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모시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방장산으로 또 자러 간다. 

막둥이는 낮잠 자는 사이 친구 찾아 강남으로 토껴부렀다. 

장성 넘어가는 양고살재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된 지 20년 살짝 넘은 고갯길은 방장산 종주 출발지 혹은 기착지로 애용된다. 

양고살재는 누루하치 사위 양고리를 죽였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인근 솔재와 더불어 남도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양골로 나 있어서 양고살재라 한다고도 한다. 

어찌 되얐든 길을 떠나 보는디..





아직 능선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벌써 해가 넘어간다. 

억새봉에서 넘어가는 해를 보겠다는 계획은 폴쎄 틀어져부렀다. 

출발이 너무 늦었다. 



억새봉



해는 이미 지고 없고 여명만 붉게 남았다. 

고창읍내는 이미 어두운 밤, 모양성 성곽을 밝히는 조명이 길다랗게 늘어져 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동산에 솟아 온누리에 비추인다. 



소원을 빌어봐..




세시간 남짓 걸어 정상 부근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깔아놓은 마루판은 숙영지로 안성맞춤이다. 

한쪽에 천막 쳐 감기기운 있는 큰놈 몰아넣고 다른 한쪽에서 딸래미와 나란히 누워 침낭 덮고 한댓잠 자기로 한다. 

새벽녘 내릴지 모를 이슬에 대비해 판죠우의로 가림막을 설치했으나 밤새 바람이 불어 이슬이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딸래미는 달 보고 별 보느라 신이 났다.  바람소리, 벌레소리에 잠을 설쳤다 한다.  




이튿날 아침 정상에 올라 장엄한 해돋이를 본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허공으로 해가 돋는다. 



잠자리로 돌아와 따가운 햇살이 정수리에 내리꽂히드락 한숨 더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다. 

행장을 차리고 다시 산길을 나서며 지나온 길을 더듬어본다. 

영광 방면으로 줄달음치는 영산기맥 산줄기가 제법 장엄하다.  



아니온듯 다녀가소서..



쑥부쟁이



용담



구절초



쑥부쟁이


정상을 지나 봉수대가 있었다는 봉우리에 이르는 구간은 방장산 능선산행의 백미를 이루는 구간이다. 

곳곳에 암릉이 산재해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고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잔대 등의 가을꽃들이 흐드러진다. 

방장산은 겨울, 그 다음으로 가을이 좋다. 



셀카 찍는 오누이



갈재 넘어 입암산, 그 너머 내장에서 백암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산줄기가 용트림한다. 




용추골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용추골은 몹시 가파른 산길을 40분 남짓 내려가면 도달하는데 인근 땅들이 사유지인 까닭에 산이 온통 까뒤집어져 흉하게 변하고 말았다. 



반나마 내려온 조망터에서 내려다본 고창의 동쪽 들판, 신림, 흥덕, 부안, 성내 일대가 망라된다. 

들판 너머 곰소만, 변산반도의 산군, 그리고 바다가 펼쳐진다. 

들판이 아직은 파랗다. 

앞으로 열흘 이상 보름 가차이 되어야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겠다. 

이 가을, 아들 딸 거느리고 오랜만에 산 타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