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2009.08.11요즘처럼 무더운 날씨, 입맛 떨어지고 몸이 쳐질 때에는 집에서 먹는 밥이 좋다. 더우기 일을 막 마친 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라고 하면 빤쓰만 남기고 옷 훌훌 벗어던지고 활보할 수 있는 집이 좋다. 집안 곳곳에 굴러다니는 양파 벗기고 이웃집 울타리에서 넘어온 호박잎 따고 텃밭에서 고추 몇개 따다 점심 밥상을 준비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요즘 좋은 소금기를 섭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정제염이 아닌 천일염이 콩과 어우러져 발효, 숙성 단계를 거쳐 완성된 된장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된장 지지고 호박잎 데치고 매운고추 된장에 푹 찍어 밥먹을 준비를 한다. 된장은 투가리에 물 부어 된장 듬뿍 풀고 냉장고 뒤져 넣을만한 것 몽땅 집어넣고 지지면 된다. 표고버섯과 마늘 다진것이 눈에 띄어 양껏 ..
더위를 무찌르는 강력한 신맛, 서귀포 하귤.
더위를 무찌르는 강력한 신맛, 서귀포 하귤.
2009.08.10서귀포에서 선물이 왔습니다. 한미FTA 저지 제주도 원정 투쟁이 맺어준 인연 덕입니다. 상자를 여니 최홍만 주먹만한 귤이 들어 있네요. '하귤'입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나스미깡'이라고 하더군요. 작년 여름에 열어서 겨울을 훌쩍 넘겨 올 여름에 따먹는 거라 합니다. 신맛이 엄청납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껍질이 두터워서 웬만한 완력으로는 잘 벗겨지지 않습니다. 연장을 쓰던지 강한 손아귀 힘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연장을 써서 벗겨봤습니다. 이렇게 찍어놓으니 일반 감귤과 다름없어 보이는군요. 가늠이 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200ml짜리 우유입니다. 한입 물어봅니다. 제 입이 작은 입이 아닌데 입을 있는데로 쫙 벌려야 들어갑니다. 제절로 눈이 감기고 몸서리쳐지도록 신맛이 납니다. 제 등쌀에 억지로 먹은 저희 각..
옻순 데쳐먹기
옻순 데쳐먹기
2009.05.01옻닭을 처음 먹고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얼굴을 제외한 온 몸뚱아리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댄 자리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보건소 주사를 맞고도 가라앉지 않던 증상이 밤나무 삶은 물로 목욕을 수 차례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로 나는 옻 오른 데는 밤나무 삶은 물이 좋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나는 지금 개옻이 올라 있다. 뒷낭깥에서 대나무를 베어내다 개옻나무와 수차례 접촉한 데다 쭉나무 순을 꺾다 개옻순을 함께 꺾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개옻을 거메나무라고 하고 개옻이 오른 것을 '거메올랐다'고 한다. 눈 주위, 귓불 등 얼굴의 연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올라 영락없이 술 한잔 걸친 몰골이다. 옻..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2009.04.22산에서 나는 약초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 작년 이맘때, 두릅 참 맛있더라고 두릅 좀 따오라 했더니 두릅보다 더 맛난 것 주겠다며 보여준 것이 땅두릅이다. 감탄사까지 늘어놓으며 얼마나 맛나게 먹었던지.. 집에다 심어놓고 뜯어먹으려고 모종까지 몇 포기 얻어다 집터 으슥한 곳에 심어두었었다. 땅두릅, 독활이라고도 하고 한방약재로, 민간 치료제로 널리 쓰인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봄철 좋은 안주거리일 따름이다. 새싹이 씩씩하게 올라오는 것은 확인하였으나 언제, 어떻게 뜯어먹는지를 몰라 방치해두었더니 너무 자라 버렸다. 그 친구한테 전화하였다. 땅을 좀 헤작거리고 밑둥을 베어내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맵저를 한 10센티 두툼하게 덮어두라 한다. 그렇게 해두면 더 많은 순이 올라오고 연한 순을 먹을 수 있다 한..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2009.04.18가시가 사나워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던 나무, 그래서 문지방에 걸어놓기도 했다. 엄나무의 새순은 참두릅 못지 않은 향취가 있다. 쌉소롬한 향은 오히려 더 강하다. 줄기는 약재로도 쓰는데 닭 삶을 때 생가지를 꺾어 넣으면 국물이 파릇해져 보기에도 좋고 독특한 향취가 맛을 둗군다. 시골 동네에는 거목이 되어 울타리를 지키는 엄나무가 종종 보인다. 동네 앞 낭깥에 엄나무가 자라는데 아직은 나만 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누구랑 먹을까 고민하는 차에 영태한테서 "일 쩨까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다듬어놓으니 참두릅과는 자태가 사뭇 다르다. 막걸리는 빠질 수 없는 구색. 일하기 전에 한잔 먹고 시작하자고 참부터 먹는다. 혼자 사는 영태가 잘 데쳤다. 젓가락보다는 부모님이 주신 손가락이 좋다. 눈까지 지긋이..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2009.04.14우리 아랫집 여든아홉 잡수신 할매가 사신다. 작년 이맘때 백수를 아깝게 못 채우신 하나씨 먼저 보내고 혼자 되셨다. 아들네들도 근방에 살면서 자주 오고 기력도 쟁쟁하셔서 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귀가 꽉 막혀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루 한 번은 오셔서 당신 하고 잡은 말씀만 마구 해대고 가신다. 뭐 주로 "말캉 쓸어라" "대문 앜으 좀 치워라".. 하루 한번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서운하다. 며칠 전 해장 일찌감치 파지를 갖고 오셨다. "아들 오먼 줄라고 무쳤는디 자네도 좀 먹어보소" "자네 파지 안 좋아헝가" 집에서는 도통 밥 먹을 일이 없는지라 막걸리에 콩국수 먹는 자리에 싸들고 가서 풀어놓았다. "뭔 할매 손맛이 아직도 이리 좋다냐" 순식간에 다 먹어부렀다. 우리보다 우리..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참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
2009.04.13요즘 방장산에는 두릅순을 따러 다니는 사람들로 임도가 빡빡할 정도라고 한다. 여간 부지런하거나 자기만 아는 비밀스런 창고가 있지 않는 한 자연산 두릅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른 새벽 이슬을 털며 올라간 두릅밭이 이미 다른 사람이 지나간 다음일 때의 허탈한 심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두릅을 따러 갈 때면 행여 다른 사람 손을 타지는 않았을까 하고 가슴이 뛴다. 가시 사나운 두릅나무 사이를 헤집어 순을 따 돌아오는 길은 향긋 쌉싸름한 맛도 맛이지만 남 먼저 부지런내서 따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올 봄, 그간 때를 맞추지 못하거나 덜 부지런하거나 하여 한번을 제대로 따먹어보지 못하던 두릅을 연이틀 따다 데쳐먹고 구워먹고 복이 터졌다. 처가집 장모님 손끝을 거쳐 알맞게 데쳐내고....
국물도 남김없이 먹어 치운 갈치 호박국
국물도 남김없이 먹어 치운 갈치 호박국
2009.01.10'맛난 것 찾아먹기'는 여행하면서 겪는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술을 좋아하고 술만큼이나 안주를 챙기는 사람들은 먹는 것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삼기도 한다. 더욱이 제주도까지 걸음을 한 바에야 맛난 것 챙겨 먹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두고두고 후회스러울 것이다. 제주도를 찾은 이튿날 다랑쉬오름을 겨냥하고 나선 길, 점심으로 먹은 갈치 호박국의 시원한 맛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서귀포 시내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서 찾아간 하정 식당은 갈칫국으로 이름이 난 집인 모양이다. 갈칫국을 시켜놓고 한치물회로 먼저 입가심을 하였다. 겨울에 먹는 물회의 시원함 또한 별맛이다. 빙초산을 살짝 치니 맛이 더욱 좋아진다. 드디어 갈치 호박국이 나왔다. 멀건 국물에 갈치 토막, 퍼대기 나물(배추 겉잎)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