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암리 나비탐사
귤암리 나비탐사
2019.07.08상원사를 떠나 정선 귤암리로 간다. 귤암리에는 정선 농민회장이 살고 있는데 고창과 정선 농민회는 자매지간이다. 연을 맺은 지 얼마 안 되고 너무나 멀어 자매간의 정이 돈독하지 않다. 정은 쌓아가면 되는 것이고.. 간밤, 소나기라 하기에는 다소 긴 비가 내렸다. 밤새 마신 술이 약간의 숙취로 남았다. 자매간에 마주 앉아 오소리 중탕 한잔씩 마시며 속을 달랜다. 농민회장은 읍 지회 공동경작한 콩밭 맨다 나가고 홀로 남아 할랑할랑 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강원 남부 험악한 산중인지라 특별한 나비들이 적지 않다. 매년 많은 나비를 만난다. 점차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오자 나비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깊은산녹색부전인가, 산녹색부전인가를 놓고 검토를 거듭했다. 앞, 뒷날개 중앙부의 짤막한 막대 무늬가 미..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까막딱다구리를 보다.
2014.06.19정선에서 전화가 왔다. 까막인지 까마귄지 아직 안갔는데.."까마귀가 왜 딱다구리 흉내를 내지?" 했던 정선 사람들이다. 새로 두시, 네시간 반가량을 밤을 새워 달렸다. 정선에 도착하니 예초기 싣고 막 밭일 하러 갈 찰라.. 길을 막아서고 길안내를 재촉한다. 이 차가 갈 수 있나? 좌우튼 앞장서라 하고 차로 따른다. 가파른 언덕길을 하염없이 올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들어온것만 해도 얼마나 산 속인데 또 산 속으로 들어가나 싶다. 정상부에 거의 다다랐다 싶은 산 속에 거짓말처럼 밭이 나타난다. 밭을 에워싼 건너편 산 능선에 소나무 고사목들이 보인다. 왼편에 보이는 고사목에 둥지가 있다고 일러준다. 홀로 사진기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른다. 따로 뚜렷한 길은 없다. 숲 바닥에는 자생하는 야생복분자가 지..
구절초 흐드러진 동강의 가을.
구절초 흐드러진 동강의 가을.
2013.09.30동강할미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연을 맺은 이후로 이런저런 핑곗거리, 일거리 만들어가며 참 많이도 드나든다. 그렇다고 늘 거는 건 아니고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거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경북지역 고추 주산지 농민들을 만나고 올라가는 길 강원도의 고추 주산지인 정선으로 향했다. 영월에는 불행히도 농민회가 없다. 언제나처럼 예미 3거리에서 고재 넘어 동강길, 운치리에서 귤암리 거쳐 읍으로 가는 길을 달린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비낀 짙푸른 동강을 끼고 달리는 매우 아름다운 길이다. 여름에 보았던 그 자리에서 그 소가 여전히 풀을 뜯고 있다. 여러 차례 다녔으나 보지 못하던 정선의 논을 보았다. 읍에서 20여분, 화암면 방향 강가에 많지 않은 논들이 있다. 역시 가을, 벼들이 누렇게 익어간다. 광각렌..
가리왕산에 가다.
가리왕산에 가다.
2013.08.31남부지방에는 큰 비가 내린다 했다. 오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곡식들이 좋아라 하겠다. 집에 가봐야 별 볼일 없겠다 싶어 발길이 산으로 향했다. 지난주 토요일 이야기다. 딱히 정해놓은 산 없이 일단 길을 나서 이리저리 고민한 끝에 정선땅 가리왕산으로 향했다. 본래 산에 가기 전에 해당 산에 대한 정보를 무지하게 파악하고 가는 편인데.. 그냥 무작정 갔다. 가리왕산은 큰 산이다. 대여섯시간이면 오르락 내리락하지 않겠는가 하고 물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덤볐다가 꽤 고생하였다. 허기와 갈증 속에서 매우 느릿하게 걷다보니 11시간을 산에 머물러야 했다. 다행히 물은 임도 주변에서 구해 마실 수 있었다. 넉넉하고 품이 큰 산이라고 하나 출발지에서 상봉까지 1,100여미터에 달하는 고도를 올려야 하기에 주능선에 도..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메밀국죽, 메밀음식의 새로운 경지를 보다.
2013.04.30정선 사람들과 인연을 튼지 불과 수개월, 멧돼지사냥에 동강할미꽃에 갖가지 핑계를 대고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저게 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지의 돌밭만이 즐비할 뿐 아직까지 논을 보지 못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골사람 특유의 솔직담백함이 두드러진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 먹는 음식 맛은 어떨까?콧등치기에 곤드레밥에 늘상 밤새 술을 푸고 속풀이로 먹어온 터라 맛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들의 "아~ 좋다!" 감탄사와 이마와 콧등의 땀을 훔쳐가며 맛나게 먹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이번이라고 다르진 않다. 밤새 마신 술이 강력한 속풀이를 요구한다. 정선사람 늘 가는 식당에 전화하더니 "해줄 수 있느냐?"며 뭔가 특별한 음식을 주문하는 듯 하다. 정선사람 덕에 메뉴판에는 ..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아리아리 정선 꼬들꼬들 곤드레밥
2013.04.25곰취가 곤드레나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왜 이렇게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곤드레나물은 고려엉겅퀴의 다른 이름이다. 정선 읍내 장터에서 곤드레밥을 먹는다. 지난번 콧등치기를 먹었던 바로 그 집. 콧등치기는 그날 이후 정선역앞 다른 집에서도 먹어봤는데 이 집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드레밥이 나왔다. 들기름일까? 찰진 밥에 윤기가 흐른다. 코를 스치는 풍취가 구수하다. 참기름보다 낫다. 수선스럽지 않은 밑반찬 몇가지와 양념장, 강된장이 함께 나왔다. 정선사람 말씀하시길 곤드레밥을 반으로 나눠서 양념장 절반, 강된장 절반 비벼먹으란다. 하! 대처 맛이 다르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가지 맛을 동시에 본다. 역시 토박이들이 제 맛을 안다. 서울에서 먹었던 곤드레밥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그윽..
백운산 동강할미꽃
백운산 동강할미꽃
2013.04.01몇 년을 별러왔던가? 정선 땅 동강변 바위 절벽에 피어나는 동강할미꽃, 그 존재를 안 이후 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곳에 가는 꿈을 키워왔다. 그 꿈은 농민운동을 통해 실현되었다. 정선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회원들과 연줄이 닿은 지난겨울 막바지, 돼지 잡는다는 핑계로 몇 차례 오며 가며 동강할미꽃이 피기만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귀한 꽃 귀하게 보고 싶어 산에 올라 보기로 하였다. 오며 가며 눈에 익혀 두었던 백운산, 백운산은 동강이 크게 휘돌아 치는 곳에 수직의 절벽을 일으켜 세워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그런 산이다. 점재마을로 올라 정상을 거쳐 능선을 타고 제장마을로 내려서기로 한다. 몇 채 안 되는 마을을 지나 산기슭 밭을 지나니 산으로 드는 길이 열린다. 곧게 솟..
콧등치기
콧등치기
2013.03.02정선땅 무공해 사람들과, 술과, 의리를 아는 멋진 개들과 잘 놀고 먹고 쉬고.. 콧등치기 국수를 마지막 해장거리로 삼았다. 워낙 잘 알려진 정선의 대표음식이니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 없겠고 맛 또한 먹어봐야 아는 것이니.. 다만 정선 막걸리에 아리아리~ 해진 탓에 면발이 콧등을 쳤는지 안쳤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거. 텁텁한 막걸리가 좋았던 것으로.. 겨울인지라 따뜻하게.. 일단 묵어봐야 맛을 안다는거. "아~! 좋다"를 연발하면서 먹었는데 사실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리아리~ 정선 막걸리 탓이겠지. 빈그릇이 대신 말해준다. 맛있었노라고.. 수수부꾸미 정선말로 '노치'라 부르는 모양이다. 호남평야인 우리 동네에서는 찹쌀가루로 부꾸미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잘 만드셨는데.. 그러고 보니 정선에 와..
돼야지 몰러 나간다~ 멧돼지 사냥을 나간다.
돼야지 몰러 나간다~ 멧돼지 사냥을 나간다.
2013.02.2690년대 후반 11월이었을 거이다. 민둥산을 가겠다고 서울에서 농민대회를 마치고 정선으로 냅다 튀었던 뒤로 두번째 밟아보는 정선땅. 일을 벌이려면 큰일을 치르고 난 직후가 좋다. 전농 대대를 마치고 간단한 뒷마무리 끝에 곧장 정선으로 달려가 2박3일을 머물렀다. 동강가 귤암리에 도착하니 밤 11시, 얼마나 깊은 산중에 들어왔는지조차 가늠이 안된다. 밤을 새워 술을 푼 탓에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겨 정오가 지나고서야 예정된 돼야지몰이가 시작되었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신동읍 매화동, 말이 동네지 이건 뭐 집들이 십리에 한칸씩이나 있다. 밭이라고 흙보다 더 많은 돌이 구르고 있는가 하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경사지도 밭이라고 일군 흔적들이 있다. 그래도 농사는 잘 된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양지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