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호남정맥 추령봉(개운치~추령)
호남정맥 추령봉(개운치~추령)
2021.12.2612월 25일, 녹두장군 일행이 입암산성으로 스며들었다. 그들은 한양으로 잠입하고자 했으나 사흘 뒤 피노리에서 붙잡히는 몸이 되었다. 농민군 본대가 벌인 태인에서의 마지막 전투 이후 불과 닷새, 장군의 잠행은 너무도 짧았다. 펄펄 눈이 내린다. 날이 몹시 차다. 예기치 않았던 눈, 실컷 맞고 싶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고민하다가.. 호남정맥 개운치, 고갯마루엔 찬바람만 쌩쌩 매섭게 불고 있었다. 눈발이 날리지 않는다. 미리 제목까지 달아놓고 달려왔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호남정맥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방장산, 혹은 선운사로 갔어야 했다. 초입은 대숲, 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에 안긴다. 조릿대 숲을 지나 만난 오래된 전호의 흔적, 딱 있을 만한 자리마다 여지없이 나타나던.. 그날의 흔적. 지..
호남정맥 왕자산(소리개재~구절재)
호남정맥 왕자산(소리개재~구절재)
2021.11.302021년 11월 28일 11시 45분, 산길을 이어간다. 간밤 음악가 선생들과 마신 술이 과했다. 숙취 해소를 위한 산행, 오늘은 순창 사람 김 씨의 도움으로 차를 미리 목적지에 갖다 두고 시작한다. 몸을 낮출 대로 낮춰 도로를 건넌 정맥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다시 산으로 오른다. 정맥은 한동안 밭과 밭 사이, 무덤 사이, 자그만 솔밭 사이, 가시밭길 돌무덤을 헤쳐간다. 으슥한 곳을 골라 앞뒤 개완허게 비워내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소리 사이로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오~ 좋은 징조로다. 한참을 갈등하며 조물딱 거리다 가져온 망원렌즈를 꺼낸다. 어랍쇼 검은이마직박구리, 이 녀석들을 예서 만날 줄이야 몇 년을 보고 싶어 모대기던 녀석인데 올해만 세 번째, 한 번 보고 나면 자꾸 ..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2021.02.10얼마만인가, 석 달? 호남정맥에 다시 안긴다. 한 번 멀어진 발길 다시 잇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하여 쇠뿔은 단 김에 빼라 했던 모양이다. 슬치는 임실 관촌에 속하며, 호남정맥이 한없이 몸을 낮춘 구간이다. 마을을 통과하는 탓에 사람들의 간섭이 심하여 능선길이 위태롭게 이어진다. 사람의 손을 탄 곳일수록 가시덩굴에 잡목이 우거져 길을 잘못 들거나 통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겨울이라 다행이긴 하나 마을과 그 뒷산을 통과하는 문제가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슬치에서 실치재(혹은 뒷재)에 이르는 약 2km쯤 되는 구간을 잠시 짬을 내 미리 걸었다. 낮은 지역이라선지 산들이 모두 납작 엎드려 드넓은 구릉지대로 보인다. 멀리 모악산은 분명한 데 왼쪽 산을 알아볼 수 없다. 위치로 보아서는 경각산일 터인데 산 ..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2020.11.29다시 맞은 주말, 나의 발길은 호남정맥으로 향한다. 산으로 가기에 앞서 진안 부귀에 있는 녹두장군의 큰따님 전옥례 여사의 묘소에 들렀다. 한 번은 헛걸음, 좀 더 정밀한 탐색 끝에 다시 찾았다. 장군의 큰따님은 동학농민혁명이 농민군의 패전으로 막을 내린 뒤 사람을 피해 산으로 도피했다. 산길만 골라 내달린 발걸음은 마이산에 와서야 겨우 멎었다. 그이의 나이 15세, 김옥련이라 이름을 바꾸고 금당사 공양주로 숨어 지내다 진안 사람과 결혼하여 일가를 이뤘으나 자신의 출신 내력에 대해서는 평생을 함구하고 살았다.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손자를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이의 묘소는 모래재 아래 호남정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이가 걸었을 태인(산외면)에서 마이산에 이르는 산길은 상당..
녹두장군 발자취 따라 입암산성 넘어 백양사까지..
녹두장군 발자취 따라 입암산성 넘어 백양사까지..
2014.12.26태인전투를 마지막으로 농민군 부대를 해산한 전봉준 장군이 입암산성에서 하루를 머문 날이 11월 29일이라 했다. 그 시기에 맞춰 입암산을 오른 바 있다. 그런데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 11월 29일은 120년 전 음력 날짜다.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2월 25일이다. 왜 이런 혼동이 있었을까?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내가 찾아본 대부분의 연표가 당시의 음력날짜를 그대로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음력인지 양력인지 표기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이러저러한 관련 행사는 양력으로 환산해서 치루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9일 우금티 전투를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어! 이 날짜가 맞나? 했으나 매년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듣고 아! 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연표에 표기된 날짜가 양력으로..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주릉이 장엄하다.
2011.10.08장수에 갈 일이 생겼다. 방장산이라도 가야겠다고 맘 먹고 있던 차에 산행지를 장수로 변경하였다. 때는 가을인지라 억새 좋은 산을 고르니 장안산이 걸려든다. 장수 IC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간이 어중간한지라 무룡고개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길을 잡았다. 산행 출발지로 잡은 무룡고개가 이미 1,000m가 넘는 고지인지라 정상(1,237m)까지는 불과 200여미터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동네 뒷산 오솔길같은 산길은 편안하기 짝이 없다. 거리 3km, 한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주변 햇빛 밝은 곳에 핀 정영엉겅퀴, 꽃등에들이 바쁘다. 정상까지 1.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자 전망이 툭 터지는 억새능선이 나타난다. 멀리 지리 주릉이 한 눈에 잡히고 지리산에서 달려온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겹겹이..
호남정맥 내장산-백암산 구간을 가다.
호남정맥 내장산-백암산 구간을 가다.
2008.10.07산을 좋아하였으나, 특히 산경표에 따른 산줄기를 꼭 밟아보고 싶었으나 단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그저 대간이나 정맥, 기맥에 속하는 산길을 밟으며 "여기가 거기다" 하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건강상의 시련을 딛고 대간과 정맥의 마루금을 지성으로 긋고 다닌다는 형의 소식을 접하고 최근에는 산에 있는 형의 위치를 확인해가며 한 번쯤 같이 할 날을 엿보아 왔다. 호남정맥에 금을 긋고 있다는 소식은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의미하였다. 어느새 형은 홀연히 내장산 구간까지 다가와 있었고 나는 만사를 제치고 금 긋기에 동참, 내장-백암이 속한 '추령-곡두재' 구간을 함께 하였다. 이 구간이야 대부분 국립공원에 속한 길이 번듯하여 정맥 전체를 놓고 볼 때 잘 포장된 도로에 다름없고 내장산과 백암산은 여러 차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