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여행이야기
여명의 성산
여명의 성산
2024.11.23노을 붉은 아침.여기는 오조리, 종일토록 일출봉 그늘에서 노닐다.해질녘 일출봉은그저 붉그레하지요.
자전거 타고 동강 물줄기 따라..
자전거 타고 동강 물줄기 따라..
2024.11.09안 쓰는 사진기 렌즈 팔아 자전거 샀다. 50만원에 팔아 55만원짜리 샀으니 왠지 손해본 느낌, 녹슬지 않게 많이 타야지. 간만의 정선 발걸음, 좁은 차에 자전거 우겨 넣었다. 짧은 일정이라 차분히 즐길 여유가 없다. 간밤의 진한 술자리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과감히 떨치고 길을 나선다. 귤암리에서 운치리까지 동강 물줄기 따라 상쾌한 아침 바람에 술기운 말끔히 날린다. 오직 정선, 동강만의 독특하고 수려한 풍광에 온몸 물들다. 언제 봐도, 보고 또 봐도 매혹적인 동강, 귤암리 골짝을 벗어나 동강에 이르렀다. 페달 힘차게 밟아 본격적으로.. 흐르는 물줄기 따라 나도 흘러간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가을과 겨울 사이 참으로 상쾌하고 좋다. 이 아니 좋을쏘냐 노래 절로 나온다..
오름 바당 한라산 제주도 3박4일
오름 바당 한라산 제주도 3박4일
2024.01.11하던 일 멈추기 어려워 마지못해 떠난 길, 밤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마지못해 나섰다는 건 실상 거짓인 게다, 관성의 법칙이 잠시 작용했을 뿐.. 버스로 갈아타고 서문시장 내려 관덕정 구부다 보고 뒷길로 북초등학교 지나 탑동 사거리, 숙소를 목전에 두고 술 자시러 가는 일행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짐도 풀지 못한 채 술자리로.. 이 하르방을 어디서 만났을까? 이미 술이 거나해졌던 것이다. 아침, 숙취를 부여안고 짐을 꾸려 숙소를 나선다. 회의는 열 시 반, 걷다 보면 깨겄지.. 탑동 광장 지나 서부두, 산지항 너머 사라봉을 본다. 주정공장 옛터를 지나며 노래를 듣는다. 무한반복..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차라리 사라봉 무너져 내려 이 몸을 이곳에 묻어주면.. 차라리 산지포 강풍을 만나 이 몸..
갑진년 해맞이
갑진년 해맞이
2024.01.04해가 바뀔 때면 늘 해맞이를 해왔다. 여럿이 혹은 홀로, 가차이 혹은 멀리서.. 이번엔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비는 내리고..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영광, 함평 지나 목포, 영암 지나 강진, 찬바람 쓸쓸한 병영성 들러 장흥에 당도하니 이미 밤이 되었다. 갑오년 섣달 초닷새, 이방언이 이끄는 농민군이 장흥성을 함락하고 부사 박헌양을 죽였다. 양력으로는 섣달그믐, 바로 오늘이다. 기세가 오른 농민군은 닷새 후 강진 병영성을 공격하여 이 또한 함락시켰다. 다시 닷새 후 장흥 석대들에서 혈전이 벌어진다. 하여 나는 석대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새해를 맞으려 한다. 장흥과 강진 경계 사인암(사인정)을 오른다. 멀리 제암산을 배경으로 장흥 읍내 불빛이 반짝거린다. 눈 아래 석대들이 펼쳐지고.. ..
여기는 정선..
여기는 정선..
2022.10.10산에 오른 수달 산토끼 씨 말리고 뼝대에서 떨어진 멧돼지 물고기 밥이 된다는.. 그런 땅에다 보리농사 지어보겠다 하여 보리종자 싣고 정선으로.. 호남벌 보리농사도 깨갱맥인데 농사가 파농이라 깨갱맥인데 농사가 모험인 세상 까짓거 해보는 거다. 응원한다. 수리봉 전망대, 올 가을 단픙 들면 여기서 하룻밤 자는 걸로.. 꿈★은 이루어진다. 숲길을 거슬러 거슬러.. 수달은 보이지 않았다. 밤에 움직이는 게다. 수리봉, 소원을 빈다. 올 가을 단풍 들면 토끼 잡는 수달 보게 해 줍서. 수리봉은 생각보다 조망이 좋지 않다. 산불감시 초소에 올라도 산태극 수태극 하며 흐르는 강줄기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 나무에 뿌리내린 두터운 이끼, 마치 털옷을 입은 듯.. 기나긴 겨울을 어찌고 날까? 뜨뜻한 구들이 그리워지니.. ..
난생처음 병원 신세
난생처음 병원 신세
2022.08.23뱀사골에는 설핏 가을이 내리고 있었다. 은연중 비도 내리고.. 출발할 땐 내리지 않던 비가 굵어졌다. 세찬 빗줄기를 뚫고 우리는 단심 폭포에 도착했다. 단심 폭포에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사고는 순간에 일어났다. 나는 바위에서 미끄러져 추락했고 한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내 뒤에 서 있던 이의 비명 소리를 들은 듯한데 내가 내지른 비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오늘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생각되었다. 숨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나 딸싹도 할 수 없다. 신발 한 쪽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몹시 불쾌했지만 역시 마음 뿐이다. 놀란 사람들이 달려오고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으나 어느 손 하나 쉬 잡을 수 없었다. 내 몸의 상태를 스스로 가늠하며 온전히 내 힘으로 일어나야 했다. 얼마..
울릉도, 그리고 박정희
울릉도, 그리고 박정희
2021.09.01우리는 울릉도 곳곳에서 박정희와 대면했다. 어떻게든 박정희와 엮어 '기승전 박정희'를 위해 애쓴 흔적들과 도처에서 맞닥뜨렸던 것이다. 울릉군수 옛 관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이듬해 10월 울릉도를 방문한다.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 그무슨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이었던 시절이지만 대통령이나 의장이나 뭐가 달랐겠는가? 울릉도로서는 감지덕지할 일이었을 것이고, 박정희는 돌아간 후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그 후 울릉도는 70년대 초반 오징어 잡이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딱히 박정희의 공이라 할 바는 아니지만 그락저락 울릉도 근대화의 은인으로 기억될 만도 하다. 그렇다 하나 일제 강점기 식민 관료의 관사로 쓰이던 건물 그대로 일식 요정 냄새 풍겨가며 박정희 개인을 숭배하는..
저동 일출, 섬을 떠나다.
저동 일출, 섬을 떠나다.
2021.09.012박 3일이 4박 5일이 되었다. 울릉도에서 처음 맞는 마지막 일출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선다. 때 맞춰 일출 보겠다고 부지런히 걷고, 북저바위와 각을 맞추느라 왔다 갔다 했다. 아침을 먹는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를 두고 고민하다 찾아간 집에서 우리는 이틀 후 확진자가 될 손님하고 함께 밥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알게 될 일이고, 밥은 잘 먹었다. 2박 3일이 4박 5일이 되고 일주일 후에 다시 일주일 휴가, 참으로 호화찬란한 여름 뒤끝이로다. 시간이 남는다. 우리는 관해정 후박나무 그늘 아래 앉아 오래도록 쉬었다. 앉아 쉬자니 흑비둘기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다. 처음에는 안 보이던 녀석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후박나무 열매는 녀석들의 주식이나 다름없으니.. 흑비둘기만이..
지새지 말아다오 저동의 밤아
지새지 말아다오 저동의 밤아
2021.08.31아침이 밝았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면서 잦아들었다. 촤르륵 촤르륵~ 돌밭을 구르는 파도소리 차분한데 오늘도 배는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을 다스린다. 내일은 들어오겄지, 암만.. 학포는 먹을 것이 없다. 나리분지 씨겁데기술로 목을 축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석포 독도 전망대에서 독도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11년 전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죽도를 봤는데 관음도로 오인했다.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거대한 와불, 관음보살을 떠올렸던 것이다. 석포 일출 일몰 전망대에서 관음도는 일찍이 '방패도'라는 이름으로 수토사의 기록에 나타난다. 관음도는 총독부가 제작한 조선지형도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본래 이름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 울릉도의 지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경로를 거치게 되는데 토속 지명이 ..
우산국은 어디에?
우산국은 어디에?
2021.08.30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대풍구미(대풍감)의 바람과 압도적인 풍경, 하늘을 날던 매까지 모든 것들이 발목을 잡았다. 태하령 옛길을 걸어 넘으려던 계획을 바꿔 버스로 이동한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포항에서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타고 나갈 배가 없어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사동을 지나 도동으로 가 차를 빌렸다. 차는 저동에 있었다. 이제 먹어야 했다. 꽁치 물회를 먹자고 찾은 집, 울릉도식 꽁치 물회는 물이 없다. 그리고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다. 예전 울릉도 사람들은 강고배를 타고 나가 손으로 꽁치를 잡았다 한다. 그 시절로부터 유래된 음식이니 맛이 깊을 수밖에 없겠다. 저동 어민식당, 이 집은 울릉도에서 우리가 두 번 찾은 유일한 식당이다. 뒤늦은 후회지만 마지막 날 아침에도 우리는..
대풍구미(대풍감)
대풍구미(대풍감)
2021.08.292박 3일 울릉도 마지막 날. 우리의 계획은 대풍감 일대를 둘러보고 태하령 옛길을 넘어 남양까지 걸어가 버스 타고 사동으로 이동하여 배를 타는 것이다. 6시 30분, 꽤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밤사이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면서 그쳤다. 구름 많은 좋은 날씨다. 흠뻑 젖어 빨아둔 옷과 신발도 보송보송 잘 말랐다. 조짐이 좋다. 대풍감을 조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태하 등대로 올라야 하는데 등대 인근까지 데려다주는 모노레일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 일대가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이 역시 지난해 태풍 때문이다. 걸어서 오른다. 가파른 길이지만 거리가 짧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목적지는 향목 전망대, 등대와 맞닿아 있다. 전망대에 이르니 바람이 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한 바람이 바다로부터 절벽을 타고..
대황토구미, 태하
대황토구미, 태하
2021.08.26독도에 다녀온 우리는 오징어 내장탕으로 속을 구슬렸다. 탕이라기보다는 국이라 할 만한데 이걸 우리 동네 사람들이 끓였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 본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징어 내장탕과 꽁치 물회로 속을 푼다 했다. 내일은 꽁치 물회를 먹어보자 다짐한다. 행남 해안길을 걸어 도동으로 가려 했으나 비가 내린다. 비야 무릅쓰면 되겠지만 지난해 태풍으로 끊긴 길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울릉도 해안지대는 너덜너덜하다. 해안도로는 사면팔방 곳곳이 공사 중이며 사동, 남양, 태하 등 서쪽 지역 포구들에는 지난해 태풍 피해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울릉도는 한탄한다. 태풍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고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때 울릉도는 비로소 태풍 맞을 준비를 한다고.. 울릉도는 그저 독도를 생각할 때나 덩달아 떠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