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애국가라 일컬어지는 <농민가>는 이렇게 시작된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오늘 그들이 그랬다. 7시 30분 서울 강남의 팔래스 호텔..

350만 혹은 400만 농어민 그 누구도 몰랐다. 

그 이름도 고상한 조찬회동을 겸한 간담회를 위해 그들은 몇시부터 몸단장을 했을까?

농민들이 새벽이슬을 털며 논두렁, 밭고랑을 둘러볼 그 시각 그들은 몸단장을 마치고 강남의 호텔로 향했을 것이다. 

그리고 장관과 마주앉았겠지.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사진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포토뉴스


한중 FTA를 추진하려거든 농업은 빼고 하라고 했을까? 

그게 아니면 끝까지 투쟁하겠노라고 목청을 높였을까? 

며칠전 해운대 투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농어민단체 대표들은 장관과 마주 앉아서 무슨 말들을 주고받았을까? 


보도에 따르면 <농·수산업계를 중심으로 한중 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정부의 대응방향을 설명하고 농·수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였으며, 이 자리에서 장관은 <민감 품목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농수산업계를 대표하여 참석했다는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어느 언론에서도 싣지 않고 있다. 


오늘의 간담회는 언론 홍보용으로 기획된 산업부의 놀음에 몇몇 농어민단체 대표들이 꼭두각시 춤을 춘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로서는 농어민들의 반발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관이 직접 나서 소통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농어민 단체 대표자들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한중FTA 농수산업계 간담회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는 간담회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을 골라 은밀히 추진하였으며, 이에 초대를 받은 단체장들 또한 은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간담회 참석자 중 농협과 수협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한중FTA중단 농수축산 비대위>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책위 차원에서 공론화시키지 않고 개별적으로 조용히 참석한 데서 드러난다. 

간담회 참석 여부를 대책위에 안건으로 내놓고 토론했더라면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과를 놓고 보면 <한중FTA중단 농수축산 비대위>에 소속된 36개 단체중 6개단체의 대표들만이 참석하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단체와  대표들의 면면은 어지간한 농민이라면 <꼭 그럴만한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알아볼만한 사람들이다.  

산업부에서 잘 골랐고 그렇고 그런 사람들끼리 쉬쉬하며 잘 다녀왔다. 

문제는 일부 농민단체 대표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농민들의 투쟁과 분노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점이다. 

한중 FTA를 반드시 중단시킬 것이며, 그 날까지 농민들의 투쟁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라던 해운대 투쟁의 다짐은 어디로 갔을까?

오늘 농어민 단체장들의 신중치 못한 행보로 인해 과연 어떤것이 농민들의 진심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운대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두터운 경찰의 차단벽과 맨몸으로 부딪쳐  싸우며 절규하던 현장 농민들의 투쟁을 욕되게 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400만 농어민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제발 생각 좀 하고 행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 한중FTA 6차 협상이 시작된 지난 2일 부산 벡스코 옆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한중FTA중단! 6차협상 규탄! 전국농수축산인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협상장이 있는 해운대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막히자 해운대 앞 바다로 뛰어들어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한중FTA 6차 협상이 시작된 지난 2일 부산 벡스코 옆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한중FTA중단! 6차협상 규탄! 전국농수축산인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대회를 마친 뒤 협상장이 있는 해운대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게 둘러쌓여 있다. <한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