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중 얼핏 스치듯 마주친 '멋쟁이', 녀석들을 보러 방장산에 다시 갔다.
멋쟁이는흔치 않은 겨울철새다. 맨눈으로 봤지만 틀림없다.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등산로가 어슷하게 빗나가는 지점이었다. 
휴양림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차를 받치고 행전 차고 수북한 눈길을 헤쳐 임도를 따라 오른다. 

하늘은 싯푸르고 날씨 참 징하게 좋다.
가파른 고바위를 지나 길이 다소 평탄해질 무렵 소리도 없이 홀연히 나타난 녀석들이 숲 속으로 꽁지를 뺀다.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바로 그 지점, 임도 주위의 잡목 숲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번 마주친 지점과는 꽤 멀다. 
임도를 따라 산의 한쪽 사면을 전반적으로 오가는듯 하다. 

가파른 비탈을 미끄러지듯 따라 들어가 키 큰 나무 아래 잡목숲에서 열심히 뭔가를 뜯어먹고 있는 녀석들을 다시 만났다. 
서너마리, 겨우 한방 건지고 다시 자리를 잡는 사이 또다시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비탈을 기어올라와 다시 임도를 걷는다. 

이번에는 수컷도 보인다. 수컷이라야 비로소 멋쟁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목이 말랐을까? 눈을 집어먹는다. 

암컷은 수수하고 좀 더 통통해보인다. 

한참을 앉아서 모델이 되어주지만 잔가지들에 가려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잠깐 사이에 다시 사라져버리고 만다. 행방이 묘연하다. 

어디로 가부렀으까? 숲 속으로 들어가봐도 없고..

나무 위를 올려다봐도 없고..

굴뚝새한테 물어봐도 모른다 하고..

저 멀리 무등산이 아스라한데.. 

날 저물어부렀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 낯선 새소리가 요란하다. 
휘익~ 휙~ 하며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듯한..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았다가 떼를 지어 날았다가 다시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녀석들이다. 10여마리 정도.. 떼를 지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잠자리에 드는 듯..
시간 내서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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