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지 않은 작은 물울덩이 주변에 모여 있는 큰고니떼. 천연기념물 201-2호.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로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전래의 겨울 기후인 삼한사온 현상이 자취를 감추었다.
“지구 온난화라 걱정들 하더니 어찌 된거야?”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한데 올 겨울 맹추위가 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올라가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생긴 현상이라 하니 과히 좋은 징조라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모든 저수지들이 꽁꽁 얼어붙어 심지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태공들까지 등장하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지라 그제서야 저수지 얼음장 위에 올라가보니 얼마나 짱짱하게 얼었는지 얼음 갈라지는 쩡쩡거리는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한 30년 하고도 오륙년은 족히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했던 일이다.  
이 겨울 월동을 위해 저 위쪽 대륙 북부에서 남하한 새들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많은 새들이 있겠으나 가장 덩치 큰 큰고니들을 한번 보자.
우리가 보통 ‘고니’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고창에 오는 녀석들은 ‘큰고니’들이다. 큰고니에 비해 고니는 개체수가 적어 귀할 뿐만 아니라 중부 이남으로는 잘 내려오지 않는다. 
고창지역 큰고니들의 가장 큰 월동지는 동림 저수지이다.
많게는 20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기도 하였으나 올해는 그 규모가 최대 100마리를 넘지 못하였다.
지금은 저수지가 완전히 얼어붙어 동림 저수지 본바닥에서 볼 수 있는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각자 살 길을 찾아 물이 얼지 않은 인근 소류지, 수로 등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일부는 얼지 않은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이동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몸무게가 최고 20kg까지 나가는 큰고니가 한번 이륙하기 위해서는 서너 시간을 쉬지 않고 섭취한 열량이 한꺼번에 소모된다 하니 안정적인 월동지를 잃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가 꽤나 고단할 일이다.

동림 저수지 두터운 얼음장 위에서 만난 큰고니들. 사람이 다가가니 슬금슬금 물러나고 있다.

새를 관찰하기 시작할 무렵 이륙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기 위해 일부러 날리기도 하였으나 새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면 절대 삼가야 할 일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관찰하면 녀석들도 동요하지 않고 제 볼 일을 본다.
큰고니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짚어보자니 부자 정권 치하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통받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기름값 아까워 보일러 팍팍 돌리지 못하고 전기담요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을지도 모를 이웃을 돌아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