새재로 넘어오는 고갯길이다. 새재 입구에서 고갯마루까지는 대략 2km, 콧노래 부르며 할랑할랑 걷기 좋은 길이다. 고갯마루 산길 사거리에서 남창골 방향으로 잠시 걷다 보면 입암산으로 오르는 길이..
억새봉의 아침
억새봉의 아침
2016.10.14바람은 소리치고 산은 울부짖었다. 문놈의 바람이 그리 부는지 지붕 펄럭거리는 소리에 뒤척이다 눈을 뜨니 겨우 3시, 달은 서산에 지고 밤하늘엔 별이 총총.. 지붕이 펄럭이다 펄럭이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침까지 푹 자부렀다. 문득 눈을 뜨니 동녘 하늘이 손톱만큼이나 붉었다. 억새봉에서 바라본 일출. 말이 억새봉이지 이제는 억새가 하나도 없다. 페러글라이딩인지를 한다는 작자들이 산봉우리를 민둥산 잔디봉으로 만들어놓았다. 산의 반대편, 갈곡천에서 일어난 구름이 읍내로 짓쳐들어간다. 저 건너 화시산화시산 지나 소요산까지, 소요지맥이 낮게 깔렸다. 잠자리 지붕이 한껏 부풀어올랐다. 밤새 소리치던 바람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다. 산 아래도 이리 바람이 부나? 얼른 내려가봐야겄다. 배고프기 전에..
나홀로 밤산행, 달빛을 벗 삼다.
나홀로 밤산행, 달빛을 벗 삼다.
2016.10.14마음이 울적해서 길을 나섰네~ 하루 내 이 노래가 입에 맴돌았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방장산에 올랐다. 이미 늦은 밤, 달이 밝다. 보름이거나 아니면 그 근방이거나..홀로 나서는 밤산행은 약간의 공포를 동반한다. 자연히 걸음이 빨라지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되지만 정신은 오히려 가볍고 맑아진다. 조망이 터지는 능선에 오르면 순식간에 무섬증은 사라지고 아랫 세상을 내려다보며 알지 못할 희열에 휩싸인다. 30분 나마 땀을 쏟아 갈미봉에 올랐다. 허공의 달은 휘영청 밝고 장성 너머 광주쪽 하늘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따금 양고살재를 넘나드는 자동차 불빛이 꼬부랑길을 휘감고 돌 뿐 인기척이라곤 없다. 방장산은 구절초가 이쁘게 피는 산, 달빛에 어린 구철초가 청초한 빛을 발한다. 벽오봉에..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눈 덮인 하얀 방장산을 가로질러 온천탕으로..
2016.01.21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겨울은 추워야 맛이라는 말이 쉽지 않다. 하지만 봄같은 겨울을 나면서 가슴 한구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농민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늦추위가 몰아닥쳤다. 늙발에 뭇 앵긴다더니 다소 맵다. 내린 눈에 한파가 겹쳐 보기 드물게 도로가 얼어붙었다. 길 얼어붙어 다른 일 하기 어렵다 핑계대고 하얗게 손짓하는 방장산으로 차를 몰아간다. 방장산은 그야말로 하얀 세상이다. 언제나 그렇듯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밟는 느낌이 남다르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용추폭포에서 출발해서 상봉으로 통하는 직등길을 톺아오른다. 고도를 올릴수록 눈은 깊어지고, 산길은 가파르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방장산 능선은 장쾌하다. 장쾌한만큼 조망이 좋다. 날이 좋으면 멀리는 지..
추석날 방장산에서 하룻밤
추석날 방장산에서 하룻밤
2015.09.29차례 모시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방장산으로 또 자러 간다. 막둥이는 낮잠 자는 사이 친구 찾아 강남으로 토껴부렀다. 장성 넘어가는 양고살재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된 지 20년 살짝 넘은 고갯길은 방장산 종주 출발지 혹은 기착지로 애용된다. 양고살재는 누루하치 사위 양고리를 죽였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인근 솔재와 더불어 남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양골로 나 있어서 양고살재라 한다고도 한다. 어찌 되얐든 길을 떠나 보는디.. 아직 능선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벌써 해가 넘어간다. 억새봉에서 넘어가는 해를 보겠다는 계획은 폴쎄 틀어져부렀다. 출발이 너무 늦었다. 억새봉 해는 이미 지고 없고 여명만 붉게 남았다. 고창읍내는 이미 어두운 밤, 모양성 성곽을 밝히는 조명이 길다랗게 늘어져 있다. 휘..
소쩍새 날다!
소쩍새 날다!
2014.07.10방장산 임도를 타고 읍내에 나간다.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구름이 끼고 이따금 비가 내린다.날이 어두워서인가? 소쩍새 소리 들린다. 경험상 소쩍새는 소리에 응답을 잘 하는 녀석이다. 전화기 속 소쩍새 소리를 틀어놓으니 맞장구 쳐가며 트럭 쪽으로 다가온다. 짜식, 안보일것같지? 다 보여.. 소쩍새는 사실 작은 녀석이다. 덩치에 비해 소리가 클 뿐... 트럭 주변까지 날아와 나를 노려본다. 내가 이겼다. 이내 얼짱각도... 다음 순간소리 안나는 날개짓으로 숲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사람이 나타났다. 산림청 소속인 듯.. "아저씨 약초같은거 캐시면 안돼요"새 잡는건 괜찮허요?""보기만 하세요""예" 아따 그 양반 야무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