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잠시 들러 저수지를 바라다보았다. 

가창오리 개체수가 절반가량 줄어들어 있다. 

하지만 이는 특이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가창오리의 행동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가창오리를 추적하여 10년 이상 군무 사진을 찍어온 노련한 사람들도 녀석들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날 갑자기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하고 순식간에 줄어들기도 하는 것은 예사이다. 

'가창오리 1천마리 떼죽음'이라는 오보를 불러온 정보제공자가 농식품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폐사한 가창오리 개체수는 20여마리에 불과하고 나머지 큰고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을 모두 합하여 총 90여마리 폐사체가 수거되었다 한다.

헬기까지 띄워놓고 가창오리떼를 몰아대며 수거한 것이 그렇다.  

20여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머물던 저수지에서 100마리 미만의 철새가 죽은 것을 놓고 전례 없는 집단폐사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자연사, 과로사, 사고사, 병사 등의 자연스런 폐사로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지만 비교할 수 있는 축적된 자료가 없으니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농식품부가 제공한 허위과장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22일 아침 동림저수지


22일 아침 동림저수지


개체수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동림저수지 가창오리가 삽시간에 사라져 오리무중이라고 난리다. 공연한 호들갑이다.  

여전히 10만개체 정도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창오리가 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해남의 고천암, 영산강하구, 동림저수지, 금강하구, 천수만, 삽교호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론의 호들갑은 AI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온통 가창오리의 움직임에 쏠리게 하여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게 하고 있다. 

근본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철새가 아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 들여다볼 수 있다. 


저수지 한쪽 구석 얼음장 위에서 큰고니들이 곤히 쉬고 있다.



동림 저수지는 평상시 그대로 평온하건만 우리 사람들은 부산하다. 

저수지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 초소가 들어서고 자동소독기가 설치되고 있다. 

오리떼는 하늘을 펄펄 날아 이곳 저곳을 누비는데 이런 부선함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AI 발병 사태가 하루빨리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사설] AI와 가창오리


민중의소리 입력 2014-01-22 07:34:30l수정 2014-01-22 08:08:26

http://www.vop.co.kr/A00000720165.html



연례행사처럼 AI가 발생하였다. AI는 오리, 닭 등 가금류와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한번 발병하면 가금류 사육농가에 치명적 손실을 안기고 AI가 발생한 해당 지역에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가 발동되어 마치 계엄령이 선포된 듯한 삼엄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번 AI는 지난 16일 고창 씨오리 농가에서 최초 발병이 확인되었다.


언제나처럼 당국은 철새를 감염원으로 지목하였고 뒤이어 10여km 떨어진 인근 저수지에서 가창오리 1천여마리가 떼죽음당했다는 보도가 온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이틀 후 농식품부는 가창오리의 떼죽음이 씨오리 농장과 동일한 AI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동림저수지에는 20여만마리의 가창오리떼가 머물고 있었다. 이처럼 수십만마리가 거대한 무리를 이뤄 군집생활을 하며 활동반경이 하루에도 30~4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창오리가 AI에 감염되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창오리가 AI 발병의 근원이라면 이는 인력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사실상 불가항력의 영역이 되고 만다. 수십만마리의 가창오리가 하늘을 날며 수시로 갈겨대는 배설물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이며, 군집생활을 하는 이들의 안위는 또한 어찌할 것인가? 가창오리가 AI 발병의 근원으로 확인되는 순간 AI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된다. 


그런데 애당초 가창오리 집단폐사 보도가 사실과 다르고 누군가에 의해 날조된 허위정보에 기초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확인된 사실을 놓고 보자면 이번에 동림 저수지에서 수거한 철새의 사체는 가창오리 20여 마리, 큰고니, 큰기러기, 흰빰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70여 마리였다고 한다. ‘가창오리 1천마리 집단폐사’ 보도는 터무니없는 허위과장보도임을 알 수 있다.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농식품부였다. 농식품부가 18일 배포한 긴급브리핑 자료에 “18일, 고창 동림저수지(오리 농장과 10km)에서 철새 천여 마리 떼죽음. 겨울 철새 10만여 마리 찾는 곳”이라 적시되어 있다. 20일을 지나면서 ‘가창오리 1천마리 떼죽음’ 보도는 대부분 ‘1백여마리 집단폐사’로 정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에는 ‘1천마리 떼죽음’이 각인되어 가창오리가 AI의 근원임을 확증하는 강력한 근거로 확고히 자리잡고 말았다.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농식품부의 발표대로 가창오리가 AI의 근원일 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AI 발생 이후 가창오리는 언론의 허위과장보도에 기초한 추측성 여론재판을 통해 부검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AI 발병의 근원으로 낙인찍히는 가련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로 하여 좁은 공간에 수천, 수만마리씩 집단사육하는 공장식 사육방식의 문제도, 허술한 방역체계의 문제도, 대량생산을 요구하는 대량소비의 문제도, 사람들로 하여 빚어진 그 어떤 문제로부터도 사람들은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모든 문제를 북한의 소행, 종북주의자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악성 종북몰이가 말 못하는 가창오리떼에게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AI와 관련된 어떠한 근본문제도 개선하지 못한 채 동일한 문제를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