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당뇨 이야기
보리로만 만든 보리국수
보리로만 만든 보리국수
2024.12.01국수는 나의 영혼의 단짝, 국수를 무쟈게 좋아했다. 나로 하여금 혈당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로 만든 원인 중의 하나가 국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원망은 없다, 맛있게 먹었으니.. 그러니 영영 끊고 살 수는 없다. 하여 나는 혈당 걱정 없이 맘껏 먹을 국수를 찾는다. 우연히 들른 한살림 매장에서 사둔 국수가 있었으니 보리국수, 그것도 보리로만 만들었다는..곤약국수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샀더랬다. 두어 달만에 드디어 먹을 결심을 한다. 어젯밤 일이다. 국수 삶는 법은 봉지에 쓰여 있다.특이하게도 5분 삶고 5분 뜸을 들이라 했다. 삶는 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일어나 찬물 두어 차례 부어가며 잘 저어주었다. 뚜껑 닫아 5분 정도 뜸 들이는 것 말고는 일반 국수 삶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꽤 쫀득거린다, 보리..
참송이와 닭가슴살이 만나..
참송이와 닭가슴살이 만나..
2024.11.27제주에서 정선까지 멀리도 뛰었다.며칠 만인가? 집에서 몸을 누인 것이..추워진 날씨, 겨울비가 오락가락 후드득거리며 겅중거린다. 밤사이 눈이 될 수도 있겠다.온기를 잃은 방은 싸늘하다. 아궁이에 불 지피고 넘실거리는 불꽃 앞에서 잠시 불멍..시나브로 온기를 되찾아가는 방에서 사르르 잠이 들었던 것이다. 잘 자고 일어났다. 방장산이 하얗다. 어느새 점심과 맞물려 난처해질 시간, 아침 요기를 어찌해야 할까 머리를 굴린다. 어젯밤 정선에서 가져온 참송이 몇 개 찢어먹고 잤더랬다. 숲향 그윽한 참송이와 제주 동백기름이 잘 어우러졌다. 참송이, 닭가슴살 쪽쪽 찢어 올리브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소금 살짝 뿌려 굴린다. 구운 건지 볶은 건지..동백기름 살째기 둘러 접시에 담는다. '참송이닭가슴살볶음'이라 해두자.고소하..
술자리 혈당 관리
술자리 혈당 관리
2024.11.25여기는 정선, 술자리가 이어진다.술꾼들 사이, 주지육림에서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했다.술을 먹지 않겠다 선언하고 운전병을 자임한다.처음 접해보는 음식 향어백숙은 맛이 순하다. 어죽 비스무리한데 강냉이쌀이 들어 있다. 조심스레 두어 사발 후루룩..송어회무침은 달다. 역시 뙤작거리며 조심스레 젓가락질..묵무침을 시켰는데 설탕 범벅,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푸른 엄나무순무침만이 마음놓고 젓가락질 할 만하다. 요건 한 접시 더..나름 선방했다.자리를 옮겨 2차전 돌입,화목난로 불관리, 군고구마 공급책을 자임한다.정선 사과, 몹시 달다.사과는 당도에 비해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다.한 개 정도는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만하다.군고구마는 구워만 주고 먹지 않는다.생고구마 한 입 베어무는 것으로 만족..오..
한라산 산중 점심
한라산 산중 점심
2024.11.24한라산에 스며들다.추적추적 비가 내렸다.어찌어찌 비를 가리고 점심을 먹는다.각자 가져온 도시락들을 꺼내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허나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썩 좋은 음식들이 아니다.김밥에 순대, 막걸리, 인스턴트 비빔밥까지..하지만 산중이니 거침없이 먹었다.제피나무 장아찌는 정말 맛났다.돼지고기 잡내를 잡아주는..시커먼 커피로 마무리..다시 시작된 산행, 물장오리까지 거친 오르막에도 불구하고 혈당 스파이크 발생.이크..혈당 곡선이 산행 고도 그래프와 거의 일치한다.식후 200여 미터 고도를 올리는 동안 혈당도 올랐다.정상에 머무는 동안 혈당도 정점, 정상에서 내려오는 동안 혈당도 쭉 내려와 두자릿수 진입..산중이 아니었으면 엄청난 혈당 폭발이 있었겠다.
마라탕
마라탕
2024.11.19오랜만에 마주한 마라탕. 혈당관리 초기 마라탕을 즐겨 먹었다. 여러번 측정해봐도 혈당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먹기 전보다 식후 혈당이 더 낮아지기 일쑤였으니 나는 마라탕을 믿고 맘껏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달랐다. 마라탕이 자연스레 멀어졌다. 하여 나는 언젠가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고 마라탕을 먹어보리라 벼르게 되었다. 드디어 오늘, 때가 왔다. 용산역 4층 신라 마라탕, 각종 채소에 건두부와 버섯 위주로 푸짐하게 넣고 매운 맛은 중간을 택했다. 16,500원, 비싸다. 다시 오긴 어렵겠다. 맛은 좋다. 재료들이 신선하고 싱싱하다. 그래도 너무 비싸.. 그래도 국물은 거의 먹지 않았다. 기차 타고 내려오는 내내 혈당이 시나브로 올랐다. 식후 두 시간 반, 혈당이 정점에서 137을 찍고 ..
리코타치즈 샐러드
리코타치즈 샐러드
2024.11.17여자친구가 만들어준 아침, 상추와 당근싹, 직접 만든 리코타치즈와 삶은계란. 복분자식초를 넣었는가? 신맛보다 단맛이 강하다. 나와는 다른 스타일, 더 맛나고 멋스럽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 평안한 일요일 아침.
닭가슴살 샐러드
닭가슴살 샐러드
2024.11.16오늘은 산에 가는 날, 초딩 동창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무등산에 오르기로 했다. 점심을 어찌할 것인가? 고민 끝에 결정했다, 닭가슴살 샐러드.양배추 송송 썰고 부추 한 웅큼 뚝뚝 자르고 닭가슴살 쪽쪽 찢는다. 아, 토마토도 들어갔네.. 사과식초 아까라 말고 콸콸 고춧가루 솔솔 깨소금 촥촥 끝. 중봉에서 먹는다. 꿀맛.. 산에서 먹는 음식이야 혈당 걱정 붙들어 놓는다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게다. 좋았네 오늘, 산도 도시락도.. 물론 이것만 먹은 건 아니다. 다양한 간식으로 견과류, 수제 두유, 육포.. 배고풀 새가 없었다네 그러니 내려와서도 팔팔~
연속혈당측정기
연속혈당측정기
2024.11.15연속혈당측정기를 처음 착용한 것은 6월 초 모내기 무렵이었다. 그간 8번, 어제 다시 9번째 측정기를 몸에 달았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나의 몸과 마음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왔다. 연속혈당측정기 탓에 식후 두 시간 사이의 혈당변화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고, (눈에 빤히 보이는데 안 그럴 수가 없다)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불러오지 않는 식단과 식습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쌓이다보니, 몸무게가 시나브로 자연스레 줄었다. 음식에 대한 탐닉이 사라지고 술이 멀어졌다. 대략 8kg 정도가 줄었고, 식후 혈당 곡선이 완만해지고 낮아져 활화산처럼 융기하던 혈당 스파이크가 사라졌다. 식후 운동과 혈당의 관계 또한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활동량도 늘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혈당스파이크가 사라지면서 겪게 되는 몸의 변화는 한 ..
두유
두유
2024.11.13뜨끈한 두유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현재 시각 오전 9시, 늦은 아침이다. 가을 일을 얼추 마친 게으른 농사꾼이 누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호사.서리태 두 주먹 가량에 물 800ml, 굵은소금 적당량 넣어주면 뚝딱 하고 두유가 만들어진다. 입 안과 뱃속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 포만감 또한 적지 않으니 두유 한 잔만으로도 아침 식사를 대신할 만하다.오전 중 자전거 타고 들판 한 바퀴 휘~ 돌고 땔나무 하러 갈 계획이다. 그러자면 좀 더 먹어두는 게 필요하겠다. 하여 땅콩을 삶는다, 딱 먹을 만큼만.. 너무 많이 먹지 않기 위한 나름의 조치다.다소 많다. 남겨야 되겠는데.. 남기면 되지, 까짓.. 아침이 좋다. 혈당 스파이크 없는 든든한 아침 만세!
땅콩과 혈당
땅콩과 혈당
2024.11.10땅콩은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식성 따라 다르겠으나 겁나 맛있기까지.. 하여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쉽지 않아 양 조절에 실패하기 일쑤, 이것은 부작용이다. 그래도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좋다.땅콩은 밭에서 막 캐 솥에 넣고 쪄낸 것이 가장 맛있다. 말린 땅콩도 삶아먹는 것이 더 맛나다. 이것은 내 기준이다. 땅콩이 물에 푹 담길 정도로 물을 붓고 소금간을 해 중불에서 15~20분 정도 삶으면 되는데 불에 올려놓고 잊고 말았다. 물이 다 졸아들어 마치 구운 땅콩처럼 됐다. 한데 축축하지 않으니 먹기 편하고 좀 더 담백해졌다.삶은 땅콩은 속껍질이 벗겨지지 않으니 그냥 껍질째 먹는다. 고창 땅콩은 맛이 각별하다, 더 맛나다는 말이다. 이것도 사실이다.순식간에 다 먹어버리고 말았..
곤약면 콩국수
곤약면 콩국수
2024.11.09노을 좋은 우리 동네,일 마치고 돌아오면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밥 차려먹기도 귀찮아진다.최근 들여놓은 두유 제조기 있어 서리태 두어 주먹 집어넣고 뜨끈하고 구수한 두유를 기다린다.36분 완성, 신통하기 짝이 없다.나는 국수를 무척 좋아했다.이른바 밀가릿것, 하지만 면발로 길게 뽑은 밀가루 말고는 수제비, 부침개 따위는 좋아하지 않았으니 밀가루보다는 면발을 좋아했다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아무튼 면에 대한 탐닉은 내가 당뇨병을 얻는데 꽤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하여 지금은 먹지 않는다, 거의 혹은 전혀..면발이 생각날 때는 어찌하는가?곤약면 사두고 올여름 시원한 콩국수 이따금 만들어 먹었다.곤약, 이 녀석도 좀 묘하다.칼로리는 거의 없는데 식이섬유는 어마무시하고 상온에 그냥 둬도 전혀 변함이 없다.뱃속에 ..
서울에서 1박2일
서울에서 1박2일
2024.11.06서울에서 12년을 살았는데 정말 낯선 곳이 되었다, 이제는.. 서울 떠난 지 35년, 뭔가 일을 보고 나면 더 이상 만날 사람도, 머무를 곳도 마땅찮다. 그러니 늘 쫓기듯 다시 내려오기 마련인데 연 이틀 일이 있어 오랜만에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용산역-여의도(국회)-용산역(점심, 전농)-인사동(당사)-용산역(농정신문)-노량진(숙소)-용산역(점심)-여의도(국회)-용산역 용산역에 문 줄 매놨는가? 용산역을 중심으로 왔다리 갔다리.. 빈틈에 살짝 문화생활과 역사탐방을 곁들였으니 그나마 꽤 성공적인 체류라 하겠다. 도시에 나가게 되면 뭘 먹을 것인가를 두고 늘 고민하게 된다. 혈당관리를 빡세게 하고 있는 입장에서 도시의 먹거리들은 죄다 적군이다. 고상한 말로 '음식사막'이라 하던가? 그런 면에서 용산역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