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이덕구 산전
이덕구 산전
2018.01.12제주도에 가시거든 가시리에 가보시라. 가시되 교래리 산굼부리 지나 녹산로를 타고 가시라. 가시리가 나는 참 좋다. 가시리에 가야 비로소 "아.. 여기가 제주도로구나"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가시리는 참으로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주도 어느 한 곳 예외가 있겠는가마는 그중에서도 가시리는 4.3.. 항쟁과 피의 학살 그 한복판에서 중산간 마을 중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다. "제주도민을 다 죽이더라도 제주도를 확보하라" 이것은 미국의 명령(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가 경무부장 조병옥과 국방경비대 사령관 송호성을 불러놓고 지시)이었다. 당시 자행된 어마어마한 학살극의 장본인이 누구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시리의 올레, 올레를 전라도식으로 표현하면 '고샅'이 되겠다. 더 정확하게 ..
한라산 해맞이
한라산 해맞이
2018.01.08새해 해맞이를 어디서 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떠오른 한라산, 해가 바뀌고 매우 이른 새벽 나는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모자라 길가에까지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차량보다 더 많은 사람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새해 새 해를 보자고 산을 오른다. 사람으로 인한 산길 정체까지 고려하면서 너무 이르거나 늦지 않게 산정에 도착하는 것이 일이 되겠다. 03:30 성판악 휴게소, 사람들로 북새통. 휴게소 매점에 들어가 몇 가지 행동식과 얄포롬한 장갑을 장만하고 길을 나선다. 그놈의 장갑은 발이라도 달린건지 자꾸만 사라진다. 산길이 그리 어둡지 않다. 동짓달 보름달이 구름 속을 들락날락.. 다른 이들 불빛에 달빛까지 더하니 등은 꺼내지 않아도 되겠다. 아이젠은 진달래밭 대피소에 가..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한라산 높은 곳 도시처녀나비
2016.05.29전국 각지에 분포하며 제주도에서는 한라산 1100미터 이상 고지의 관목림 초지에 서식한다. 작년 강원도 정선 두메 산골에서, 그리고 이번에 한라산 높은 산중에서 본다. 봄처녀나비, 시골처녀나비 등의 처녀나비 무리 중에서는 유일하게 직접 접견하였다. 도감에 적힌 서식 조건에 영락없이 맞아 떨어지는 이스렁오름 정상을 점령하다시피 많은 개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모습이 수줍은 처녀와 같아 처녀나비라 이름지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활달하고 쾌활하며 호기심 많고 까칠한 처녀의 모습이다. 잠시도 한 곳에 안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날아다니고 옮겨다닌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도처에서 짝짓기가 시도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한참을 공을 들이는 것은 아마도 수컷일 터이다. 방금 ..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한라산 깊은 곳 이스렁오름
2016.05.28몇 해 전 5월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가는 오름길에서 바라본 이스렁오름과 그 주변 경관을 가슴속 깊이 간직해 두었더랬다. 언젠가는 가고 말리라.. 그리고 4년이 지나 그곳을 다녀왔다. 그것도 연중 가장 바쁜 농사철 고동목에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선거를 마친 이후 장거리 여행을 꿈꿔왔다. 본래 흑산도를 벼르고 별렀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데 왕복 6만 900원 하는 비행기 삯이 나를 결단케 했다. 흑산도보다는 제주도가 심리적으로나 물질 기술적으로 훨씬 가깝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아침 일찍 돌아오는 짧은 2박 3일, 다녀와서 정밀하게 다시 고증해보니 몇 해 전 내 시선을 잡아 끈 오름은 쳇망오름이었다. 쳇망오름을 이스렁오름으로, 이스렁오름을 어스렁오름으로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 쳇망오름은 다시 기회를 ..
한라산 좀민들레
한라산 좀민들레
2015.04.16영실, 한라산 오름길에 좀민들레 꽃을 피웠다. 좀만한 것이 단아한 꽃대를 올렸다.
4월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4월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2015.04.13한라산을 오르는 가장 손쉬운 길,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가벼운 산행을 한다. 이 길로는 백록담을 오르지 못한다. 대신 위풍당당한 한라산 화구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드넓은 고산 평원인 선작지왓의 이국적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길지 않은 시간 큰 힘 들이지 않고 한라산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길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4월의 한라산은 겨울은 갔으되 봄은 아직 이른 매우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있어 겨울이 완전히 물러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봄꽃이 앞다투어 피지도 않는다. 등산로 초입 소나무 숲에는 곧게 뻗은 아름드리 적송이 들어차 있다. 재선충 유입으로 제주도 소나무 숲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고사목 제거 등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5월,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의 야생화
2013.05.09시간 반이면 오를 수 있는 영실-윗세오름길은 한라산 산길 중에서 가장 짧다. 짧기도 하거니와 제주 남서부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광활한 주위 조망과 백록담 화구벽을 보며 걷는 선작지왓의 이국적 정취는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 틈을 주지 않는다. 어리목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돈내코로 내려갈 수도 있겠으며 영 시간이 촉박하다면 되짚어내려가는 것도 문제 없으니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등산객들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겠다. 영실입구, 산객을 반기는 까마귀가 신령스럽게 느껴진다. 털진달래가 피었다. 화구벽이 보이는 고산평원, 선작지왓에는 5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 철쭉이 만개하는 모양이다. 한라산 특산 좀민들레. 일반 민들레에 비해 매우 작다. 노랑제비꽃이 지천이다. 오른짝 쳇망오름과 외약..
제주도, 한라산, 탐조.
제주도, 한라산, 탐조.
2012.01.08지난 연말 고창 농민회 회원들과 한라산을 올랐다. 산 아래 날씨는 좋았으나 산정 날씨는 좋지 않았다. 살을 에이는 눈바람만이 가득한 산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 아닌 다른 날에는 가보지 못하고 네 차례를 올랐으나 백록담은 단 한번 보았을 뿐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이 가까워지면 나무가 사라지면서 거대한 설산을 오르는 느낌이 된다. 선등자의 발걸음이 수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정상 사진 찍기에는 녹두장군이 함께 하셨다. 산을 내려와 고창 회원들은 배로 떠나고 나만 섬에 남았다. 늘 가는 곳 가시리 석대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나는 어째 가시리에 가야 비로소 제주에 왔다는 실감이 날까? 해 뜰 무렵 새들의 쉼터 하도리로 향한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종 구분 없이 함께 쉬고 있다...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2011.09.10한라산을 오를라치면 늘 고민이 밀려온다. 짜장면 묵으까, 짬뽕 묵으까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러나 고민도 잠시 몸은 이내 백록담에 직접 오르는 것보다는 백록담 화구벽을 바라보는 것이 더 멋진 산행이 될 것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한라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닌 다른 볼일을 마친 이후의 약간의 틈을 타 오르는 산행인지라 시간이 넉넉지 않을뿐더러 백록담을 오르내리는 고된 발품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영실로 오르기로 하였다. 영실은 해발 1280m로 1700m가 되는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400여 m만 고도를 높이면 된다. 다소 가파른 길을 40~50분가량 올라 채고 나면 편안한 고산 평지가 이어진다.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한라산, 그나마 짙은 운무에 휩싸여 있다. 가파른 오름..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한라산의 진면모를 보았다.
2010.05.10서귀포 중산간마을 회수, 폰깡 농사 짓는 문철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7시까지는 항에 도착해야 하고 바쁜 걸음이 아닌 할랑할랑 느긋한 기분으로 가고 싶어 6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말짱 드러난 한라산, 하얀 옷을 입은 백록담이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 당긴다. "가긴 어딜 가, 내 품에 안겨 봐" 홀린 듯이 달려가 차를 세우니 영실 입구, 아직 등산객은 아무도 없다. 오후 1시 30분 발 완도행 배를 예약해두고 오르기 시작하니 6시 30분이다. 상고대가 피어오른 영실기암을 바라보며 경사 급한 길을 한시간여 오르니 문득 시야가 트인다. 이스렁오름 뒤로 안덕, 한림 지경의 오름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누구 발자국일까? 앙증맞기 짝..
당오름에서 본 해돋이, 한라산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당오름에서 본 해돋이, 한라산 너머에서 해가 솟는다.
2009.04.08전북도연맹 동지들과 함께 농업연수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짜여진 단체 일정으로 하여 낮에는 별도의 짬을 낼 수가 없기에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숙소 인근의 오름을 올랐다. 숙소는 지난 정월대보름날 올랐던 족은대비오름 바로 옆의 아로마 리조트, 아직 잠들어 있는 제주도연맹 동지의 트럭을 타고 족은대비오름 앞을 스쳐 가까이 있는 오름들 중 만만한 대상을 물색하여 접근하였다. 사료작물이 심어진 새파란 밭에는 한라산 노루들이 어지러이 뛰어다니고 꿩들은 길가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호별방문 잘하는 모 종교단체에서 나눠주는 책자에서 본 풍경이 떠오른다.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름 아래 차를 대고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한라산 너머로 밝아오는 여명이 발..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한라산에 공존하는 봄과 겨울
2009.02.10복수초(福壽草). '복수는 나의 것'이 아니라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의미라 한다.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한다. 2월 8일 한라산 자락 절물휴양림 옆 숲에는 복수초가 꽃망울을 올리고 있었다. 조만간 1주일 가량이면 꽃밭이 되겠다. 변산바람꽃을 찾았으나 촉박한 일정으로 포기하였다. 이튿날 오른 한라산. 하 여기는 아직 겨울의 기세가 맹렬하다. 한라산 정상부는 여전히 동장군이 다스리고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한라산 정상부는 상고대만 없을 뿐 지난 1월과 다름없었다. 2009/01/06 - [산이야기] - 2009년 1월 2일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