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풀이 우거지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중산간 지역이어서인지 모기가 한마리도 없었기에 가시리의 밤은 평온하였습니다.
9월 22일. 제주도 여행 마지막날은 첫날부터 함께 한 서귀포 열리 동지들과의 아쉬운 작별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성읍을 지나 일출봉으로 향합니다.
일출봉이 잘 바라다보이는 식당에서 시원한 해물뚝배기로 예의 한라산 하얀 소주와 함께 아침을 먹고 우도행 배에 올랐습니다.  일출봉은 우도를 다녀와서 도모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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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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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여객터미널. 뭔가 바다생물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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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과 성산포.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사람의 얼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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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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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과 일출봉이 마주보고 있다.


우도는 남해안에 있었다면 연륙교라도 놓을법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불과 10여분. 배는 우도에 도착하였고 수학여행을 온 듯한 풋내 나는 어린 학생들은 부리나케 버스에 올라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있는거라곤 시간뿐인 우리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느긋하게 해안도로를 일주하여 우두봉을 경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을 떠납니다. 
해안의 검은 바위와 부서지는 파도, 물질하는 해녀, 길가에 핀 갯꽃들.
섬 안쪽으로는 온통 담으로 둘러쳐진 자그마한 밭과 초지가 이어집니다.
밭에는 우도의 명물이라 하는 땅콩이 아직도 푸른 잎을 자랑하며 수확의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초지에는 말, 소가 매어져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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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여행은 자전거가 제격이다. 찍은사람 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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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하는 해녀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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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할매들 유모차 자가용. 우리동네 할매들 자가용이랑 똑같다. 아마 전국이 같지 않을까 싶다. 찍은사람 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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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땅콩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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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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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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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금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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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는 간이 천리일 소섬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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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해수욕장. 모래가 아닌 산호 가루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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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동 등대


글줄이 딸리는 제가 묘사할 수 있는 우도의 모습은 이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가슴으로 느끼는 우도의 향기, 바닷가의 검은 돌과 짙푸른 바다에서 느껴지는 벅찬 감흥...
이런 것들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저 제주도에 가시거든 우도를 절대 빼놓지 마시라 말씀드리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건강하시다면 다른 무엇보다 자전거를 이용해보시라는..

우리는 섬을 돌며 해녀 할매들이 잡아올린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좌판을 찾고 또 찾았습니다.
그러나 할매들은 그 시간까지도 한창 물질중인지라 그분들이 물질이 끝나고 뭍에 오른 후에라야 그 꿈은 실현될 법하였기에 우도를 절반쯤 돌았다고 생각될 무렵 애타게 찾던 좌판을 포기하고 바닷가에 자리한 회집에 자리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너무 오래 눌러앉아 술타작에 몰두한 탓에 우두봉에 오르는 것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바닷가 길을 포기하고 섬을 토막내 가로질러 선착장에 도달하니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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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시간을 지체한 탓에 우도여행을 토막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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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바다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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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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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봉은 이렇게 바라만 보고 왔다.


이후의 행로라는 것은 제주를 떠나는 배시간에 맞추기 위해 제주항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이제 그만 떠날란다고 뱃고동 울리는 찰라에 간신히 배에 올라탄 것.
배가 가는 내내 술타작하고 배에서 내려 목포역으로 걸어가는 사이 만난 홍어집에서 한잔 더 하느라 또 시간이 늦어 간신히 기차에 올라탄 것.
어찌어찌하여 집에 돌아와 우도의 인상이 깊이 각인되었다는 홍규형이 취중에 그림 한장 남겨주고 잠을  잔 것.
이렇게 우리의 제주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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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형이 그린 우도. 우리 딸들한테 준다 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그냥 관광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의 깊은 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주 사람들과 함께 한 것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박3일 함께 한 제주도 동지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