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해가 뜨지 않는다 했다. 나이 오십줄을 맞는 기념비적인 해맞이 장소가 필요했다. 

5시50분, 당골 광장을 출발하여 태백산을 오른다. 당골에서부터 천제단까지 사람들이 늘어서다시피 산을 오른다. 

입을 굳게 다물고 말없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 눈을 밟는 아이젠 소리만이 온 산에 가득하다. 랜턴이 굳이 필요 없다. 

요사이 산에 자주 다닌 탓에 몸이 가볍다. 그닥 속도를 내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뒤로 밀린다.



6시 반, 백단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반재, 어묵을 팔고 있다. 하지만 지갑이 없다. 



7시 망경대 앞마당, 문수봉 너머 면동이 튼다.   

시간은 아직 넉넉하건만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지나오고나서 보니 문수봉의 돌탑이 가늠된다. 



7시 10분, 천제단에 도착했다. 실로 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거리며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천제단은 이미 사람들이 들어차 있고 천제단 뒷쪽으로는 세찬 바람에 서 있기조차 힘들다. 

해돋는 시각은 7시 37분이라 했다. 30여분 사이 온몸이 얼어붙는다. 특히 발가락, 손가락..



천제단 동남방향에서 북진하는 백두대간. 봉화와 영월, 경북과 강원을 가른다. 



첩첩산중에 큰 동네가 있다 했더니 공군 사격장이다.

이름하여 필승사격장, 2004년 매향리 사격장 폐쇄 이후 미군이 대체 사격장으로 지목해 큰 난리가 났던 곳이다. 

민족의 영산이라 일컬어지는 태백산에 사격장이라니.. 온 산천이 찢기고 허물어지고..

분단극복 없이 이 나라는 도저히 온전해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드디어 해가 떠오른다. 

내 나이 오십, 어머니 뱃 속까지 쳐서 인생 반백년의 막이 올랐다.  

환호하는 사람들.. 각자 마음 속 품은 웅지를 가다듬고 보다 나은 미래를 기원했을 터이다. 



해돋이의 감격도 담시 추위가 엄습한다. 

인파를 헤치고 서둘러 하산길에 오른다.  뻣뻣해졌던 몸이 금새 풀린다. 

문수봉까지 주릉을 타고 문수봉 너머 금천 갈림길에서 당골로 내려갈 계획이다. 


주목



문수봉에 이르는 능선 좌우에 사스레나무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 같은 과라 자작나무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다르다. 

한반도 남녘에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없다. 



8시 40분 문수봉, 크고 작은 여러 기의 돌탑이 산재해 있다. 

문수보살은 '완전한 지혜'를 상징한다. 돌탑 너머 함백산이 보인다. 



지나온 길을 더듬어본다. 

태백산이 이토록 펑퍼짐하더란 말인가? 놀란만한 육산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만간 지리산에서 백두대간 마루금 긋기를 시작하면 올해 안 언젠가 다시 걷게 될 산길이다.  



다시보자 백두대간이여. 



9시 40분, 어둠 속에 걸었던 당골 산길 초입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