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닭을 처음 먹고 겪었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얼굴을 제외한 온 몸뚱아리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엄청난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댄 자리에서는 진물이 흘렀다. 
보건소 주사를 맞고도 가라앉지 않던 증상이 밤나무 삶은 물로 목욕을 수 차례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완화되기 시작하였고 그 후로 나는 옻 오른 데는 밤나무 삶은 물이 좋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나는 지금 개옻이 올라 있다. 
뒷낭깥에서 대나무를 베어내다 개옻나무와 수차례 접촉한 데다 쭉나무 순을 꺾다 개옻순을 함께 꺾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개옻을 거메나무라고 하고 개옻이 오른 것을 '거메올랐다'고 한다.
눈 주위, 귓불 등 얼굴의 연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올라 영락없이 술 한잔 걸친 몰골이다.
옻닭 먹었던 때와는 반대로 얼굴만 그런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옻순 뜯어다 쇠주 한잔 하고 있으니 오라는 것이다.
우리가 또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내일 어찌 될망정 오늘 먹고 보는 것이다.

참옻순은 개옻과 비교할 때 잎이 좀 더 넓고 파랗다.
개옻순은 전체적으로 붉은 기운이 돌고 처음부터 꽃대가 같이 올라온다. 

데쳐서 초장 찍어먹거나 쌈 싸 먹거나, 두릅과 다를 바 없다.
개옻에 감염되어서일까? 향이 좋다고들 하는데 느낄 수가 없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기는 하다.

오리주물럭하고 같이 먹었다.

"하 좋다" 하는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참옻의 기운으로 개옻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겠다는 심사로 먹어두었다.
묘하게도 먹는 사이 얼굴이 가라앉고 '거메오른' 증상이 완화된다.
함께 먹던 사람들 "차말로 참옻이 개옻 몰아내는 모양이라"고 한 마디씩 거든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지금 추가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거메오른' 증상은 여전하다.
당시의 호전은 보건소 주사 기운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오늘도 밤나무 삶은 물로 목욕하고 잠자리에 든다.


'먹고 놀고.. > 먹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마치'를 아시나요?  (7) 2009.07.07
장흥 회진 된장물회  (3) 2009.06.22
땅두릅은 어떤 맛일까?  (3) 2009.04.22
엄나무순(개두릅) 데쳐먹기  (12) 2009.04.18
아랫집 할매 파지를 주셨다.  (6) 20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