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랫집 여든아홉 잡수신 할매가 사신다. 작년 이맘때 백수를 아깝게 못 채우신 하나씨 먼저 보내고 혼자 되셨다. 아들네들도 근방에 살면서 자주 오고 기력도 쟁쟁하셔서 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귀가 꽉 막혀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루 한 번은 오셔서 당신 하고 잡은 말씀만 마구 해대고 가신다. 뭐 주로 "말캉 쓸어라" "대문 앜으 좀 치워라".. 하루 한번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서운하다. 며칠 전 해장 일찌감치 파지를 갖고 오셨다. "아들 오먼 줄라고 무쳤는디 자네도 좀 먹어보소" "자네 파지 안 좋아헝가"
집에서는 도통밥 먹을 일이 없는지라 막걸리에 콩국수 먹는 자리에 싸들고 가서 풀어놓았다. "뭔할매손맛이 아직도 이리좋다냐" 순식간에 다 먹어부렀다.
우리보다 우리 집 제사 먼저 기억하신다. 쑥떡 해 먹으라고 쑥 갖다 주고 너물 한 가지라도 꼭 갖다 주신다. 할매! 오래오래 사시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