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끝, 지미오름
제주 땅끝, 지미오름
2009.09.07가시리의 돼지고기 맛에 취해, 표선 바닷바람의 상쾌함에 취해 밤늦도록 마신 술로 늦잠을 자고 말았다. 지미오름에 올라 성산포와 우도의 미명을 보겠다는 계획은 틀어지고 말았다. 늦었지만 간다. 제주도의 땅 꼬랑지를 아니 밟을 수 없다. 우도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지미오름은 땅끝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에는 갖가지 꽃이 피어 있다. 꽃을 찍어가며 오르니 꽤 가파른 등산로를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쉬엄쉬엄.. 오름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우도와 성산일출봉, 그리고 종달리 들판과 민가의 지붕을 바라보는 맛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 상봉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미오름은 새벽 미명에 오를 일이다. 그랬어야 했다. 새벽 미명의 불빛과..
따라비오름
따라비오름
2009.09.07화창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다소 찌그러진다. 오름을 보기 위해 서귀포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였다. 당초 목적하였던 물영아리오름을 놓치고 시간은 어중간해지고.. 이대로 오늘 하루는 종쳐야 하나 할 즈음 불현듯 생각나는 오름 하나, 지난해 봄 올랐던 따라비오름이다. 가시리 사는 총각한테 길을 물어 오름 아래 당도하니 구름은 더욱 두터워져 날이 저무는 듯 하다. 울타리를 두군데 통과하고 가시덤불을 헤쳐야 하는 초입을 벗어나니 최근 조성한 듯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나무계단은 정상까지 이어진다. 두터운 구름과 시원한 바람이 땀이 흐를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정상에 서니 움푹 패인 3개의 굼부리가 눈에 둘어온다. 다른 오름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라고 한다. 3개의 굼부리는 어느 하나 떨어..
이중섭 미술관, 섶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 미술관, 섶섬이 보이는 풍경
2009.09.02외돌개를 지나 서귀포항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쾌청하나 몹시 무덥다. 밤새 불을 밝혔을 오징어 배들이 정박해 있다. 포구를 벗어나 시내로 접어드는 길, 이중섭 미술관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올라가 본다. 폭낭(팽나무)이 지키는 이중섭 미술관으로 오르는 골목길. 이것이야말로 본래 의미의 올레길이다. 이중섭 화가가 전쟁을 피해 1년 여간 머물렀던 거주지의 방 내부. 당시 거주했던 집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화가는 이곳에서 '서귀포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을 창작하였다고 한다. 화가는 소를 참 좋아했던 모양이다. '소의 말'이라는 작가의 시가 벽에 붙어 있다. 소의 말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외돌개에서 바라본 범섬
외돌개에서 바라본 범섬
2009.09.02이번 제주도 여행의 본래 목적은 결혼식 참례에 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각시와 단 둘이 제주도에 다시 왔다. 열리 친구들과 밤 늦도록 술을 마시고 중문시내 여관에서 하루밤 자고 일어나 결혼식이 열리는 서귀포로 가는 길, 시간이 넉넉하여 여기저기 구경하며 가기로 하였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정마을을 지나 외돌개에 당도하였다. 외돌개 뒤로 범섬이 보인다. 여기도 범섬. 여기도 범섬. 파란 하늘에 비낀 바닷물이 쪽빛이다.
논짓물 노천 목욕탕
논짓물 노천 목욕탕
2009.09.02논짓물과 인연이 맺어진 것은 2006년 한미FTA저지 제주도 원정투쟁 때이다. 당시 숙소가 바로 논짓물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때 이후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마다 않고 제주도 땅을 밟아왔고, 그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른 곳이 바로 논짓물 하고도 이 목묙탕이다. 무덥고 끈끈한 날씨에 쳐진 몸을 용천수에 담그는 순간 온몸 구석구석 티끌만큼의 흔적도 없이 더위가 씻겨 흘러간다. 잠시만 몸을 담그고 있어도 몸은 이내 탱글탱글 탱자가 되는 느낌이다. 똑같은 모양의 여탕이 반대편에 있다. 외부와의 경계는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이다. 보일락 말락.. 용천수의 양은 엄청나고 수온은 시리듯 차갑다. 논짓물은 8번째 올레길이 지나는 길이다. 천안에서 왔다는 올레꾼 하나 목욕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정말 시원하다. 목욕탕을 ..
고창 청보리 축제
고창 청보리 축제
2009.04.19고창 청보리 축제가 시작되었다. 보리는 이제 목아지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축제는 보리가 노릇노릇해지려고 할 무렵까지 약 한달간 진행된다. 청보리밭 가는 길은 고창에만 들어서면 산지사방에 표시가 되어 있어 찾기 쉽다. 어제 하루 있어보니 선운사 등산을 마친 등산객들이 많이들 들르시는 것으로 보인다. 주 행사장이 되는 잔디밭 주위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리고 있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노라면 꽃잎이 내려앉아 꽃잎이 동동 뜬 꽃동동주가 되어 젓가락 장단이라도 두드리고 싶은 취흥이 절로 난다. 여기 주 행사장에서 각종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청보리 축제는 보리밭 사잇길을 거닐면서 보리피리 부는 맛이 아닐까 싶다. 보리밭 한바퀴 돌고 배 고프면 보리밥집에 가..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2009.04.11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 서재철 지음/일진사 김영갑 선생은 외지인이면서도 제주도에 반하여 아예 제주도에 들어가 살았다. 제주도의 무엇에 반했을까? 아마 오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밟히면서도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하는 것, 오름이다. 오름은 제주도의 역사 그 자체이다. 얼마나 활발한 화산활동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섬 생성의 역사가 거기에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선 섬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에 제주 사람들의 삶과 투쟁의 역사가 거기에 있다. 3년전 한미FTA 반대투쟁단의 일원으로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 나름 수시로 제주에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보고 또 봐도 오르고 싶은 것이 오름이다. 그래서 오름인 모양이다. 그리고 오름과 오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제주도 여행, 못다 올린 사진들.
제주도 여행, 못다 올린 사진들.
2009.01.30지난 연말과 연초 가족을 뿌리치고 향했던 제주도. 많은것을 생각케 하고, 또 모든 것을 잊고 즐겁기도 했던 유익한 여행으로 평가하였다. 같이 갔던 사람끼리 소주 먹으면서 주고받은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3박4일간 우리는 니돈내돈 안가리고 니가 내라 내가 낸다 할 것도 없이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여행을 잘 마무리하였다. 마지막 남은 땡전 한닢까지 다 털어버리고 정읍행 기차에 탔을 때는 모다 완벽한 개터럭이 되어 있었다.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날이 풀려 봄기운이 완연한 오늘 언 땅을 뚫고 두꺼운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밀 들꽃을 찾아나서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제주도 여행을 되새김질해본다. 아침 7시 30분경 출발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