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수천 군사 어데 두고 짚둥시가 웬 말이냐
 개남아 개남아 진개남아! 수천 군사 거느리더니 끌려가다니 웬 말이냐"
붙잡혀 끌려가던 김개남 장군을 두고 불렀다는 민중들의 한 서린 노랫가락이다.
자장가로 구전되고 있다 하나 지금도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읍 산외를 바쁜 걸음으로 지나쳐 오는 길. 
김개남 장군 묘역이라는 팻말에 이끌려 들어간 지금실 마을에는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었던 김개남 장군의 가묘와 집터가 남아 있었다.
김개남 장군은 체포되어 전주로 이송되자마자 참수되어 머리는 서울과 전주에 효수되고 시신은 내장이 분리되고 고깃덩이로 나뉘어 양반 놈들에게 능욕당하였다 한다.

가묘
집터

묘역과 집터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먹장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뒤덮고 비바람이 몰아친다. 
갑오농민전쟁이 촉발되고 전개된 복판에 살면서도, 입으로는 늘 갑오 농민군의 후예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농민군에 대해 아는 바가 별반 없는 나에게 김개남 장군이 노하여 불호령을 내리는 듯하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갑오농민전쟁을 통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싶다.
예전에 북쪽 작가가 쓴 '갑오농민전쟁'은 읽다 말았던 것인지 어쩐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홍규 형에게 갑오농민전쟁을 잘 알려면 어떤 책이 좋겠느냐고 물어 송기숙 선생의 소설 '녹두장군' 한 질을 헌책방에 주문하였다. 인자는 소설이라야 읽힐 것이다.
그 소설을 읽어가며 우리 주위에 무수히 산재하는 갑오농민전쟁의 유적지와 유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답사해보고 싶다.

먹장구름 너머로 호남의 좌우를 가르는 호남정맥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김개남 장군은 저 호남정맥 너머 호남우도를 호령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